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231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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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i un angelo nel marmo e lo scolpii finché non fu liberato.❞
누군가 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리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으냐고 미켈란젤로에게 묻자, 미켈란젤로는 방금과 같이 대답했다.
Vidi un angelo nel marmo e lo scolpii finché non fu liberato. 나는 대리석에서 천사를 보았고, 천사가 자유롭게 풀려날 때까지 조각을 하였을 뿐이다.
유명한 말이다.
다들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찾아보았다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나도 아까 한 번은 언급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감? 뭐···어쨌든 이 발언을 두고 여러가지 버전의 해석이 있지만 그게 뭐 중요한감.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어차피 결국 통하는 뜻은 같으니. 그럼 된 거지.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고. 내가 물으려던 것은 그것이었네. 저 문장을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나는지? 아, 역시 천재는 다르다? 그런 생각이 들었나? 아니면 미켈란젤로는 특별하다?
···아니지. 아니야.
미켈란젤로가 했던 말을 문장 그대로 믿는 자라면, 그리고 예술가라면, 그중에서도 하필 조각을 하는 이라면, 그러면서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자라면, 더 나아가 미켈란젤로를 좋아하는 자라면, 그의 스타일을 숭배한다면, 그리하여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면, 그렇다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을 걸세. 자네. 그래. 나랑 마주하고 있는 자네 말이야. 자네는 무슨 생각을 했남. 말하기 힘든감? 괜찮네. 말하기 힘들면 나부터 말해보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네.
그가 보는 세계가 부럽다고. 그는 도대체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도 그 세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
똑같은 생각을 했나?
이거 나랑 꽤 통하는 자가 여기 있었군.
– [조각가와의 수업]의 저자이자 1세대 조각가인 양선구가 강연 중 했던 말을 기록한 블로그 게시글에서 일부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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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의 아침.
양선구는 성북동 단독주택 거리를 걸었다. 걷는 내내 한복 특유의 넓은 소매가 아침 바람에 흔들거렸는데 그럴 때마다 그 틈으로 팔토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매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차림새였다.
킁킁. 살짝 빨개진 콧잔등을 손마디로 훑으며 양선구가 걸음을 재촉했다. 에잉. 은행 냄새가 살짝 콧속을 파고드는 것 같아서 싫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양선구는 주택 단지 내에서도 꽤 넓어 보이는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소란스러워진다 싶더니 대문이 열렸다.
“선생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오.”
평소보다 빠르게 열린 문 사이로 두 명이 얼굴을 비집어 내밀었다. 강석의 모친 되시는 백명희와 강석의 동생 되는 강채영이었다. 어느 정도 안면도 익히고 밥도 몇 번 같이 한 사이라 그런지 둘은 반갑게 양선구를 맞이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이거···아침부터 결례를 저지르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양선구가 대문 너머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정원에 들어오자마자 풀내음이 확 번져왔다. 이제보니 잡초 정리를 하고 있었는지 둘의 옷 끝에는 풀물이 잔뜩 들어있었다.
양선구의 눈썰미가 빠르게 소매끝과 바지밑단과 앞치마 귀퉁이를 훑었다.
하루 정리한다고 저렇게 물들지는 못한다. 작업복 같은 모양이고, 풀물의 색이 바래지 않은 것을 보아선 요근래 저 옷을 입고 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석이 녀석이 을 집에 가져올 거라고 말을 했었나 보구나. 둘은 이 들어올 때를 대비해서 미리 잡초정리랑 정원 정리를 하는 모양이고.’
이해했다. 양선구가 짧은 관찰을 끝내고 재빠르게 다시 눈동자를 굴려 백명희를 바라보았다. 백명희는 놀라 손을 휘젓고 있었다.
“결례라뇨! 석이가 어젯밤에 언질을 해놓았어요. 석이가 먼저 양선구 선생님께 아침에라도 와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다면서요.”
맞다. 양선구가 아침부터 성북동 저택을 찾은 이유는 강석의 부탁 때문이었다.
대리석 구매 일로 상의드릴 게 있는데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빠를 테니 집으로 와주실 수 있냐고 강석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긴 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가겠다고 한 것은 양선구의 선택이었다.
– ‘직접 보는 게 빠를 것 같다니? 데생(소묘)을 말하는 건감?’
– ‘아뇨.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그걸 소형으로 제작해놓은 게 있어서요. 한 번 보시고 필요한 석재 종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요.’
– ‘흐음? 석재 종류들? 하나가 아닌 모양이로구나. 그럼 내일 아침 날이 밝는대로 가보도록 하마.’
강석의 새로운 작품 활동이라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보았음에도, 새로운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어린아이처럼 뛰어대었다.
당장 보고 싶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것은 늦은 밤. 바깥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도 아니였기에 최대한 미루고 미뤄서 가겠다고 한 시간이 익일 아침, 바로 지금이었다.
