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act, it's a different world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이정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우와….”
“이이정 노래 부르는 거 처음 아니야?”
“이정아…. 뮤지컬은 안 된다…. 그건 내 지갑이 못 버텨!!”
대상 수상 후 빠듯하게 잡힌 일정이라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안녕하세요.”
노래를 마친 그가 무대 중앙에서 팬들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배우 이이정입니다.”
1만 명. 그 수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이정은 제 눈으로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팬의 수에 잠시 그들을 눈에 담았다.
“네! 오늘의 주인공, 이이정 씨입니다!”
팬미팅은 순조로웠다. 배우 팬미팅 치고는 굉장히 규모가 커 진행을 맡은 MC도 살짝 긴장할 정도였지만, 이번 팬미팅이 소중한 건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이정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우시는 동안 우리 팬분들은 앞에 보이는 메모지에 각자 좌석 자리와 이정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자유롭게 적어주시면 됩니다! 질문 후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려요.”
이정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무대에서는 즉석 해서 질문을 받았다. 꽤 큰 크기의 폼보드가 금세 메모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이정과 미리 준비되어있던 민혁이 무대 뒤에 서자 스태프가 MC를 향해 준비되었다는 사인을 보냈다.
“질문은 여기까지 받고, 슬슬 봐도 또 보고 싶은 오늘의 주인공을 다시 불러볼까요?”
“네!!!”
팬들의 함성 같은 대답에 내려갔던 커튼이 서서히 올라가며 가장 먼저 두 사람의 발과 옷 끝자락이 보였다.
“꺄아아!”
그 약간만으로 두 사람이 입은 옷이 의 안무 영상과 같은 옷임을 알아본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커튼이 반쯤 올라오자 그들의 짐작대로 모두에게 익숙한 의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미친 이걸 실물로 보는 날이 오다니….”
“이거 하나만 보고 가도 오늘 팬미팅 다 했다 진짜.”
영상을 보며 감탄만 했던 안무였다. 민혁의 활동 기간 동안 한 번쯤은 스페셜 무대로 함께해주길 바랐으나 끝내 무산되어아쉬운 것도 있었다.
“헐. 댄서들까지 전부 팀인 거 같은데?”
“맞네. 그 댄서들이네.”
“미친. 팬미팅이 아니라 미니 콘서트 스케일인데?”
그런데 이렇게 팬미팅 자리에서, 그것도 원곡자인 민혁과 함께할 줄은 몰랐던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환호하는 것밖에 없었다.
― 훠이훠이 날려 보낸다.
이어 노래가 끝나자 1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던 홀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기다리던 질문 시간입니다! 이정 씨가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으실 동안 저희가 이렇게 많은 질문들을 받아봤는데요. 어디 한 번 볼까요?”
무대 의상 그대로 1부 Q&A 시간이 진행되고 MC가 포스트잇 보드를 훑었다. 간간이 섞여 있는매너 없는 질문이나 너무 사적인 질문들은 적당히 걸러내는 게 바로 그가 할 일이었다.
이정 역시 눈으로 폼보드의 질문을 훑었다. 팬이라면 궁금할 법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이정의 취향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짓궂은 질문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개중에는 이정처럼 팬미팅 시작 직전 의료사고에 대한 기사를 봤는지 이정의 기분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관심만 가지면 쉽게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티 내긴 했지.’
숨기긴커녕 그들과의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티를 내고 다녔으니 당연할지도 몰랐다.
“팬미팅 자리이니 가볍게 팬미팅 관련 질문으로 시작해 볼까요”
이정이 그 질문을 스쳐 지나가며 MC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C14 님. 코너로 기획했는데 무산된 코너가 있나요?”
“네. 있죠. 한 스무 가지는 될 거예요.”
일정을 급하게 잡았다는 말이 기획을 대충했다는 말과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
공약에 기부를 목적으로 한 첫 번째 팬미팅인 만큼 RW의 직원들이 전부 매달려서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아까운 기획 하나만 꼽아보자면 뭐가 있을까요?”
“음…. 경매기획이요.”
“애장품 경매 많이들 하시죠!”
“그런데 문제가 제가 정말 경매에 올릴만한 게 없더라고요.”
스타의 애장품을 팔아 기부금을 마련하는 뻔한 이벤트지만, 뻔한 만큼 인기 있는 구성이라 이정도 찬성했는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거의 새거거나 애장품이라고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것들뿐이라서 아쉽게도 취소되었습니다.”
원룸에서 오피스텔로 이사하게 되면서 전보다 짐이 훨씬 늘긴 했지만, 그래도 물건 욕심이 많지 않은 건 여전했다.
그렇다 보니 애장품으로 낼 물건이 마땅치 않아 결국 취소된 기획이었다.
“다음 질문은 루티온 박민혁 님이랑 배우 류지원 님이랑세 분께서 중학생 때부터 절친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라고 물어보셨는데요. 첫인상. 참 중요하죠. 기억나시나요?”
