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622
외전 – 이방인 # 1
내 저택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도랑도랑 도랑물-.
━개울개울 개울물-.
━호에에, 도대체 새로운 신곡은 언제쯤 나오는 것일까요…?
자그마하고 시끄러운 님프들부터 시작해서-.
━경계 중 이상 무-. 뭐, 누가 미쳤다고 이 저택에 숨어들어오겠어? 경계같은 거 설 필요 없이 그냥 적당히 앉아서 노가리나 까지 뭐-. 안 그래, 앵크셔스?
━솜니아, 그래도 월급 받는 만큼은 일해야죠.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전 플루토 사교 출신 사제들-.
━히오옹-.
━미오옹-.
━케르르르-.
다리가 여덟 개 씩 달린 거미들과 머리 셋 달린 대형견까지.
종족과 인종 그리고 국적 등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다양한 사건과 소동을 겪으며 정말 열심히도 산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자를 꼽으라면 패러노이가 되겠지만-.
패러노이를 제외한 자들 중에서 가장 막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람은 단연 그 사람이다.
그녀의 이름은 히폴리테 헤븐싱어.
마르스 길드의 현역 골드티어 모험가이고, 처녀단의 전 수장이기도 하면서 최근 숱한 전쟁터와 대륙의 위기에서 활약을 펼친 당대의 여전사다.
그녀의 검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서 전장의 부조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도 있다고 하지만.
히폴리테의 가장 큰 재능 중 하나는 바로 야전이 아닌 테이블 위의 실무능력이었다.
“오후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군.”
그래서 히폴리테는 매일 같이 수북이 쌓인 서류뭉치와 야근에 시달렸다. 나는 그녀의 개인 사무실로 찾아가 물었다.
“오늘도 마르스 길드에서 업무를 주고 갔습니까…?”
“그래. 길드 놈들-. 나는 임신 휴직 상태란 말이다. 이런 일처리 정도는 알아서들 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남들의 배 이상 되는 일을 휙휙 처리하니, 뭐 일을 가져다 주는 사람 입장에선 시간도 단축하고 일처리도 확실하고 안심이다.
실제로 패러노이가 님프 대축제 등으로 바쁠 때에는 히폴리테가 집안의 재정과 운영, 경비 등 중요한 항목을 도맡는다.
그런 와중에 나는 뭐-. 집 주인이라고 이름만 올려놨지 사실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뭘 하는가 순찰이라는 명목에 구경하는 게 나의 하루 일과다.
“핫산, 오늘도 놀러온 건가?”
“그렇죠 뭐.”
요새는 히폴리테의 사무실에 종종 왔다.
루나의 공방은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워서 구경하는 재미는 없었고, 엘프리데 또한 요즘 과학 도서에 꽂혀서 하루 종일 책만 읽어서 재미가 없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많은 것에 반응이 다양한 히폴리테를 지켜보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으으-.”
그때 서류에 사인을 하며 잠깐 미간을 좁히는 히폴리테.
“어디 안 좋습니까?”
“아니, 뱃속에서 아이가 발로 날 찼다. 이 녀석, 엄마를 때리다니. 벌써부터 패륜적인 폭력성이 다분하군. 누굴 닮은 건지-.”
그리고는 날 슬쩍 바라보는데 나는 가슴이 뜨끔할 뿐이었다. 그러자 히폴리테는 후후-하고 가볍게 웃으면서 “농담이다.”라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히폴리테는 농담을 잘 못한다.
아무튼 아이는 상당히 건강하고 순조롭게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 되는 히폴리테가 워낙 건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사실 너무 건강해서 문제다.
이제 임신 7개월 차.
남성인 내가 보기에도 움직이기 꽤 힘들어 보일 정도로 배가 불러왔는데, 히폴리테는 아무렇지 않게 척척 일을 하고 시장도 보고 그랬다.
집에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내 삶이 녹슬어버리는 기분이다. 뭐든 하고 있는 게 좋아.”
히폴리테는 집에서 편히 쉬라는 나의 의견에 위와 같은 거절을 해왔다. 평소 활동량이 어마어마했던 그녀였기에 좀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모양이다.
