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283
283 ? 짧은 여가 #5
타닷-.
나는 대지를 빠르게 두 번 박찼다.
칼리두르의 보법을 따라 해본 것인데, 어설프게나마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말하자면 섬광의 보법 1성 정도는 도달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겠지.
“체-!”
솨아아-.
나의 몸이 공기를 가르며 쌍도끼의 남자를 향해 치달을 때. 주변 사람들의 당황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 없어졌어!?”
“뭐야? 어디 갔어?”
뭇 생물에게는 동체시력이라는 게 있다. 동체시력을 넘어서,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는 흡사 없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눈앞에서 쫓고 있던 모기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나의 몸은 이미 쌍도끼의 칼리파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대로 녀석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올려쳐 놈의 복부를 후려갈긴다.
“구에에엑-!”
그에 녀석의 몸은 공중으로 몇 센치쯤 튀어 올랐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나는 녀석의 양쪽 머리를 붙잡은 뒤에 그대로 나의 무릎을 들어 찍어 올렸다.
핫산님의 비정한 지옥의 절명기, 무릎 찍기입니닷…!
그에 내 귀에는 파각-하고 굉장히 불온한 소리와 함께 어째선지 패러노이의 효과음이 들렸다.
시발, 내 머리에서 나가 패러노이!
나는 패러노이의 망념을 쫓을 생각으로, 꽉 쥔 건틀릿의 주먹으로 남자의 등을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쌍도끼의 어쩌구는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주르륵.
바닥은 녀석의 코와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점점 붉게 물들어가 금방 끈적한 카펫이 만들어지게 됐다.
모두가 이 광경에 말조차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을 때에, 나는 붉게 흐르는 핏물의 길을 따라 걸어 히폴리테의 손에 들려 있는 은색의 목걸이를 빼앗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 목에 걸고 말 한다.
“자, 또 덤빌 사람 있으면 지금 나와.”
나는 주변을 둘러 봤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길드의 많은 관계자들이 곧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두마디 씩 평가를 하는 게 보였다.
생각보다 제법인데.
잘 싸우네.
히폴리테에게서 교육을 받는 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인 모양이지?
아, 그럼 저렇게 싸우는 것도 이해가 되지. 그것보다 히폴리테가 남자를 제자로 또 받아들이다니 굉장히 의외인데 그래.
근데, 방금 그건 히폴리테보다는 엘프들의 보법 같지 않았나? 갑자기 눈에서 사라졌잖아.
그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생생히 들려왔다.
이전에도 느낀 바가 있지만, 오러를 어설프게나마 습득한 이후 나의 귀는 작은 소곤거림까지 바로 코앞에서 듣는 것처럼 크게 들을 수가 있었다.
전투에 의해 흥분했기 때문인지 모두가 침을 삼키는 소리, 숨을 내쉬는 소리, 입술을 달싹이는 소리까지 크게 들리는 것 같다.
감각이 너무 예민해지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내 머리가 혹시 이상하게 되어 버린 건가? 그래서 살짝 당황하고 있을 때 내 앞쪽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에이, 스벌. 지독하게 맞았네. 이래서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히폴리테의 제자면 확인해 볼 것도 없다니까.”
그는 쌍도끼의 칼리파였다. 내게 정통으로 얻어맞았던 남자가 마치 콧물을 푸는 것처럼 자신의 한쪽 코를 막고 훽-하고 피를 뿜어낸다. 그야말로 터프한 모습이다.
그리고는 얼굴에 피가 잔뜩 묻은 얼굴로 씩 웃는다.
“사마리안, 아니 핫산이라고 했나? 솜씨가 제법 쓸 만한 데 그래. 아직 젊어 보이는데 실력도 상당하고. 마르스 길드의 주가도 순조롭게 올라가겠어.”
방금까지 나를 죽일 것처럼 서슬퍼런 살기를 띄고 있었던 사내가 갑자기 주식을 운운하는 모습에 나는 좀 의아해졌다.
그보다 적어도 한 두 시간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먹였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바닥에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도 신기한 모습이다.
역시 실버 티어의 모험가인가.
내가 그런 느낌으로 의아함에 히폴리테를 바라보자, 그녀가 설명해줬다.
“마르스 길드 나름의 세례다. 서로 피를 보게 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무사히 통과했다, 핫산.”
“그렇군요.”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한 마디씩, 마르스 길드의 주가도 올바르게 상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떠들어대고 있다.
올해는 진짜 우리도 상장할 수 있나? 저 사마리안 녀석, 상당히 물건인데? 심사에 좋은 효과가 있겠어.
올해, 미네르바 길드는 상장심사 받는다고 하던데. 한 주당 1골드 까지 올라간다더구만.
시벌, 누구든 좋으니까 열심히 일 좀 해봐. 이름 있는 마물도 좀 잡고, 새로운 미궁도 좀 발견하고!
이 시부럴, 이미 모험가 업계도 포화잖어. 근처에 마물이라고는 고블린 새끼들 말고는 씨가 말랐는데 뭘 어떻게 잡아. 세상이 너무 평화로워.
