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208)
“이거······ 진짜 괜찮을까?”
“채연 씨가 아직 탑스타도 아니고, 우리 영화에 큰 타격은 없을 거 같긴 한데······.”
“그치?”
“그래도 타격은 있긴 있겠지······.”
“아니,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돼서 더 잘 될 수도 있지 않냐?”
“글쎄······.”
젊은 여배우의 스캔들이 좋게 작용한 경우가 있었나, 유열은 지난 기억을 되짚어 보았지만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민채연은 개봉 전과 후, 대중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 배우.
예고편과 시사회에서는 미모만 주목받다가.
이제는 신들린 연기력에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과거 모델 컷까지 주목받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이었던 민채연.
‘그런데 스캔들이라······ 하아.’
심지어 기사에 스캔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사업가가 >생존보험>에도 투자했다며, 민채연을 배우로 꽂았을 가능성도 은근히 제기하는 뉘앙스.
‘괜히 불붙어서 논란 터지면 골치 아픈데.’
하지만 신유원과 민채연이 어떤 사람들인가.
이 영화계에서 빛 한 점 보지 못하고 사라져가던 자신들을 구원해준 은인들 아닌가.
유열은 얼른 잡생각을 지웠다.
“형, 우리 축하 연락이라도 드립시다.”
“어······ 그래, 그게 맞지.”
저번에 만났을 땐 너무 충격적인 뉴스라서 축하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갔던 기억.
배성수는 얼른 폰을 들면서 물었다.
“그런데 야. 채연 씨랑 신 대표님이랑 진짜 잘 어울리지 않냐?”
“미쳤지. 만인의 연인 더하기 만인의 연인. 그 정도면 그냥 매일이 A컷, 인생이 레드카펫이지······.”
기사에 찍힌 파파라치 컷에서도 그야말로 빛이 나는 민채연. 일상적인 데이트 룩이라서 오히려 더 매력적인 자태였다.
반면 신유원의 얼굴은 완전히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유열과 배성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모델이나 배우를 옆에 세워놓아도.
신유원에게 눈길이 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이미 댓글에도 남자 핏이 딱 모델 아니냐, 사업가가 아니라 누구누구 배우 아니냐, 뇌피셜을 끄적이는 사람이 넘쳐났다.
심지어 둘 다 사람이 얼마나 선한가.
둘이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역시 끼리끼리 만나는구나, 고개를 끄덕였었다.
“쩝······ 영화는 둘째치고 부럽다, 부러워.”
“그러니까······.”
괜히 현타가 온 둘.
“넌 연애 안 하냐? 이제 여자도 만나고 그래.”
“그러는 형은?”
“나는 뭐······.”
“됐어. 난 먼저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싸는 유열.
“간다고? 어디?”
배성수는 깜짝 놀라며 물었고.
유열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답했다.
“다음 작품 써야죠.”
“벌써?”
“벌써라뇨. 이미 다 뛰어가고 있는데 저만 걸어가라고요?”
“뛰어가? 누가?”
“신 대표님 다음 영화는 방호준 감독이랑 한대요. 고유택 감독도 다음 각본 틈틈이 준비하고 있다 그랬고. 저도 준비해야죠. 그 사람들한테 안 뒤처지려면.”
단단히 각오를 다진 듯한 유열.
배성수는 그런 동생이 흐뭇할 따름이었다.
“그래, 멋지다. 계속 달려보자.”
일어나서 등을 팡팡 두드려 주려는데.
지이잉──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군가 했더니 신유원.
“유열아.”
“어?”
“대표님이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데?”
“그래? 그럼 걱정하지 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유열은 작게 뇌까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
한편, 같은 시각.
신유원은 >셀러비티> 사무실을 찾았고.
구태현은 비릿하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아, 대표님. 너무 늦으신 거 아닙니까? 기사 다 올라갔는데?”
동그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둘.
신유원은 여상한 얼굴로 답했다.
“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소감이 궁금하네요?”
“민채연 씨가 예쁘게 잘 나왔더군요. 사진에 소질 있으시던데.”
