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24
00424 #18 – 잊고 있던 것 =========================================================================
#18 – 잊고 있던 것(1)
현실 세계에서 새로이 거대조직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와트가 필요하다.
무려 1500명의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공기정화와 식량 생성에 소모되는 와트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여기에 방어시설과 무기 및 방어구 정비, 정찰 활동 등을 포함하기 시작한다면?
소모되는 와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좀 더 후일을 생각하면 와트는 아무리 벌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덤으로 우리들 중에서 와트를 벌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출처는 다이스 게임.
게임 내에서 상당한 업적을 달성하거나 하나의 이벤트를 완료하면 대체로 수백만 와트가 입수된다.
‘으음… 뭔가 부족하단 말이지.’
한 번의 플레이에 고작 7000와트나 벌었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기는 하다.
근데 그때랑은 필요한 와트의 규모가 다르잖아.
기껏해야 게임 가동하는데 소모되는 30000와트에 이런저런 부수적인 와트 소모로 한 게임 당 10만 와트 가량이 소모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하루에 수십만 단위의 와트가 깨진다.
‘이대로는 정말로 며칠 버틸 수도 없어.’
뭔가 와트를 잔뜩 벌어들일 방법이 없을까.
편하게 깰 수 있는 이벤트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미쳤다.
잊고 있던 것.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 중에서 뒤로 미룬 것들을 하나씩 해치워보자고.
그리 고민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전력증진이다.
‘3군 인재들의 전력증진은 이루었고. 2군에 속하는 셀레나와 란도멜, 리페일, 못지나간다, 슈바인드브의 전력증진은 아직 시도하지 못했었지.’
근데 얘네들은 정말로 벽을 마주한 상황이다.
뭘 도와준다고 실력이 오를 여지가 없다.
절정지경의 고수들이 업적을 달성해서 경지가 상승하려면 사천왕 정도는 잡아줘야 되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같은 이유로 1군의 발드 마이저와 난쟁이, 켄이치 세 사람의 전력 증진은 더욱 무리이다.
쟤들이 더 성장하려면 에픽 레이드(Epic Raid) 수준의 전설적인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참고로 그런 것들은 한 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나라 하나가 멸망할 정도의 대파란을 일으킨 뒤에야 잠잠해지지.
‘역시 전력증진은 됐어. 좀 더 간편한 걸…….’
한참 고민에 빠져있자니 갤러리들이 의아해하였다.
-쓰레기 : 뭐하고 있어?
-퐁삽 : 연합이랑 대판 싸우고 도망쳤다며? 소문이 자자하던데
-묵제 : 방송 계속할 수 있는 거야?
그런가.
역시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전혀 문제없어. 나는 연합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뿐이니까. 그래도 방송 중에는 제대로 개복치로서 활약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갤러리들도 나름 내 안전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연합과의 결전.
그만한 소동이 있었으면 하이퍼 넷 전체에 떠들썩하게 소문이 퍼지고도 남겠지.
-살인전차 : 누가 누굴 걱정한다는 거냐.
-다스 : 개복치한테는 알파고도 있지요.
-루세트 : 네가 죽으면 나까지 전력고갈로 죽는다고! 제대로 책임지고 살려줘!!
아.
불쌍한 노예의 외침에 괜히 가슴이 짠해졌다.
‘걱정 마. 여차할 때에는 루세트의 신변은 프랑이 주워가서 보호하기로 했으니까.’
나름 가신 플레이에 전념하는 게이머잖아.
아무런 구제책도 마련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만약의 경우에는 제대로 대비해두었다.
-루세트 : 그게 더 싫어! 차라리 죽여줘!!
어느 쪽을 원하는 거냐 대체.
‘아무튼 지금까지 플레이 한 것도 있고, 엄청나게 대량의 와트가 필요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방송은 계속 할 거야.’
당당한 내 포부에 갤러리들은 의아해하였다.
-줌벽 : 와트 벌 일 거의 없지 않아?
-니렙에잠이오냐 : 마왕군 사천왕 네 명. 마왕 마이너 카피. 불멸의 마왕. 이거 잡고나면 겜 터질 것 같은데.
-소마 : 사천왕은 두당 천만. 마왕 둘은 두당 억. 1억 4천만 와트가 최대치라고 해도, 당장 잡지 못하면 의미 없다고?
그렇지.
언젠가는 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이 들 정도로 이번 회차의 전력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단기간에 해치우지 못해서야 수급되는 와트도 없다. 지금은 원치 않아도 반강제로 속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마왕군 사천왕이 무모하게 돌격해서 해치울 수 있는 상대냐면 그건 또 아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플레이에서 게이머들이 마왕군 사천왕을 비롯한 강자들을 넘어선 것은 전적으로 그들이 지닌 방심을 역이용했기 때문이다.
