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118
118 ? 향락의 도시 소도모라와 여신의 성전사 #2
베누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그리고 색욕과 성욕을 주관하는 여신이기도 하다.
그녀에 대한 유명한 일화로는 남편을 두고 전사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 정도가 백과사전에 적혀 있었나?
아름다움과 사랑을 상징하는 여성과 전사 중의 전사인 남자. 잘 어울린다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르스 길드와 베누스 신전의 사이는 제법 좋은 편이었다.
마르스 길드와 가장 많은 교류를 하는 신전을 꼽으라면 첫째로 플루토의 신전(지하미궁)그리고 둘째로 베누스 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르스 길드에서 의뢰를 수행하다 보면 가끔 보수 대신 이렇게 베누스 신전의 표를 받을 수가 있지.”
말코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떻게 베누스 신전의 표를 구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미네르바 길드가 끝내주는 사내 식당을 구비하여 소속원들의 복지를 신경 쓰고 있었다면. 마르스 길드는 이런 느낌으로 복지를 실현하고 있었구나.
….
과연 생각해보니 피 끓어 오르는 모험가들의 의욕이 고취 될 것 같긴 하다.
“어흠, 나는 그럼 견학만 하러 가는 거다. 구경만 할 거야.”
“그러게나.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네.”
아무튼 적당히 낮술을 마신 우리는 거리로 나와 베누스 신전이 있는 중앙 거리로 걸음을 나섰다.
“뭐여, 스벌 저 패거리는.”
“야만인에 엘프에 존나 큰 고블린까지 있네.”
“고블린이 아니고 인간 같은데. 등에 줄 달린 악기를 메고 있잖아.”
“몰라, 스벌 눈 마주치지 말자. 괜히 시비 붙을라.”
덩치가 커다란 사마리안에 빡빡이 엘프, 그리고 존나 우스꽝스러운 악사의 삼인조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구석이 있었다.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했다만, 술도 들어갔고 어딘가 묘하게 흥분되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그런 시선들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베누스의 신전이라니.
노예로 이 바닥을 굴렀던 시절부터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나 역시 알음알음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이 딱 어떠한 곳이다-라는 것은 알지 못했었다.
이미 일찍이 언급한 대로, 그곳은 출입할 수 있는 신도들을 엄선한다는 것 같으니까.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해 하긴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직접 견학해 볼 기회가 생겼다. 심심했던 찰나에 이것보다 더 재미난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가서 뭘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견학만 해볼 거다. 견학(見學) 보고 배운다는 소리. 무척 건전하고 학구적인 활동 말이다.
“크흐흐, 이번이 두 번째지만 정말 언제 와도 떨리는 군.”
그렇게 한 몇 십분 쯤 걸으니,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신전 거리에서 베누스 여신을 섬기고 있다는 건축물에 당도할 수가 있었다.
높게 솟아 있는 이등변 삼각형의 지붕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
그리고 정원에 놓인 분수대와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곳이 신을 섬기는 구역이라는 것이 확연히 와 닿았다.
그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 그리고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에는 나라고 하더라도 두근거리던 가슴이 조금 엄숙하게 가라앉을 정도였다.
“스벌, 뭔 정원에 백조가 날아다니냐.”
나는 정원에 뚫린 자그마한 연못. 그곳에서 깃털을 정돈하고 있는 백조들의 모습에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루나랑 같이 산책하러 왔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 데이트 코스로 애용되는 것인지 쌍쌍이 짝 지은 남녀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겉모습만 본다면 누가 이곳을 향해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백조는 베누스 여신의 상징물이지. 그보다 형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건물이 너무 휘황찬란해서 주눅이 든 모양이지?”
그때 내 옆에서 말을 걸어온 말코에 나는 화들짝 놀라 감상에서 빠져나왔다.
“시바, 너 이 새끼 생각 읽기의 주술을 쓸 줄 아냐?”
“뭔 주술? 그게 뭔가? 아무튼, 이 소도모라의 베누스 신전은 여타의 도시들과 비교를 불허할 만큼 세가 크지. 패트론인 플뢰르 남작이 열성적인 베누스 신도라서 말일세.”
플뢰르 남작?
플뢰르 남작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들어본 바가 있었다.
님프 날개 여관의 주인에게, 에코의 가슴이 어찌하여 커진 것인지 물어보는 귀족들 중 하나가 바로 플뢰르 남작이라고 그랬었던가.