“하하, 그게 답니까?”
구태현은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더니.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무튼 아직 1차고. 아시겠지만 2차가 남았습니다. 오디션 특혜에 미국 자산가와 셋이서 요트 여행······.”
듣고 있던 신유원은 피식 웃음이 났다.
오디션 특혜에 미국 자산가와 셋이서 요트 여행이라니. 진짜 기레기 아니랄까 봐 워딩이 아주 자극적이시네.
“그렇게 해서 3억 정도 어떻습니까? 이미 한 번 터트렸으니까 2억은 깠다 치고.”
구태현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딱 콜할 타이밍이라고.
처음에는 5억을 주겠다고 하더니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신유원.
구태현은 바로 그 속셈을 눈치챘다.
어떻게든 영화 개봉일 뒤로 미루려는구나.
5억을 빌미로 오히려 지연작전을 쓰는구나.
그래서 아주 고전적인 방법을 취한 것이었다.
일부는 까발리고, 나머지는 감추고.
감춘 것에 한해서 돈을 받는다.
오늘은 바로 그 수금일.
“피차 바쁜 사람들인데 빨리 진행합시다. 3억, 어떻습니까?”
답을 재촉하는 구태현.
그런데 신유원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일단 저희 커플, 예쁘게 찍어서 아름다운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하고요.”
“······예?”
“이건 그 답례입니다.”
신유원이 내민 건 서류봉투.
구태현은 얼른 받아서 안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경악하고 말았다.
“아니, 씨바······.”
거기에 들어있는 건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 영업방해 등등 온갖 혐의가 적혀있는 고소장 사본이었으니까.
“고소······?”
구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우리 회사랑 법적으로 싸워보겠다는 겁니까? 자신 있습니까?”
언론사 법무팀에.
만약 사태가 커진다면 모회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대형 로펌의 손을 빌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신유원은 여유롭게 웃기만 하는 걸까.
“자신? 있죠. 김규태 변호사라고 아십니까?”
“김규태? 그게 누군데요.”
그래봤자 개인 변호사겠지.
구태현은 비웃었다.
그런데.
“아, 그럼 >HN그룹>은 아시겠네. 거기 법무팀이랑은 붙어보셨습니까?”
“······>HN그룹>?”
갑자기 여기서 >HN그룹>?
사업가가 아니라 재벌가 자제였나?
구태현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급히 정리했고.
신유원은 씩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팩트 위주로, 깊게, 알차게 취재를 하셨어야지. 허구헌 날 남 꽁무니만 쫓아다니니까 기사에 알맹이가 없죠.”
“······뭐요?”
구태현은 이놈이 뭘 믿고 이러나, 진짜 후속 기사까지 전부 올려버릴까, 생각하는데.
신유원은 시계를 일별하더니 짧게 말했다.
“이제 시간 됐네요.”
“······?”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그 후속 기사. 올라올 시간 됐다구요. 포탈 확인해보세요.”
······쓰지도 않은 후속 기사가 올라왔다고?
구태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들었다.
그리고 포탈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연예 섹션 전체가 단 두 사람, 신유원과 민채연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니······.”
이건 완전 단독 기사였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구태현은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고, 바로 알아차렸다. 자신의 기사와 완전히 다른 논조의 기사 투성이라는 걸.
[ ‘영앤리치’ 민채연 썸남의 정체··· 최근 1000억 원 기부한 사회적 기업가 ‘신유원’ ] [ (특종) ‘재벌집 막내딸’ 민채연, HN그룹 3세로 밝혀져··· 스캔들 상대는 HN재단 이사장 ] [ 기부만 1000억? 이 커플, 보통이 아니다! ]구태현은 그대로 이마를 짚었다.
HN그룹의 자제는 신유원이 아니라 민채연이었고······ 신유원은 HN재단 이사장에 사회적 기업가에 1000억 기부?
‘이건 끝났는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연예인이 1억만 기부해도 대서특필하는 세상인데 1000억? 새우 싸움에 고래 나타난 격이었다.
‘쓰바······.’
