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늑대의 동굴 A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사냥터 내부에서의 이동 마법 및 아이템 사용이 제한됩니다.] [늑대의 동굴A구역―1 / 적정 레벨 : 77 이상] [출현 몬스터 : 바르그] [출현 보스 몬스터 : 태양을 삼키는 스콜 / 달을 쫓는 하티]
늑대 동굴은 회색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동굴 형태의 던전이다.
노르드 월드에서의 전투 맵은 같은 레벨 제한이라도, 필드보다 던전이 더 난도가 높은 설정이 있다. 그렇기에 죽은 모래사막 맵의 아래 단계라 해도, 늑대의 동굴은 실상 비슷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플레이어의 주관적인 평가가 있었다.
“패턴 자체는 죽사막보다 어렵지는 않은데, 보스가 두 마리고 제물 패턴이 좀 번거로워서 그런가. 솔직히 까다로운 편이긴 하지.”
입장 후, 나란히 함께 걷던 파파가 가볍게 설명했다. 페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 동굴은 보스가 두 마리인 대신, 일반 몬스터가 ‘바르그’ 한 종뿐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거 아니라고 여길 수 있으나, 바르그 역시 늑대 몬스터로 보스보다는 크기가 훨씬 작고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평소 맵에서 한 번에 최소 다섯 마리 이상이 함께 움직이는 데다, 자폭과 위치 교환. 속도 감소와 암흑 디버프까지 사용해 일반 사냥으로도 꽤 난도 높은 곳이었다.
몰이사냥이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걸 배려해서인지. 맵은 동굴치고 꽤 넓었다. 전체적인 동굴의 분위기도 그간 리디안이 저레벨 지역에서 몇 번 본 흔한 동굴과 비슷했다.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그 평범함 때문일까. 아니면 동굴 전체를 이루는 암석의 밝은 색상 때문인지, 지난번 라피아 화산 던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밝고 쾌적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었다.
“뭔가 맵 분위기만 보자면 미드가르드 ‘낡은 사원’ 던전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그런가? 죽사막이나 지하 도시보다 훨씬 쉬워 보이는 느낌이…….”
입장한 이래 한참이나 주변을 두리번거린 리디안이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낡은 사원’ 던전은 30레벨 이하의 저레벨 던전이었다. 뭐, 처음엔 다들 그렇게 느끼는지라 파파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쳤다.
“여기가 헬하임 상급 맵치고는 디자인이 허접하지. 처음 나올 땐 사원 복붙한 거 아니냐고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막상 가면 보스도 두 마리고, 분위기도 제법 음산해진다?”
그러니 만만히 보지 말라는 경고였다. 리디안이 파파와 수다를 떠는 사이, 뒤편에서는 박회장이 호드라와 추장에게 붙어 게임 지식을 뽐내고 있었다.
대부분이 맵과 보스에 대한 설정 얘기였다. 당연히 고인물들에게는 관심 없는 주제였으나, 가는 길이 적적한지 다들 은근하게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스콜이랑 하티가 원래는 밖에 돌아다니던 애들인데, 자꾸 해랑 달을 삼키려고 해서 오딘이 통제하려고 동굴에 가둔 거래요. 근데 그렇다고 굶겨 죽일 수는 없잖아요? 오딘 입장에서는 자기 피조물, 자식새끼들인데. 아, 물론 진짜 부모는 ‘펜리르’라고 따로 있어요. 아무튼, 그래서 굶어 죽지 말라고 해랑 달 기운 가진 바르그 몰아다가 가끔 먹이로 던져 주고 있는 건데, 이게 그 제물 패턴 설정이라네요. 어때요, 재밌죠?”
함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으나, 착한 호드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박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같이 듣던 추장은 박회장의 얘기가 지루한지 슬그머니 걸음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죽사막에 돌아다니는 눈알 몹이 사실은 스콜이랑 하티 눈이기도 해요. 아시려나? 이름에서부터 스콜, 하티 오른 눈이라고 딱 들어가 있으니까……. 암튼, 스콜이랑 하티가 심심한 나머지 자기들 눈알 뽑아서 앞마당 정찰하고 있는 거래요. 죽사막에서 루트 통해서 동굴 들어 올 수 있는 거 아시죠?”
