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l life that starts with military writing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안녕하세요 위어스 여러분! 저희 케이팝 나우에 11번째 게스트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위어스입니다!”
미국의 케이팝 전문 라디오 채널 ‘KPOP NOW’의 진행자 엘라가 활기찬 목소리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요즘 가장 핫한 케이팝 아티스트인 위어스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나 반가운데요. 그래도 가장 먼저 이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케이팝 가수로서는 약 5년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 본인들의 이름을 올리셨습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이번 위어스의 선전은 케이팝 팬으로써 매우 놀라운 일인데요.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눈에 보이는 성과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엘라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다. 이내 눈을 빛내며 질문했다.
“이런 성공의 이유에는 물론 위어스의 노래가 좋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그날의 일’ 때문이기도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휴…’
물론 당연히 나올 질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딜 가든지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받으니 내적으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엘라의 기대의 찬 눈빛에 부응하기 위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날의 일이라면. 마스크드 싱어 결승전에서 폴 라이언과 있었던 일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오오! 저는 폴 라이언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는데요. 그래도 먼저 얘기를 꺼내주셨으니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하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했거든요. 유진씨 그날 방송이 끝나고 정말 폴 라이언과는 아무 일도 없었나요?”
엘라의 질문이 이번엔 정면으로 유진킴에게로 향하자 유진킴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오! 정말요? 폴 라이언이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에서 방송이 끝났었는데요. 방송이 끝나고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나요?”
“방송이 끝나고 저에게 무언갈 말하려고 하신 것 같긴 한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제대로 듣질 못했습니다.”
“이런… 폴 라이언이라면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 나중에 따로 연락은 없었나요?”
“네, 지금까지 따로 연락받은 것은 없습니다.”
유진킴의 답변에 엘라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울 만도 하지.
그날 방송이 나간 이후로 폴 라이언이라는 이름이 모든 언론 기사를 도배했으니까.
하지만 폴 라이언은 방송 이후로 언론과 대면한 적이 없고. 그렇다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유진킴 뿐.
최대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뽑아먹고 싶을 테지만.
‘파이터즈 팬들이 워낙 무서워야 말이지.’
우리로서도 함부로 그날의 일을 거론하는 것은 자제 중이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평생 먹을 욕을 다 먹고 있는 유진킴과 위어스였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정말 극성팬들에게 테러를 당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위어스의 노래가 무려 빌보드 핫 100에 차트인하는 기염을 토해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순위는 아직 90위 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핫100에 이름을 올렸다는 상징성은 어마어마했다.
순위에 오름과 동시에 갑자기 수많은 인터뷰 요청과 방송 출연 제의들이 폭발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진킴씨! 이번 앨범이 위어스의 첫 정규 1집으로 알고 있는데. 앨범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네 이번 위어스의 정규 1집 챌린저는, 저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폴 라이언에 대한 언급 이후로는 한국에서의 다른 방송과 별다르지 않은 라디오 방송이었다.
단지 아직까지 영어가 서투른 다른 멤버들 대신, 나와 유진킴이 거의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자, 그럼 여기서 케이팝 나우! 1부 방송을 마치는 노래를 듣고 다시 2부로 찾아오겠습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위어스의 정규 1집의 타이틀곡 ‘Better’입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엘라의 멘트와 함께 헤드폰에서 우리 노래가 흘러나왔다.
“린이혀어어엉. 채팅에 뭐라고 올라오는지 보여요? 너무 빨리 올라가서 하나도 모르겠어요.”
잠깐의 쉬는 시간.
내가 헤드폰을 벗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심성하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내게 이야기했다.
“성하는 왜 말을 하지 않는 건가요? 라는데.”
“으아아아아아. 저도 말하고 싶다고요!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나한테 말하지 말고. 저기 엘라한테 가서 말해.”
“그건… 쉽지 않아요!”
아무래도 심성하에게는 스파르타식 영어 과외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심성하 개조 계획을 세우고 있을 무렵.
가만히 쉬고 있던 엘라와 갑자기 눈이 마주쳐 버렸다.
“영어를 잘하네.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어?”
“아니요. 혼자 독학했습니다.”
“오, 정말? 대단한데. 그렇게까지 자연스럽게 말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갑자기 시작된 엘라의 수다.
방송을 진행할 땐 이런 스타일인지 몰랐는데. 한번 말을 시작하니 끝을 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그날 티비보면서 폴 라이언이 사고 칠 줄 알았다고. 그래도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야. 예전 젊었을 때 폴 라이언이었으면 아마 무대가 다 부서졌을 거라고.”
“폴 라이언에 대해서 잘 아시나 봐요?”
“그래, 같이 일을 했었으니까.”
“아, 정말요?”
그냥 말 많은 진행자인 줄 알았는데. 폴 라이언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나?
“그래, 물론 지금은 만날 일이 없지만. 나도 음악을 했었으니까. 내가 그때 이야기 좀 해줄까?”
“어… 그게…”
“아이, 농담이야.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진지하게 조언 하나만 해주자면. 곧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네? 무슨 일이 생긴다고요?”
“폴 라이언은 그런 일을 겪고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니까… 아마…”
“아마?”
“어! 이제 2부 시작할 시간이네, 자 다들 방송 시작할 준비 하죠.”
이거… 당한건가?
나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다시 헤드폰을 쓰는 엘라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 2가지를 엘라에게 가르쳐 줘야 할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
“자, 지금부터 위어스배 악플 읽기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첫 번째 선수는 바로… 현재 미국의 록음악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있는 사나이죠. 강철로 이루어진 심장, 준우승의 사나이… 유진킴!”