심지어 온갖 언론사에서 다 기사를 띄워서.
단독이 단독이 아니고, 노출에서도 완전히 밀리는 상황.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1000억 기부할 사람이면 3억은 그냥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오랜 파파라치 짬밥으로 다져진 바이브.
구태현은 바로 묘안을 떠올렸다.
‘오디션 특혜는 어쩔건데.’
어차피 상대는 둘. 하나가 무적이면, 다른 하나를 공략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 있는 다른 기사들.
[ 방호준, >생존보험> 오디션 비하인드 밝혀··· “특혜는 없었고, 백지는 있었다” ] [ 이소연 “나도 오디션 탈락자··· 특혜가 있었다면 민채연 재능이 특혜” ]오디션 심사위원이 세계적인 거장 방호준.
경쟁자가 요즘 한창 상한가인 이소연.
‘근데 둘 다 지지한다고?’
심지어 기사에는 신유원이 백지로 낸 채점지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여기도 난공불락.
어떻게 찔러볼 구석이 있나 머리를 굴려봐도 바늘 구멍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오디션 특혜를 슬쩍 언급했던 자신의 기사가 정말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구태현은 고개를 떨궜다.
>생존보험>을 빌미로 한 협박이었는데.
오히려 >생존보험>과 저 커플을 장안의 화제로 만들어버린 셈······.
패배, 압도적인 패배였다.
“벌써 다 읽었습니까? 역시 기자셔서 그런가. 빠르시네요.”
신유원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 같은 쓰레기한테는 한 푼도 못 줍니다.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기부를 더하죠.”
“예······.”
“그리고, 기사 내리세요.”
기사를 내려달라?
어쩌면 마지막 협상 카드.
구태현은 최대한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예······ 그럼 기사 내려드리면, 혹시 아량을 베푸셔서 고소를 좀 취하해주실 수 있는지······.”
신유원은 피식 웃으며 자리를 박찼다.
이제.
사도들의 함성을 들으러 갈 시간이었다.
여기에도 신유원이 있었다
며칠 전, 구태현과 통화를 처음 나눈 뒤.
이 문제에 대해 제일 먼저 상의한 사람은 당연히 민채연이었다.
파파라치가 붙었다, 스캔들 기사가 나면 영화 흥행이나 네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 같다. 어떻게 하고 싶니.
그런데.
서로 좋아하면 닮는다는 말이 사실일까.
아니면 ‘수아’를 연기하다가 채연이가 정말 ‘수아’가 되어버린 걸까.
돌아온 답은 가관이었다.
[ 5억······ 이라구요? 미친 새낀가. 절대 안 돼, 한 푼도 못 줘요. 우리 사이 앞으로 계속 숨길 것도 아니고. 그치 않아? ]어쩜 내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구구절절 읊는지.
그렇게 채연이 소속사 대표, 김규태와 HN그룹 법무팀, 홍보팀까지 한 자리에 불러놓고 우리 생각을 알렸다.
모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미리 배포하고.
파파라치 기사가 뜬 직후에 바로 엠바고를 풀어버리자.
치기 어린 애정행각이었을까?
아니,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오히려 지금이 적기였다.
채연이가 더 유명해지고, 뜨거워지기 전에.
내가 더 많은 어그로를 끌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랄까.
[ 최대한 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도록 해주세요. 인생역전, 1000억 기부, HN재단, 건물 소유, 뭐든 좋습니다. 실명과 얼굴, 다 밝히셔도 됩니다. ]그 결과는?
──축하합니다!
──《특별: 협잡꾼 저지》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대성공이었다.
악의를 선의로.
비방을 존경으로.
소음을 함성으로.
허접한 기자의 사생활 팔이는.
그렇게 완벽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승화되었다.
영화 >생존보험>을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 《요즘것들 ④》 미모의 여배우가 사랑에 빠졌다? 1000억 기부한 CEO, 신유원··· 그는 누구인가? ]>셀러비티>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사들을 훑는데 왜 이렇게 내 이야기가 많은지.
헤드라인만 봐도 아주 온몸이 간지러웠다.