암살.
일격필살의 필살기를 폭풍처럼 퍼부으며 최대 공격력으로 가장 취약한 약점을 갈가리 찢어발겨 순식간에 살해한다.
이 전략을 취하지 않은 공략은 모두 전면전에 돌입하게 된다.
다수의 군세.
막대한 물량과의 대결은 결코 녹록치 않으며, 요구되는 희생과 결전 난이도도 더욱 상승한다.
사천왕 휘하의 모든 부하를 해치우고 나면 전력으로 도주하는 사천왕을 쫓아가서 살해까지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는 더욱 속출하게 되며, 방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동전에 임하는 사천왕은 일국의 재정이 위태로울 정도로 참담한 피해를 입힌다.
‘이런 단기간에 사천왕의 암살에 나서는 건 도저히 무리야. 와트 수급을 목적으로 한다면 역시 다른 쪽이 필요해.’
전력증진과 사천왕 암살.
두 개를 제외한 다른 와트수급 방법은 무엇인가.
-프랑 : 개복치 텍스트 시즌4?
-도화원 : 프리미엄 붙어서 개당 30만 와트에 팔리잖아
-옷아람 : 지금은 거의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그건 아니야.
정말 급하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 당장 그런 것까지 팔아서 와트를 마련하고 싶지는 않아!
의미가 다르다고.
개복치 텍스트 시즌4는 게임하고 전혀 관계없잖아!
모쪼록 원점으로 돌아오자.
이벤트.
그 중에서도 잊고 있던 것을 찾아내는 거다.
이벤트 하나를 클리어하면 들어오는 와트가 두둑하니, 굵직한 걸 잡아서 단기결전으로 해치우면 와트는 순식간에 벌어들일 수 있다.
덤으로 강한 녀석과 엮인 이벤트가 더욱 값지다는 건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가장 한가하면서 할 일을 미뤄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녀석이 필요하다!’
그런 녀석이 있기나 할까.
궁궐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해보기로 했는데…
“뀨?”
“아. 못된 지팡이.”
있었다.
해츨링 & 야생소녀.
어인섬에서 주워온 인간 아이와 드래곤 아이다.
‘정말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존재감조차도 없었어.
대체 언제부터 까먹고 있었던 거지.
‘육지로 올라온 이후로는 줄곧 궁궐에 있었던 거냐?’
“네.”
‘둘이서만 있었던 거야?’
“언니가 놀아줘요.”
‘언니?’
소녀는 지팡이를 들고 있던 레이첼을 가리켰다.
“아하하. 실은 저도 한동안 굉장히 한가했거든요.”
그럴 만도 하겠네.
이래저래 바빴던 탓에 레이첼을 부른 적도 꽤 적었고.
잠깐 불렸을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소녀와 헤츨링과 같이 어울리면서 보냈었던 모양이다.
“그우어어어.”
덤으로 넝쿨 식물도 같이 놀고 있었던 것 같고.
-낭자아이 : 잠깐 스톱!
-츳키 : 뭐야 저거. 저런 거 본 적 없다고
-낭자아이 : 위화감 제로처럼 스며들어있는데 저거 뭐야!
아. 그런가.
갑작스레 불려나가기 전까지는 나도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만도 하네.
‘가볍게 엘프의 숲까지 가서 숲에 사는 몬스터들도 공국에 편입시켰어. 생긴 것과 다르게 의외로 햇볕만 잘 쬐면 온순해지니까. 공국 여기저기에 멋대로 퍼져서 살고 있을 걸?’
두 여자는 당연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츳키 : 불합리해! 뭔가 급진적이라고!
-낭자아이 : 맞아! 재방송을 요구한다!
녹화본을 찾아서 봐, 녹화본을.
재방송을 어떻게 해.
‘그래. 뭔가 불편한 일은 없니? 먹고 싶은 음식이라던가.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명색이 헤츨링과 해츨링의 보호자.
잘만 캐면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나올 것 같다.
“뀨!”
“없어요. 만족.”
근데 없네.
‘하나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
“네.”
망했네.
얘들하고 어울리는 건 틀렸어.
‘그래. 잘 놀고 다녀. 제대로 다른 보호자를 찾아줄 테니까 레이첼을 빌려간다고 너무 외로워하지는 말고.’
“괜찮아요.”
‘기특하네. 꼬맹이 둘 주제에.’
“뀨뀨가 외로움 타면서 궁궐에 마법을 날릴 뿐이니까.”