그리고 내가 며칠 뒤에 은밀한 장소에서 은밀하게 만나봐야 하는 남자가 바로 그였는데. 이런 곳에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퍽 얼떨떨했다.
“형제님들, 이러고 있지 말고. 얼른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떨지요?”
“그래, 그게 좋겠군. 형제여, 어서 들어 가세나.”
빡빡이 엘프와 코쟁이 악사의 재촉에 나는 우물쭈물한 걸음으로 신전 안에 들어섰다.
베누스 신전의 내부는 사물이 비춰질 정도로 광이 난 대리석 바닥과 그리고 붉은 카펫 따위로 여기저기 수가 놓아져 마치 궁전 안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시 내에서도 잘 나간다는 귀족을 후원자로 두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파티장에서나 볼법한 샹들리에와 그림 그려진 도자기에 정신이 팔려있을 즈음.
“저기, 저쪽 접수대가 비어있군. 형제들, 저쪽으로 가지.”
말코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마치 길드의 창구처럼 생긴 공간에 분홍빛 로브를 걸치고 있는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긴 금발을 치렁하게 기르고 피부도 하얀 것을 보면 과연 미의 여신을 섬기는 신전답게 직원도 수준이 높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물론 루나가 더 예쁜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 세 명의 남자는 비어 있는 창구로 다가갔다. 그리하여 우리를 올려다보는 푸른 금발의 여인.
“어머나, 멋진 남성분들이시네요. 대머리 귀쟁이에 덩치 큰 야만인에 코밖에 없는 괴물까지! 저희 신전에는 무슨 일로 오셨죠?”
여자는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우리를 명랑하게 맞아주었다.
분명 욕을 먹은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밝은 분위기로 말을 해오니까 뭔가 기분이 오묘해서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래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말코와 땡중 칼리두르는 서로 저마다 팔꿈치를 쳐가며 무언가 수신호를 보내는 게 아닌가?
툭, 툭툭.
나는 순간 이 새끼들이 게이인가 싶었다. 혹시 여기도 알고 보면 상당히 좆같은 곳인가, 내가 와서는 안 될 곳에 왔나 진지하게 두려운 마음이 들 때쯤.
“으흠, 흠, 자, 자매님. 저희 형제들이 베누스 여신님께 예배를 드리러 왔습니다. 흠, 으흠, 커흠, 어흠, 으흠.”
말코는 마치 목감기라도 걸린 사람처럼 과도한 기침을 하며 말을 꺼냈다. 이제 보니 그냥 서로 말을 꺼내는 것이 부끄러워서 미루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여, 여기 있소.”
그리하여 말코로부터 두루마리 티켓을 받아드는 창구 직원.
“다정한 연인 코스로 한 시간 씩, 총 세 분이네요. 다정한 연인 코스라니. 혹시 동정분들이신가요?”
직원의 물음에 말코는 크게 당황한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 그건 비밀이오.”
“후훗. 뭐 다들 그리 말하죠, 그럼, 반려 사유가 있나 간략하게 확인해 보시고 자매님들이 계신 예배실로 입장 할게요. 그럼 다음 분-!”
* * *
창구 여직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마치 공항의 검사대와 같은 가구들과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사랑의 여신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두꺼운 갑옷으로 무장한 여성들이 철퇴를 허리춤에 찬 채 남자와 여자들의 소지품을 확인 했다.
“야, 말코야. 저게 대체 뭐 하는 거냐?”
내 물음에 고깔모자 아래로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는 말코.
“아, 저거. 가끔 예배를 드리는 중에 난동을 부리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네. 몇 년 전부터는 저렇게 입장 전에 소지품을 제한하는 형식이지.”
과연, 나름대로 절차가 있긴 한 모양이구나.
나와 말코 그리고 대머리 칼리두르는 검사대 앞에 줄을 서서 우리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칼리두르와 말코는 초조한 지 계속 헛기침을 하고 있고. 나 역시 이 낯설고 신기한 광경에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곳이 바로 베누스의 신전이구나.
이렇게 검사를 마친 이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렇게 기대감 어린 마음으로 생각을 부풀리고 있을 즈음.
절그럭.
나는 저쪽 한 구석에 앉아 있는 갑옷의 여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뒤통수에 싸늘한 소름이 쭈르륵 끼쳐와서 그냥 작게 비명을 질러버릴 뻔했다.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은 내 인내심이 그야말로 초인 수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겠지.
