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75)
전부 비슷비슷하게 생긴 푸드트럭에다가 뽑을 수 있는 커피 퀄리티도 그냥저냥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맛 좋은 콜드브루 있지!
멋들어진 독일산 고잉어뮤즈 있지!
일일 물량 제한도 거의 없지!
게다가 이번처럼 무료 봉사가 아니라 돈까지 받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수익보다는 브랜드 홍보용으로.
유명 연예인 팬덤 위주로.
‘「합법 복제」 쓰길 잘했다, 흐흐.’
그리고 실시간으로 도착한 다음 DM.
가장 뚜렷한 대박 징조.
[ 진예나: 역시… 약속 지키셨네요. ] [ 진예나: 믿고 있었어요. ] [ 진예나: 오늘밤 중으로 팔로워 1만 찍으실 것 같고, 상품 컨셉도 잘 나올 것 같은데 ] [ 진예나: 조만간 실무 미팅 잡고, 구체적인 협의 들어가실까요? ]실무 미팅?
구체적인 협의?
어허,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급하실까.
우리 커피, 마켓킬리에 납품한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나는 방금까지 온 DM들을 캡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보이게.
그리고 그 캡쳐사진을 진예나에게 보냈다.
[ 신유원: 실무 미팅 너무 좋죠. ] [ 신유원: (사진) ] [ 신유원: 그런데 미팅이 아무래도 좀 많이 잡힐 것 같은데요 (웃음) ]진예나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도 메시지 창에는 ‘입력 중…’이라는 메시지가 계속 떴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어지간히 고민스러웠던 모양.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뻐팅겼더니 결국 오랜 고민의 결과가 돌아왔다.
[ 진예나: 담당 MD한테 잘 말해둘게요. 저희 마켓킬리 수수료가 원래 좀 센 거 아시죠? 수수료도 좋은 조건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음, 좋아.
좋은 태도야.
그런데 저번에는 고만고만한 커피라며.
SNS에서 버즈도 못 일으킬 것 같다며.
[ 신유원: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만 ]나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도 진예나가 원하는 대답은 주지 않았다.
[ 신유원: 판매계약 당사자는 제가 아니니까요. 최 대표님하고 먼저 협의해보세요. ]그러자 ‘입력 중’ 메시지가 고장난 전구처럼 다시 번쩍이더니.
[ 진예나: 최 대표님한테도 연락했죠, 당연히. 그런데 이번 판매 건은 신 사장님과 협의하라고 하셨어요… ]아, 그래?
듣던 중 반가운 호재네?
역시 우리 최 대표님, 뤼스펙!
[ 신유원: 그러면 일정 바로 잡아서 알려주세요. 저는 웬만하면 시간 다 괜찮습니다. ] [ 진예나: 알겠습니다! (윙크) ] [ 신유원: 아, 그런데요 ] [ 진예나: 넹 ] [ 신유원: 다른 플랫폼에서 전속계약 제안도 들어왔던데. 그건 뭐가 좋나요? (윙크) ]윙크 한 방에 ‘입력 중’ 전구가 또 고장이 나버렸다. 그리고 조금 뒤.
[ 진예나: 자세한 건 미팅에서 말씀드릴게요. ] [ 진예나: 하지만 확실한 건 ] [ 진예나: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오퍼는 최대한 전부 챙겨서 가져가겠습니다. ]납작 엎드린 메시지가 돌아왔다.
‘크크크.’
너무 엎드려 있어서 폰을 눈높이까지 들어야 진예나의 얼굴이 보일까 말까 할 것 같았다.
[ 신유원: 네, 기대할게요. ]단 하루만에.
갑을이 역전된 순간이었다.
*
이틀 뒤.
일품코리아 본사 대표실.
나는 콜드브루 두 병을 최정현에게 건넸다.
“하하, 고맙습니다. 소정이가 엄청 궁금해해서 부탁을 안 드릴 수가 없었네요.”
“아니에요, 당연히 드려야죠.”
“그런데 정말 유원 씨, 커피차 파견하신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벌써부터 이렇게 난리인데 제대로 푸쉬 들어가면 장난 아닐 겁니다.”
“운이 좋았네요.”
“그런데 이거 원액만 마시면 진짜 죽습니까?”
“아니죠, 당연히, 하하!”
“하하.”
