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561
〈 561화 〉 유에랑 아이 만들기
텟샤도 무사히 아이를 낳고 몇 달 후.
“쿠우……. 후아아.”
“웅…….”
나는 루시아와 루카스와 함께 셋이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쿨쿨 기분 좋게 자는 루카스와 루시아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입을 헤 벌리고 자는 루시아와 그 가슴을 만지작대며 자는 루카스의 모습이 엄청나게 귀여워서 거의 30분은 멍하니 바라보는 중이다.
“누구 아내고 애인지, 정말 죽여주게 귀엽네…….”
“동감입니다.”
“힉?!”
훈훈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작게 감상을 입에 담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화들짝 놀랐다.
“쉿. 아이가 깹니다.”
놀라서 돌아보니 유에가 내 뒤쪽에 서서 입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다. 인기척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갈수록 은신 패시브가 감쪽같아진다.
“언제부터 와 있던 거야?”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딱히 숨을 생각은 없었는데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사과할 것까진 없어. 그럴 수도 있지.”
유에는 침대의 끄트머리에 앉고 루시아와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낭군님과 루시아를 쏙 닮아서 참 귀엽군요.”
그러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주인님이라고 불렀다가 정정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낭군님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지? 너무 귀여워서 걱정이라니까. 크면 여자들이 얼마나 달라붙을지.”
“그렇군요. 이상한 여자들이 달라붙지 않도록 제가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그래도 마음은 고마워.”
유에라면 임무라며 몹시 진지하게 미행하며 수상한 낌새를 보이면 제거해 버릴 것 같아서 무섭다. 사실 루카스의 재능이라면 굳이 걱정할 필요도 없긴 할까.
“여기서 계속 이야기하기도 뭣하니, 잠깐 산책 좀 할까?”
“저야 기쁩니다만, 쉬는 시간을 방해했다면 죄송합니다.”
“괜찮아. 사실 나도 그렇게 잠이 오진 않았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루시아와 루카스는 곤하게 잠들어서 한동안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같이 한 바퀴 돌아보자. 유에.”
“네.”
나는 유에와 함께 방을 나서, 사관학교를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평화롭군요.”
“그러게. 이렇게 평화로워도 괜찮나 싶을 정도야.”
지금의 사관학교는 몹시도 평화로웠다.
과거에는 소속된 세력별로 은근한 신경전이나 차별이 있었지만, 대륙이 완전히 평화로워지고 세력 간의 교류가 늘어 가는 지금, 괜히 서로 차별하고 싸워 본인의 앞길을 막는 바보들은 이제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한들 세력의 높은 분, 내 아내들이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눈 밖에 나서 딱히 출세하지는 못하리라.
그런고로 현재 사관학교에서는 자신이 속한 세력은 물론, 다른 세력의 학생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사관학교에 입학한 시점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인 건 확실하니 친해져서 나쁠 이유는 전혀 없다.
‘보통이었으면 이쯤에서 전쟁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기존 회 차에서는 이쯤에 내전이 발발하고 결국 전쟁까지 나아가 아무도 졸업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평화는 그야말로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텟샤의 아이, 플로렌스도 이제 걷기 시작했다고 하죠?”
“응. 성장이 엄청 빠르더라고. 깜짝 놀랐어.”
그런 아련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유에가 텟샤와 나의 아이, 플로렌스를 언급했다. 마음먹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화제라 나는 바로 덥석 물었다.
“머리카락은 텟샤를 닮았다고 했지요.”
“그래. 눈은 나랑 같은 색이지만. 엄청 귀여워. 얼마나 미인으로 성장할지 상상도 안 가.”
루카스는 남자아이니 여자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예쁜 여자아이가 나와주었다.
“벌써 손아귀 힘이 센 걸 보면 미인보다는
장군감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성격이 텟샤를 닮았다면 성격도 호쾌하
겠군요.”
엄청 우렁차게 울고 손아귀 힘도 센 게 여
자아이인데도 장군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로 튼튼한 아이였다. 무척 얌전하고 울어도
별로 안 시끄러운 루카스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어린아이인데도 성격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신기해. 루카스는 얌전하고 조용한
데 플로렌스는 여자애인데도 꺄꺄 꼬집고 깨물고 난리라니까.”
“벌써 말괄량이로군요. 텟샤가 고생이 많
겠습니다.”
“그래도 귀여워 죽겠다는 모양이야. 매일
마석 하나 분량의 사진을 찍더라고.”
