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22
022 ?
저주, 저주, 저주, 저주….
루나의 팔목을 붙들자 나타난 글자들에 나는 등 뒤로 소름이 우스스 내달리는 것 같았다.
무슨 저주를 이렇게나 많이 받았냐. 이래서야 부두술이고 뭐고, 본인 자체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상(偶像)이나 토템처럼 작용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보다 잠깐만. 저주를 풀 수 있다면 과업의 수치를 쌓을 수 있고 과업 수치를 이용해 내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게 확실한 상황에서.
루나는 하나의 커다란 금광 같은 것이 아닐까.
“왜, 왜 그래 핫산? 표정이 무서운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지. 루나는 살짝 겁먹은 것처럼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볼까지 살짝 발그레해지는 모양새가 어지간히도 내 얼굴이 무서운 모양이다.
“어, 음….”
나는 루나가 가진 저주들에 어느 정도 호기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네가 가진 저주가 많구나-.”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도 되는 것인지 살짝 고민하게 된다.
마르스 길드에서 모험가에 가입했던 그날 다프네와 있었던 해프닝 때문인지, 내 안에는 남들의 정보에 대해 물어보는 것에 대한 은연중의 두려움이라고 말할 것이 생겨난 것.
혹 루나 역시 “내가 저주 앓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변태!”하고 내 뺨따귀를 갈길 지도 모르는 일이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남들의 정보를 마음대로 읽고 그걸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고 그런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지.
만약 누군가가 어느 날 내 손목을 만져보며 “핫산 자네, 어젯밤에 SEX-005번으로 딸을 쳤군그래?”하고 물어보면 나 역시 깜짝 놀라서 공중재비를 돌지도 모른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 남의 정보를 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렇게 이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할지 혹 그냥 못 본체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루나가 헝겊 감은 손을 슬그머니 뺀다.
“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이 헛간 대여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구.”
그와 동시에 눈앞으로 떠올랐던 글자들도 사라졌다.
“아무튼 고마워, 핫산. 헝겊은 나중에 잘 빨아서 돌려줄게.”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다시금 각자 나무토막을 하나씩 붙잡고 단검으로 조각을 해낸다.
다만 아까 손이 닿았던 이후 기묘한 적막 같은 것이 몸을 끈적하게 덮어서 퍽 답답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들리는 것은 루나와 내 숨소리 그리고 나무를 파는 효과음 뿐.
사각- 사각.
그래서 하는 일에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잡고 있는 나무가 벌써 3개 째. 루나가 아직 한 개를 붙들고 있으니 앞으로 한 개 정도 더 만들게 되면 이 기묘한 체험교실도 끝이 날 것이다.
함께 의뢰를 마치고 지난밤 술자리까지 가졌다고 한들 아직 루나와의 어색한 간극 같은 것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고요함은 나를 너무도 어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토템은 만들어서 어디에 쓰는 건데? 네가 갖고 다니는 거냐?”
나는 아무 말이나 그냥 생각나는 대로 바깥에 지껄였다. 비좁은 오두막에 내 목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다는 것은 덤이다.
잠깐 손을 우뚝 멈추는 루나.
“어제 말했다시피, 사람들에게 선물 할 거야.”
“선물?”
“그 왜, 나는 사실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민폐를 끼치고 말거든….”
어딘가 자신 없는 듯한 말투다. 자기가 바보 같은 일을 하고 민폐를 끼친다는 걸 알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에서는 지식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똑똑하네.
“이런 것이라도 선물을 주면 다음에 혹시 의뢰 일로 만나게 됐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지….”
나는 “흠-. 그렇구만.”하고 적당한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위 모험가로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 있는 모양.
“누구누구 주려고?”
“핫산, 너 혹시 어제 일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거 아냐?”
지릿, 하고 루나주제에 제법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이때 내게는 분기점이라고 말할 것이 생겨났다. 이대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땔지 사실대로 말할지 고민하다가 한 가지를 선택했다.
“사실 어느 순간 정신이 끊겼거든.”
“그럼 내가 왜 모험가를 하는 지 얘기해 준 것도 기억 못하겠네?”
“모르지.”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아무튼, 하나 완성했다! 후-.”
루나는 자신이 조각한 토템을 높이 들어 올려 보인다. 손바닥만 한 자그마한 크기.
그 모양은 마치 지난번에 봤던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스태츄와 닮아 있었다. 마치 코끼리와 문어를 합친 다음에 발로 밟아 뭉개놓은 것 같은 모양.
몹시 불쾌감이 느껴지는 형태를 노리고 만든 것이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때? 잘 만들었지, 핫산! 네 얼굴이랑 똑같이 만들고 싶어서 노력 좀 했어!”
시발? 고도로 까는 것인가? 내 얼굴이 이 모양으로 생겨먹었다고? 나는 무슨 고대신이나 그릇된 우상 숭배의 희생제물인 줄 알았다. 어쩐지 내 얼굴을 계속 흘끔거리더라니-.
“이건 핫산 네 꺼야.”
“어, 으, 으응-.”
