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84
제83화
흡혈박쥐들이 토해내는 핏물들이 독버섯 길드원들을 덮쳤다.
“어풉! 어풉!”
“우웩!”
플레이어들이 들이닥친 핏물을 뱉으면서 허둥지둥 거렸다.
“야! 퇴각해. 퇴각!”
독버섯 길드원들이 핏물이 없는 곳으로 도망을 쳤다.
“아으으… 이거 몸이 왜 이러지…?”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서서히 느려지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핏물이 플레이어들의 온몸을 본드처럼 휘감았다.
핏물을 이미 어느 정도 입에 들어간 상태.
상태 이상에 걸려버린 것이다.
“으으…젠장… 천장에 함정을 설치할 줄이야….”
아직도 독버섯 길드원들은 흡혈박쥐들이 핏물을 토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천장에 트랩이 발동한 것으로 착각한 것.
“쿠헉!”
플레이어 1명이 바닥에 엎드려 핏물을 계속 토했다.
“물약… 빨리 물약을 먹어. 지금 피가 닳고 있어.”
독버섯 길드원들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흡혈박쥐들이 토해낸 핏물에는 독이 있었다.
적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드는 독으로 핏물이 완전히 굳어서 말라붙을 때까지 빨라질 수 없었다.
핏물이 굳으면 허물처럼 벗겨낼 수 있었지만 아직은 핏물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굳기 전까지는 플레이어들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니 더욱 초조해졌다.
“빨리…물약….”
인벤토리를 열고 물약을 간신히 꺼낸 플레이어들이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생명력이 회복되고 줄어들고를 반복했다.
“이런 젠장!”
선우가 그 사이 뛰어내렸다.
“어? 쟤예요! 형님!”
바닥에서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는 플레이어들.
선우가 히죽거리며 다가왔다.
“오, 오, 오지 마!”
“야. 비싼 거 갖고 있구나.”
선우가 물약을 힘겹게 마시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서 물약을 다 빼앗았다.
쨍그랑!
물약들을 다 깨버린 선우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이제 내려와.”
퍼드득.
흡혈박쥐 몇 마리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붙들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너, 너 라비트… 가만…안…둔다….”
독버섯 길드원들은 여전히 느릿느릿했다.
“얘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좀 다 수거해라. 팔면 돈 좀 나오겠다.”
“해, 해도 될까?”
막상 하려니까 뒤탈이 걱정되는 라비트.
보기보다 순진한 성격이었다.
반면 선우는?
“해.”
망설임이 없었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선우가 시키는 대로 독버섯 길드원들의 착용 아이템을 모조리 벗겨버렸다.
“이 자식들… 두고…보자…절대…가만…안…둬….”
“이렇게…끝…날…거… 같…으억!”
“조용해. 인마.”
선우가 옆에서 계속 으름장을 놓으며 라비트를 협박하던 플레이어를 발로 찼다.
“후우… 다 챙겼는데.”
“인벤토리에 넣어놔. 이따가 팔아야지.”
어느덧 독버섯 길드원들은 하얀 면바지만 걸쳐 입고 바닥에서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본…브레이커…니들…죽었어….”
선우는 들은 척도 안하고 흡혈오크들에게 명을 내렸다.
“야, 얘들 핏물로 한 번 더 목욕시켜줘라. 몬스터들 밥 먹을 시간이니까.”
“으어…잠깐! 그만…그만…어풉!”
흡혈 오크들의 박쥐들이 총총 다가오더니 핏물을 부어버렸다.
“야, 너희들 들리냐? 저기 몬스터들 오는 거 같은데.”
흡혈박쥐들의 피로 얼굴과 몸에 떡칠을 해놓은 독버섯 길드원들.
선우가 귀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서 조롱했다.
“너…김선우… 기대해… 우리가…누군지… 알아?”
“넌…죽었어… 이따가 보자….”
“그래, 그래. 콜로세움에서 만나자.”
선우가 독버섯 길드를 극한까지 자극하고 있었다.
너무 과감한 도발.
본 브레이커 길드원조차 그런 선우의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 가자. 몬스터들 밥 먹으러 온다.”
선우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을 이끌고 냉정하게 자리를 떠났다.
던전을 빠져나가는데 독버섯 길드원들의 분노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으아!! 김선우! 죽여…버릴… 거야!!”
“죽었어! 콜로세움에서 후회…할 거다!”
독버섯 길드원들이 바닥에 붙은 껌처럼 발버둥치며 선우를 욕했다.