그러니 엄밀히 따져보면, 아침부터 집에 찾아가는 결례를 범한 사람은 저인데 석이 녀석이 은근슬쩍 말을 바꿔 놓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아침에 오라고 요청한 것처럼 말을 해놓다니. 하여튼 무뚝뚝해보이면서 은근히 섬세했다.
그런 속이야기를 모르는 백명희는, 그저 아들이 작업밖에 몰라서 이런다고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해요. 거리도 상당한데······석이가 요즘 비행기를 타고 다니더니 거리 감각이 조금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아침은 드셨어요?”
“하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아침에 오고 싶다고 한 겁니다.”
“그래도······”
“하하. 진짠데 말이지요.”
양선구가 백명희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머쓱해져 수염을 쓸었다. 강채영이 뒤에서 고개를 슬쩍 숙이며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묵묵하게 잡초를 뽑아대었다.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아보였다. 아니. 오히려 밝아보였다. 이 집에 오는 게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하여튼 동생 복도 타고났지.
양선구가 허허 웃음을 흘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부엌으로 재빠르게 들어간 백명희가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꺼내왔다.
“쿠키도 좀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석이는···”
“아아. 아마 작업실에 있을 거예요. 작업실이 어디냐면요···”
“아닙니다. 제가 찾아갈 수 있습니다.”
백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양선구 선생님이라면 집안 위치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텐데···일주일동안 홈스테이를 하는 내내 어디가 어디냐고 묻던 아슈라 왕자에게 안내해주는 버릇이 붙은 모양이었다.
“그러면 저는 채영이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정원에 나가있을게요. 점심 드시고 가실 거죠?”
“······저야 좋지만 너무 죄송한데요.”
“에이. 오셨는데 드려야죠. 마침 어제 장도 봤고, 드시고 가세요. 멀리서 오셨잖아요.”
“···네에, 그러면 먹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양선구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계단을 밟았다. 나무 특유의 무게가 실리는 감각이 전해져오는 걸 느끼며 양선구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작업실 앞쪽까지 한달음에 걸어가 천천히, 동시에 조용히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문을 열자 해가 떠오를 때처럼 강한 햇살이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남향이라 그런가? 가을 아침이라 그런가.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수준이 어째 바깥에 나가서 직접 햇볕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따사롭고 밝은 느낌이었다.
양선구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 근처에 있던 작업대와 함께 잠깐 일어서 있는 강석이 보였다. 강석은 등을 돌린채였다. 생각에 빠졌는지 살짝 돌아간 문고리는 눈치도 못채는 듯 했다.
원래 작업모드에 들어가면 강석은 대놓고 어깨를 치거나 옆에서 말을 거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집중력이 깨지지 않는 편이었다.
익숙하다는 듯 양선구는 강석에게 알은 채를 하지 않고 작업실 주변을 살폈다.
그때였다. 치과에 온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날만 잔뜩인 초세밀형 조각도들이 놓여진 작업대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게 저번에 말로만 들었던 특수주문제작한 조각도 세트인감. 양선구는 소리 없는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수술도구처럼 날카로운 것들 뿐이었다.
디테일한 묘사를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석이다운 조각도였다.
‘그나저나 조금 더 큰 것들은 없나?’
세밀하게 파고드는 걸 좋아하더라도 처음부터 다 세밀하게 하기엔 강석의 작품 사이즈가 사이즈이긴 했다. 아. 그러고보니 소형으로 제작해놓았다고 했지. 이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소형으로 작품 연습을 해볼 때 쓰려고 산 건감.
양선구가 조각도 하나를 집어올렸다.
겨우 0.2mm 될 것 같은 평형의 조각도 날을 바라보며 양선구가 다시 소리 없는 휘파람을 불려는 그때.
“선생님. 오셨어요?”
뒤돌아있던 강석이 양선구를 향해 인사했다. 양선구도 인사를 위해 강석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래. 석아. 그래서 연습삼아 제작한 소형 작품은 어·········허어.”
양선구가 숨을 들이켰다.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올때만 해도 옆에서 보기에는 그냥 평평한 나무목재였던 것이, 작업대 앞에 서니 완전히 달랐다.
이게 뭔감.
양선구의 동공이 흔들렸다. 옆에서 볼때는 그냥 평평한 판떼기였는데 그 안쪽에는 화려한 건축 모형이 완성되어 있다니. 양선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이 나무집 안에 놓여있는 초소형 조각품들과 욕조로 보이는 모형, 기둥, 샤워시설, 사우나, 기둥, 천장, 모자이크 작품, 세공장식, 바닥을 수놓은 타일의 음각, 그리고 거울 모형까지도···죄다 붙이거나 세워놓은 게 아니라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세상에···”
아주 살살 건드려보니 진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진짜다. 보이는 이 모든 게 하나의 목재로 이어져있다는 소리였다. 그말은 즉슨, 어느 가정집 거실에나 둘법한 거대한 어항만큼 커다란 나무목재를 삽질하듯 조각도로 파내어 완성한 작품이란 뜻이기도 했다.
