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반가운 소식
사단룡은 나비연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단숨에 들이키고 다시 나비연에게 한잔 따라주려 했다.
“내 잔도 받으시오!”
고태봉은 사단룡이 나비연에게 또다시 도발할까 하여 긴장했지만, 나비연은 태연히 사단룡에게 술잔을 들이밀었다.
사단룡은 나비연의 대담함에 탄복했다.
‘고태봉뿐 아니라 부인도 영웅호걸이군…….’
이리 생각한 사단룡은 이번에는 그저 술잔에 술만 따르니 나비연도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하하하!”
사단룡은 이렇게 호통하게 한번 웃고는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모용각은 자신에게 언질도 없이 사단룡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자 사단룡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사단룡의 무공을 알기에 표정을 부드럽게 하고 말했다.
“내 깜빡하고 사대사를 소개 못 했군요! 이분은 사단룡 대사이시고 몽골에서는 적수를 찾을 수 없는 고수이십니다. 이번에 무림청 일을 돕고자 특별히 초빙한 분입니다.”
모용각은 제 딴에는 사단룡을 추켜세운다고 말한 것이지만 사단룡이 듣기에는 한참 모자란 소개였다.
‘뭐라? 몽골에서는 적수가 없는 고수라고? 저자가 나를 어찌 보고…….’
나비연의 잔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던 사단룡은 모용각으로 인해 다시 기분을 망쳤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을 소개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단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고 한마디 했다.
“내 태산에 오는 길에 소림궁에 들려 선우 무도의 무공을 보고 놀랐는데 오늘 항주 쌍웅을 만나보고 또 한 번 놀랐소이다.”
사단룡이 선우 무도가 소림궁에서 자신의 팔을 부러트린 일을 떠올리게 하며 고태봉과 나비연을 추켜세우자 모용각의 얼굴은 붉어졌다.
‘저자가 자신의 무공만 믿고 너무 멋대로 구는군…….’
어느덧 태산 회합 만찬이 끝나갈 무렵이 되었다.
모용각은 사단룡이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자 내심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외부 손님이 있는 곳에서 무림청 내부인들끼리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는 없는 것이다.
모용각은 오늘따라 조용히 술만 마시고 있는 사철웅에게 넌지시 말했다.
“다들 한마디씩 하였는데 어찌 사형만 얘기가 없소이까? 한마디 하시오!”
모용각이 자신을 지목하자 사철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봐도 아버님과 모용각이 서로 반목하는 것으로 보이겠군… 나라도 분위기를 맞춰 줘야겠구나.’
이리 생각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대접에 술을 가득 따르고 술잔을 들어 무식하게 외쳤다.
“우리 무림청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리 외치며 대접의 술을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자 무림청의 나머지 인사들도 술잔을 들어 외쳤다.
“위하여!”
이리하여 태산 회합은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태극파에 돌아온 나비연이 나주량에게 물었다.
“그래 네가 보기에는 어떻더냐? 내 보기에 무림청 주요 인사들이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듯 보이던데?”
나주량의 생각도 같다.
“그렇습니다. 무림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당연히 모용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무림청에서 가장 무공이 강한 사단룡, 사철웅 부자는 모용각의 밑에서 심부름이나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분명 조만간 모용각과 사단룡 부자간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내 생각도 같다. 우리는 그들이 분쟁을 일으키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이야!”
듣고 있던 고태봉이 나주량에게 물었다.
“무림청에서 각 문파에 제자 한 명씩을 보내도록 요청하였다고 하던데 그러면 우리는 어찌하는 것이 좋겠냐? 내 생각에는 나주량 네가 그 일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무림청과 우리는 같은 태산에 있으니 굳이 무림청에서 숙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주량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그들에게 협조하는척하며 무림청을 무너트릴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나비연이 나주량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번 일의 성패는 너에게 달려 있어. 너만 믿을게!”
“흐흐흐. 맡겨주십시오.”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다지던 나주량이 고태봉에게 청했다.
“사부님! 흩어졌던 태산파 제자 중 숙주란 자가 자신을 태극파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어찌할까요?”
고태봉은 고구려 유민이 아닌 경우는 제자를 받을 때 사람을 무척 세심히 살폈다.
“음… 우리가 그를 제자로 받아주면 흩어졌던 다른 태산파 제자들도 태극파로 몰려들 것이다. 그리되면 고구려 유민이 주축인 우리 태극파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고, 흠…….”
“…….”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내 생각 좀 해봐야겠으니 일단 숙주에게 은자를 얼마간 쥐여주고 기다리라고 해라!”
“네, 사부님!”
무림청 태산 회합으로 태산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을 때 소림궁에는 봄바람이 불었다.
들꽃들이 봄을 알리듯이 하나둘씩 피어나자 아미파에서 전서구 한 마리가 소림궁으로 날아들었다.
소림궁 봄 단장에 한창이던 수향과 모용언은 전서구를 발견하고 기뻐했다.
“어머! 수향 언니! 아미파에서 전서구를 보냈나 봐요?”
“어? 그러네!”
소림궁을 두 바퀴 돌던 전서구는 영물인지 어찌 수향을 알아보고 날아앉았다.
전서구를 받은 수향이 기쁜 마음에 편지를 읽는데 처음에는 놀란 표정을 짓고는 기뻐하다 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수향은 편지를 모용언에게 전해주었다.
