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116
116 ? 깊은 밤 작은 달 그리고 이방인 #2
“어떻게 생각하냐니-.”
루나는 왜 자기 전에 이런 걸 다 물어오는 걸까.
루나 역시 알콜이 들어가서 평소에는 하지 않을 말이나 판단 등을 하고 있는 걸까? 오늘 유난히 평소보다 많이 마시긴 하더라니.
“핫산,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어.”
“으, 으음….”
평소에 루나는 이런 걸 물어오는 타입이 아니었다. 본래 여자 아이들은 남자 친구에게 자신을 얼마나 애정 하는지 종종 이런 질문을 해온다고 듣긴 하는데.
루나는 같이 있음에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그런 면에는 둔감한가보다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곧 바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왜 바로 대답을 못하는 거야.”
그 모습이 루나에게는 퍽 실망스러웠던 모양이다.
“아, 아니 어떻게 생각하냐니. 평소에는 그런 질문 안하잖아.”
나는 횡설수설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널 좋아한다, 사랑한다. 온갖 드라마와 매체들에서 많이 들어본 말이긴 했는데 막상 내 입으로 꺼내려니 꽤 부끄럽고 어색해서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탓이다.
말 하지 않아도 마음은 잘 전해지고 있는 걸까 싶었는데. 그럼에도 소리내어 직접 듣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까?
그래도 내 변명이 제법 잘 통한 것인지 루나는 투구를 쓴 머리를 갸웃거렸다.
“평소에는 그런 질문을 안했나…?”
“그래, 루나야 네가 취했나보다.”
“그, 그래 좀 취했나봐. 그럼 우리가 평소에 뭘 했었지?”
알콜이 들어가서 단기적인 기억 상실 현상을 보이고 있는 걸까?
“평소에 뭘 하기는. 그냥 뭐, 같이 밥 먹고 집안일도 하고, 컹컹이 밥도 주고 했지. 그 외에는 내가 루나 네 발바닥을 주물러주거나 하잖아.”
“바, 발-!? 그런 파렴치한 짓을-!”
루나가 갑자기 빽 소리를 질러서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잠을 자려고 누워 있던 몸을 반쯤 일으키게 됐다.
“가, 갑자기 왜 그래 루나야. 보기보다 많이 취했나보네. 얼른 자자.”
소머리 뼈 투구에 저주라도 걸려 있었던 걸까. 나는 평소와 달리 행동하는 루나에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자 루나도 야밤에 소리를 질렀다는 것에 잘못을 깨달았는지 몇 번의 헛기침을 한다.
“으흠, 아무것도 아냐. 발, 발을 주물렀었지. 흐음. 그럼 평소처럼 바, 발을 좀 주물러 줘. 아파서 잠을 못자겠어. …아아. 발이 아파아….”
루나는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자신의 맨 발바닥을 수줍게 내밀어왔다. 말까지 괴상하게 더듬는 것을 보면 정말 발이 아프긴 했던 모양이다.
하긴 미궁 답파로 피로가 쌓인 와중에 술까지 마신 상태로 잠도 안자고 춤을 춰댔으니 발바닥이 아플 만도 하다.
근데 루나 쪽에서 발을 주물러 달라고 한 것은 무척 생소한 경험이어서 나는 어딘가 신기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몸에 내려 앉아 있던 졸음기도 살짝 가신 상태.
스르륵.
나는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에 내 앞에 멀뚱히 서서 발을 내밀고 있는 루나를 올려다봤다.
고오오오오.
머리뼈 투구 때문인지 제법 압박감이 느껴지는 게 꼭 루나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은 얼굴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걸까? 나도 앞으로는 투구나 모자 같은 것을 써서 첫인상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다.
“어서. 시간이 없어…. 루나는 네가 주물러주길 원해. 데헷. 마, 막 이래.”
“그래? 알았어.”
루나가 원래 저런 식으로 말했던가. 님프를 업어 오면서 취기가 가신 줄 알았는데. 루나 역시 술을 마시면 주사가 나오기는 하는 모양이다.
귀여운 척을 하는 주사라니. 이걸 귀엽다고 봐야 하는 걸까.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야 낫긴 하다만.