‘미쳤나 봐, 진짜.’
그치만 또 정성 들여 써주셨는데 안 읽을 순 없지. 친히 조회수 하나를 올려드렸다.
[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신유원은 자수성가의 아이콘.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였다.>HN재단> 신임 이사장, >크리스티 서울> 비상임 고문, >어뮤즈 인베스트먼트> 대표, >S&S 파트너스> 공동대표, >월간 코리아 아트> 대표······ 그 이름 석 자에 걸려있는 직함을 셀 수 없을 정도.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신유원이 이러한 거대 사업체를 구축하는 과정도 가히 입지전적이었다. 그 출발점은 신촌의 작은 카페, >카페 어뮤즈>. 지난해 성수, 여의도 등지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바로 그 프랜차이즈였다. ]
······미치겠네.
읽고 있으니 머릿속이 아찔해져서 잠시 화면을 꺼두고 차에 올라탔다.
“후우······.”
잠시 심호흡하고.
스크롤을 팍팍 내렸다.
그런데 여기에도 신유원이 있었다. >크리스티> 서울지사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아티스트 발굴부터 VIP 섭외, 행사 운영까지 신유원의 공이 아주 컸다고. ]
우리가 준 보도자료에 이런 내용은 없었는데?
‘취재 열심히 하셨네······.’
근데 서울지사 관계자는 누군데?
설마 고태양, 당신이야?
그 부리부리한 눈을 이글거리면서 열변을 토했을 걸 떠올리니 괜히 웃음이 났다.
[ 신유원의 최근 행보는 더욱 파격적. >HN재단> 이사장 취임과 동시에 1000억 원을 출연, 사회복지사업의 대대적 확충을 공언했다. 그의 재력과 인생철학이 단번에 드러나는 사건.물론 민채연은 >HN그룹> 총수 정기현의 외손녀딸. 그녀의 든든한 후광에 힘입어 이사장이 되었으리라 추측되지만, 후광이 밥 먹여주지 않는 법. 기부금 1000억 원은 오롯이 그가 충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채연이 이야기가 나오니 갑자기 드는 걱정.
아무리 작정하고,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어도.
막상 눈앞에 닥치면 사람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채연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신유원: 채연아, GV 끝났어? 지금 기사 다 올라갔는데 좀 읽어봤어? ]그러자 바로 걸려온 전화.
[ 우아······ 오빠 나 겨우겨우 빠져나왔어. ]목소리만 들어도 되게 다급해 보였다.
“왜? 기자들 때문에?”
[ 응, 막 전부 몰려와서 인터뷰하자고 난리치는 거야. ]“아고, 고생했네, 우리 채연이. 그럼 기사 읽어볼 시간은 없었겠다.”
[ 응, 제목만 훑어봤지. ]“소감은?”
최대한 건조하게 물어봤지만 내심 긴장했다.
괜히 이랬다는 말이 돌아올까 봐.
[ 소감? 약간 묘하긴 한데······ 완전 좋아, 후련하고. ]······다행이었다.
[ 체 내려간 기분? 오빠도 그렇지 않아요? ]“그치. 그동안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안 그래도 다들 기사 읽고 나한테 연락하고 있는지, 연락 알림이 계속 들리던 참이었다.
“알았어. 서울 조심히 오고, 이따 집에서 봐.”
[ 응! ]그렇게 전화를 끊자마자.
무수히 올라오는 미리보기 창.
[ 유원쓰 미쳤냐고! 대박! 조만간 우리 여··· ] [ 아들아, 네가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 ] [ 신유원 대박 성공했네 ㅁㅊ ]예정일대로 순산을 마치고 쑥쑥이 사진을 프사에 올려둔 박소정, 최정현부터 엄마, 아빠, 유진이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하전화.
이연수였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 아이고, 유원 씨······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대. ]영상 전화도 아닌데.
입이 귀에 걸린 얼굴이 눈에 선했다.
응? 회장님이 왜?