스틱스 강물 온도 확인하러 가야하냐.
아무래도 보통 대화는 아닌 것 같아서 의아해 하고 있을 때 히폴리테가 한 마디 더했다.
“이들, 마르스 길드의 실버 티어 모험가들은 모두 길드의 주주들이다. 실버 티어 모험가들부터는 보수의 일정량을 길드의 주식으로 대신해 받아야만 하지.”
대신해 받아야만 한다니. 말하는 뉘앙스가 마치 강제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의무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스벌 강제되는 겁니까?”
“그렇다. 너도 이제 우리와 같은 배를 탄 거야. 이제 네가 ‘내 목숨을 마르스 길드에’라고 천명하는 것으로 승급식은 끝을 맺-.”
아니, 시부럴. 방금 내가 들은 게 실화인가? 히폴리테가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 귀에는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르스 길드의 주식이 그리 값나가지 않는 것이라는 건 소도모라의 어린 애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보수 대신 강제로 받아야 한다니. 이건 존나 끔찍한 이야기였다.
“그게 진짜입니까?”
“핫산, 길드 가입 조항에 적혀있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길드 가입 조항이라니. 그게 대체 뭐지. 내가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다가, 지금으로부터 아주오래 전처럼 여겨지는 길드 가입 때의 일을 떠올렸다.
다프네와 처음 만나서 성추행 범으로 몰렸던 그 날.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 날에 나는 무언가 엄청 페이지 수가 많은 책장 같은 것에 서명을 했었다.
그게 무슨 가입 조항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프네가 별 내용 없으니 그냥 사인하면 된다고 그래서 나는 사인을 했었다.
“이, 시벌.”
“뭐라고?”
“-내 목숨을 마르스 길드에.”
“그래, 훌륭하다. 이로서 너도 우리의 동지다! 피를 나누는 동지!”
와락 찌푸려져 있던 히폴리테의 미간이 조금은 느슨하게 풀렸다. 그녀는 곧 주변에 몰려 있는 실버 티어의 모험가들을 향해 말 한다.
“이미 이 자리의 모두가 알겠지만, 다시 한 번 말 하지. 나는 마르스 길드의 신관 히폴리테다. 내가 말하건데, 그대들이 전장에 피를 뿌릴수록 길드의 주가는 더욱 드높이 치솟을 것이다-!”
“와-!”
“싸우다 죽어라! 어차피 전사들은 계속해서 길드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신관나리 그럼 언제나처럼 그거 하고 끝내죠.”
“그래, 자, 내가 선창으로 영을 외치면 너희들은 차를-.”
*
*
*
길드의 소광장에서 펼쳐졌던 승급식이 끝나고, 길드의 정문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려고 할 때에 벤치에 앉아서 샌들로 바닥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는 분홍 머리 여자애의 모습이 보였다.
“루나야.”
“아, 핫산! 어떻게? 승급식은 잘 끝났어? 얼굴에 상처가 났네! 약 발라 줄게!”
루나는 품속에서 기이한 고약 같은 것을 꺼내 내 콧등과 볼에 잘 발라 주었다. 쌉싸름하긴 했는데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꽤 좋다.
“안에서 누구랑 싸웠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도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실버 티어 이상이 아니면 승급식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들어갈 수가 없었어.”
“사실 승급식이 아니라 주주회의 같은 거였어.”
“주주회의?”
루나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눈썹을 꿈틀거렸다.
근데 말하고 있는 나도 말할수록 이해를 할 수가 없어졌다. 마지막에 함께 재창했던 영차영차는 대체 뭐였던 거지. 마치 들여봐선 안 될 무언가를 본 기분이었다.
심연에 다녀온 적 있었던 나였는데, 그곳보다 마르스 길드의 주주회의가 더욱 끔찍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검은 암흑 같은 것으로 뒤덮이는 것 같아서 나는 신경을 돌리기로 했다.
“아, 그리고 조만간 델포이로 가야 한다더라. 날짜는 내가 알아서 정하라던데.”
“델포이인가. 하긴, 핫산 예전부터 델포이로 가야 한다고 그랬었지. 이제 슬슬 여름도 끝나가고, 바람도 선선해지니까 마차 한 대 빌리면 오가는 데 한 달 정도 되려나?”
“대충 그 정도 걸리겠지. 봉사도 거의 다 끝나가니까. 아마 한 달 정도 다른 곳으로 떠나 있으면 내 이야기도 많이 묻힐 것 같고. 근데, 루나 너도 같이 갈 수 있어?”
루나는 공방을 비롯해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았다. 그래서 나는 루나가 이번 여정에 함께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그에 흠-하고 잠깐 고민하는 루나.
“사실 나도 델포이에 갈 일이 있긴 했는데. 가서 신탁을 받고 싶은 게 있긴 했거든.”
“그래? 루나 네가? 무슨 신탁을 받으려고?”