“그래, 뭐 어려울 것도 없고. 그럼 발 좀 잡는다.”
나는 내 앞으로 내밀어진 루나의 발바닥을 붙잡았다.
“흐아아….”
작고 아담하고, 움푹 들어간 아치나 둘째 발가락이 엄지보다 더 긴 전형적인 그리스형 발바닥. 무척 가느다랗고 얇은 발목까지.
이미 몇 차례 본 경험이 있는 발이라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하기에 루나는 발바닥 미인이었다.
만약 예쁜 발 미인 뽑기 대회 같은 게 있었다면 웬만한 일이 없는 이상 진. 선. 미. 셋 중 하나는 예약해두었다고 봐도 좋겠지 싶을 정도로.
다만 평소 미약한 온기를 담았던 것과 다르게 오늘 루나의 발바닥은 마치 에어컨 바람을 직통으로 쐰 사람처럼 차가웠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무리가 온 걸까?
이 느낌은 수족냉증을 패시브로 앓고 있던 엘프리데가 떠오를 정도라서 순간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흐아아으, 여, 역시 안 되겠어.”
그런데 루나는 평소와 다르게 내게 발을 만져지는 것을 꺼려하는 것처럼 내민 발을 무르려고 했다.
“이제 와서 왜 그래.”
“흐으, 그, 그런 가. 그럼 빨리 끝내 봐.”
“그래, 얼른 자야하니까.”
나는 우선 차갑게 식어버린 발을 덥혀줄 겸 손바닥으로 발등과 발바닥 그리고 아킬레스건과 종아리를 슥슥 문질러 마찰열을 일으켰다.
“하으, 흐아앙, 하아….”
그러자 루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얇은 턱과 어깨를 파르르 떨어 댔다.
고압적인 투구를 쓰고 있어도 그 내용물은 역시 루나라서 반응이 달라지질 않는구나.
“…아아응, 흐, 워, 원래 이렇게 주물렀었나?”
“매 번 똑같잖아. 이렇게 피부를 달아오르게 해서 신경들이 깨어나게 한 다음에, 혈 자리를 눌러주는 거지.”
“혀, 혈…앙! 아아아앗!”
손가락으로 발바닥을 꾸욱 밀어 올려주자 루나는 가면 아래로 시끄러우리 만치 커다란 소리를 내질렀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만 평소보다 목청이 배 이상 커다래서 나까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술을 마셔서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 줄 모르는 건가?
“루나야, 민원 들어올지 모르니까 조금 조용히 해야 해.”
“미, 민원? 아, 응, 아, 알겠어. 조, 조용히 해보도록 하마으아앗….”
움찔, 움찔 하고 크게 몸을 떠는 루나.
원래 루나의 발바닥이 마치 바깥에 내놓은 급소처럼 약한 부위라는 걸 알고 있긴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과장되게 소리를 내지르는 감이 있었다.
그게 아니면, 계속해서 샌들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발이 한층 더 예민해진 건가?
나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떠올렸다.
맨발로 다니다, 꽃신을 신게 된 원숭이가 발바닥에 박혀 있던 굳은살들이 사라져 신발 없이는 못살게 되었다더라-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루나 역시 신발로 발바닥을 보호하게 되면서 안 그래도 예민한 발바닥의 피부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민감해졌을지도 모르는 일.
그래도 오래 걸어서 피곤이 쌓인 것은 매 한가지일 테니까.
“그럼 조금 세게 해 줄게. 그 편이 피로랑 취기가 더 잘 풀릴 거야.”
“더, 더 강하게? 흐아앗…!”
나는 독소도 뽑아 줄겸 발가락들을 주욱주욱 잡아 당겨주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그 말랑하고 탄탄한 발바닥을 찰싹찰싹 때려주기도 하며 정성을 다했다.
“아앙, 앙-! 그, 그만 해엣. 이, 이런 건 마사지가 아니야…!”
“이게 마사지가 아니면 뭔 데.”
“몰라아읏, 으흐, 오래 막혀 있던 카, 카르마가 풀려나간다아아아….”