시벌, 저게 뭐야.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날카로운 칼날이 잔뜩 달린 하얀색 철갑옷이었다. 갑옷 자체로 하나의 무기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만약 저렇게 날카로운 갑옷에 몸통박치기를 당하면 온몸에 생체기가 나다못해 찢겨져버릴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런데 내 눈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갑옷보다 그 얼굴 쪽이었다.
연한 금발의 곱슬머리가 치렁한 얼굴에는 투구 대신에 장미의 가시 넝쿨이 왕관처럼 쓰여 있고, 입에는 길쭉한 재갈이 물려 입 다무는 것을 비인도적으로 봉하고 있다.
나를 노려보는 것처럼 부릅뜬 눈동자는 머리칼의 색깔과 비슷한 금색.
금색 눈동자라니, 마치 맹수 같아서 무섭다.
“야, 말코야 스벌 저건 누구냐…?”
나는 그 기괴한 차림의 여성에 대해 말코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코는 이 베누스 신전에 나름 경험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러자 긴장한 채 헛기침을 하고 있던 말코 역시 내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가느다란 눈을 뜨고 “아아-.”하고 아는 채를 했다.
“저 자매 말인가. 베누스의 성전사로군. 이 소도모라의 베누스 신전을 지키는 최대전력이지.”
베누스의 성전사라니.
성전사(聖戰士)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신으로부터 저주를 받아 죄를 짊어지고 노예가 된 이들이라고 했던가.
과연 입에 씌워져 있는 재갈도 그렇고, 머리에 쓰여진 가시 왕관도 그렇고. 갑옷을 입고 있어도 전사라기보다는 죄수라는 속성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다.
“존나게 무섭구만.”
“호, 역시 광야에서 사람을 베어온 형제답게 날카로운 감을 지니고 있군. 저 장미의 광전사는 그 유명한 히폴리테나 악타이온조차 한 수 접어줄 정도라고 하지.”
“실화냐? 그게 진짜냐?”
내가 아는 전사 중 가장 강한 히폴리테와 팬티만 입은 고인물 악타이온이 한 수 접어줄 정도라고?
그 이야기만 들어도 저 괴상한 차림새의 여자가 얼마나 강한 사람일지 제법 감이 오는 듯했다.
“물론 실제로 싸우는 장면은 아무도 본 적이 없네. 그냥 형식삼아 앉아 있을 뿐이라서 말이네.”
핵폭탄의 억지력 같은 느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가. 그보다 성전사라니. 플루토의 성전사였던 검은 대검사 스키조가 떠오른다. 녀석도 저렇게 철갑옷을 입고 있었지.
혹시 그렇다면 저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갑주도 벗기지 못하는 족쇄 같은 느낌인 걸까?
스키조 때는 그냥 넘어갔다만 이렇게 보니, 갑옷을 벗지 못하면 볼일은 어떻게 보고 또 몸은 어떻게 씻는지 궁금한 기분이 들었다.
스윽.
바로 그 순간 나의 시선을 받고 있던 베누스의 성전사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철커덕, 철커덕-하고 몸을 움직여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게 아닌가?
다른 곳에 볼일이 있나 싶었는데. 저 금색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틀림 없이 나를 향해 오는 것이 분명했다.
시바, 쳐다보고 있어서 화났나?
“야, 저 사람 우리한테 오는 거 같지 않냐?”
“형제여, 기분 탓일 걸세. 베누스의 신전에서 거절당하는 것은 사신 플루토의 신도 밖에 없다네.”
“시부럴.”
왠지 모르겠다만 입에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저 무쇠 같은 여자가 허리춤에서 사슬과 뾰족한 철퇴가 달린 모닝스타를 꺼내 집는 것이 보였기 때문.
철그렁. 절그렁.
“흐으으….”
베누스의 성전사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재갈 물린 입 밖으로 마치 짐승 같은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후웅-하고 치켜 올려지는 모닝스타.
차르르륵.
그것이 이윽고 내 쪽을 향해 내리 꽂힌다.
콰광-!
“이런, 시발!”
공격을 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시발!”
하지만 방금 그 공격으로 마치 포크레인에 찍힌 것처럼 이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에 끔찍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저것에 맞았다간 내 몸은 박살났겠지.
“꺅!”
“도, 도망쳐!”
그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가기 시작하고.
“크으으….”
재갈 아래로 신음을 흘린 성전사는 바닥에 떨어진 모닝스타를 주워들 듯 다시금 팔을 움직여 공격을 장전했다. 그것이 이윽고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다시금 날아온다.
쒜에에에에엑-!
