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25
00425 #18 – 잊고 있던 것 =========================================================================
#18 – 잊고 있던 것(2)
셀레나와의 관계 회복과 동시에 조금쯤은 왕답게 일을 하게 만들기!
나름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기는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곤란한 점이 산더미였다.
“본녀에게 일을 시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어떤 의미인데?’
“제로부터 시작하는 왕 생활이라는 걸세! 본녀도 그대도 모두 왕이 해야 할 일이 뭔지조차도 모르고 있으니까!”
농담 같은 데 진담이다.
실제로 나도 모른다.
이천 회차고 뭐고 간에 바닥에서만 뻘뻘 기어 다녔다고.
왕의 집무?
알게 뭐야.
그런 건 켄이치가 전부 알아서 해주는 걸.
그런 관계로 지금의 투르비쳬 공국과 신생마왕군은 공왕이자 마왕인 셀레나가 없어도 전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
왕 왜 있는 거냐.
정말로 없어져도 상관없잖아.
‘이런 땐 역시 왕도를 따르는 게 정답이겠지.’
“무언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가?”
‘의뢰다! 판타지 세계는 고위직이든 무직이든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걸 시작으로 이벤트가 굴러다니니까!’
어째서 왕이 일개 모험가나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왕이 되어본 게이머들은 대부분 그러고 다니더라.
왕이라도 현역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왕이 된 게 대부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할 일이 많으니까 왕도 나서는 거잖아.
그런 점에선 별반 다를 것도 없다.
투르비쳬 공국은 근래 들어 인어족(머맨 & 머메이드), 조인족(하피 따위), 지저족(드워프), 산림족(넝쿨괴물 따위)까지 흡수하며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람이 많으면 문제는 더욱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공국 어딘가 에서는 새로운 의뢰가 속출하고 있고.
또한 고수들의 지원을 요구하는 특급의뢰도 발생할 거다.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내부의 문제가 잦아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고로 넌 지금부터 나와 함께 용병 길드사무소에 가줘야겠다, 셀레나!’
“알겠다.”
‘아무리 싫어도 이 타이밍에까지 떼를 쓰면.. 응? 알겠다고?’
셀레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본녀라고 마냥 할 일 없이 노는 게 좋은 줄 아는가. 마도의 경지가 오르는 것은 정체되었고, 실무 업무는 하도 쌓여서 손대기도 무서울 정도일세.”
‘조금씩이라도 하면 되잖아.’
“켄이치에게 [조금]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양일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없는데.
안 해도 알 것 같아.
존나 많겠지.
‘미안. 그건 무리. 솔직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아.’
“실은 그간 몇 차례인가 도전해본 적은 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져서 도중에 그만뒀다네.”
‘착한 패배 인정합니다.’
영혼까지 짓눌릴 것 같은 업무량이라고.
요령이 좋다는 정도를 넘어섰다.
걘 그냥 공국의 기형적인 내정업무량이 창조한 몬스터야.
‘역시 그런 일은 됐어. 지금 와서 따라잡기에는 지나치게 버겁고 의미도 없어. 공국은 위에서의 지배가 부재하는 형태에 고착되었으니까. 어쩌면 이건 이것대로 괜찮을지도 몰라.’
“그런 건가?”
‘사실 왕이라는 건 국가의 의사를 대변하는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그게 거꾸로 역전되어서 왕의 의사로 국가가 끌려 다녀서야 어디든 간에 국가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지.’
뭐, 정치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논할 것이 못 된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어도 네게 있는 것. 그건 상냥함이잖아?’
“음. 본녀의 상냥함은 지메클로 경을 5mm 움직이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
‘어째서인지 지금의 비유로 상냥함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그래도 셀레나는 악마 치고는 드물게도 착하게 자라났다.
자신이 받아온 고통.
분명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겠지.
자신이 괴롭기에 타인을 괴롭게 만든다.
그런 방식으로는 누구도 괴로워하는 자신을 알아줄 리가 없다.
자신의 결여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가장 올바른 접근법으로서 셀레나는 타인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길을 소망했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
셀레나가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상냥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걸 보여줄 계기가 없었을 뿐.
이래서야 아이템 실격이다.
찬스를 만드는 건 도구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약속하지. 네 재능을 개화할 수 있는 기회. 반드시 찾아주겠어.’
“본녀의 재능?”
‘서로 죽고 죽이는 방식이 아니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을 만드는 데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이야말로 바로 상냥함이다.’
아무리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연마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정복왕만 해도 그러했었다.