최정현은 오늘따라 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럴 만했다.
똑똑─
저번 미팅에서 우리를 코너로 몰아세우던 진예나가.
“안녕하세요, 최 대표님.”
오늘따라 더 포멀한 정장을 입고.
“그리고 카페 어뮤즈 신 대표님. 잘 지내셨죠?”
깍듯이 인사하며 들어오는 날이었으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손을 건넸다.
“진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저는 잘 지냈죠.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하하.”
“그럼요, 그럴 만하죠. 매일 팔로워 느시는 게 장난이 아니던데요. 참, 이쪽은 저희 계약 관련 담당자예요.”
그렇게 시작된 미팅.
진예나가 처음 꺼낸 말은 의외였다.
“제가 저번에 신 대표님 뵙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봤거든요.”
“아, 예.”
“그런데 초면에 제가 실례를 범했던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신 대표님한테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리고 싶었어요.”
정중하고 깔끔한 사과였다.
여우처럼 웃는 눈가와는 달리.
뭔가 이 악물고 하는 느낌도 들긴 했지만.
뭐, 어쨌든 먼저 사과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다만 내가 원하는 게 아닐 뿐.
나는 천천히 입을 뗐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감정적인 것보다.”
“아아, 네······.”
“제가 약속을 지켰으니 진 대표님은 어떤 약속을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진예나는 입술을 앙다물며 담당자와 눈빛을 주고 받았고.
“하하.”
최정현은 마치 내가 자기 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흐뭇한 아빠미소로 우릴 지켜볼 뿐이었다.
최고의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진예나는 실무 담당자와 짧게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어렵사리 입을 뗐다.
“저희는 최고의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오······.”
감탄을 내뱉는 최정현을 힐긋 보고는 진예나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 계약의 키가 내게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합의하고 있는 바였으니까.
“우선 하나만 확실히 할게요. 저도 신 대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내가 되묻자 그녀는 서류파일에서 보고서를 하나 꺼내들었다.
“이건 어뮤즈 콜드브루의 상품성에 대한 내부평가 자료입니다. 어제 제가 욕 먹을 거 각오하고, 실무자들 급하게 불러서 만든 건데요.”
급할 만도 했다.
우리 커피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있었으니까.
연예가참견 인터뷰 클립, >위화도 회군에서는 진짜 사약을 먹인다고?>는 인기동영상에 올라가서 조회수가 수십 만 단위를 넘기고 있었고.
거기 댓글에 달아놓은 링크를 타고 킬방원 인스타로 넘어온 사람들이 우리 카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그 결과, 카페에서도 난리가 났다.
어제오늘 신촌점, 합정역점 가리지 않고 직원들에게 수차례 연락이 왔었다.
사람들이 콜드브루 왜 안 파냐고 난리라며.
일단 콜드브루 예약이라도 받아둬야 하냐며.
더 무서운 사실.
촬영장에 다녀오고 이제 이틀이 지났을 뿐.
입소문이 퍼지고, 대형 커뮤니티에 이야기가 돌면 이 파도가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었다.
“세부 항목은 대외비 자료라 자세하게 보여드릴 순 없지만.”
진예나 역시 사뭇 진지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어뮤즈 콜드브루는 거의 만점이었습니다. 아마 올해 입점 상품들 중 최고치일 거예요.”
역시.
우리 어뮤즈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그래서 최고의 제안을 드리는 거예요. 감정적으로, 인간적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이번 제안은 그와 별개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예나는 예와 같이 당당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하지만 저번처럼 날 떠본다거나 무시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우리와 제대로 협상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개인적인 사과는 미팅 끝나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회사 대 회사로, 저희 눈앞에 주어진 기회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찬가지 생각,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 구분도 없이 이 자리에서 감정적인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좋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역시 말씀이 잘 통하시는 분일 거라 생각했어요.”
진예나는 싱긋 웃으며 한결 사근해진 말투로 말했다.
“방금 내부 자료까지 보여드렸듯이 우선 저희 의도부터 투명하게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편해지니까요.”
오, 투명한 거 좋지.
“어뮤즈 콜드브루는······ 저희 마켓킬리 입장에서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상품이에요. 화제성, 상품성, 거기다 생산유통경로까지 완벽해요. 어뮤즈 제품으로 생산했으면 1년은 걸렸을 텐데. 일품을 통해서 판매하겠단 제안은 누가 처음 하신 거예요?”
