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동상이몽
태극파 고태봉은 나비연과 나주량을 데리고 무림청에서 주최한 태산 회합에 참석했다.
이미 곡부장 장주 공양은 모용각과 다정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공양은 60세로 무림인이 아닌 지역 유지이기에 관청이나 다름없는 무림청에 밉보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모용각의 비위를 맞추기 바빴다.
모용각 또한 곡부장에는 별 관심이 없기에 좋게좋게 응대하는 중이었다.
고태봉 일행이 자리를 잡자 곧이어 구룡만도 수하 한 명을 데리고 도착했다.
얼마 전까지 태산파가 주인이었던 대청에서 모용각이 주인 행세를 하며 술판을 벌이고 있으니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를 잡고 앉자 모용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흠흠… 먼저 오늘 이렇게 태산 회합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무림청을 맡고 있는 모용각입니다.”
모용각이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후,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잔을 들어 건배를 청하자 모든 참석자가 한 잔씩 들이켰다.
술 한잔을 호탕하게 들이키고 자리에 앉은 모용각은 작심한 듯이 고태봉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고 장문! 지난번 무림청에 방문하셨을 때 뵙고 다시 태산에서 뵙게 되니 반갑소이다. 무림청 무공대결에서 보여주신 고 장문의 뛰어난 무공실력과 심후한 내공에 실로 탄복했소이다.”
고태봉은 모용각이 회합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니 적잖은 경계심을 가지고 답했다.
“나도 저기 계신 사철웅의 무공에 적지않이 탄복했소이다. 그런데 한나라의 관청인 무림청에 어떻게 몽골 고수분들이 계시는 것인지요?”
고태봉은 한나라 사람이 아닌 북방 몽골 출신 사철웅과 사단룡이 무림청 일에 관여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고태봉이 자신들을 찍어 얘기하자 한쪽에서 백주를 들이키던 사철웅과 사단룡의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사단룡은 모용각이 자신을 고태봉과 구룡만에게 소개도 하지 않고 넘어가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심기가 불편하던 차였다.
그러나 사단룡의 심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모용각은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
“한나라는 큰 대국으로서 외지인들을 차별하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고 있지요. 저분들은 황제의 일을 도우려고 먼길을 오시어 발 벗고 나섰으니 당연히 황제께서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시는 것입니다.”
모용각은 대충 이리 설명하고는 다시 고태봉에게 화살을 돌렸다.
“고 장문께서 소림파 장문 선우 무도를 도와 소림궁에서 무림의 공적인 적영영을 제거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소림파 장문 선우 무도는 원래 태극파 소속으로 고 장문의 수하가 아니었습니까?”
이리 말하고는 재미있다는 듯이 고태봉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니까 태극파 장문인 고태봉이 어찌하여 수하였던 선우 무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가 하며 야유 섞인 질문을 한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고태봉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선우 무도와 나는 의형제 사이로 같이 태극파를 만들었던 것이오. 그와 나와는 무공의 뿌리가 다르고 같은 문파 출신도 아니오.”
“…….”
“선우 무도의 무공이 높고 인품 또한 훌륭하여 새로이 자신의 문파를 만들어 장문이 된 것이오. 이는 무림에서 일상 있는 일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모용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내 그저 고 장문과 선우 무도의 관계가 궁금하여 물은 것이니 실례가 되었다면 미안합니다.”
능글능글한 모용각을 보며 고태봉이 이를 갈았다.
‘이놈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군…….’
피식 웃던 모용각이 이번에는 표정을 바로 하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번에 무림청이 태산에서 황제의 뜻을 받들어 새로이 추진하려는 일이 있소이다.”
사람들은 모용각이 이제야 본론을 꺼내는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황제께서는 근래 들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고구려 첩자들을 색출하라는 특별 지시를 무림청에 내리셨소! 그래서 무림청에서는 이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 문파의 도움을 받아 이 일을 처리하기로 했소이다.”
고태봉은 고구려 첩자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이자가 내가 고구려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나를 능멸하기 위해 이리말 하는 것인가?’
고태봉의 난처한 표정을 확인한 모용각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무림청이 태산에서 일을 도모하려면 먼저 태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태극파, 구룡방, 곡부장의 도움이 절실하기에 이렇게 세분을 모셔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모용각이 예상치 못한 얘기를 하자, 고태봉과 구룡만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미 모용각의 비위를 맞추기로 작정한 곡부장 장주 공양이 나섰다.
“하하하! 황제께서 지시하신 일이라면 당연히 협조해야지요! 모용 선생께서 하문하시면 곡부장은 적극적으로 따르겠습니다.”
공양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의견에 동참하라는 듯이 고태봉과 구룡만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고태봉과 구룡만은 공양처럼 이렇다 저렇다 선뜻 대답할 수는 없다.
상황을 지켜보던 나밀도가 고태봉에게 도발했다.
“나는 모용 선생을 돕고 있는 나밀도라 합니다. 고 장문은 할아버지 때에 한나라로 이주한 고구려 유민 출신이라 들었소! 낯선 나라에 와 중원의 중심인 태산에 태극파를 세웠으니 고 장문은 참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 할 수 있겠소이다.”
고태봉은 이자가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밑자락을 까나 싶어 불안했다.