[ 유원 씨랑 연이 나오는 뉴스기사 전부 인쇄하겠다고 밥도 거르고 설치는데 저걸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모르겠어. ]아니, 뉴스에 이름이 100번, 1000번도 더 나오셨을 분이······.
“전부 인쇄하고 계시다고요? 직접?”
[ 그니까 말이야, 호호호. ]이연수의 웃음소리 뒤로.
정기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 이거 다 스크랩해서 사료로 보존해둬야지! 말리긴 왜 말려, 이 사람이! ]크큭, 엄청 좋으신가 보네.
[ 참, 유원 씨. 사실 그저께 나랑 정 회장이랑 오랜만에 오붓하게 극장 가서 영화 봤어요. ]“아, 그러셨어요? 말씀해주시지 그랬어요, 제일 좋은 자리로 예매해드렸을 텐데.”
[ 아유, 그럴 거 뭐 있어. 정 회장이 예매 다 했지. 극장 하나 통째로. ]응?
[ 피 튀기고 심장 쫄리는 영화는 원래 내 취향이 아닌데 그래도 너무 재미지더라. ]“그쵸, 채연이도 연기 너무 잘하죠?”
[ 아무렴! 우리 연이가 연기를 그렇게 야물딱지게 할 줄은 몰랐지······ 어찌나 대견하던지. ]이연수는 흐뭇하게 웃더니 말했다.
······그런 것까지 다 체크하고 계셨어요?
6렙만 되면 오리아나 충격파를 날릴 텐데, 아쉬워하던 페이커 할머님 같은 그런 건가?
‘귀여우셔.’
그런데 뭐, 이제 시작 아니겠습니까.
오늘이 금요일이라 기사 터진 타이밍도 딱 좋았다. 주말이 진짜 대목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더 잘 될 거예요.”
[ 그렇겠지요? ]“그럼요.”
최소 목표가 1000만이었는데.
거기에 저희가 기름 제대로 부었잖아요.
*
신유원의 예상은 완전히 적중했다.
4일차 금요일.
일일 관객 수 46만, 누적 117만.
5일차 토요일.
일일 101만, 누적 218만.
6일차 일요일.
일일 112만, 누적 330만.
>생존보험>이 300만 영화가 되는 데까지.
단 3일이면 충분했던 것.
물론 그 폭발적인 흥행의 핵심 요인은.
영화의 훌륭한 만듦새, 평론가의 압도적인 호평, 관객들의 입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신유원♥민채연, 가질 대로 다 가진 완벽 커플 전격 해부! ] [ 개인 자산 수천억, 기부는 1000억······ >생존보험> 제작자의 남다른 스케일 ] [ ‘거장과 영앤리치’ 방호준과 신유원, 한국전쟁 배경 블록버스터 제작준비 중 ]민채연과 신유원의 스캔들, 그리고 신유원이라는 인물에 쏟아진 관심을 빼놓고는 그 흥행 가도를 설명할 수 없었다.
20대, 30대 커뮤니티는 이 커플의 사진, 움짤로 인기글이 도배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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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각 모든 커뮤 폭파시킨 커플.gif >
짤은 예전 할로윈 이벤트에서 둘이 같이 찍힌 영상 발굴해옴
남자 – 성공한 사업가, 자산 수천억대, 기부 1000억, 충무로에 버려진 시나리오 건져 올려서 >생존보험> 제작, 근데 존잘
여자 – HN그룹 회장 외손녀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가 >생존보험>으로 데뷔, 미친 연기력으로 호평받던 중 공개연애, 근데 존예
세상 존나 불공평하지 않냐….
근데 난 얘네 사진 왜 자꾸 뒤지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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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낫네, 누가 아깝네, 키배도 벌어졌지만.
대체로 부러워 죽겠다는 반응 일색.
[ 저 새끼도 전생에 나라 구했냐]
└이 나라는 왜 맨날 구해지는 거임? 첨부터 구해질 일이 없었으면 됐짜너
└배아프면 지는 거다 ㅂㄷㅂㄷ
└이미 재력부터 넘사…
└근데 남자가 봐도 좀 멋짐 공개오디션에 민채연 오는줄 몰랐는데 보자마자 평가지 백지로 냈다잖아
└그거 실화임?