선우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야, 아이템 뭐 있는지 빨리 확인해보자.”
방금 전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독버섯 길드원들의 아이템이 궁금했으니까.
* * *
“와, 이거 팔면 돈 좀 되겠는데?”
“확실히 독버섯 길드 후원이 상당하네. 역시 듣던 대로야.”
“누가 후원해주는데?”
선우가 물었다.
라비트가 여전히 신경 쓰이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누비스 길드. 레비아탄과 쌍벽을 이루는 길드지.”
독버섯 길드는 아누비스 길드와 돈독한 관계였다.
아누비스 길드는 자신과 돈독한 혈맹의 관계를 맺은 산하 길드는 여러 면에서 도와주고 뒤를 봐줬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이들의 보복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야, 걱정 마라. 뭘 그렇게 쪼냐? 쫄기는.”
라비트와 록희가 이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넌 아직 몰라서 그래. 아누비스 애들 얼마나 지독한 쓰레기들인데.”
“걱정 마. 난 더한 놈이니까.”
선우가 씨익 웃음을 지으며 손짓을 했다.
“빨리 시장가서 팔자. 돈 모아서 2승 가야지.”
한편 독버섯 길드원들은 길드 마스터를 만나고 있었다.
“길드장. 이거 봐요. 이게 지금 사람 꼴입니까?”
“저 좀 봐줘요. 길드장. 템 다 뺏겼다고요.”
“비싼 아이템만 골라서 다 털었어요. 아우 진짜 이게 뭐냐고 쪽팔리게.”
독버섯 길드원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하얀 면으로 된 반바지만 입고 있는 채 벌거벗은 캐릭터들이 독버섯 길드 마스터 앞에 서 있었다.
독버섯 길드 마스터 체로키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이것들이 밖에 나가서 쥐어 터지고 온 게 무슨 자랑인 줄 아나. 쪽팔린 줄도 모르고.”
“아니, 그게 그러니까 열 받고 서러우니까 그런 거죠.”
“조용히 해 이것들아. 걔 이름 뭐라고?”
“김선우요.”
“어떻게 생겼는데.”
“병신같이 생겼죠.”
“이것들이… 똑바로 대답 안 해?”
“죄송합니다. 키는 이만하고요. 얼굴은 요렇게 생겨서….”
체로키는 선우의 인상착의를 길드원들로부터 세세히 들으며 메모하고 있었다.
이걸 지켜보던 독버섯 길드원들은 속으로 볼멘소리를 냈다.
‘저거 외우지도 않고 버릴 거면서 왜 자꾸 적는 거야?’
‘컨셉도 참… 구리다 구려.’
체로키가 메모하는 건 사실 별 내용도 아니었다.
그냥 낙서하면서 대충 폼만 잡고 있을 뿐.
“알았다. 내가 애들 풀어서 김선우를 만나보지.”
“길드장. 그 자식 미친 놈이에요. 막 무슨 흡혈귀 같은 오크를 소환하고 그러더라고요.”
“맞아. 오크랑 흡혈귀 섞어서 만든 몬스터 같았어.”
“야, 시끄럽고 걔들 콜로세움 간다는 거 확실해?”
“네.”
“본 브레이커 애들이 같이 있었다고 했지?”
“맞아요. 라비트 그 자식하고 마강쇠, 록희, 펠트리어 제가 얼굴 다 확인 했습니다.”
“이 배신자 새끼들이 감히 나가서 우리 뒤통수를 칠 줄이야.”
딱!
“아야!”
“이 자식들이 지금 배신자 놈들한테 뒤통수 맞은 게 자랑이라고 떠들어? 내가 뭐라고 했냐? 걔들 무슨 수작 부릴지 모르니까 일단 조심하고 애들 더 데려가라고 했지?”
“이럴 줄 누가 알았나요? 걔들은 여기서도 다 쩌리급 들이었는데.”
독버섯 길드원들의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한참 듣던 체로키가 벌떡 일어났다.
길드원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체로키.
투덜거리던 길드원들이 눈치를 보며 각자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보다는 레벨업을 빡세게 하는 놈들인데 결국 성장은 더 빠르지. 왜 그걸 몰라?”
“…….
본 브레이커 길드는 사실 독버섯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뛰쳐나가 새로 만든 길드였다.
이들은 독버섯 길드에서 막내 생활부터 시작했는데 길드 안의 텃세와 차별을 못 견뎠던 것이다.
하지만 체로키는 라비트, 마강쇠, 록희, 펠트리어 모두 공정하게 대했었다.