최정현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고.
진예나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내젓더니 이어 말했다.
“역시······ 아무튼 저희는 꼭 붙잡고 싶은 상품이에요. 다른 플랫폼에 빼앗겨버리면 진짜 며칠은 잠을 못 잘 것 같거든요?”
진예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지만.
왠지 진예나 옆에 앉은 담당자가 엉덩이를 들썩하며 더 긴장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정말 자신있게, 과감하게, 거짓없이 준비한 제안이에요. 긍정적으로 듣고, 검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박 실장님, 세부안 말씀해 주세요.”
진예나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앉았고.
옆에 앉아있던 실무자가 말을 이어 받았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 판매수수료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마켓킬리 수수료율은 최저 30%부터 최고 48%까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품코리아 제품군은 현재 평균 40%선입니다.”
최정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수료율이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그만큼 큰 폭의 매출 상승을 약속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의하는 바였다.
마켓킬리 작년 매출액만 1조 5천억 원.
이미 식품 전문 쇼핑몰로는 한국 최고.
게다가 마켓킬리의 특장점은 브랜드 홍보에 아주 유리한 플랫폼이라는 점이었다.
온갖 카테고리의 상품이 모두 노출되고, 가격 경쟁 위주로 굴러가는 종합 쇼핑몰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내 가장 큰 목표도 거기에 있었고.
그치만 돈도 많이 벌어야지?
“그래서 저희 수수료는 어떻게······?”
“일품-어뮤즈 콜드브루에는 현재 최저 수준인 35%를 제안 드립니다.”
35%라······ 좀 아쉽네?
저번에 보니까 진예나가 속사포 랩 좀 치던데.
나도 소싯적에 아웃사이더 노래 좀 쳤다.
“왜 최저 수준이 아니죠?”
“그······ 최저 수수료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공됩니다.”
“이를테면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매출액, 그리고 독점계약입니다.”
매출과 독점계약이라······.
일단 매출부터 따져볼까.
“저희 매출은 얼마 예상하십니까?”
“공급에 차질이 없다면 월 매출 10억, 연 매출 120억 수준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출된 수치입니까?”
“마켓킬리는 직매입 구조라 재고 부담을 저희가 안습니다. 재고율 0%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도출한 예상치입니다.”
“저희가 얼마에 판매할지 모르시지 않습니까?”
“300ml 기준 5,000원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거지?
“알겠습니다.”
나는 짧게 답하고는.
가방에서 서류철을 하나 꺼내서 건넸다.
“이것도 한 번 보시죠.”
실무자는 서류를 휙휙 넘겨보더니 눈이 동그래졌고, 옆에서 보던 진예나도 마찬가지 반응을 내보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예상치예요.”
그저께 이후로, 나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DM으로 연락온 곳들과 어제 유선상으로 계약 협의를 주고받았다.
시장 파악도 하고, 데이터 수집도 할 겸.
정말 좋은 제안이면 덥석 물 생각도 있었고.
그중 가장 매력적인 제안을 보낸 곳은 >헬로 퍼블릭>, 마켓 킬리를 위협하는 업계 2위 플랫폼이었다.
기사를 뒤져보니 업계 선두 싸움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둥, 헬로 퍼블릭의 1위 탈환이 가시권이라는 둥.
두 회사의 MS 경쟁에 불꽃이 튀고 있던 터라.
더없이 좋은 협상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온 셈이었다.
나는 진예나를 보며 가볍게 웃어줬다.
“헬로 퍼블릭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회사라는 말씀입니까? 그런데 어떻게 업계 2위를 찍었죠?”
“아니, 그런 말씀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런칭 당시부터 판매 예측 시스템을 가다듬어 왔어요. 이렇게 큰 차이가 날 리가 없습니다.”
헬로 퍼블릭에서 예상한 월 매출액은 20억.
게다가 판매 수수료도 28%를 제안했다.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저희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곳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겠습니다.”
“아니, 신 대표님. 잠시만요.”
진예나는 턱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오히려 실무자가 먼저 치고 나왔다.
나도 회사 다니며 느꼈지만, 가끔은 책임자보다 실무자가 더 빡빡한 법이다.