└ㅇㅇ 여러 소스에서 크로스체크된 사실
└ㅇㅈ 니네 아무리 부자여도 기부 1000억 할 자신있냐? 난 없음
└천억이면 요플레 뚜껑이 몇갠데 절대 안되지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
[ >생보>에서 민채연님 연기에 반해서 최애하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화나? 나만 그래? ] [ 챈 언니 쌈 잘해여? 3대 몇 치세여?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껴줘ㅋㅋㅋㅋ 2대1로 붙자
└3대1
└4대1
└그만해 이것들앜ㅋㅋㅋㅋㅋ
└???: 미친년인가?
물론 그들의 눈부신 외모뿐이 아니라.
뒷배경과 경력에 주목하는 자들도 있었다.
[ HN회장 부인이랑 딸도 한 아리따움하더니 손녀딸은 배우가 됐네 ] [ HN재단은 설립 이후로 쭉 회장 부인이 재단장으로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아들도 아니고 아직 결혼도 안한 외손녀 남친한테,,,? ] [ 1000억 기부 뉴스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통큰 기업가!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길 ] [ 연애하느라 영화는 제대로 만들었을라나 쩝 함 보구잡네요 ]└연애하면 영화도 못만듭니까ㅋㅋ
└주말에 보고 왔는데 쥑입니다 강추! 잔인한 거 못보시면 아쉽지만 강추!
거기에,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신유원에게 달려들면서 속속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
카페 직원 복지는 대기업 수준.
사정이 어려운 직원들에게 사택 제공.
[ ‘카페 어뮤즈’ 직원 A씨 양심고백, “이런 사장님은 인생에서 처음” ]커피와 디저트 퀄리티도 한국 최고 수준, 특히 성수점은 올해 >블루리본> 3개를 받아 최고급으로 평가.
세계적인 작가, 서이수 발굴과 홍보.
신진작가 발굴해서 대학 등록금 및 작업환경 지원.
]
건물 매매 과정도 깔끔.
형편 어려운 세입자에게 임대료 지원 아끼지 않은 착한 건물주.
[ 한국 최고 헤메 아티스트가 성수로 온 까닭? “그날 심장이 멎을 뻔했다” ]재단 내 평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음.
특히 서울중앙병원 의료진의 지지도는 최상.
그렇게 쏟아져 나온 기사, 파도 파도 나오는 미담들로 신유원은 삽시간에 전국적 인지도를 쌓게 되었고.
[ “왜 안 나와?” 신유원·민채연 커플에 속 앓는 방송가, SNS에도 두문불출 ]그 화제성은 >생존보험>에 그대로 전이되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스릴러 장르에 다소 결핍된 대중성을 신유원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메꿨던 것.
1주차 주간 관객수 368만.
2주차 주간 관객수 589만.
3주차 주간 관객수 441만.
단 3주만에.
누적 관객수 1,000만 명 돌파.
누적 매출 1,000억 원 돌파.
그러자 모두들 논하기 시작했다.
과연 >생존보험>은 마이너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수 1위, 매출액 1위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카페 어뮤즈> 신촌점.
구석진 창가 자리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렇게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넘보고 있었다.
저희 완전 도둑놈 아니에요?
개봉 4주차에 접어든 >생존보험>.
요즘은 매일매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내 인생에서 매일매일 A+ 성적표를 받아본 적도, 매일매일 신기록을 세워본 적도 없었으니까.
‘어제까지 1500만······ 역대 3위······ 미쳤네.’
사실 돈으로만 따지면 말이 안 됐다.
아무리 1500만이 넘어도 >빌인에어> 매각금이나 >메가밀리언> 1등 당첨금, 빈 살몬의 로열티 계약금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람은 역시 돈으로만 좌우되는 존재는 아닌 걸까.
매일매일 내게 성적표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행복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어제는 40만 5천 명이었답니다······ 페이스가 안 떨어져요······ 어떻게 이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