“뭐, 불편한 것들은 이그노이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히폴리테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이그노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이그노이는 마치 졸린 고양이처럼 가느다란 눈을 뜨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이. 얼른 태어났으면 좋겠다. 폴리노이.”
“이그노이야, 아이 이름은 폴리노이가 아니다만. 님프가 아니니까.”
폴리노이는 히폴리테의 이름을 따와서 님프 형식으로 지은 태명인 듯하다. 아무튼 저택의 사람들에게 히폴리테와 나의 아이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사였다.
언제 아이가 태어날지, 아들일지 딸일지-. 어떤 아이로 자라나게 될지 등등-.
생각에 잠겨있자니 히폴리테가 펜을 내려놓으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우으으, 조급해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만나게 될 거다, 핫산.”
“저는 별로 조급하지 않는데요. 히폴리테 님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요. 움직이는 것도 함부로 못하고 그럴 테니….”
“그건 그렇지. 벌써 두 달은 검을 손에 쥐지 못했다. 잡을 일도 없었지만-. 내 손바닥을 봐. 굳은 살도 전부 없어졌잖아.”
내밀어오는 히폴리테의 손바닥은 정말 굳은 살 하나 없이 부드러워보였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는 검을 손에 쥐고 있을 때도 굳은 살 하나 없이 말랑한 손바닥을 지니고 있긴 했다.
아무튼 그녀가 몇 달간 검을 쥐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히폴리테가 검을 쥘 일이 없을 정도로 세상이 평화롭기도 했고, 대부분의 일은 그녀의 후임지라고 할 수 있는 안티오페가 처리했으니까.
스슥, 스스슥-.
그때 히폴리테의 사무실 바깥에서 가벼운 발걸음이 들려왔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이렇게 가벼운 보폭으로 걷는 이는 몇 없다.
“멜라니페, 이모 왔다-!”
펄럭-.
막사로 이용되는 장막을 거칠게 걷으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섰다.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이 가벼운 목소리의 주인은 안티오페다.
“뭐야, 핫산도 있었네?”
“안녕.”
“자, 이모가 왔어. 잘 지내고 있었어?”
내 인사를 적당히 받은 안티오페가 히폴리테를 향해 다가가 그녀의 배에 대고 말했다.
“이모, 보고 싶었지-.”
안티오페는 우리들 중에서도 히폴리테의 아이에 대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사람으로, 벌써 멜라니페라는 이름을 멋대로 붙여놓고 혼자만 그렇게 부르고 있기도 했다.
“이모가, 조카 주려고 오는 길에 꽃을 꺾어왔지. 짠-.”
반쯤 열린 지퍼와 커다란 가슴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봄꽃을 꺼내는 안티오페. 그것을 받아든 히폴리테는 책상 위에 놓인 물병에 대충 그것을 꽂아 넣었다.
“또 꽃이라니. 차라리 먹을 걸 가져와라. 과일 먹고 싶으니까.”
이미 물병에는 안티오페가 꺾어온 것으로 보이는 들꽃들이 가득하다.
히폴리테가 물었다.
“일은 잘 처리하고 왔나?”
“처리라고 할 것도 없지. 시시해 죽는 줄 알았는 걸. 요새 이름 날리는 산적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말이야. 내 새로운 필살기 시험 연습 상대도 안 됐어. 모처럼 문신이 늘어났는데.”
슥-하고 지퍼를 풀어 등을 내어 보이는 안티오페. 그런 안티오페의 등에는 번개와 불의 모양이 마법의 주문처럼 그려져 있다.
“더 강한 놈들에 대한 소식은 없어? 격렬한 싸움, 투쟁-! 전장이 날 부르는데, 세상이 너무 평화로워. 어디서 야만인들이 왕국을 침공해오지 않을라나?”
지루해 죽겠다는 듯한 안티오페의 한탄에 히폴리테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그럴 일은 없다. 모처럼의 태평성대니까. 적어도 몇 년간은 검과 창이 아닌 아주 지루한, 황금의 시대지.”