그 탓에 매번 찾아갈 때마다 사진을 왕창
받게 된다. 귀엽긴 하지만 그냥 자는 모습을
50장씩 찍을 필요가 있나 싶다. 너무 잔뜩 찍
어서 빠르게 넘기면 마치 동영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럴 법도 하지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을 반씩 닮은 아이가 있다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을 겁니다.”
유에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
했다.
“저와 낭군님 사이의 아이는, 어떤 아이일
까요.”
그리고 넌지시 나에게 물어 왔다.
“분명 엄청 예쁘겠지. 혼혈아는 보통 굉장
히 귀여운 법이잖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현실에서도 동양인
과 서양인의 혼혈아는 귀여운 아이들이 참
많았다. 그냥 혼혈이어도 예쁜데 나도 유에
도 한 얼굴 하니 분명 엄청나게 귀여운 아이
가 나오지 않을까.
“……사실, 그게 걱정입니다.”
하지만 유에는 어딘가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왜? 너무 귀여울까 봐 그래?”
“동방에서 흔혈은 그리 환영받지 못합니다.”
농담으로 가볍게 받았지만, 아무래도 그리 가벼운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확실히, 동방은 핏줄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니 그럴 것 같긴 해. 순혈을 지킨답시
고 근친 따위를 이어 가니 오히려 약해 빠진 애들이 나오는 것도 모르고.”
“네. 그나마 같은 동방의 사람이라면 너그
러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제국과 교단의 사람 사이에서 나온 혼혈아는,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떠오르는 과거의 사건
이 있었다.
“한때는……. 몰살하기까지 했으니까요.”
“…….”
과거, 제국과 동방의 사이가 나쁘던 시기
에 귀족에 의해 실행된, 동방 외부의 사람 사이에서 나온 혼혈아에 대한 집단 살해.
입으로는 동방 민족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
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상 제국과 외교,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일종의 화풀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그때 진 가문은 최선을 다해 막았잖아?
잡히기 전에 밖으로 보내 준 사람들도 많았고.”
“죽은 사람의 수에 비하면 반도 되지 못합
니다.”
유에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지 인상을 쓰
고 대답했다.
지난 회 차에서도 그런 묘사가 있긴 했던
가. 유에가 이따금 자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였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저는, 두렵습니다.”
“이미 그들은 죄의 값을 치렀어. 한 명도
살아 있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적폐들은, 악인들은
전부 하나도 남김없이 청산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직접 전부 베어냈지. 그때 너의 활약, 잘 기억하고 있어.”
“……그랬습니다.”
유에가 직접, 귀족의 저택에서 베어 냈었다.
“그걸로 충분한 걸까요?”
“충분하고도 남아. 지금 동방에 같은 짓
을 하려는 자는 한 명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 행위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어.”
나는 단언했다.
“당장 현 맹주인 샤오와 야크샤의 아이가 혼혈이니까. 둘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
없는 행위를 할 만큼 용기 있는 자는 없겠지.”
사실 야크샤가 임신한 아이 중에는 샤오
의 아이가 아닌 아이도 있긴 하지만. 그건
굳이 밝히진 않았다. 밝혀서 좋을 일도 없
고.
“그렇군요.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 아이가 그런 취급을 당하게 둘 생각은 없어. 그러는 놈이 있으면 두드려 패라고 할 거야. 너와 나의 아이뿐만 아니라 루카스랑 플로렌스에게도.”
설령 편견으로 괜히 시비를 거는 애가 있다고 해도 그런 걸로 기죽게 둘 생각은 없다. 힘이 모자라면 다른 형제자매도 데려가서 두드려 패라고 할 거다.
“후훗…….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유에가 웃었다. 약간 우울했던 표정은 이제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런 고민이 있었으면 진작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유에가 루카스를 굉장히 예뻐하면서도 아이를 만들자고 제안해 오지 못하던 이유가 이거였을까. 혼자 오래 끙끙대게 한 것 같아.
“그래서, 아이를 만들고 싶어?”
“네? 아, 음…….”
직설적으로 묻자 유에가 당황했다. 그리고 잠시 우물거렸다.
“저는 언제든지 좋습니다. 저와 아이를 만들어도 좋겠다 싶을 때, 언제든 불러 주시면 기뻐하며 응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점잖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어디까지나 나에게 맞추겠다는 태도가 유에다면 유에답지만 살짝 답답하기도 하다.
“언제든지 좋다고?”
“그러면 지금 당장 만들자.”
“……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겠다, 이참에 바로 만들어 버리기로 했다.
나는 갑작스럽게 아이를 만들자는 선언에 당황하는 유에의 손목을 잡고 함께 시계탑으로 향했다.