나밀도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무림청은 앞으로 고구려 첩자를 잡는 일을 해야 하기에 지척에 있는 태극파를 신경 안 쓸 수가 없소이다. 그래서 내 고 장문께 묻지 않을 수가 없소. 고 장문은 한나라 사람이요? 아니면 고구려 사람이오?”
질문은 간단하지만, 대답은 신중히 해야 했다.
무림인들끼리 사석에서 하는 질문이라면야 별문제가 안 되겠지만 이자들은 황제의 명을 받은 무림청 관원의 신분들이 아닌가?
고태봉은 미끼를 던져놓고 이리 떼들처럼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용각과 나밀도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흠흠… 모용 선생께서 아까 말씀하셨듯이 한나라는 외지인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기에 고구려 유민 출신인 내가 태산에 태극파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는 모용각이 방금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내용이니 이견이 있을 리가 없다.
고태봉이 말을 이었다.
“나는 무림인이고 무림인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자신의 무공을 수련하고 다른 무림인들과 자유로이 교류하는 것은 오랜 무림의 전통입니다.”
“…….”
“모용 선생 또한 조상이 선비족 출신으로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하기 전에는 연나라 사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엄연히 황제의 뜻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으셨지요? 나도 모용 선생과 다를 바 없소이다.”
고태봉은 나밀도의 음흉한 질문에 모용각 또한 이민족 출신임을 얘기하며 교묘히 빠져나간 것이다.
고태봉이 자신을 끌고 들어가자 잠시 당황했던 모용각은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고 장문 말씀이 옳습니다. 황제를 위해 일한다면 우리 모두 같은 동지일 것이오. 나밀도 형의 질문이 좀 과했소이다. 고 장문이 이리 말씀하신 것으로 볼 때 분명 태극파도 황제의 뜻에 따라 무림청의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리라 믿겠습니다. 내 고 장문의 고견을 수시로 청하겠소이다.”
이리 말하며 모용각은 고태봉에게 건배를 청했다.
그러나 고태봉은 술잔을 들이키고는 이렇다 저렇다 명확히 대답은 안 했다.
지켜보던 구룡방 방주 구룡만이 물었다.
“모용 선생! 그럼 무림청은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다시 낙양으로 옮기는 건가요?”
구룡만은 껄끄러운 무림청이 태산에서 계속 눌러앉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었다.
모용각의 대답을 기다리며 혹시나 했던 구룡만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번 일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추진되어야 하는 일이요. 내 몇 해는 이곳에 있어야 할 듯하니 잘 부탁드리오!”
결국, 이곳에 눌러앉겠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모용각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한껏 쏟아내고 술잔이 몇 차례 돌자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사단룡이 생각했다.
‘모용각 저자의 행태가 안하무인이로군! 그래 대장 놀이 실컷 하여라. 음… 이곳 태산에서는 저 고태봉 이외에는 나의 적수가 없을 듯한데. 어디 저자의 실력을 확인해봐야겠다.’
이리 마음먹은 사단룡은 고태봉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학필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슬쩍 학필웅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고 장문! 나는 사철웅의 아비 되는 사단룡이라 하오. 아들에게서 그대 얘기는 들었소. 이리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고태봉은 나주량에게서 사단룡이 사철웅의 아버지이며 이번 태산파 무공대결에서 양철심을 제압하였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그가 자신의 옆자리로 다가오자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사단룡의 연배가 자신보다 높기에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후배 고태봉이라 합니다. 대사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사단룡은 고태봉이 자신을 후배라 낮추고 자기를 정중하게 선배로 대접하자 모용각의 방자한 처신으로 상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음… 이자가 그래도 예의는 있군.’
“고 장문! 내 한잔 따르겠소!”
사단룡은 술병을 들어 술을 따르려 하니 고태봉이 사단룡의 술을 받으려 잔을 들었다.
사단룡은 술병을 술잔에 대고 술을 따르며 내력을 술병을 통해 고태봉이 들고 있는 술잔으로 서서히 쏟아냈다.
졸졸졸!
“흠!”
고태봉은 사단룡이 자신의 내공을 시험하려 함을 알고 천추근을 사용해 몸을 바닥에 고정하고 자신도 내력을 끌어올려 술잔에 모았다.
사단룡의 술병이 위에서 누르고 고태봉의 술잔이 아래에서 받치며 두 사람의 내력이 부딪쳤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으나 온 힘을 집중하고 있는 엄연히 무공대결 중인 상황이었다.
고태봉의 술잔에 술이 따라지고 이윽고 술이 술잔에 넘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두 사람의 상황을 알아채고 두 사람의 내공 대결의 결말이 어찌 될까 하며 숨죽여 지켜보았다.
나비연이 보니 자칫 고태봉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단룡 저자가 내력으로 태산파 양철심을 제압했다고 하더니 오늘도 일을 벌이려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얼른 자신도 술병을 들고 사단룡에게 청했다.
“저는 고태봉 장문의 부인 나비연이라 합니다. 제가 선배님께 한잔 따르겠습니다.”
사철웅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상대해보니 고태봉의 무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 내심 놀라고 있던 사단룡이다.
‘음… 이자의 내공이 놀랍군…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겠군…….’
사단룡은 나비연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 항주 쌍웅의 명성은 내 익히 들었소이다! 그대가 술을 따라준다면 내 영광이오.”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맞잡은 상태가 아니기에 사단룡이 내력을 서서히 거둬들이자 고태봉도 사단룡의 뜻을 알고 자신도 내력을 거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