인간족의 대영웅으로서 세상에 다시없을 천재 중의 천재, 일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힘을 자신의 것으로 탈취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정작 그의 최후는 어떠했던가.
나약함.
공포.
언제나 강자의 위치에 머무르며 정복만 했던 그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인간의 감정 그 자체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절망을 선사받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렀다.
만능의 재주가 독이 될 수 있듯이.
상냥함 또한 제대로 단련시키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힘을 지니지 않은 상냥함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으며, 타인의 힘에 무참히 짓밟혀 사라지고 만다.
‘셀레나. 상냥함의 강점이 무어라고 생각하냐?’
“그렇게 물어도.. 본녀는 잘 모르겠네만.”
‘상냥함의 강점은 바로 전염성이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듯이.
상냥함은 새로운 상냥함을 불러일으킨다.
‘마왕다운 길. 마도의 경지를 상승시키는 건 언제라도 해도 된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달라. 상냥함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력이 아닌 전염성을 늘려야만 한다.’
칼을 들고도 한 번 휘두르지도 못한 채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도록.
압도적인 절망이나 파멸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 위협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말소될 정도로.
그 정도의 압도적인 전염성을 지닌 상냥함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싸우지 않고도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다.
‘고작 의뢰 하나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라. 네가 하는 의뢰는 세계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줄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들의 상냥함으로 되돌아올 테니까.’
“그대여… 참으로 드물게도 멋진 소리를 하는구나.”
셀레나는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의뢰용지를 가리켰다.
“분명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음에는 본녀 또한 동의하노라.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왜. 의뢰가 뭐 어때서.’
“오크 사냥. 언데드 퇴치. 고대 유적 탐사. 흰 꼬리 몽구스의 털을 스케치하기. 이런 자잘한 일들이나 하면서 어느 세월에 세계를 평안토록 만든단 말인가!”
의뢰 난이도로 치자면 별 두 개에서 세 개 사이.
길드에 남은 의뢰는 기껏해야 그 정도가 전부였다.
“죄송합니다 마왕님. 근래 들어서 공국에 고수 분들이 부쩍 늘어난 덕분에 딱히 커다란 의뢰가 발생하지를 않아서요.”
접수원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만 두거라. 본녀는 사과를 받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죄, 죄송합니다 마왕님!”
“그러니까 그 사과를 그만 두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째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분명 몬스터나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살면서 많은 의뢰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네만.”
“아인족의 수장들이 책임지고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는지라 문제를 일으키는 건 거의 인간 쪽이에요. 그것도 대부분 발견 즉시 엄중한 처벌을 받다보니….”
“처벌?”
“네. 고위법무관 발드 마이저님께서 아인종 상대 범죄, 특히 아동 아인종 상대 범죄에는 천문학적인 벌금과 형벌을 매기셔서…….”
“…바보 같은 애 사랑 아인족 사랑 하고는.”
까짓것 저지르고 죽어보자, 하는 심보가 아니면 제정신이 박히고서야 도저히 범죄를 저지를 녀석도 없겠다.
천문학적인 벌금이라니.
대체 얼마나 커다란 액수를 매기면 저런 표현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거냐.
“그럼 국내에서는 별 다섯 개짜리 의뢰는 전무한가?”
“아닙니다. 수도의 길드 본점에 유통되는 의뢰가 두 개는 있는데…….”
어째서인지 접수원이 굉장히 우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건 또 생소한 타입의 접수원이네.
워낙에 이상한 마을만 돌아다녀서 그런지 이런 정상적인 액션 리액션을 보여주는 접수원이 도리어 밑도 끝도 없이 수상하게 보일 지경이다.
“숨기지 말거라. 본녀가 알고자 한다면 무엇을 숨길 수 있겠는가.”
“화,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약속한다. 공국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하는 본녀가 어찌 임무의 내용을 듣고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접수원은 굉장히 우물쭈물하며 용지를 내밀었다.
의뢰지네.
그것도 별 다섯 개짜리.
‘이런 걸 숨기고 있었던 거냐. 뭐 얼마나 터무니없는 의뢰라고 공왕님이 일을 해주겠다는데 이제야 보여주는 거야? 어디보자…’
[내무장관 집무실 보조비서 비공개채용] *의뢰난이도 : ★★★★★*개요 : 공국의 중추, 내정의 중심에는 내무장관 켄이치의 집무실이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 내무장관의 휴식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흔들리는 국가의 근간을 함께 다잡아주실 신체 건강한 6써클 이상의 마법사를 구합니다.(by 비서장 유키)
*보상 : 월 10만 골드~30만 골드(단, 1개월을 채우지 못할 시에는 정산금 제로. 위약금 지불. 자세한 사항은 이하의 계약서를 참조할 것)
미친.