“그, 그건 비밀이야-.”
루나가 나한테 비밀로 하려는 게 있다니 퍽 신기했다. 그래서 갑자기 어색한 공기가 흐르려는 것 같아서 나는 노련하게 말 머리를 돌린다.
“혼자 온 거야? 패러노이는?”
“친구랑 벌 잡는다고 놀러갔어. 이상한 님프더라. 자기더러 꿀물의 님프래. 패러노이가 제일 이상한 애인 줄 알았는데, 한 술 더하는 애가 왔어.”
루나도 꿀물의 님프 도리스와 몇 마디 나눠본 모양이다. 어제 하루를 같이 보냈겠지.
“근데 꿀은 잘 만들더라. 비약에 넣으니까, 비약 맛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 핫산, 이거 마셔 봐!”
루나는 자신의 품에서 이리저리 물건을 뒤적여 나무로 된 비약 병을 꺼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체는 언제나처럼 기괴한 냄새를-.
“어, 냄새 괜찮은데?”
쓴 한약 냄새가 나긴 했는데, 생각보다 참을 만 했다. 예전에는 냄새만 맡고 있어도 눈이 맵고 뒷골이 화-하고 싸해질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맛은 어떨까 싶어서 한 모금 넘기자, 제법 굉장한 느낌의 무언가가 내 목으로 넘어가는 것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의외로 먹을 만했다.
“아직 개량중인 거야?”
“응응! 어때? 핫산 꿀물 좋아하잖아. 그래서 꿀의 양을 더 늘려봤는데, 괜찮을까?”
“잘 만들어졌네.”
“다행이다!”
루나는 자신의 비약이 점점 더 업그레이드 된다는 것에 무척 기쁜 것처럼 보였다.
그보다 내가 루나에게 꿀물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나 생각했다가, 제법 오래 전. 루나와 첫 일을 치룬 후 다음 날에 루나가 내게 꿀물을 타줬다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
갓 노예에서 해방되어, 아이언 티어의 바닥을 달리고 있던 그 시절. 레벨도 겨우 10 언저리 정도였지.
지금 내 목에 걸린 것은 그 시절과 다른 은백색의 새하얀 목걸이다.
길었다.
이제 한 단계만 더 올리면 정말로 골드 티어구나.
“루나야, 아직 토템은 못 만들어?”
“응응, 카르마를 쌓을만한 일을 안 했으니까.”
“그렇구만.”
단순히 내 과업 수치만을 쌓는 게 아니라, 루나가 던전이나 마물들을 때려잡아 카르마를 쌓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레벨의 골드 티어를 정말 목전에 두고 있으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모처럼 봉사를 쉬는 날이기 때문인지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그보다 핫산, 몽둥이는 어디 갔어?”
“아, 그거 땅에 뿌리박았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이게 그냥 들어보면 거짓말 같은데, 내 몽둥이가 땅에 뿌리를 내렸다니까?”
“핫산은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니까.”
루나가 나를 믿지 못한다니. 조금 억울한 면이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루나를 데리고 내가 머물고 있는 북문의 여관으로 향했다.
도중에 내게 시비를 걸려는 양아치들이 있긴 했는데, 내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가 은색이라는 걸 본 순간 그저 바닥에 퉤-하고 침만 뱉을 뿐 덤벼오거나 하지는 않아서 무척 편안하다.
스벌, 이게 바로 브론즈와 실버의 차이인가?
만약 금색 목걸이를 메고 다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우오옷, 저녀석 봐, 저 녀석같이 후줄근한 녀석이 금색 목걸이를 메고 있잖아!
도시 내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미소녀들, 어째선지 루나와 히폴리테, 엘프리데나 안티오페 같은 녀석들이 우물쭈물하며 나에게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어 온다.
제 주소에요, 같이 데이트해요!
데이트, 곤란.
스벌, 멋진 인생이겠구나.
“아, 진짜 바닥에 뿌리를 박았네!”
그때 루나가 우물가에 박혀 있는 몽둥이를 보며 놀라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나의 뒤쪽에서도 기척 하나가 스륵-하고 나타난다.
“귀여운 꼬맹이, 또 왔네. 혹시 나 만나러 온 거야?”
“흐, 흐이익-!”
그것은 엘프리데였다. 오늘 휴일이라더니 여관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건가?
“히에익!”
다만 엘프리데를 본 루나는 그야말로 개 짖는 소리를 들은 너구리처럼 얼어붙어서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하, 하지 마-!”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뭘 하지 말라는 거야. 혹시-. 이런 거?”
엘프리데는 빠른 속도로 루나에게 다가갔다. 그 뒤 당황하여 팔을 휘적거리는 루나의 얼굴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고 볼을 주아압-하고 빨아 당기는 것이다.
“히으이익-!”
[작품후기]일요일이 벌써 끝났다닛…!!!!쿠폰과 추천 그리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에 한해서 금요일 저녁으로 회귀할 수 있는 회귀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히오오옹-!!!
284회
짧은 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