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와! 벌써 천장화가 완성된 거예요?”
요이델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한껏 치들었다.
제2 예배당의 높은 층고에도 불구하고 둥근 돔 모양의 천장과 아치형의 창문, 창틀에 그림이 가득했다.
그림은 금방이라도 땅으로 쏟아져 내릴 듯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천장의 돔은 가운데가 커다랗게 원형으로 뚫린 독특한 형태였다. 원형 안으로 햇빛이 가득 쏟아져서 그야말로 태양 그 자체로 보였다.
천장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완성된 제2 예배당을 보니 꼭 사람이 일궈 낸 완성품 같지가 않았다.
“미켈레 씨는 그림의 신인가 봐요…….”
“하하, 신관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어쩔 줄 모르겠군요. 과찬이십니다.”
미켈레 씨와는 오랜만의 재회였다.
그는 못 본 사이에 얼굴빛이 훨씬 좋아진 듯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의미는 뭔가요?”
“창공이라는 뜻에 걸맞게, 주신 시엘로의 하늘이라는 의미에서 영광을 맞는 도시의 아침을 그렸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으나 빙긋 웃었다.
신이 나서 설명해 주는 미켈레를 보니 모르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약간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고.
‘미켈레 씨에게 아슈레오 씨에 대해서 말하지 못했어.’
이전에 둘이 묻었던 아티팩트나, 편지를 찾기 위해 제2 예배당의 천장화를 맡았던 걸 보면 분명 소중한 친구일 텐데.
하지만 아슈레오는 미켈레의 안부를 묻지 않았고, 밖에 나올 생각도 없다고 했다.
헛된 희망보다는 비밀에 부쳐 두는 게 좋겠지.
요이델이 천장화를 더 잘 보기 위해 살짝 몸을 뒤로 기댄 순간.
투두둑.
요이델의 가방에서 책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앗, 아까 책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봐요.”
“이건…….”
“아, 제 자료예요.”
맞다. 저건 미켈레 씨가 표지를 그린 아슈레오 씨의 자료였다.
‘원래 반쪽이 찢어져 있었는데 얼마 전에 아슈레오 씨가 반을 주셔서 다시 복원해 놨잖아!’
요이델은 사색이 되어 미켈레를 쳐다봤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던 그의 손에서 잽싸게 빼앗아 가방에 집어넣었다.
“나머지 반쪽을 찾으셨군요, 신관님.”
“차, 창고에 있더라고요.”
미켈레는 그 말에 조금 당혹스럽게 미소 짓던 얼굴을 굳혔다.
“아슈레오는 이곳에 아무런 자료도 남겨 놓지 않았습니다. 그 반쪽짜리 자료는 제가 쓰레기 수거 창고에서 겨우 찾아낸 것들이었습니다.”
“아슈레오 씨가요?”
“……그리고 저는 아슈레오의 이름을 알려 드린 적이 없지만, 신관님께서는 그 친구를 아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차. 요이델은 순간 빠르게 고민했다.
이미 오르비스 상단은 성국과 단단한 연을 맺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감정으로 인해 쉽게 틀어질 순 없을 거였다.
하지만 미켈레의 표정이 왠지 절박해 보였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단순한 일은 아닌 듯했다.
원작에 따르면 미켈레는 어릴 때 한 번 실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차후에 예전의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 성국에 자신의 상단 지분을 크게 잘라서 내준다.
‘혹시 그 실수가 이거일까? 아슈레오 씨는 급하게 신전을 나갔고, 미켈레 씨도 파면당했었어. 단순한 일은 아니었을 거야.’
원작의 때가 오길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브리칼트가 자신을 놓고 당당하게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 오르비스 상단은 브리칼트와도 거래해 왔다.
이번 일로 미켈레를 완전히 이쪽으로 끌어들여서 브리칼트 측으로 들어가는 품목들을 통제하면 제국은 더 곤란해지겠지.
전 대륙적으로 다른 상단들도 브리칼트에서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니까. 브리칼트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브리칼트가 요이델 자신을 빌미로 압박한다면, 이쪽도 하는 수밖에.
‘만약 미켈레 씨의 실수가 둘의 과거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것만 해결하면 아슈레오 씨가 세상에 나올지도 몰라.’
요이델은 아슈레오가 차기 원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학문적 지식을 요하는 동관의 장 자리에.
아슈레오는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하고 신수의 알을 모은 공로가 있고, 신성력도 충분하며, 학문에 매달리는 외골수다.
지난날의 상처가 있으니 주위의 현혹에 쉽게 동요되지도 않을 터.
‘도망갔다는 둥 옛 추문만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요이델은 미켈레를 떠보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의 이름이라고 하면, 속아 주실 건가요?”
“어렵겠습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미켈레의 반응은 확실했다.
실수라고 해도 분명히 뭔가 도움이 됐다는 건데.
그는 상단주다. 가치와 자신의 이득을 명확히 판단한다는 뜻. 결코 허투루 움직일 리는 없었다.
뭐였을까, 그게.
“아슈레오 씨는…… 미켈레 씨의 안부를 궁금해했어요.”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그는 반응할 것이다. 과연 어떨까? 미켈레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반성을 했는지도 물었어요.”
고개를 든 미켈레의 눈빛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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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열람 말이군요.”