‘…….’
바꾼다.
당장 파티원 바꾼다.
“그래서 레이첼의 대용으로 불린 게 본녀란 말인가.”
‘그래. 기쁘지?’
“기쁠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그대라는 작자는 정식 주인을 방치하고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부터가 너무 의존성이 없다네! 조금쯤은 본녀의 도구답게 행동하란 말일세!”
그런 관계로 지팡이 운반원은 셀레나로 변경되었다.
“뒤는 잘 부탁드려요!”
“뀨뀨, 인사.”
“뀨뀨!”
레이첼과 야생소녀, 뀨뀨의 배웅을 받으며 헤어진 이후.
나는 빠르게도 문제에 봉착했다.
‘그밖에는 궁궐에서 부를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다들 엄청나게 바쁘잖아.
실력증진이니 업무니.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건 정식주인 셀레나와 나 정도밖에 없었다.
‘저기, 셀레나.’
“뭔가.”
‘왠지 우리들. 여기에 없어도 공국은 멀쩡히 굴러갈 것 같지 않아?’
내정은 켄이치와 루세트를 비롯한 관료들이 돌보고 있고.
외무는 카심이 해결하고 있다.
무력이 필요한 일도 실력자 파티원들이 돌아가며 맡잖아.
뭐지.
정말로 나랑 셀레나만 하는 일이 없다.
“너무 그런 소리는 말게. 본녀와 그대도 제대로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그랬던가?’
“본녀와 그대는 모두의 몫까지 힘껏 휴식을 하고 있다네!”
알겠다.
우린 완전 쓰레기였어.
‘미안하다! 내가 널 잘못 키웠어!’
“하? 본녀가 언제부터 그대의 손에 길러졌단 말인가.”
‘믿고 있었기에 홀로 내버려둔 거였는데, 그게 이런 글러먹은 니트를 만들고 말았다니!’
“백수 취급은 그만 두게! 본녀는 일국의 국왕직과 신생마왕군의 마왕이라는 역할을 이행하고 있네!”
‘정말로? 내가 안 보는 데에서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거 맞아? 요 근래에는 뭐 하고 있었는데?’
셀레나는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으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왕의 품격에 맞도록 몸도 정신도 성장시키고 있었다네!”
‘정말이군! 정신은 몰라도 가슴은 덜 찬 B컵에서 꽉 찬 B컵으로 성장했어!’
“어떤가. 조금쯤은 본녀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는가?”
그럴 리가 있겠냐.
엄청나게 편히 쉬다보니 가슴만 커졌을 뿐이잖아!
‘아니 그보다 가슴이라는 게 쉰다고 커지는 건가!?’
“물론 아닐세. 특별한 아이템을 복용했지.”
‘아이템?’
“풍유환이라는 물건을 드루이드 일족의 지배자에게서 진상품으로 받았다네.”
‘쉘 영감의 작품이었냐…!’
드루이드 캠프에서 일족을 이끌고 올라온 뒤로 뭘 하고 있나 싶더라니, 궁중 주방장 역할과 풍유환 제조에 열과 성을 기울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보다 뭐야.
결국 셀레나가 한 일이라고는 공물로 올라온 풍유환을 먹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거잖아.
‘좀 더 일을 하라고! 이 바보야!’
“믓…! 본녀는 바보가 아니네!”
‘안 되겠어. 이번 주는 셀레나 특별강화기간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글러먹은 니트가 된 셀레나를 갱생시켜주겠어!’
셀레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항의했다.
“자꾸 본녀에게 밉보이면 그대도 재미는 못 볼 걸세.”
‘헹. 일도 못하는 니트가 뭘 할 수 있다고?’
“이런 걸 할 걸세.”
쿵.
지팡이가 바닥에 엎어졌다.
‘…주워줘.’
“부탁은 좀 더 성심성의껏 하는 게 어떤가.”
‘주워주세요, 주인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정말로 셀레나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정식주인인데 해츨링과 야생소녀 이상으로 잊고 있었잖아.
한동안 같이 여행을 다닌 적도 거의 없었다고.
덕분에 취급이 이 모양 이 꼴이다!
으으으.
한 때는 내가 없으면 울고불고 매달릴 정도로 끈끈한 사이를 자랑했건만……!
이런 취급.
이런 굴욕.
멋진 도구답게 행동해서 과거의 끈끈함을 되찾아주겠어!
============================ 작품 후기 ============================
작중 내에서는 최초로 등장한 히로인이지만 취급은 엑스트라 급인 셀레나!
드디어 이미지 보강 시즌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