이런 게 왜 모험가 길드 접수원 손에 들려있는 거냐.
‘국정을 돌보는 자리에 모험가를 고용하다니.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잖아, 유키 녀석!’
“이래서야 본녀에게 선뜻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구나.”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다.
이미 저지른 일을 어찌할 수도 없는 거고.
유키도 분명 살고 싶어서 넣은 의뢰겠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이런 것도 모험가길드에서 의뢰를 받는 거냐.’
“네. 서류를 몬스터로 치환하면 별반 다를 것도 없으니까요. 의뢰주 유키님은 이를 이용해서 대량학살에 특화된 마법사를 끌어들여서 업무처리를 위한 장기 근로계약을 맺는 사기를 치려고 한 전례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괜찮은 거냐?’
“네. 수수류로 지불한 금액도 상당하기에 기꺼이 의뢰를 받아들였습니다.”
‘돈이면 다 되는 거였군!?’
셀레나는 변함없이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남은 한 개의 의뢰는?”
접수원은 벌벌 떨면서 용지를 제출했다.
[마왕 셀레나의 좋아하는 것 찾기] *의뢰난이도 : ★★★★★*개요 :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서 마왕님의 취향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도중, 길드의 존재를 깨닫고 의뢰를 제출했다. 의뢰내용은 제목에 쓰인 그대로이다.(by 슈바인드브)
*보상 : 절대자 이하의 패죽이고 싶은 놈 대신 패주기
이딴 의뢰도 성립하는 거냐!?
그보다 슈바인드브 녀석, 용케도 여기까지 글을 배웠네.
후요 밑에서 얼마나 빡세게 면학에 정진한 거냐.
“서프라이즈 파티라니. 그 털보.. 아니, 슈바인드브가…”
‘확실히 의외이기는 하네. 설마 이런 시시하게 기특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조금쯤은 본받는 게 어떤가! 그대야말로 이런 이벤트를 주도해야 할 본녀의 가장 충실한 도구가 아닌가!”
어째서인지 혼나버렸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그 의뢰라면 이미 내가 맡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니컬한 목소리.
시원시원한 걸음걸이.
당당하게 종이 한 장을 들고 온 자는 다름 아닌 리페일이었다.
“덤으로 보상도 내 거다.”
‘알아낸 거냐!? 셀레나의 취향을!?’
“티타임을 가질 때 물어봤었다.”
심지어 정면승부였어!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데. 대체 정답은 뭐냐?’
“분명 가능한 한 높은 크기의 케이크 탑을 갖고 싶다고 했었지. 희망하는 최소 높이라면 10m 정도였던가.”
‘너무 높잖아!? 다 먹을 수는 있는 거냐!?’
못 먹고 자란 건 알지만 식탐이 상식을 벗어났다고!?
“그, 그…”
‘그?’
“그만두지 못할까, 이 파렴치한 작자들 같으니!!”
리페일과 함께 30분간 굉장한 기세로 혼나고 말았다.
아니.
난 대체 어째서…!?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그럼 암살자씨 생존확률과 암황생존확률 비교해줘!
A :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Q : @닷지 페널티는 없는건가요?
A : 만들어볼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개그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면 패널티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Q : @츳키는 바이였구나+ =그래서 초반에 무장요원 덥지 다가 맞은거야 근데 m 조교 성공했어!
A :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전 취향이 같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개복치는 주인공이니까 괜찮겠죠!
Q : @꺄아아앜카케커컼 ㅎ 아 좀 나아진거 같습니다 작가님이 주신 약맛 잊지 않겠습니다. 작가님도 향기로운 쿠폰을 받으소서(2장) / @Gyaaaaaaak!!!! Guaaaaaa.. 음 약물을 복용하니 좀 정신이 차려지는군요
A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 기세로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만 매료되어주세요!
Q : @작가님의 다이스실력이궁금하군요. 야바위라도해보심이?
A : 작가의 손놀림은 궤멸적으로 허접합니다!
Q : @ 달님, 달님 작가님을 칭찬해주세요! 밥도 먹여주세요!
A : 작가 주거욧
Q : @저길 봐. 눈부신… 갸아아악!
A : 오염된 안구를 셀레나로 정화해드렸습니다!
Q : @어 딜도 망가!
A : 파괴 혼돈 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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