바들바들 떠는 루나는 정말 시원함을 느끼는 사람처럼 녹아내리는 소리를 냈다. 내 손길에 기뻐하는 자가 있다니. 야매 지압 건강원의 아들로서 그보다 더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이 정도면 우리 아버지랑도 슬슬 지압 실력으로 비벼볼 만 할 것 같은데.
“흐, 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아…. 응크으읏…!”
철푸덕.
나는 주저앉은 루나의 종아리를 붙들고 정강이와 허벅지, 그리고 복사뼈 위쪽의 삼음교 혈을 집중적으로 눌러줬다.
삼음교(三陰交) 혈.
그렇다. 삼음교의 혈이다. 사람의 몸에 혈자리들은 음과 양 등의 속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정강이 안쪽 복사뼈의 한 뼘 정도 윗부분은 세 개나 되는 음의 혈자리가 교차하는 곳이라 해서 3음교 혈이다.
옛 동양 의학에서 남자는 낮의 기운을 띈 양, 여자는 밤의 기운을 띈 음의 속성이라 정의한 것처럼.
당연히 이 혈은 여성들에게 있어서 마치 치트키와 같은 능력을 지녔다.
그 지압 효능은 여성의 생리적인 면부터 시작해서 임산부의 원활한 분만을 유도하는 것까지 구구절절 그럴 듯한 것들을 다 갖다 붙여 놓았을 정도.
오히려 너무 효과가 좋다고 홍보하는 것에 어딘가 수상쩍지 않나싶다.
물론 내 생각에는 원래 동양 의학의 혈 자리라는 것이 그럴 듯한 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것일 뿐. 그렇게 생각했는데.
“거, 거기는 안 돼엣…. 안 된다아. 하으, 으. 아앙…. 배, 배가, 아랫배가 이상해에-!”
루나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좋아하는 걸 보면 정말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다. 루나는 밤의 여신의 딸. 그리고 이름도 달이라는 것에서 따온 루나.
이보다 더 음의 기운이 강력한 여자 아이가 또 있을까?
루나는 우리 아버지가 팔던 수상한 음이온 게르마늄보다 음의 덩어리라고 봐도 좋겠지!
“아, 아랫배가 징징 울려, 네, 네놈…. 큿. 크으으, 하앙, 아앗-!”
또 당장 미궁에 들어가기 전에는 생리로 한 주간 크게 고생했으니까.
기운이 많이 빠져 있을 루나를 위해 나는 삼음교 혈을 더욱 정성들여서 꾹꾹 누르며 빙글빙글 문질러준다.
살짝, 적당한 힘을 줘서 엄지로 꾸욱.
“루나야, 어때?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아?”
“피, 피로, 피로가 아니야…. 오래 쌓여 묵혀진 카르마들이, 흐읏, 이, 이럴 수가 전부 풀려 나가고 있어!”
오래 쌓여 묵혀진 카르마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좋다.
이대로 발바닥을 만져주다가, 어떻게 야릇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잡으면 또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런 음흉한 마음으로 루나의 발가락과 발바닥을 마치 새들이 서로의 날개깃을 부비적거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 하으으. 그, 그만! 그만 해라!”
그렇게 서늘하게 식었던 발바닥에 슬슬 온기가 감돌고 매끄러운 땀방울이 스며나오기 시작할 즈음. 루나는 내 손바닥에서 스르륵 하고 자신의 발바닥을 꺼냈다.
그리고는 두 발바닥 모두 사슴 가죽 밑에 집어넣어 숨겨버리는 것이 아닌가?
“…멋대로 기어오르기는! 그만 하는 것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걸로 충분하겠어? 평소에는 삼 십 분도 넘게 마사지 받았잖아.”
“사, 삼십 분!?”
내 말에 부르르 떨며 크게 놀라는 루나. 곧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나긋하게 가다듬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온다.
“으흠, 루, 루나는 그대의 손길에 만족 했노라. 마사지는 이제 됐어. 그래서, 발을 만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을 하지 않겠어…? 평소처럼.”
발을 만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라고? 발을 만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을 내가 평소에 했었다니. 당장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지, 진짜로?”