여자로부터 선물을 받았던 적이 언제였더라. 어머니와 여동생은 가족이니 논외로 친다하더라도. 떠오르는 것은 엘프리데에게 쇠사슬 목줄을 선물이랍시고 받았던 능욕이 전부다.
그런 의미에서 모양이야 어찌됐든 여자 아이로부터 무언가 받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퍽 새삼스러웠다.
“아무튼 고맙다.”
목상을 받아든 나-.
그때 디링-하는 효과음과 함께 눈앞으로 글자들이 떠오른다.
『저주 받은 물건에 노출되어 기벽 좋지 못한 손버릇》을 획득했습니다.』
『혼돈의 축복이 기벽을 무효화 합니다.』
저주 받은 물건? 기벽? 무효화?
뭔진 모르겠지만 머릿속이 기하학적으로 뒤죽박죽 꼬인 기분이 튼 탓에 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오우, 쉣!”
“그, 그렇게나 좋아하다니. 어쩐지 부끄러운데….”
다만 내 상태를 모르는 루나는 마치 정숙한 처녀의 첫날밤처럼 얼굴을 붉히고 몸을 베베 꼴 따름이다. 이 시발, 감히 내게 저주 받은 물건을 줘? 일부러 그런 건가?
나는 가느다란 눈을 뜨고 루나를 살폈다. 이 계집애가 나를 저주로 주살하려 한 건지. 혹 의도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데-.
“왜, 왜 그렇게 쳐다 봐?”
루나는 멍청한 핑크색 머리칼 마냥 얼굴을 붉게 물들일 뿐 자기가 지금 어떤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는지 전혀 모르는 태도를 보인다.
만약 그것이 의도한 결과, 그리고 이 모든 게 연기라고 치면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못된 여자애다.
시발, 이게 갑자기 왠 날벼락이냐-.
그런 느낌으로 목상을 꾹 쥘 때였다.
디링-.
『과업의 수치를 100 소모해 한 항목의 수치를 1만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1. 완력 + 』
『2. 민첩 + 』
『3. 체력 + 』
“오옵!”
*
루나와 나는 마지막 모형까지 전부 만든 다음에 그것을 보따리 안에 잘 챙겨 넣고 거리를 나섰다. 내가 네 개. 루나가 한 개 만들어 결과적으로 완성된 토템의 수는 총 다섯.
루나가 만든 것 한 개는 내가 갖기로 했고. 내가 만든 돌하르방들은 말코나 플라탄, 접수원인 다프네와 님프 날개의 여관 주인에게 선물한다는 모양이다.
북적, 북적-.
저녁 시간이 되어 찾은 여관은 으레 저녁 시간의 술집이 그러한 것처럼 북적하고 난잡하기 짝이 없었다.
“또 왔군, 사마리안. 듣자하니 공원에서 시비가 붙었다며? 한 나절 사이에 꽤 그럴 듯해졌군 그래, 보호구도 그렇고. 칼도 그렇고.”
시발,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났나. 이 세상은 인터넷도 없는 주제에 이런 소문은 무척이나 빠르다.
아무튼 여관 주인인 중년의 남자에게 나는 내가 만든 나무 돌하르방 건네고 가볍게 말했다.
“여기 분홍 머리 여자애가 선물로 주는 거요.”
“응? 선물? 어째, 생긴 게 거시기 한 것이 내 마누라가 좋아할 것처럼 생긴 모양일세. 아무튼 잘 받겠수, 아가씨.”
그것을 끝으로 나와 루나는 구석진 곳 테이블 빈자리에 마주 앉았다.
“저, 정말 아무 거나 시켜도 돼…?”
자신 없게 물어오는 루나.
“그래, 10쿠퍼 이하 음식으로. 내가 사 줄게.”
“아이 만드는 데 도움도 받고 밥까지 얻어먹다니. 너무 염치가 없는데….”
루나는 몹시 감동한 것처럼 눈가를 붉히며 우물쭈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정도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답할 따름.
“너도 아까 날 도와줬었잖아. 팔려고 했던 벌들도 풀었고. 그냥 하나 골라.”
물론 단순히 그러한 답례 때문만은 아니다.
루나가 만들었던 목상, 그 신비한 효능에 대해 알기 위해선 뇌물을 먹여두는 편이 더 효과적일 테니까! 아깝지만, 아까 건달들에게 뜯었던 10쿠퍼는 이곳에 쓰기로 한다.
“그래? 그럼-.”
그때서야 마지못해 안심한 것처럼 가게 안의 메뉴판을 게슴츠레하는 눈으로 지켜보는 루나다.
“뭘 먹지-. 흐흥-.”
물론 얻어먹는 다는 것이 신났는지 살짝 들떠오르는 감정 같은 게 숨길 수 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잠깐의 생각에 잠겼다.
루나가 만든 나무 목상은, 기벽이라는 것을 부여함과 동시에 과업의 수치를 소모해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무척 신기한 물건이었다-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
루나가 사용한다는 부두술인지 주술인지 모를 것의 영향인 듯한데.
