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15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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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여행】
돈키호테의 저자(著者),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는 그의 사후 1617년에 책 하나를 펼쳐냈다.
Los trabajos de Persiles y Sigismunda.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여행]이라는 비잔틴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세르반테스는 고대 그리스 화가 폴리그노트, 아펠레스, 그리고 파라시오스의 반열에 두 화가를 같이 올려놓는다.
경건한 라파엘로 우르비노와 신성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다 바로 그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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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비엔날레 벅스바움상 수상자, “모든 화가들은 강석의 마레 갤러리를 들러야 한다.”발언 화제···] [미국 화가들 마레 갤러리 보러 몰려들다!] [마이애미 시장 제이든 그린우드 강석과의 친분 과시(사진)] [마레 갤러리X블룸 미술관 협업스토어 초대형 발주 한국으로 쏟아져···!]9월 11일. 아슈라 왕자가 강석이 를 완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색이 되어 정원으로 걸어가는 그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연일 강석과 마레 갤러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원래도 다채로운 색감의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마이애미답게 그들은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는 푸른 색감을 가진 에 열광했다.
그리고 보다는 작더라도 상공에서 내려다본 를 사랑했다. 그들이 사랑하는 푸른 마이애미가 벽에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새겨져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실감이 나도 색감이 아름다워서 빠져들게 하는 맛이 있었다.
“하아···”
강석이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는 푸른 안료를 바라보던 루카스 가르시아가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브 드로잉을 하러 마이애미에 자주 찾아오는 루카스 가르시아는 경외심과 질투심이 섞인 복잡한 얼굴로 프레스코를 바라보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루카스 가르시아 같은 드로잉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지는 취향의 스펙트럼하고는 꽤 차이가 있는데도 마냥 좋았다. 개인의 선호도와 취향을 벗어난 아름다움.
그저 마이애미를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푸른 색감을 넣어 그렸을 뿐인데 마치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보는 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때 보았던 마이애미보다 아름답네.)”
루카스 가르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리엄 가르시아가 질렸다는 얼굴로 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카스 가르시아 따라잡기] 코너에서 강석이 워터브러쉬로 그렸던 상공에서 바라보던 마이애미 전경을 떠올리는 것이 분명했다.
오로지 영상으로만 남은 전설의 마스터 등급 드로잉 그림.
루카스 가르시아가 그때 보았던 그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 드로잉쇼에서 사용하던 뭉툭한 워터브러쉬로는 다 표현해내지 못한 섬세함이 여기에 살아있었다. 그때 아무것도 없이 프린트처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려낸 무채색 드로잉도 아름다웠는데 색이 입혀지니 비교가 불가했다.
“(마이애미를 그려놓았을 뿐인데 신성해.)”
루카스 가르시아는 혀를 내둘렀다.
모든 화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다수의 화가들은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해내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격정적임. 포근함. 시끄러움. 슬픔. 행복. 비참함. 놀라움. 웅장함. 사랑. 섹시함. 흥분. 따뜻함. 차가움. 비정함. 동정.
그걸 위해 작가들은 많이 시도를 한다.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극단적인 시도도 많이 한다.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그림에서 어떠한 느낌과 감정을 나눠주려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그림에서는 그런 걸 시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구도와 색채감 그리고 동세, 표현기법과 화풍 그리고 숨겨진 메세지들을 통해서 작가와 평론가들은 그 그림이 표현해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차린다. 설명 없이 느껴지는 몇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느껴진다기보다 알아차리는 게 가까운 그림이었다.
그리고 강석의 프레스코는 알아차린다보다 느껴지는 쪽이었다. 그냥 알아차릴 시간이 없었다.
마치 9회말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역전 만루홈런이 터지는 것처럼 찾아온다. 터진 이후 아, 하고 짧은 탄성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흥분하게 되었다가 어째선지 눈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 감동과 벅차오름. 그리고 위대함.