“네, 가능할까요?”
요이델은 재판관 산드로를 찾아갔다. 그는 학문 탐구와 사관을 맡는 동관 소속이었다.
“현재 동관의 장이 선출되지 않은 관계로, 제 권한은 아니지요.”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몸으로서도 열의가 넘치는 신관께 옛 문헌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나, 중대한 기록의 열람은 동관의 장이 결정하는지라…….”
그는 처음 감옥에서 봤던 것처럼 지엄한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 민간인만 아니었어도, 그러고 보니 왜 고위신관님이 옛이야기를 여쭙는지 알겠습니다.”
“네?”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동관은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다른 건물보다는 지어진 지 오래되어 세월이 느껴지는 곳. 동관의 상징은 푸른 신수와 꽃이고, 건물 내부는 봄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내부의 분위기가 지나칠 만큼 묵직했다.
산드로의 표정은 더욱 그랬다.
“그 소문 때문이군요.”
“……네, 맞아요.”
모르지만 그런 척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얻을 것 같아서.
“역시. 아무리 수련신관이라지만 파면은 이례적인 일이었죠. 그 어린 신관들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기엔 수상한 면이 많았으나, 당시에 사건 담당을 동관의 장이었던 민간인이 맡는 바람에…… 상당히 맹숭맹숭하게 끝났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산드로는 엄숙하지만 화수분처럼 말을 쏟아 냈다.
‘민간인’이라면 파면된 지오르베니를 말하는 듯했다. 과거 아슈레오, 미켈레 씨의 일마저 지오르베니와 관련이 있다는 건가?
“당시에는 전 대륙적으로 어수선한 시기였으니 성하께서도 자리를 비우시는 일이 많았고, 민간인을 향한 의혹도 곧 잠재워졌습니다.”
요이델은 몰랐지만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그때 처형을― 아니면 최소한 재판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산드로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무튼 원로 예하가 새로 선출되시면 요청해 보겠습니다. 후일을 기약하지요.”
“산드로 재판관님께서는 입후보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어우, 없습니다.”
그는 질색했다.
“권력에 물들어서 좋은 꼴이 나는 걸 못 봤습니다. 저는 그 민간인처럼 물들 게 뻔하니까 참는 겁니다.”
그럼 어디서 힌트를 찾지?
방금 전 미켈레 씨는 자신의 물음에 더 이상 제대로 된 답을 해 주지 않았다.
요이델이 옛 사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게 문제였다.
‘감이 너무 좋아.’
하지만 그 감도 흔들 만한 게 과거의 일이었다. 일단 산드로의 말과 주워들은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가장 그럴듯한 건 하나였다.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거야.’
성국 팔라디움의 신관이라는 것.
즉 대신전의 신관이 된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었고, 수련신관이 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나는 아마도 게르암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들어온 것 같지만.’
어디에나 명암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즉 부정을 저지른 게 게르암이나 지오르베니밖에 없진 않을 거란 추론이었다.
대신전의 수입원은 다양하다.
주신 시엘로의 영광을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찾는 사람들, 대륙 각지에 퍼져 있는 수백 개의 신전들.
높은 수준의 예술과 문화, 광물과 사치품 그리고 성수.
성수는 특별한 보석의 힘을 받아 암벽에서 솟아나는 귀한 물이었다.
성국 내부의 오랜 기를 품고 몇 방울씩 솟아나는 물이라, 이슬보다 맑고 일반 포션 따위는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대한 자연의 마나를 담고 있다.
성국 외곽의 숲속에서 특별한 워프 마법으로 결계를 뚫고 들어가, 다시 마법을 써서 더 안쪽으로 이동해야 그 샘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원작에서 등장하는 ‘성수의 보석 도난 사건’.
‘지금이 몇 월이지?’
벌써 1월의 끝자락임을 확인한 요이델은 성궁의 집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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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생명의…….
율리시스는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아티팩트를 켰다.
근래 들어 잠잠하다 했더니 다시 변방에서 이런 소식이 터질 줄이야.
“습격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빠져나간 이는?”
―그것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르를타 신관, 감지가 아닌 사실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에 신관은 몸을 떨었다.
―빠, 빠져나간 이는 없습니다. 공식적인 감지 기록으로는 그렇습니다.
“신전 내부는 조사하였습니까.”
―예, 하지만 서로 보았다는 이가 없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누가 “제가 숨겼습니다.” 하고 자진해서 나오겠는가.
율리시스는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눌렀다. 마침 한 해가 흘렀으니 그렇지 않아도 성국을 한 번 정찰할 때는 됐다.
그가 직접 가서 상황을 파악하는 게 나을 듯했다.
“일단―”
똑똑.
그 순간 들리는 노크 소리에 통신을 끊었다. 누가 함부로 문을 두드린단 말인가.
생각해 보니 문지기에게 이전에 말해 놓았던 예외가 한 명 있기는 했다.
“성하, 요이델 신관님께서 알현을 청하셨습니다.”
그토록 알현을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걸음 했는지.
그가 아는 요이델이라면 굳이 사적인 일로 그를 보러 올 리는 없었다. 그 여자는 자신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그녀에게 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율리시스는 쓰린 속을 숨기며 한숨 쉬었다.
무슨 공적인 일이 생겼나 보군.
“들어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