“오… 그러네요. 거기 몹 이름이 분명 스콜의 눈, 하티의 눈 어쩌고저쩌고였죠? 근데 죽사막에 있는 눈알은 MP 흡수하는데. 설정대로라면 여기도 흡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와우, 호드라 님. 끔찍한 소리를 하시네요. 근데 그 말이 맞아요. 뭐, 그게 더 자연스러운 설정이긴 한데……. 지금으로선 안 하는 게 더 다행이죠. 지금 상황에서 MP 흡수까지 하면 절대 못 깨지 않을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두 사람은 껄껄 웃으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다. 보면 볼수록 박회장의 크나큰 변화가 느껴졌다. 첫 만남만 해도 호드라가 부담스럽다며 거리를 두던 사람이었는데.
한번 인식을 바꾸고 마음을 열어서 그런지,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한 지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워낙 게임 스토리에 관심 많고 퀘스트에 힘을 쏟던 사람이라 퀘스트 아이템을 잔뜩 모은 호드라에게 흥미가 생겨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곧 안전지대 벗어나니까 전투 준비 해주세요!”
신사의 꼼꼼한 안내 덕분에 떠들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잡몹 팀에 속한 박회장도 기대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하이 랭커들이 선두에 서있어 사실 그의 기회는 별로 없을 테지만 말이다.
비교적 평평한 암석 지대를 벗어나자, 이번엔 울퉁불퉁한 거친 암석 지대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동굴 안쪽 곳곳에서 검은 늑대 떼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르그라는 생소한 이름과는 달리, 생김새나 크기는 흔히 아는 늑대와 같았다.
윤기 나는 칠흑의 털이나 황금빛 안광이 좀 특징적이긴 했으나, 몬스터 보다는 짐승의 형태에 가까웠다. 떼 지어 나타난 바르그들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플레이어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신사가 구태여 공격 개시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었다. 검은 바르그들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인 상태인데도 탱커와 딜러들은 두려움 없이 튀어 나가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빠른 처리를 위해, 몇몇이 스펠, 스킬을 간결하게 외치자 곳곳에서 이펙트가 번쩍거렸다.
그 후, 한동안 깨갱거리는 처절한 울음이 동굴 내에 울려 퍼졌다. 리디안은 순식간에 정리된 풍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이 랭커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찢긴 늑대 잔해가 느릿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 * *
순조로운 전진 끝에 레이드 파티는 가장 안쪽에 있는 보스 구역에 근접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곳은 특별했다. 여느 레이드 구역 못지않게 높고 넓은 공터였는데, 오는 길에 숱하게 보이던 바르그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파파는 보스 레이드 시작 후, 바르그가 다량 출몰할 것이라고 일러 줬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리디안은 한참을 흘끔거리며 구조를 살폈다. 비교적 평면적이었던 그동안의 길과는 달리, 공터는 다수의 오브젝트로 입체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먼저 전체적인 배경부터가 차이 났다.
오는 길 내내 밋밋했던 천장은 날카로운 종유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바닥 대부분은 울퉁불퉁한 석순투성이였다. 일부는 높이 솟아올라 종유석과 맞붙어 아주 굵은 석주의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대충 지형물만 봐도 움직이는 데 있어 불편할 것은 뻔했다. 또 발밑을 조심해야겠구나. 한숨 쉰 리디안이 다음으로 목격한 건 중앙의 커다란 제단이었다.
보스 구역 중앙에, 높게 이어진 계단이 있었다. 계단 상층부에는 검은색 제단 오브젝트가 놓여 있었는데, 양옆으로 우뚝 선 은색 기둥에서부터 굵직한 사슬이 길게 뻗어 내려 있었다.
저기 기둥에 사람이 제물처럼 묶여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비주얼이었다. 한눈에 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라 리디안은 으스스 몸을 떨었다.
“저게 제단인데, 저기서 검은 연기 나면 바로 제물 패턴 시작임.”
파파가 검지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일명 늑대를 찾아라. 대충 보물찾기와 비슷하다는데, 실제로는 엄청 까다롭다고 사전 브리핑에서 이동 팀에게 협조를 요청한 패턴이었다. 단순히 말만 들어서는 잘 모르기에 리디안은 미니 게임 같은 분위기에 다소 기대한 눈치였다.