“…그래. 생각나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지? 어두운 밤, 모두의 눈을 피해 이불의 장막 속에 웅크리고서 했던 것들 말이야.”
“이불 속….”
“더욱 은밀한…. 아기 만들기 같은 거. 교미. 짝짓기. 성교.”
가면을 써서 용감해진 걸까? 음란한 단어를 나열하는 루나에게 나는 어딘가 몹시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네가 취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구나. 우리가 평소에 언제 그런 걸 했어. 모아이는 많이 만들긴 했지.”
“흐응, 그래? 진짜 안했나…?”
“순결 서약을 깨트리면 안 되잖아. 이제 와서 왜 모르는 척이야.”
“그래, 그렇지. 내가 착각했었나 봐. 그럼 평소에 우리가 뭘 했었지…?”
루나는 마치 치매에 걸린 사람처럼 자신의 행적을 물어왔다. 아까 물어보지 않았나. 근데 아까 물어본 걸 왜 또 물어보냐고 핀잔을 줄 만큼 나는 냉담하지 않았다.
“뭘 했냐라-.”
그 물음에 나는 우리가 평소에 뭘 했나 되짚어 봤다.
“뭐, 그냥 매일 똑같지 뭐. 밥 먹고, 일하고. 자고. 쉴 때는 쉬고. 집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내가 말했지만 정말 그것밖에 안했나 싶어서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본다. 의뢰를 해치운 날이 아니면 그냥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백과사전을 읽고, 루나는 옆에서 가게의 오픈 준비를 하고. 그래도 나름 재밌었던 나날들인 것 같다.
“아무튼 잠이나 자자. 내일 밀린 청소도 해야 하고 할 거 많아.” 스벌, 너무 졸리다.
함께 사는 연인들 사이에 수면 주기가 안 맞으면 둘 다 고생한다고 하던데. 이게 딱 그런 건가 싶다.
톡. 데구르르.
그때 루나가 쓴 가면 아래로 동그란 무언가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게 대체 뭔가 싶어서 가느다란 눈을 뜨고 있을 즈음.
“핫산, 루나는 착한 아이야.”
루나는 기어코 자신을 칭찬하기에 이르렀다. 술버릇 참 특이한 녀석이네. 이런 때에는 어떻게 반응해줘야지 싶어서 잠깐 생각할 때.
루나가 몇 마디 덧붙였다.
“나는 말이지. 루나는 살면서 밝은 것만 봤으면 좋겠어.”
“누구나 다 그렇게 살고 싶지 뭐.”
“마음껏 태양의 빛을 쬐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기도 하고. 낙엽과 눈이 쌓이는 것도 구경하고.”
사브작.
루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주르륵 늘어놓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와 누웠다. 저 괴상한 머리뼈 투구도 벗지 않고 자려는 건가?
아무리 새로운 아이템을 득템 한 것이 기뻐도 그렇지 저걸 쓰고 자려 한다니. 마치 초등학생이었던 내 여동생이 새 옷을 입고 자려고 때를 쓰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느낌이다.
새근, 새근.
곧 가면 아래로 일정하게 고른 숨소리가 났다.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데. 그 작은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 역시 무척 피곤해져서 그냥 잤다.
* * *
“핫산, 이게 뭐야! 오닉스야! 오닉스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어!”
이른 아침. 눈을 떠보니까 벌써 잠에서 깬 루나가 무어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어으어, 뭐라고?”
“이거 봐! 오닉스! 모양도 완전 동그랗고 엄청 새까맣다! 이게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루나의 손에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구슬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루나의 말대로 정말 블랙홀이라도 되는 것처럼 새까만 구슬이었다.
“흐어어, 굉장해…. 액막이에 박아 넣으면 되겠다…. 좋은 꿈을 꿨더니 아침부터 이런 행운이…. 쉣….”
뭔 지는 모르겠는데 루나가 기뻐하니까 그걸로 됐다. 아침부터 밝은 소리로 외치는 루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니까.
나는 잠도 깨울 겸 늘어지게 하품과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그걸 액막이에 박으면 뭐 달라지는 게 있어?”
“장비에 보석을 박아 넣으면 더 강해져!”
“그래?”