1층을 봐도, 2층을 봐도, 3층을 봐도, 4층을 봐도. 어딜 보아도 나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고, 동시에 포근했다. 물에 젖은 것 같은 옷의 표현은 섬세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랐다.
마치 자신은 거인이 된 것 같았고, 이 목재는 소인국에 있는 건물 하나를 훔쳐온 것 같았다.
특히 이 물병에 담긴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아가씨를 보아라. 이제 막 스물이 되었을 것 같은 막 피어난 은방울꽃 같은 아가씨는 정말 말도 안되는 섬세함의 끝이었다.
위로는 목욕탕에 꽉 찬 습기를 먹은 천을 표현하더니, 아래로 갈수록 물병에서 흘러나온 물이 묻은 건지 젖어버린 천을 표현하는 지점이 절묘했다.
눈앞에 모델이 있어도 이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건 평소의 자료로 해결될 정도가 아니었다. 나무가 마치 린넨이라도 된 것처럼 보슬거리게 보였다.
얇게 다듬은 나무판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맺힌 그림자의 입체감은 또 어떻고. 도대체 무얼 보고 살길래 뭉툭한 나무 목재에서 이런 아름다운 조각상을 뽑아내는가.
도대체 어떤 세상을 보고 있나.
이제 막 꽃피어난 아가씨의 수줍은 얼굴은, 그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계속 입술로 시선이 갔다.
한참이나 물병을 든 젊은 여인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양선구는 시간이 꽤 지나서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허어···”
뒤로 물러날수록 감탄이 터졌다. 시야를 넓히니 물병 아가씨같은 조각상이 1층, 2층, 3층, 4층, 어디 할 것 없이 경쟁하듯 나타났다.
한 눈에 담고 있으니 이것이 실제로 만들어지면 도대체 얼마나 가치를 가질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양선구는 이게 대체 뭐하는 곳인지 알 것 같았다. 방금까지 조각에 정신이 팔려 용도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나, 멀리서 보니 한눈에 알 것 같았다.
“···목욕탕? 목욕탕인건감?”
누가 봐도 목욕탕이었다. 아니면 목욕탕밖에 없는 호텔이거나. 강석을 향해 답을 요구하듯 바라보자, 강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목욕탕 맞습니다.”
“허어······이게 네가 만들려고 하는 작품인게냐?”
여기에 있는 것을 다 만들려고? 그게 가능한가를 떠나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목욕탕을 만들 생각을 했는가, 경이로웠다. 마치 중세시대. 아니지. 그때 있었던 공동 목욕장에도 이런 고급 조각상들을 잔뜩 들여놓은 목욕장은 없었을 거다.
메디치 가문에서 자신이 모은 컬렉션을 자랑하기 위해 제 정원에 대리석 조각품들을 흩뿌려놓은 것마냥, 이것 역시도 그 수준에 필적하였다.
아니지. 이 모든 게 강석의 작품으로 채워진다면···이건 그 어떤 갤러리보다도 강석의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관이 될 터였다.
이게 목욕탕이냐. 전시회장이냐. 거의 보물더미로 채워넣은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목욕탕이 될 거였다. 그렇구나. 강석은 이 목욕탕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리석들을 상의하기 위해 저를 부른 거구나.
양선구는 강석의 설명 없이도 자신을 부른 이유를 깨달았다. 대리석의 적은 물. 아마 물에 노출이 된 상태에서도 그나마 잘 버티는 대리석을 물어보려고 한 건감?
강석이 그걸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애초에 목욕탕처럼 수분이 가득찬 곳에서 영원히 버텨낼 수 있는 대리석이란 없다.
다른 로비나 건식 사우나 등, 일반적인 환경에서 어울릴만한 대리석들은 얼마든지 추천해줄 수 있지만···입구나 로비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메인 조각상들은 목욕탕에 있는 거 같은데···흐음. 이걸 어쩐다. 양선구가 미간을 좁히는 순간.
강석이 불쑥 양선구에게 질문했다.
“돌도 돌인데, 혹시 다른 것도 취급하십니까?”
“으음? 다른 것이라면 무얼?”
“그게···”
되묻는 양선구의 말에 강석이 뒷목을 긁적였다. 취급하지 않을 것 같으나, 딱히 물어볼 데가 없긴 했다.
‘대리석을 잔뜩 사들여 피렌체로 건너가야 하니 이탈리아 채석장하고도 연이 닿아있으면서 유통에도 능한 선생님이 한번에 취급해주는 게 편할 것 같긴 한데.’
잠깐 망설이던 강석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물었다.
“가령 비누라거나?”
비누···?
232. 위대한 자(Il Magnif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