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33
235. 포맷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방금 무엇인가 꿈을 꾼 듯했다. 꿈속에서 웬 커다란 개를 만났고 무언가 중요한 말을 듣기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으으음, 해피야…”
그제야 난 방 안에서 젊은 여자의 품 안에 누워있다는 걸 깨닫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코를 휴지로 막은 채 잠들어 있는 이 긴 머리의 여자와 내 몸에서 나는 부덕하기 그지없는 냄새.
“케헤헤헥! 켁! 켁! 하아, 하아…”
나는 기침과 거친 호흡을 하곤 여자의 팔을 비집고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아마 아까 정신을 잃은 틈을 타서 날 여기에 올려놓은 것 같았다. 그깟 고기가 뭐라고 이런 얄팍한 술수에 속았을까, 스스로도 한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거실로 나가니 어두운 가운데 넓게 펼쳐진 공간이 훨씬 더 편하게 느껴졌다. 물그릇을 찾아 물을 마시고 오줌을 싼 나는 무언가 심심해져 슬쩍 안방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아유, 귀생이 오라버니! 해자 할매 때문에 고생한 내 귀생이 오라버니, 열심히 산다고 그런 것, 난 다 알아유, 아유…! 해자 이년!”
– 부더더더덕! 드더덕! 더덕! 덕!
흠칫 놀란 나는 저 마계, 이세계의 공간에서 재빨리 벗어났다. 역시 내가 몸을 움츠리고 편히 쉴 곳은 저 냉장고 옆 틈이었다.
“후우…”
나는 몸을 웅크린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편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다녀올게요, 할머니. 오늘은 꼭 회의 참석을 해야 해서. 해피 잘 부탁해!”
“그리여. 오늘 가게 나갈 때 데리고 나가야 쓰것다.”
“괜찮겠어?”
“아주 바보가 되어버렸으니 가만히 가방에 넣어두면 괜찮지 않것어? 넣어두면 지가 사람을 물겠냐, 도망을 치겠냐.”
“그래도… 아니다, 차라리 그렇게 익숙한 곳을 자주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회의 끝나고 가게로 바로 갈 테니까 할머니가 좀 봐줘요.”
이윽고 문을 닫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제야 눈치를 보며 냉장고 옆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소파에 앉은 노파는 무언가 복잡한 심경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함, 허탈함, 약간의 분노, 서운함 등이 모두 섞인 눈빛이었다. 나는 그런 눈길을 피해 슬금슬금 밥그릇 쪽으로 다가가 사료를 씹어 먹었다.
“자아, 여기 쏘오세지 있다. 쏘오세지. 해피가 좋아하는 쏘세지!”
노파가 중년 여성이 내게 먹여줬던 그 소시지를 꺼내 한 입 베어 물곤 내 쪽으로 쑤욱 내밀었다.
‘!!!’
나는 한참 노파의 눈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다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리곤 노파에게 숨겨진 악의가 있는지 눈을 살펴보았다.
‘!!!!!!!’
있네, 있어. 악의로 똘똘 뭉쳐있네. 순수한 악이네.
하지만 소시지는 못 참지.
나는 천천히 다가가 냅다 소시지를 베어 물곤 냉장고 옆으로 도망가서 찹찹대며 먹었다.
“여기, 하나 더 있다!”
나는 흠칫 놀라 뒤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노파는 새로이 포장지를 뜯어 베어 먹지 않은 완전한 완성체 하나를 그대로 커다란 켄넬 안에 넣었다. 그리곤 TV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흐으음. 수상하다, 수상해!’
나는 노파가 무슨 꼼수를 부릴지 한참을 생각했으나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소시지는 제발 날 먹어달라며 매혹적인 향기를 뿜뿜 뿜어내고 있었다.
노파는 TV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유, 저 죽일 것! 저 못된 년이 또 집안 말아먹네!’ 등등 온갖 욕설을 섞어가며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슬그머니 켄넬 안으로 들어가 소시지를 입에 물었다. 그 순간!
– 쾅! 덜컥!
뒤에서 재빨리 문이 닫혔다.
이런 간단한 속임수조차 알아채지 못하다니! 나는 멍한 눈으로 소시지를 문 채 뒤를 돌아보았다.
“아유, 이 똥개가 진짜 바보가 됐네. 아유! 쏘세지나 먹어! 할매 씻고 나올 동안!”
나, 진짜 바보인가?
***
흔들리는 켄넬 속에서 나는 바깥의 풍경을 쳐다보았다. 푹푹 찌는 날씨, 오가는 사람과 자동차들. 아파트 놀이터 앞에서 유치원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아이들이 켄넬 안의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더러는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런 나를 향한 관심이 무서웠다.
“끼이이잉…”
뒤를 돌아 다시 자세를 잡는 나를 향해 노파의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예전 같으면 그 귀신 나올 것 같은 꼬리랑 귀 흔들면서 뀽뀽거렸는데, 진짜 아주 겁쟁이가 되어버렸어!”
무서운 걸 어떡하라고, 정말로 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단 말이다.
어딘지 모를 지하로 내려가니 꽤나 시원했다. 나는 헥헥대며 길게 뻗던 혀를 집어넣고 켄넬의 틈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을 진정시켰다.
– 삐리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곧이어 저 멀리, 어두운 곳에서 ‘빠앙’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거대하고 기다란 쇳덩어리!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 괴물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댔다. 내게 덤벼들 듯 다가오는 그것, 날 그대로 들이받고 지나갈 것만 같았다.