“28%는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현재 최저 수수료보다 낮은데요. 입점사 형평성 문제도 있고, 저희 수수료 정책을 뒤바꿔야 하는 사안입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내가 마켓킬리의 실무자여도 저렇게 말했을 것 같을 정도로.
“그래요? 알겠습니다.”
다만 나는 냉담하게 답할 뿐이었고.
동시에, 진예나가 실무자의 눈앞에 팔을 내뻗으며 말했다.
“아뇨.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검토해 볼게요.”
“뭘 검토하신단 말씀이죠?”
“최대 28%까지, 아무리 못해도 최저 30%까지는 약속하겠습니다. 그 대신.”
독점 계약?
“독점 계약을 약속하셔야 해요. 이번 콜드브루 제품뿐만이 아니라······.”
음?
“향후 어뮤즈에서 법인을 세우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 판매할 시에 저희 마켓 킬리와 독점 계약을 맺는다는 약속.”
미래 변수까지 넣어서 계산기를 돌리셨네.
오······ 이게 성공한 사업가?
그렇다면.
“거절합니다.”
“네?”
“그럼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사업인데 목줄부터 채울까요? 요즘 세상에 애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누가 사돈을 맺어요?”
“아니······.”
진예나의 두 눈에 당혹감이 일었고.
나는 내가 바라던 바를 그대로 전달했다.
“저도 마켓킬리 정책을 뒤흔들 생각은 없습니다. 28%는 바라지 않고, 30%로 맞춰주세요. 대신, 이번 상품에 한해 독점계약은 맺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최정현을 바라봤다.
무언의 질문이었고, 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나는 진예나와 실무자에게 덧붙여 말했다.
“예상 매출액도 10억이면 시작이 괜찮네요. 그럼 그 액수를 시작점으로, 20억까지 끌어올릴 방법을 같이 생각해보시죠.”
“······네?”
“헬로 퍼블릭은 20억 맞춘다는데 마켓 킬리는 못 맞춥니까?”
“아니······ 저희도 그럴 생각이죠, 당연히.”
진예나는 빠르게 평정을 되찾으며 답했다.
“런칭에 맞춰 메인 배너, 팝업 배너 비워두고, 일품 기획전도 대대적으로 홍보할 생각이에요.”
“너무 좋습니다. 그럼 기간만 더 길게 잡아주세요. 10억이 20억이 되려면 홍보 기간도 2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할인 쿠폰, 적립 2배 이벤트 같은 자잘한 프로모션도 많던데. 저희는 어떻게 되나요?”
“······물론 들어가죠.”
“그것도 2배로요.”
진예나의 진한 눈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참다 참다 못 참은 모양.
괜찮다.
나도 감정적으로 괴롭힐 생각은 아니니까.
“이번 독점계약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된다면, 아까 말씀하셨던 것들도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생각합니다.”
“아까라면 어떤?”
“어뮤즈 독점계약이죠.”
“아······.”
진예나는 작게 입을 벌렸다.
그 입가에 다시 웃음기가 찾아온 듯했지만.
“물론 그때가 오면, 마켓킬리의 수수료 정책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겠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요.”
그 웃음기, 압수해서 내 입에다 걸었다.
“그럼 오늘 합의된 사항들 명시해서 계약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협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시구요. 다만, 헬로 퍼블릭보다는 더 빨리 연락해주시면 좋겠네요.”
“······알겠어요. 조만간 다시 연락 드릴게요.”
그렇게 핵심 줄기는 정리되었다.
진예나는 그 일순간의 동요를 제외하면 아주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세부 사항들을 협의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앞으로 같이 성장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관계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문을 나서다 말고, 무슨 생각인지 나를 빤히 바라보긴 했었지만.
뭐, 좋은 회의였다.
*
다시 둘만 남은 대표실.
최정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유원 씨, 아니, 이제 나도 신 대표라고 불러야겠네요.”
“아니에요, 민망하게 대표는요. 그런데 아까 합의한 수준 정도면 괜찮겠죠?”
“그럼요,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 너무 다행이네요.”
긴장이 풀리는 느낌.
나는 회의에서 못다 한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이게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 않게 제가 지속적으로 관심도를 유지해 볼게요. 인플루언서 쪽으로도 계속 이슈화 시켜보고. 아, 그런데 대표님이 저한테 협상하라고 하시니까 되게 부담되고 긴장돼서···.”
그런데 최정현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