모용언이 편지를 보니 아미파 대사매 이향과 황보세가 가주 황보정의 아들 황량의 결혼식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며칠 안에 일절 장문이 제자들을 데리고 소림궁에 올 것이란 내용도 담겨 있었다.
편지를 읽어본 모용언은 뛸 듯이 기뻐하며 이향과 황량의 결혼식에 참석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와! 드디어 두 분이 결혼하는구나!”
이렇게 기뻐하던 모용언이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수향을 보니 어찌 수향의 표정에는 기쁜 기색과 함께 쓸쓸함이 묻어났다.
모용언이 수향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수향 언니! 이향 언니가 결혼하는 것이 아쉬워서 그러세요?”
수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동생! 나도 이향 대사매와 황량 대협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해… 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대사매만을 의지하고 대사매로 인해 이제 부처님을 모시며 살고 있는데, 이리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니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이미 모용언은 수향이 그리 생각하리라 짐작하였기에 낙양에서 이향과 황량의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보았지만, 이향이 수향에게 직접 얘기하기를 기다리며 수향에게는 이향과 황량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미파에서 이렇게 편지로 결혼을 알려오니 수향으로서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언니! 이향 언니도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래도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줄 거죠?”
모용언이 수향의 팔을 잡고 흔들자 수향도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
“당연하지!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좋아요! 그럼 우리 같이 결혼식에 입고갈 옷 준비해요!”
“그래!”
수향과 모용언이 이 소식을 소림궁 식구들에게 알리니 모두 기뻐했다.
다만 장극에게서 소식을 들은 금련만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내 소림궁에서 지내면서 여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과 안정감을 느꼈는데 이제 떠날 때가 된 것이군…….’
월아교 교주인 할아버지가 있다곤 하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금련에게는 소림궁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는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금련은 일절이 아미파 제자들을 데리고 소림궁에 올 것이란 소식에 월아교와는 대척점에 있는 아미파 장문 일절과 소림궁에서 마주치는 것이 껄끄럽기도 했다.
또한 이향과 황량의 결혼식은 아미파와 황보세가라는 정파 문파 간의 결혼으로 많은 정파 무림인들이 참석할 것이 분명하였기에, 월아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자신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장극은 금련의 안색을 살피고는 이미 그녀가 떠날 것을 직감했다.
“금련! 그대는 떠날 생각을 하는구려?”
금련이 장극을 부드럽게 쳐다보았다.
“장 도사! 나는 요 몇 달간 소림궁에서 정말 즐거웠어요. 이제…….”
금련이 말을 끝맺지 못하자 장극이 공허하게 웃었다.
“허허허!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인간 삶의 숙명 같은 것이지요. 나도 그대와 같이한 지난날들이 정말 즐거웠소. 내 평생 좋은 추억으로 잘 간직하겠소!”
금련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장극의 따스한 눈빛과 정다운 말에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 * *
다음 날, 금련이 나와 모용언을 찾아왔다.
“모용 동생! 할아버지가 찾으셔. 난 이제 월아교로 돌아가야겠어! 그리고 지난번 양목과 하기로 한 일도 해야 하고.”
나는 아쉬워하며 물었다.
“그렇군! 그런데 내가 금련에게 연락하려면 어찌해야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내 수시로 연락할게. 나는 북경 쪽에 월아교 분타를 만들어 자리를 잡을 예정이야!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면 북경에서 초대할 테니 놀러와!”
모용언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금련 언니! 역시 여장부야! 그리고 북경에 가게 되면 모용세가 모용복하고 부딪치지 말고 잘 지내주세요. 아니면 그냥 무시해요. 상대하지 말고.”
금련은 모용언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할게. 월아교가 모용세가와 부딪히는 일은 없을 거야!”
“네. 언니!”
나는 금련에게 악수를 청했다.
세 사람은 말없이 웃으며 이렇게 이별했다.
금련은 손을 살짝 흔들고는 뒤돌아 대나무 숲으로 사라져갔다.
모용언이 금련의 등 뒤에서 외쳤다.
“장 도사님하고는 작별 인사했죠?”
금련은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내가 보니 미세하게 떨리는 금련의 어깨를 볼 수 있었다.
“금련이 장 도사에게 정이 깊이 들었던 것 같아!”
모용언이 보기에도 금련의 뒷모습이 왠지 그녀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 두 사람은 맺어지지 않고 이대로 끝나나?”
우리가 나설 일은 아니니 그저 지켜볼 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금련이 떠나고 잠시 허전했던 소림궁에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일절이 이향은 물론이고 아미파 제자들을 데리고 소림궁에 도착한 것이었다.
나와 장극이 일절을 맞이하니 소림궁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모용언은 이향을 놀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일절이 저리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입이 간질거리지만, 꼭 참고 있다.
이향도 모용언이 엉뚱한 소리를 할까 내심 긴장하며 모용언에게 눈짓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이향이 조심스레 수향에게 다가가 수향을 데리고 사라졌다.
한참 후, 두 눈이 붉어진 두 사람이 돌아오니 분명 두 사람이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던 것이리라.
일절도 두 사람이 특별한 사이인 것을 알기에 모른 척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야 나와 모용언은 이향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모용언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향 언니! 난 정말 걱정했어요. 그런데 일절 장문이 어찌 결혼을 승낙하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