“…”
오늘도 평화로운 위어스의 숙소. 스케줄이 끝나고도 피곤하지도 않은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7명이 모두 한 방에 모였다.
왜 그게 하필 내 방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첫 번째 댓글은 미네소타주에 사시는 헤비메탈킹님이 보내주신 댓글입니다. ‘유진킴? 그게 도대체 누군데? 감히 폴에게 덤볐다고? 척추를 반으로 접어…’”
“예 아진씨. 당사자 보호를 위해 거기까지.”
“넵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댓글은… ‘위어스 노래는 엿같아서 듣기가 싫다.’”
“잠깐만요 왜 갑자기 위어스를 욕하는 거지? 유진이 형만 욕하란 말이에요!”
“맞아. 유진이형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위어스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 으아아아!”
“아진아 영어 단어 외우라는 건 다 외우고 놀고 있는 거 맞지?”
“자, 잠깐만요! 조금 이따 하려고 했는데… 어어! 심성하! 어디 가는 거야!!”
“시끄러워 강아진! 나는 공부하고 있었다고!”
“무, 무슨! 아까까지 나랑 놀았잖아! 유진이형! 도와주세요!”
“…”
미국에 온 뒤로 왠지 아진이가 성하에게 잔뜩 물든 것 같았다.
한국에서보다 밝아진 것 같아서 좋긴 한데.
사고뭉치가 둘에서 셋으로 늘어난 느낌이다.
“유진아.”
“…”
“유진아?”
이름을 불렀는데. 무슨 일인지 뚱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는 유진킴이었다.
“아까 준우승의 사나이라는 말이 치명타였던 것 같아요.”
옆에서 백시현이 내게 조심히 속삭였지만.
“시현아. 다 들려.”
“아…”
유진킴의 밝은 귀를 속일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너 설마… 삐진거냐?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죠?”
“그, 그래.”
폴 라이언 앞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 다하던 유진킴이. 준우승의 사나이라는 말에 삐지다니.
뭔가 이미지가 잘 매치가 안 되긴 했지만.
강아진도 그렇고, 유진킴도 그렇고.
두 사람의 점점 달라져 가는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서로에게 마음이 열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때.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보세요… 네, 지금 다 같이 있어요. 잠시만요.”
전화를 받은 유진킴이 누군가와 잠시 이야기하더니, 이내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누구야 유진아?”
-오! 다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내가 유진킴에게 물었을 때, 핸드폰에서 내가 생각지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 블레이크?”
“와! 오랜만이에요.”
“저희 핫100 차트 들어갔어요!”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제발 한 사람씩 말하라고! 여전히 너희들은 시끄럽구나.
전화를 걸어온 인물의 정체는 바로, 우리 정규 1집의 프로듀싱을 맡아준 제임스 블레이크였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그리고 너희 잘나가는 것도 다 보고 있으니까 말 안 해줘도 괜찮다고. 어쨌든 다들 잘 있는 것 같군.
“저희는 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박한휘인가?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하여튼 내가 안부 물으려고 전화한 건 아니고… 어! 알았어, 간다고! 조금만 기다려봐!
제임스 블레이크는 누군가의 부름에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지금 매우 바빠서 말이야. 빠르게 본론만 말할게. 너희…가 아니라 유진킴. 최근에 크게 사고를 쳤더군.
“…사고라뇨.”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닐 테고,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군. 그래도 잘했어. 사고 친 덕분에 사람들한테 알려졌으니 좋은 일이지 대신 악명도 같이 쌓인 것 같지만.
“그래서 아까 말하셨던 본론이…”
-아, 맞아! 늙으니까 자꾸 말이 많아지는군. 사실 말이야 나한테 연락이 왔었어.
“연락이요? 누구한테요?”
-폴 라이언에게.
“예?”
-자신 있으면 나한테 직접 찾아오라고, 그렇게 전하라는군.
“예에에에?”
-나는 그럼 전하라는 말 전했으니 간다…
“자, 잠깐만요. 갑자기 찾아오라는 게 도대체 뭔 소리예요?”
-음, 조금 말을 추가 하자면. 웬만하면 폴 라이언을 만나러 가라고. 만약 안 가면 그 녀석 성격상… 알지? 그럼 진짜로 간다. 안녕.
뚝-
폭탄을 투하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어버린 제임스 블레이크 때문에, 갑자기 숙소에 침묵이 맴돌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황당한 마음에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 여기서 내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대충 알아듣기로는 폴 라이언이 저희보고 찾아오라고 했다는 거죠?”
뒤늦게 이해한 듯한 우정우가 나에게 말했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찾아가면 되죠! 설마 갔는데 뭐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요?”
“맞아요!”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요!”
“라이언은 호랑이가 아니고 사잔데?”
“그걸 누가 몰라서 그런 줄 알아? 이 무식아!”
“너 뭐라고 했어? 내가 무식하다고?”
우정우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다들 한 마디씩 보태고 있을 때.
유진킴이 갑자기 하나의 기사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폴 라이언 공연 중 팬과 난투극. 기타로 팬의 머리를 내려쳐 전치 12주의 부상을…]“자, 잠깐만. 뭐 살면서 다들 한 번쯤은 실수도 하니까…”
우정우가 당황하며 말하자 유진킴이 또 다른 기사를 찾아 우리에게 내밀었고.
살짝만 살펴봐도 폴 라이언의 기행에 관한 기사들이 한 무더기로 보였다.
“아, 안 볼 거야! 나는 안 볼 꺼야!”
우정우는 당황한 듯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잠깐만! 좋은 생각이 났어요!”
“뭔데?”
“린이형 혼자 찾아가는 거예요! 어때요?”
“오오…”
잠깐만, 다들 왜 말이 없지?
한휘형? 유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