MC의 질문에 이정이 잠시 고민했다. 그에게는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라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전 기억나요. 되게 작았어요.”
다행히 이정이 기억을 더듬는 사이 민혁이 먼저 대답했다.
“작았다고요?”
“네. 이―정이 사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저보다 키가 작았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더해서 처음 전학 온 날 보자마자 와, 되게 작다. 라고 생각했어요.”
팬미팅이 익숙한 민혁은 말주변과는 별개로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이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공백을 메꿔주었다.
“저는…. 시끄러웠어요. 당시에 쟤가 반장이라 쟤 옆에 앉았었는데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떠들더라고요. 첫인상은 아니지만 말이 너무 많아서 제가 막 제발 좀 조용히 하라고 화낸 적도 있어요.”
“여러분, 이거 순화된 거예요. 정확히는 저한테 막 닥치라고 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얼마나 상처였는데 흑흑.”
팬들은 단순히 사회에서 만난 동료가 아닌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친구와의 사적인 대화에 즐거워했다.
“아, 이쯤 되면 배우 류지원 씨의 의견도 궁금해지는데요.”
“한번 물어나 볼까요?”
팬들이 호응에 이정이 냉큼 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 나 촬영. 끊는다.
그러나 이정이 질문하기도 전에 제 할 말만 한 지원이 전화를 끊었다. 일방적으로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들고 있는 이정의 모습에 팬들이 깔깔거렸다.
“그래요…. 재미있으면 됐죠. 뭐.”
“진짜 친구 아니면 이렇게 전화 막 못 끊는데. 인정합니다. 세 분 진짜 절친하신 걸로!”
그 외에도 평소 예능 출연을 거의 하지 않고 목격담도 없는 이정의 첫 팬미팅이기 때문인지, 유독 이정의 평소 삶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많았다.
“F22 님, 촬영 없을 때는 뭐 하고 지내시나요?”
“보통…. 저 혼자 집에서 놀거나, 스케줄 없는 사람 있으면 같이 집에서 놀아요.”
“그야말로 집돌이 그 자체이시네요.”
“박민혁이 중3 때 데뷔한 이후로는 바깥에서 노는 게 쉽지 않아서 보통 안에서만 놀다 보니까 그게 습관이 된 거 같아요. 스케줄만 아니면 한 달에한 번도 안 나갈 때도 있어요.”
이정의 말에 팬들 사이에서 한탄이 흘러나왔다. 남들 다 있다는 목격담이 안 나올 수밖에 없는 외출 빈도였다.
“배우 안 했으면 뭐 하고 살았을 거 같나요?”
“박민혁 매니저나 한의사 둘 중 하나 하고 살았을 거 같아요.”
“왜 제 매니저가 거기 후보로 들어가 있죠? 제가 거부하고 싶은데요.”
이정의 말에 곁에 있던 민혁이 질색했지만, 아직 배우로 데뷔한 햇수보다 민혁의 매니저로서 살아온 햇수가 더 많은 이정은 코웃음 쳤다.
“민혁 씨 생각은 어떠세요? 이정 씨가 만약 배우 안 했으면 어떻게 살았을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했을 거 같기도 해요. 여러분 이―정 진짜 무서워요. 고등학교 때 너무 바빠서 학교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겠다고 한 거 저 공부시켜서 대학 보낸 놈이거든요. 얘가. 아마 류지원도 수능만 안 밀려 썼어도 정시로 붙었을걸요.”
중간 즈음 민혁이 다음 스케줄로 인해 떠났지만 이정의 팬들은 아쉬워하지 않고 쿨하게 민혁을 보냈다. 그런 이정의 팬을 보며 민혁은 역시나 제 팬들이 보고 싶다며 징징거렸다.
“관찰예능 같은 건 나올 생각 없으신지?”
“아마 제 일상이 재미가 없어서 섭외가 안 들어오는 거 아닐까요? 집, 촬영장, 차 안이 전부거든요. 아마 보시면서도 왜 저렇게 재미없게 살지 싶으실 거예요. 의도한 건 아닌데 친구인 박민혁이랑 류지원도 연예인이라 그렇게 자주 보지도 못하고요.”
이정은 질문 하나하나에 최대한 길게 대답했다. 결국 두 시간으로예정되어 있던 팬미팅은 세 시간 반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와, 시간이 벌써 여섯 시가 다 되어 가네요…. 아쉽지만 저희 이만 헤어져야 할 거 같은데요?”
“우우우~”
그럼에도 아쉬워하는 팬들이 이유했지만, 이정은 그의 팬들이 민혁을 보낼 때 만큼이나 깔끔하게 인사했다.
“또 보면 되죠.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는 오프 행사도 많이 할게요.”
당연히 이정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팬들은 그런 이정의 구두 약속이라도 좋은 듯 아쉬운 배웅을 했다.
“또 봐요!”
[역대급 이이정 팬미팅 후기 (영상x 사진o) 매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