“헹-. 영 심심하네. 조카는 언제 태어나는 걸려나-. 멜라니페, 이모가 예뻐해 줄 테니까 얼른 보자-. 이모가 기저귀도 갈아주고, 놀아주기도 할 테니까-.”
“못해도 삼 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 걸.”
이렇게 히폴리테의 하루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어린 보살핌 속에서 저물어 간다.
* * *
저녁.
모두가 함께 하는 식사를 끝내고 선선한 바람도 쐴 겸 정원을 거닐고 있으니, 어딘가에서 지릿지릿-하는 투기가 나의 목덜미를 울렸다.
방향은 저택의 훈련장 쪽.
“뭐지.”
의아함을 느끼고 훈련장을 찾아가자 등불이 환히 켜져 있는 대련장의 한 가운데에 검을 쥔 여성이 혼자 서서 허공을 향해 검날을 겨누고 있었다.
그녀는 히폴리테였다.
히폴리테가 아무것도 없는 공기 중에 검을 겨눈 채 무언가와 대련하듯 긴장을 올리고 있었다.
스스, 스스스스스-.
그녀가 내뿜는 투기로 주변의 모래와 자갈들이 떨리기 시작할 무렵.
스윽-.
“하-!”
히폴리테는 짧은 단발성의 기합과 함께 머리까지 치켜 올렸던 검을 힘차게 내리 그었다. 스아악-하고 공기를 가르는 검날의 소리가 귓가에 유독 사무친다.
군더더기 없는 정수리 베기(Scheitelhau)다. 검술 교본에 실려도 좋을 정도로 깔끔한 동작이었다만 히폴리테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흥, 이 정도인가-.”
“제가 보기엔 완벽해 보였는데요.”
“응?”
내가 끼어들자 고개를 돌린 히폴리테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는다.
“누가 보고 있는 줄은 몰랐군. 이제 기척 죽이는 것은 정말 신기(神技)에 가까워졌구나, 핫산.”
“그렇죠. 집중하시는 것 같아서 방해 안했습니다. 그보다, 무척 깔끔한 동작이었는데. 맘에 안 드시는 걸까요?”
“아니, 그건 아닌데. 너무 오랜만에 검을 잡았더니. 확실히 체중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게 느껴져서 말이야.”
“체중요?”
“그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최근 움직이질 않았더니 살이 좀 쪘다. 체중이 늘어나서, 동작이 내가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
원래 임신을 하면 체중 같은 것이 변하는 것이야 당연히 있는 일이다. 그 때문에 산모의 몸에 무리가 가는 경우도 많으니까.
“정말 내 몸이 싸우는 전사에서 어머니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지고 있어. 약간 불안하다. 언제 적들이 덮쳐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살이 올라서는….”
약간 동그스름해진 턱선을 매만져보는 히폴리테였다. 물론 그녀가 살이 쪘다고 해도 어지간한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날씬한 편이다.
남자들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 실물보다 잘생겨 보이고, 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이 살쪄 보인다고들 농담처럼 말하는데.
이걸 보니 꽤 신빙성이 있었다.
“아직도 제 눈엔 날씬한데요.”
“아냐. 가슴이 너무 커졌잖아.”
툴툴거리는 히폴리테였는데, 나는 그녀의 가슴이 커져서 무척 좋았다. 나중엔 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려나. 그럼 존나 좀 슬플 것 같은데.
그러나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의 허리춤을 손으로 감싸 저택 안으로 이끌었다.
“들어가시죠-. 잠을 푹 자야죠.”
“그렇군. 웬 일로 다정한 걸-.”
“항상 다정했는데요.”
그렇게 히폴리테를 침실로 안내하고 나 또한 침실에 누워서 잠을 청했던 다음날 아침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아니, 아침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시간이 이른 새벽. 나는 귓가를 찌르는 듯한 비명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여자의 비명 소리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조정되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복도로 나갔다. 비명이 들려온 것은 아마도 히폴리테의 침실.
히폴리테가 비명을 지른 걸까?
세상에 그 히폴리테가 비명을 지른다니.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장면이었지만 높고 날카로운 비명은 분명 히폴리테의 그것이었고 들려온 방향도 그녀의 침실 쪽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죠…!?”