“…….”
유에는 당황하긴 했지만 딱히 저항하거나 싫다는 말은 안 하고 얌전히 따라왔다. 약간 쭈뼛쭈뼛하는 모습이 귀엽다.
“언제 봐도 참 검소하게 지내는구나. 조금 정도는 사치를 더 부려도 좋을 텐데.”
유에가 지내는 시계탑 안쪽은 언제 봐도 무척 검소했다. 옷가지 몇 벌과 약간의 책이 전부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그런 방이다.
“딱히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이 없기에……. 그, 그래도 침대는 고급으로 맞췄습니다.”
“정말이네. 엄청 푹신푹신하다.”
전체적으로 삭막한 공간 속에서 침대만큼은 무척 푹신했다. 프리다의 집 침대만큼이나 고급이다. 크기도 무척 크다.
“섹스하실 때 딱딱해서 불편하시면 죄송하니…….”
“변명할 필요 없어. 다른 것도 더 많이 사도록 해.”
유에는 너무 바라는 게 없어서 반대로 걱정이다. 예전에는 조금 질투하거나 하는 면이 확실했는데, 제대로 결혼까지 하고 난 뒤에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만족스러운지 오히려 예전보다 소심해진 느낌마저 든다.
“괜찮으시면,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유에가 정중하게 물어 왔다.
“계획? 어떤 계획 말이야?”
“저야 낭군님의 아이를 가지고 싶습니다만, 만들기 전에 제대로 정리해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기에…….”
가족계획의 이야기였다. 이참에 제대로 정리해 두는 게 좋긴 할까.
“함께 결혼식을 했던 아내하고는 전부 만들어야지. 루시아랑 텟샤하고는 만들었고, 이제 누구랑 만들지 고민하긴 했어.”
“그렇군요. ….…제안해 주신 건 기쁘지만, 제가 다른 부인보다 먼저 만들어도 괜찮을까요? 모리건이랑 울프힐데, 아비도 있고……. 특히 그 셋은 지금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유에의 말대로 현재 모리건과 울프힐데, 아비는 남부 대륙의 숲에서 싸우는 중이다. 기존의 이벤트 시기에 맞춰 프랜시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남부 대륙에서 아인종인 모리건과 울프힐데가 교단과 연계해 활약하면 인식이 크게 좋아지리라는 기대도 있고, 당장 친하게 지냈던 아비가 지내는 교단에 관련된 일인 만큼 둘은 자진해서 돕겠다며 나섰다.
그리하여 지금 사관학교에 남은 부인은 루시아와 유에밖에 없었다. 사실 나도 따라가서 함께 토벌할까 했지만 셋이 굳이 내가 나설 일은 아니라며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써 달라 해서 이렇게 느긋하게 있는 중이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긴 해서 자주 연락이야 하고 있지만. 큰 탈 없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셋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동안 뒤쪽에서 아이를 만들고 있어도 괜찮을지……,”
“오히려 그동안 안 하고 뭐 했냐고 할지도 모르지.”
그걸 신경을 쓸 것 같은 성격은 아니다. 애초에 둘이 떠난 것 자체도 유에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
“그럴까요?”
“모리건이랑 울프힐데가 먼저 임신한 걸로 질투하거나 화낼 애들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유에. 너는 좀 더 당당하게 행복해도 괜찮아.”
약간 답답해져 나는 유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이 감히 그래도 될지 불안해하거나 고민하지 마. 너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신경을 쓰게 해 드렸네요.”
“예전에는 질투도 좀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너무 소심해진 거 같단 말이야.”
“그, 그게. 막상 결혼까지 하고 나니 이 이상 뭘 바라야 할지 잘 모르게 되어 버렸다고나 할까…….”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목표를 이룬 뒤라 오히려 욕심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기본적으로 무욕하게 살아왔던 유에이니 그런 삶의 방식을 쉽게 버릴 순 없던 모양이다.
“그러면 ……. 낭군님.”
유에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키스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소심하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얼마든지.”
나는 유에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시계탑의 길고 높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볕을 함께 맞으며 조용히, 하지만 깊고 긴 키스를 나누었다.
“……후우. 이제 어떻게 할까?”
길고 긴 키스를 끝낸 뒤, 나는 입을 떼고 물었다.
“……..”
유에는 상기된 얼굴로 잠시 숨을 돌렸다. 방금까지 키스했던 촉촉한 입술이,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몹시 예쁘다.
“아이를.……. 저와 낭군님의 아이를, 만들어요.”
유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밝혔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 주니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