항상 레벨을 열심히 올리고 사냥터에서 가장 열심히 뛰어다녔으니까.
전투가 벌어지면 즉각 대응에 나서고 독버섯 길드 다운 명성을 높이는데 가장 아랫 서열의 플레이어들이 일조한 것이었다.
‘망할 자식들. 하필이면 꼭 쓸 만한 놈들이 들어오면 쓸데없는 것들이 중간에서 텃세를 부린다니까.’
체로키는 길드 마스터로서 나름 고민이 많았다.
현재 독버섯 길드에는 도움이 될 만한 플레이어들은 거의 없었다.
아누비스 길드와 혈맹을 맺고 나서 알게 모르게 길드원들이 아누비스와 뒷거래를 하고 행동이 달라지고 있었으니까.
이건 아누비스 길드에서 주로 써먹는 전법이었다.
길드의 세력을 과시하면서 혈맹관계를 맺고 자신보다 작은 규모의 길드원들을 천천히 아군으로 끌어들여 기존의 길드 마스터를 내쫓고 길드를 통째로 흡수하는 거였다.
아누비스와 레비아탄 길드는 아르콘 대륙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세력을 양분하는 중이었다.
콜로세움의 승패는 돈을 좌우한다.
이는 곧 길드 세력의 영향력을 뜻했다.
얼마나 많은 승자들을 거느리고 있느냐에 따라 콜로세움에서 거둬들이는 방송 수입을 결정했으니까.
“내가 일단 라비트 놈을 찾으러 갈 테니까. 너희들은 로그아웃 하고 바람이나 쐬고 와라.”
“아, 형님. 아니 길드장. 이렇게 나오시면 안 되죠. 저희가 지금 어떤 수모를 겪었는데요. 저희들 보는 앞에서 그 자식들 개망신 주셔야죠.”
“알았으니까 일단 나갔다 오라고.”
체로키의 말에 길드원들이 투덜거리며 로그아웃했다.
* * *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무기 시장에 있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독버섯 길드원들의 아이템을 팔아 번 돈으로 구입한 것이다.
“이야, 돈 값 할 거 같다.”
“고맙다. 선우야.”
“위험하긴 했어도 그래도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뒤늦게 만족하고 있었다.
“자, 이제 2승 거두러 가자!”
선우와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콜로세움 신청을 했다.
“어이~ 라비트.”
“응? 헉!”
신청서를 접수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라비트가 가장 먼저 놀라며 선우의 눈치를 봤다.
독버섯 길드 마스터 체로키였다.
그는 플레이어들 없이 혼자 나타났다.
“아, 길드장님.”
“이것들이 오랜만에 길드장을 봐놓고 인사가 왜 이렇게 없냐?”
“…….”
체로키를 알아본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선우 혼자서 신청서를 적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야, 뭐냐?”
체로키와 선우가 눈이 마주쳤다.
“네가 김선우냐?”
“넌 뭔데?”
다짜고짜 반말로 공격하는 선우.
체로키가 속으로 움찔했다.
“이 자식이 처음 보는 주제에 반말을 하네. 야, 넌 몇 살이냐?”
“넌 몇 살인데?”
선우의 대답에 체로키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어?’
독버섯 길드원들이 김선우란 이름에 치를 떠는 이유를 그제야 공감하는 체로키였다.
선우는 지금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갑자기 누가 방해를 한 것이 거슬렸다.
“나는 독버섯 길드의 마스터를 맡고 있는 체로키라고 한다.”
“안 물어봤는데?”
선우의 대답이 체로키의 가슴에 대못처럼 푹 들어왔다.
“기, 길드장님. 아니지… 체로키 형. 참으세요.”
“길드장? 야, 라비트. 저게 길드장이냐? 네가 본 브레이커 길드장 아니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선우.
그 말을 들은 체로키가 발끈했다.
“뭐? 저게 길드장이냐? 너 죽고 싶냐?”
“아니.”
선우의 대답에 또 말문이 막혀버리는 체로키.
“뭐, 저딴 또라이가 다 있….”
“형, 진정하세요. 그냥 쟤 성격이니까요.”
라비트의 만류에 체로키는 간신히 진정했다.
“내가 널 봐서 참는 거다. 라비트.”
“그런데 형이 여기는 왜….”
“쟤 김선우랑 할 이야기가 있다.”
“선우하고요?”
체로키와 라비트가 선우에게 눈을 돌렸다.
선우는 등지고 신청서를 작성 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