아무튼 레벨이라는 개념이 쉬이 올려 지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아낸 나였기 때문에 루나가 지니고 있는 능력은 내게 있어서 꽤 탐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가진 또 하나의 은총인 혼돈의 축복》 덕에 그 리스크라고 할 수 있을만한 기벽 자체도 무효화 되는 듯하고.
그래도 단 한 번의 실험결과로 속단을 내리는 건 금물이겠지. 루나에게 한 번 더 목상을 만들게 할 수는 없는 건가.
“하와이와 피자랑, 멘테 초코. 그리고 쩡어리 파이랑-, 쉣!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뭘 고르지? …핫산?”
“어, 응. 다 골랐다고?”
“아니, 고민 중인데. 흐음.”
“그냥 대충 골라.”
이 세상의 음식은 뭘 시켜도 맛이 없기 때문에 고민해봐야 손해지. 시발, 정말로 다 끔찍한 것들 밖에 없다.
“그럼 주문할게, 저기요!”
그렇게 주문을 끝내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가 물었다.
“그 목상은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는 거야? 토템 말이야.”
“모아이? 아니, 내 카르마가 조금 더 쌓인 다음에나 만들 수 있어. 카르마를 소모해서 만드는 거니까.”
카르마. 그것은 이 세상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숙덕대며 말하는 특이한 설정 중 하나다. 내가 지니고 있는 과업의 수치나 혹 게임 캐릭터의 경험치라고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을 뿐.
루나가 말했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만들 수 있어. 길면 세 달….”
“두 달에 한번?”
“보통 유적을 탐사하거나, 신전에 기도를 드린다거나 하면 그 정도의 카르마 수치가 쌓이니까. 내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뢰를 끝마치니, 딱 그 정도야.”
의뢰는 모험가 길드의 의뢰를 말하는 것일 터이다. 길드 의뢰를 약 두 번 정도 끝내면 목상을 만들 수 있는 카르마가 쌓인다고 추리해도 되는 부분일까?
그보다 가장 말단의 아이언 티어 모험가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의뢰를 수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이라니 너무 적은 감이 있다. 그래서 그게 어찌된 일인 것인지 묻자 루나는 몹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 부두술은 의도와 다른 결과를 종종 불러 일으켜서, 나랑 파티를 맺으려 하는 녀석들이 없어. 있다고 해도 변태 같은 녀석들뿐이고….”
아, 대강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루나는 의뢰를 수행하는 면에서, 특히 험난한 일을 해쳐나가야 하는 모험가라는 측면에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루나는 그냥 예쁜 토템이다. 좋게 봐줘도 생긴 것만 귀여운 치코리타와 다름없다는 소리.
사실 누군가 루나와 함께 파티를 맺을래?-라고 물어보면 나라고 해도 그건 좀-하고 망설이게 될 것 같으니까.
그런 루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신전을 청소하는 둥의 허드렛일 정도 밖에 없었겠지. 그런 의뢰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닐 테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의뢰를 하는 걸 테고.
어쩐지 추리가 맞물려 가는 느낌에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근데 한 달 한번만 의뢰를 끝내는 걸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해?”
“불가능하지. 모험가 길드 비용 20실버를 낸 뒤로는 엄청나게 굶었어. 풀뿌리도 캐먹고. 나무껍질도 갉아 먹고 그랬거든. 벌써 네 달 전이네. 사실 지금도 하루 한 끼만 간신히 먹어.”
루나는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것인지 눈시울을 붉혔다. 녀석의 가느다란 몸은 단련이나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보다는 그냥 굶주림으로 인한 몸매였구나.
녀석이 어떤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힘들게 살아온 모양이다. 벌이나 곤충, 버섯이나 약초 따위에 눈이 돌아가며 광증이 도졌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주술사로서의 특이점이 아니라 굶어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불쌍해 보이는데-. 굶주림의 고통이라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그 카르마라는 걸 더 자주 쌓을 기회가 생기면 그 목상을 더 만들 수 있는 거냐?”
“응응! 의뢰를 자주 해결하면 돈도 더 잘 벌리고 나도 제대로 된 부두술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야생벌들이 아니라 거미나 뱀을 알부터 키워내면 전투에도 도움이 된다구. 다들 나를 얕보고 있지만 언젠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거야!”
거미니 뱀이니 듣기만 해도 식욕 떨어지는 소리를 한 동안 웅얼거린 루나가 슬금슬금 나의 눈치를 봤다.
“…핫산은 강하지? 고블린도 막 짓밟아서 죽이고. 아까 모험가들도 머리통을 박살내서 죽였잖아.”
“아니, 모험가들은 안 죽였는데.”
감옥으로 가긴 했지만 멀쩡히 살아 있는 새끼들을 죽은 것으로 만들다니.
“그랬나? 아, 아무튼. 그럼 남들보다 배 이상 강한 것은 확실한 것 같고…. 어떻게 한 사람 정도는 더 신경 써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데….”
루나는 몹시 등이 가려운 데 손이 닿지 않아 어물대는 것처럼 잔뜩 기가 죽어 있었다. 녀석의 얇은 입술에서 무슨 소리가 더 나올까 내가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저, 그…. 괜찮다면 나랑 고정으로 파티를 맺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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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루나와 아이 만들기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