보석을 박아 넣는 장비라니. 마치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 시스템 같은 느낌이구나 싶다.
그러고 보면 마법사들의 완드나 스테프, 비싼 칼의 장식 폼멜 따위에는 항상 보석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다.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나름대로 효능을 올려주는 거였을까? 근데 보석을 박아 넣는 것으로 뭐 어떻게 성능이 좋아지는 지까지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쥬지에 구슬을 박아 넣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생각해보면 그것도 일종의 장비강화다.
스벌, 내 몽둥이에도 보석을 박아 넣으면 효과가 좋을라나.
아무튼 그렇게 소란스러운 기상을 끝내고.
1층으로 내려갔을 때, 패러노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먼저 일어나서 가버린 것일까?
“님프 녀석, 도망쳤어!”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지긴 했는데. 그냥 궁금함 이상으로는 발전하지 못해서 내 관심은 곧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내 시선이 흐른 곳은 항아리들의 사이에, 좁은 구석에 놓여 있는 신비로운 여신상.
녹스의 모습을 본 따 만들었을 그 나무 목상에 다가가 후-하고 바람을 불어 먼지들을 털어줬다.
그 모습에 컹컹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던 루나가 의외라는 것처럼 한 마디 말을 덧붙여 온다.
“핫산이 녹스님을 다 챙겨? 핫산도 녹스님의 신도가 되기로 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근데 루나야. 진짜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는 부모님에 대해 궁금하지 않냐?”
“난 부모님이 안 계셔!”
루나의 대답은 잠깐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바로 튀어나왔다. 무슨 자동 응답기 수준이라 당황스럽다.
“아니, 그래도 네가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서 태어나진 않았을 거 아냐. 네게도 아버지가 있을 거고, 너를 낳기 위해 열 달 간 고생한 어머니가 계실 텐데.”
“흠. 그렇기야 하겠지.”
“만나보고 싶지 않아? 만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 거냐?”
“글쎄. 그건 왜 물어 보는 거야?”
“사람의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흠, 생각해본 적 없는데. 부모님인가…. 으으음, 으음….”
루나는 고민에 빠진 것처럼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무슨 굉장히 은밀하고 중요한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운을 뗐다.
“왜 날 버리고 갔냐고 물어 볼 거야. 장로님들이 챙겨주시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 아빠와 같이 사는 애들을 보면 부럽긴 했었거든. 부모님에게 버림받을 정도면, 나는 세상에 태어나선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 그러냐?”
명랑한 루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을 줄이야. 조금 의외인 기분이 들어서 나는 괜한 걸 물어봤나 싶었다.
내 앞에 놓인 녹스 님의 목상도 어딘가 무척 침울해 보였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근데, 지금은 매일이 재미있어!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재미난 일들도 못 겪어봤겠지! 그러니까 우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 할 거야!”
툭, 데구르르르.
루나가 말을 끝낸 바로 그 순간. 무언가가 다시금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와, 쉣! 오닉스가 또 있어! 핫산, 우리 집 어딘가에 광맥이 있나 봐!”
부모와 자녀란 무엇일까.
나는 보석을 떨어트리는 목상과 아무것도 모른 채 기뻐하는 루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는데.
나 역시 부모님의 얼굴이 그리워져서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아버지는 그렇다 쳐도 엄마는 좀 많이 보고 싶다.
엄마.
어머니.
내 어머니 김춘자 씨.
잘 계십니까.
불효한 아들 하산은 이 괴상한 세상에서 존나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핫산! 오닉스가 여기저기서 마구 떨어져! 쉣!”
그래도 요즘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역시 이 땅에 뭔가 있었다니까! 좀 비싸더라도 이곳을 사길 잘했어!”
…아닌가.
전에 한번 말씀드린 적있지만…오는 6월 27일 토요일…!! 연재중인 이 작품 이세계 불법체류 사이비가 전편 무료로 풀린다고 합니닷…!!
감동적인 이벤트…!!!
모두 독자님들이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신 덕분입니닷…!!!!
현재 화수까지 잘 따라와주신 여러분들께 미츄리가 깊은 밤 숙면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117회
향락의 도시 소도모라와 여신의 성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