평소 감수성이 풍부한 루카스 가르시아라면 몰라도, 평소에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리엄 가르시아까지 그런 감정의 단편을 느끼게 하는 것은 평범한 화가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슨 사람 감정 다 건드리는 그림을 그려놓은 것도 아니고 그냥 위에서 하늘에 떠서 바라본 마이애미 상공이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그런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마이애미라는 작은 도시를 내려다보는 이 느낌. 설명과 분석 같은 게 필요가 없었다.
루카스 가르시아와 리엄 가르시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강석의 시그니처인거네.)”
“(그래. 단순히 강석의 작품이 커서 그랬던 게 아니야.)”
여태까지 강석이 만들었던 작품을 하나같이 컸다.
그래서 커서 그런 줄 알았다. 하나같이 웅장하고 경건하고 위대했으며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오고 그 완벽주의적인 그림과 섬세한 터치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이 크기에서는 나오는 바이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강석이 작업했던 작품 중에서는 어떻게 보면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를 보고 있으니 확신이 들었다.
그냥 공포감까지 주는 이 극한의 아름다움(테리빌리타Terribilita)과 신성함이 강석이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그 자체인 것이다.
확신이 들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가르시아 형제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가 있는 곳에서 멀어졌다.
밖으로 나오자 가 보였다.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숨막히는 웅장함. 거친 파도. 공활한 하늘. 포효하는 바다. 그리고 오만하고 사나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세 개의 날로 갈라진 창을 들어올리는 신까지. 를 보자 역시 저게 강석이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게 주전공이 회화가 아니라 조각인 사람이 그린 거라고?’
말도 안 된다.
감동을 넘어 헛웃음이 갑자기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옆에 있는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드로잉을 그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요근래 마레 갤러리 마당에서는 드로잉 모임회라거나 색채분석 모임 같은 것도 생겼다고 들었다.
일본의 유명 미술재료 제조회사를 비롯해서 몇몇 화구회사들이 시모레 카사니와 블룸 미술관 직원들을 통해서 강석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했지. 아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가르시아 형제가 마레 갤러리를 벗어났다.
한산했던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오픈한지 꽤 되어가고 있었지만 인기가 식을 줄을 몰랐다. 이 거대한 갤러리에 단 두 작품이 들어앉아있을 뿐인데 그러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르시아 형제도 10번째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중이었다.
루카스 가르시아가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역시 강석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우리보다는 강석 같은 작가를 더 좋아할걸?)”
“(적어도 강석 정도 되는 작가는 데려가야 위약금을 물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지.)”
리엄 가르시아의 대답에 루카스가 입을 다물었다. 위약금. 인기 많은 가르시아 형제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떠올리자 기분이 수직으로 하락했다.
루카스는 강석의 마이애미 드로잉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가르시아 형제에게 의뢰가 쏟아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강석이 그렸는데 그 행사의 주인인 가르시아 형제에게 의뢰가 물밀듯이 들어온 건, 아무래도 강석보다는 경력이 보장되어 있어서였다.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는 언제나 신인보다는 경력을 우선시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가르시아 형제는 그걸 열심히 받아먹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받아먹다가 일정이 꼬였다.
다만, 위약금이 더럽게 높은 두 건이 겹친 것이 그들의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위약금이 더 적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위약금 무는 것 이상으로 떨어질 신뢰도를 걱정했다.
그것도 그럴 게 둘 중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예술의 도시, 르네상스을 탄생시킨 피렌체이기 때문이었다.
위약금을 물어 구멍을 뚫어버리는 것보단 봉합해줄 다른 대체작가를 소개시켜주는 게 나았다. 손도 빠르고, 피렌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인데다 화제성도 좋으며 실력도 괜찮은 친구. 그들 중에서도 일정이 비어있는 그런 사람.
그리고 최종 후보가 강석이었다. 그러나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친구도 뭣도 아니었다. 데려갈 수 있을까. 루카스 가르시아의 표정이 암울해졌다.
걱정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만약에 우리가 강석을 열심히 설득해서 데려갔는데 그쪽에서 거절하면 어떻게하지? 그때는 역시 위약금을 무는 수밖에 없으려나?)”
루카스가 주변에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였다. 계약은 대외비였다. 여기에 모인 화가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열 중 넷은 루카스 가르시아 못지 않은 경력을 가진 쟁쟁한 작가들이었다. 그들에게 소식이 들어가 좋을 것이 없었다.