시벌, 이번엔 못 피한다. 몽둥이를 꺼내기엔 너무 늦는데. 이대로 한쪽 팔이라도 내줄 각오를 해야 하나-? 모닝스타에 분쇄된 뼈를 치료소에서 치유할 수 있을까?
시바, 루나 몰래 나쁜 짓 하려다가 벌을 받는구나.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각오를 다지고 한쪽 팔을 치켜 올렸을 때.
파밧-.
내 옆을 지키고 서 있던 칼리두르가 허리를 돌려 꺾음과 동시에 발차기를 후려 갈겨 그 두꺼운 갑옷으로 점철된 팔을 튕겨냈다.
투캉-!
“크으-?”
그에 나를 노려보던 금색 눈동자가 약간의 당혹으로 물 든다. 자신의 공격이 막힐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겠지.
“후-.”
한숨을 내쉰 칼리두르는 자신의 어깨를 펴고 권법가처럼 두 손바닥을 편 채 자세를 다잡았다.
“느닷없이 공격이라니-. 제가 부탁한 것은 다정한 연인 코스였을 텐데 말입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연인이 어디 있단 말인지요.”
마치 고명한 무도승 같은 자세다. 나름 든든한 구석이 있긴 하다만.
나는 나와 광전사 사이에 당당히 선 칼리두르의 등을 보며 소리쳤다.
“시발, 칼리두르!”
“형제님들, 이곳은 제게 맡기시지요. 엘브하임의 섬광 칼리두르. 이곳에서 실력을 보여야 할 줄은-.”
“네 발 부러졌어! 시발! 존나 괴상하게 꺾였어!”
“하하. 금욕의 마나와 각인으로 단련 된 소승의 몸은 금강불괴. 갑옷이 단단하다고는 하나 이런 공격을 막았다고 부러질 일은….”
칼리두르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발을 쳐다보더니 잠깐 말을 멈췄다. 반대 방향으로 괴상하게 꺾여버린 자신의 오른 발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던 것이겠지.
“…고기를 너무 먹었나.”
쿵.
놈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시발, 빡빡이-!”
시바, 나름대로 강력한 칼리두르를 일격에 쓰러트릴 줄이야. 이제 광전사와 나를 막아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으으-!”
아무튼 존나 절체절명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시바, 어떻게 하지? 여기서 한 바탕 쌈박질을 벌여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여 나 역시 몽둥이를 뽑을 즈음.
“형제여! 성전사를 향해 연인이 왔다고 외치게! 사랑하는 연인이 왔다고 말하는 걸세!”
구석에서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던 말코가 소리를 높였다.
“어서 빨리!! 이 말코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네!”
뭐, 연인? 말코 새끼가 미쳤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비정한 헬기의 프로펠러처럼 붕붕 돌아가는 철퇴를 보고 있자니 뭐든 좋으니까 수를 써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죽는 것보다야 낫겠지 싶은 심정으로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사, 사랑하는 연인이 왔다! 시바, 멈춰!”
내 괴상한 외침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 구석에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말을 꺼내고 말았어! 미쳤군…!”
“용감한 녀석이야! 야만인은 겁도 없나!?”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하면 누가 저 녀석을 막겠어. 대체 뭐 때문에 갑자기 발작한 거지?”
나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싶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베누스의 성전사는 크게 몸을 움찔거렸다.
“흐으….”
차르르륵.
곧 나를 노리던 눈매가 힘을 잃더니 쥐고 있던 모닝스타를 놓고 나를 향해 다가와 내 몸을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여성으로부터의 격정적인 포옹을 받다니!
“흐으으-.”
꽈아악.
“구에에엑-!”
하지만 날카로운 칼날 달린 갑옷에 안겼기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단순히 안기는 것만으로 내 멋들어진 옷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부에 상처가 날 정도였으니까! 온몸에 칼날이 달린 곰이 허그를 해온다면 딱 이런 기분이겠지!
부비적 부비적.
또 가시 넝쿨이 가득한 왕관을 내 쪽으로 들이밀고 얼굴을 비벼 와서 진짜 죽을 맛이었다.
시바 존나 아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만하세요, 프시케.”
[작품후기]요즘 모기도 많고 더위도 많은 밤이 되고 있네욧 ㅠㅠ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는 미츄리였습니닷…!!!
하렘테그가 지워졌다는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약한 하렘이라는 표시가 굳건히 존재하고 있습니닷… 무엇이 지워졌는지 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닷…!!
여담으로 남캐릭터가 등장하여도 ntr, bl 등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닷…
119회
향락의 도시 소도모라와 여신의 성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