“잠시 대기할게요!”
보스 구역을 코앞에 두고 신사가 잠시 플레이어들을 멈춰 세웠다. 대인원이 입구에 정체됐지만, 레이드 파티원들은 그럭저럭 질서 정연하게 줄을 지어 섰다. 리디안도 페페의 뒤에 바짝 붙어 서서 안쪽 풍경을 힐끔거렸다.
제단이 있는 안쪽은 잡몹 하나 없이 조용하고 깨끗했다. 늑대 동굴의 보스 구역은 평소에 잡몹이 나오지 않는 청정 지대로, 보스가 활동하는 순간부터 바르그가 랜덤하게 리스폰되는 구조였다.
다만, 보스가 직접 소환하는 게 아니어서 리젠 속도나 수는 제멋대로다. 때문에 잡몹 팀이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리디안은 좀 더 자세히 보이는 천장과 바닥의 상태에 눈가를 찌푸렸다. 천장에 달린 탁한 빛깔의 종유석들은 훨씬 더 날카롭고 두꺼웠다.
오브젝트 패턴 중 하나라고 했던가. 저런 게 머리 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바닥에 자라난 석순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워낙 길이 좋지 않아, 움직이다 보면 석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지형인데, 저것 또한 랜덤으로 폭발한다니…….
ONE 길드가 미리 확인하기로는 변수가 없으니 괜찮다고는 했으나, 플레이어의 HP를 50% 깎기에 반드시 주의해야 했다.
“오른쪽 파란색 늑대가 하티, 물리 팀이고 왼쪽 빨간색이 스콜, 마법 팀입니다! 실수하지 마세요!”
색상 구분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레이드 출시 초반에는 생소한 이름에 헷갈려 실수하는 플레이어가 많았었다. 그래서 항시 레이드 시작 전에 누군가 좌우 구분 공지를 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버릇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다.
신사도 마찬가지였다. 본인도 쓸데없는 말이라 인지했는지, 잠시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태클 거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리, 마법 팀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리디안은 반짝이는 눈으로 크라이그를 비롯한 물리 딜러들이 탱커들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마법 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디언, 나이트, 바바리안, 섀도우 헌터, 로그, 아쳐, 레인저들이 우르르 몰린 물리 팀과는 다르게, 마법 팀 쪽에는 팔라딘과 매지션, 엘레멘탈 서모너뿐이었다.
이후로 각 팀의 담당 비격수 파티까지 움직였지만, 상대적으로 마법 팀의 수가 더 적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딜러의 수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엘레멘탈 서모너의 무속성 공격과 매지션의 속성 공격이 사기적이라는 노르드 월드의 설정을 생각한다면… 보스 공격에 있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근데 하티가 물리 공격에 취약하면 본질은 마법 속성이겠네요? 그럼 마법 공격을 할 테니 마법 방어력을 높이고, 반대로 스콜도 마법에 취약하면 공격은 물리 속성이니까…….”
갑자기 생각난 궁금증에 리디안이 페페를 향해 중얼거렸다. 당장 팔라딘이나 가디언의 특성을 생각해도 합리적인 궁금증이었다.
물리 계열인 가디언은 물리 공격에 강한 대신 마법 공격에 취약하고, 마법 계열인 팔라딘은 마법 공격에 강한 대신 물리 공격에 취약하니 말이다.
페페는 그런 리디안의 궁금증이 귀여운지, 작게 웃었다. 궁금증을 해결해 준 건 같은 이동 파티인 마프로였다.
“리디안 님. 노르드 월드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네요. 여기 영자들이 그런 거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놈들이겠어요?”
눈을 휘둥그레 뜬 리디안 대신,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긍정했다. 파파도 리디안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짓궂게 말했다.
“여긴 그런 거 없어. 둘 다 공평하게 물리, 마법 다 사용함.”
“어? 그럼…….”
“응. 그냥 두 쪽 모두 같이 대미지 받는 거지. 방어력 낮은 직업들만 더 고생하는 거고.”
이해한 리디안은 자신의 과도한 설정 추측에 민망해 볼을 붉혔다. 한편으로는 아는 척하려다 창피를 당한 느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리디안이 시선을 받을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신사가 곧장 진입을 지시한 상황이라, 더 떠들 시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