혹시 뭔가 잘못됐는가 싶어서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히폴리테의 침실 문을 벌컥 열었을 때였다.
“핫산, 크, 큰일 났다-!”
문을 열었을 때, 전에 없을 정도로 당황한 히폴리테가 나의 팔을 붙잡고 횡설수설했다.
“큰일 났어-! 도둑맞았다-. 도둑맞은 게 틀림없어-! 세상에, 큰일 난 거야-! 큰일이-. 어으으-.”
히폴리테는 반쯤 미쳐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정신이 나간 모습은 얼마 전 마르스 길드의 주식이 공매도 투기꾼들에게 노려져 대대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때 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손바닥 혈을 꾹 눌러 진정시켜주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주식 증명서라도 잃어버렸나요?”
“아니-. 더 큰 일이야-. 없어 졌어-. 아이가, 아이가 없어졌다-. 아이가….”
“아이가 없어져요?”
히폴리테의 영문모를 이야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히폴리테가 널널한 산모용 원피스를 슥-하고 위로 들췄다. 그러자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눈에 띄게 부풀어있었던 그녀의 배가 식단 관리를 한 모델처럼 늘씬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게 대체-.”
“아이를 도둑맞은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도무지-.”
히폴리테가 눈물을 뚝뚝 흘렸기 때문에 나는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다. 손목의 진맥을 짚어보니 유산같은 건 아닌 듯 한데….
문자 그대로 아이의 존재가 하룻밤만에 아주 사라졌다고 해도 좋은 느낌이었다.
타닷, 타다다다닷-.
바로 그때 비명을 듣고 달려온 저택 사람들 모두가 졸린 눈을 비비며 히폴리테의 방에 하나 둘 몰려든다.
“몹시도 님프 혐오적인 비명이었습니닷…. 이른 아침부터 대체 무슨 일인 것입니까…? 마르스 길드의 주가가 휴지조각이라도 된 것입니까…?”
그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도리스다.
“아앗-! 산모의 배가 홀쭉해진 것이다-! 아이가, 아이가 없어진 것이다-!”
그 말에 저택은 왈칵 뒤집어졌다. 히폴리테는 그들 모두에게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횡설수설 설명했는데. 그것을 들은 모두들 큰 당황을 면치 못했다.
“모두, 모두 찾아보는 것이다-! 아이 도둑이 있다면, 아직 이 저택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게 분명한 것이다-!”
도리스의 으르릉거림에 루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히폴리테의 배를 손바닥으로 슥슥 매만져봤다.
“무슨 저주인가? 이게 가능해? 뱃속에 있던 아이가, 카르마가 전혀-. 어떻게…. 아니, 아니지. 일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뭐든 해 봐야지-!”
루나 또한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정신을 못차리고 엉엉 울고 있는 히폴리테를 향해 냉정히 말한다.
“히폴리테-!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지-! 뭐 짚이는 점 같은 거 없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이토록 히폴리테가 무력해진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굉장히 침울해질 때에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던 엘프리데가 한 마디 한다.
“핫산의 힘이라면-.”
모두의 귀가 엘프리데의 입술을 향해 쏠린다.
“핫산의 힘이라면, 시간을 되돌려볼 수 있잖아.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시간을 되돌려보면 될 지도….”
엘프리데의 말에 우리는 모두 잠깐 침묵에 잠겼다. 엘프리데의 말대로 시간을 되감으면 그만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되감는 것에는 많은 대가가 따른다.
그렇지만, 지금 히폴리테가 나를 향해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부탁하면 나는 거절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나도 내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서 상당히 충격을 먹었으니까.
그래서 마음속으로, 아주 예전에 봉인해둔 시계를 떠올리던 그 순간이었다.
━컹컹-.
“컹컹이다-! 컹컹이가 뭘 찾았나 봐-!”
분주히 움직인 우리는, 황금으로 도배된 컹컹이의 호화로운 개별 침실에서 자그마한 여자애를 한 명 발견했다.
“그르르르-!”
마치 야생의 짐승처럼 으르릉거리는 여자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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