리엄은 루카스 가르시아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조금 미루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간 다음. 사람들의 관심이 가르시아 형제에게 쏠리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에서야 리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강석을 데려가는데 성공했는데 강석을 거절한다면, 거긴 위약금을 물어서라도 인연을 끊어야 할 곳이야.)”
근데 그럴 리가 있겠어. 무려 피렌체였다.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장장 4개월 넘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인 강석을 그들이 거절할 리가.
리엄 가르시아가 그런 확률은 낮다고 생각하며 마레 갤러리를 돌아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신전 같은 건물이 리엄과 루카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슈라 왕자가 의뢰권 하나 따내겠다고 1,600만(한화 약 263억) 파운드를 경매에 쏟아부었다고 했지. 리엄이 못지 않게 콧대 높아보이는 건물을 바라보며 지난날 있었던 파격적인 경매 소식을 떠올렸다.
“(······그것보다는 강석을 뭘로 꼬드길지를 떠올리는 게 생산적이겠어.)”
강석은 이제 비싼 몸이었다.
그를 쉽게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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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누워서 황홀경에 잠겨있으려니 아슈라 왕자의 머리 위로 강석이 물었다.
‘어떠냐고?’
두 번 물어볼 것도 없이 최고였다. 환상적이야! 예술성, 독창성, 완성도, 희소성, 기술력, 색채감, 형태력, 덩어리감, 밀도, 뭘 물어보든 이게 최고였다. 이렇게 아슈라 본인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그림이 있을 수가 없었다.
햇빛이 투과하여 얇게 나뭇잎 공간을 뚫고 빛이 아른거리는 이 환상적인 입체감까지. 이대로 시간을 박제하고 싶었다. 보존기술력의 한계가 안타까울 정도로 최고였다.
“(어떠냐니까요.)”
아슈라 왕자가 대답을 하고 있지 않으니 강석의 질문이 다시 떨어졌다. 아슈라 왕자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싫어. 답하기 싫다. 답하면 가버릴 거잖아!
아슈라 왕자가 를 감상하던 눈을 매섭게 돌려 강석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석은 이미 읽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역시 제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을 리가 없지. 대충 그런 표정과 얼굴이었다.
내가 입을 열었었나? 순간 아슈라 본인도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석은 아슈라 왕자가 선물한 손수건으로 가위를 닦았다.
77개 재단가위 에디션에 이어서 66개 프리미엄 재단 가위 에디션까지 선물받은 참이니, 77개 재단가위 에디션은 동생에게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성능보다는 화려한 장식에 조금 더 초첨을 맞춘 게 77개 재단가위 에디션이니 강채영도 좋아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강채영은 왜 그 브러쉬를 팔지를 않지?’
가위를 가지고 나올 때 보았던 브러쉬를 떠올렸다. 강채영의 소개로 적당한 브러쉬를 장만하자마자 돌려주었는데 여직 강채영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품은 팔지 않는 강석이니 을 작업할 때 썼던 브러쉬라고 하면 그거라도 가지겠다고 구매자들이 속출할 텐데···뭐. 알아서 할 일이다. 장사머리를 굴리던 강석이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가위는 새 것처럼 번뜩거렸다.
역시 물건은 구석에 박아놓을 게 아니고 써줘야 빛이 난다.
강석이 날붙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가위마저 품에 넣은 뒤. 강석이 를 올려다 보았다. 강석은 서있었기에 여기에서 바라보는 는 그저 울창한 나무일 뿐이었다.
가위로 수많은 나뭇잎을 자른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풍성함을 겉으로나마 유지하고 있는 를 바라보며 강석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손풀기로 매우 좋은 일감이었다.
“(언제 갈 거야?)”
아슈라 왕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물었다. 강석이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요.)”
“(오느으으을?!)”
아슈라 왕자가 입을 떡하고 벌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강석은 어깨를 으쓱일 뿐, 미루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결과가 발표가 날 터.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고 말고.
216. 톤도 도니(Tondo D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