“왈왈왈! 아왈왈왈!”
“이 똥개가 또 왜 그리여! 여태 수없이 지하철을 타 놓고! 응?”
노파가 손으로 켄넬을 치며 조용히 하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나는 이 괴물이 너무나 무서웠다. 켄넬 안에서 발버둥을 치다 그것이 내 앞쪽까지 왔을 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것은 천천히 속도를 멈추었고 내 앞에 멈춰선 채 문이 열려 사람들을 토해냈다.
‘으, 응?’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이 기괴한 모습을 봤다. 노파는 그런 나를 무시한 채 켄넬을 번쩍 들고 가 한쪽 의자에 앉았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내가 이런 것을 수없이 탔었다고? 도대체 언제? 그리고 누구와?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고 가까이 다가오려 하는 당신네들과?
아니, 전혀 기억이 없었다.
***
작은 가게의 한쪽, 나는 켄넬 안에서 멍하니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에 커다란 건물에서 나왔을 때처럼, 여기도 꽃다발이나 현수막이 가득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들을 사고 있었다.
“저 안에 진짜 해피 있어요? 와, 대박! 해피 한 번만 보면 안 돼요?”
“멀리서 봐유. 가게 안으로는 들어오지 말고. 아직 아파서 불안해하니께. 그나저나 김말이가 몇 개라 했슈?”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며 한쪽에서 나를 쳐다보고 무언가를 꺼내 들고 가져다 댔다.
나는 그것들이 싫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등을 돌렸다.
결국, 이런 낯선 관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등을 돌려 피하고 또 침묵하는 것이 유일했다. 그게 내 스스로 생각한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노파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준비한 모든 것이 다 떨어졌는지, 노파는 무엇인가를 써서 바깥에 붙여놓았고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웅성거리다 되돌아갔다.
“아유, 차라리 더 만들까 싶어. 하루 내내 준비한 것이 반나절도 안 되어서 다 팔려버리니, 더 팔고 싶어도 팔 수도 없고. 조은이도 딱 요만치만 하라 그러니 거참…”
“끼이이잉…”
“우리 해피, 그래도 순대는 좀 남았는데 먹을텨?”
내가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자 노파는 혀를 쯧쯧 차더니 무엇인가를 잘게 썰어 그릇에 담았다. 그리곤 가게 문을 안에서 잠근 후 조심스레 켄넬의 문을 열었다.
나는 쭈뼛거리며 켄넬 바깥으로 나와 가장 먼저 바닥 한쪽에 가서 길게 오줌을 쌌다.
“물청소하기 전에 싸서 다행이네. 자꾸 가게에서 오줌 싸면 앞으로 못 데리고 나오는 거여!”
노파는 내게 무어라 한마디 던지곤 설거지와 내일 팔 재료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릇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이 검은 것들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와! 이거 아까 먹었던 그것보다 맛있는데? 그거! 그 소, 소, 소…’
나는 미친 듯이 내가 먹었던 것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러나 자꾸 ‘소’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끼이이잉…”
결국 포기하고 노파가 내어준 것을 다 먹고 난 후, 나는 다시 켄넬에 들어가 누웠다.
잠시 낮잠을 잤을까, 문득 눈을 떠 보니 긴 머리의 여자가 와 있었다.
“할머니! 나 왔어요.”
“잉, 그리여. 생각보다 일찍 왔네.”
“회의가 일찍 끝났거든. 그나저나 해피는 좀 어때?”
“순대 먹고 저 안에서 한숨 자다 이제 눈을 뜬 모양이네.”
긴 머리의 여자가 내 앞에 앉았다.
“우리 해피! 누나 왔어. 기분 좋아? 오늘, 안 심심했어?”
그때 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무언가 안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곤, 눈앞이 한 번 환해졌다가 어두워졌다.
“해피야,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드니,
나는 난생처음 보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이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또 다른 처음 보는 사람이 무어라 중얼거리며 일어서 있었다.
나는 놀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이 사람들은 누구지?’
나는 자꾸 내게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경계하며 이를 드러냈다.
“크르르르…”
“해피야, 왜 그래? 해피야!”
“저 똥개가 갑자기 또 왜 저런디야? 어제 처음 병원에서 봤던 것처럼?”
“크르르르르…. 왈! 왈! 왈!”
나는 다시 강하게 짖어댔다.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너는 누구냐고.
무언가 다시 백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나저나, 뭐? 어제 병원에서 당신들이 나를 봤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나는 당신들을 지금 처음 보는데!
도대체 너희는 누구야! 여긴 어디고!
그리고,
나는 누구지?
***
나는 어딘가에 가두어진 채 이상한 것에 실려 강제로 이동했다. 제발 날 살려달라고,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강하게 짖어댔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나를 든 여자에게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난 잡혀있고, 아주 두려운 상황에 처해 있단 말이야! 날 꺼내줘! 빨리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어!’
나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짖어댔다.
결국 내 기세를 이기지 못한 둘은 나를 들고 바깥으로 나와야 했다.
늦은 오후, 후덥지근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하도 짖어대 탈진하기 직전까지 간 나는 혀를 길게 뺀 채 쓰러져 헥헥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무섭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해피야, 덥지? 목 아프지? 괜찮아?”
그때, 어디론가 사라졌던 긴 머리의 여자가 다시 나타나 시원한 물이 든 병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기울어진 병에서 흐르는 물을 찹찹대고 마셨다.
짜릿할 정도로 시원한 물이 내 목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에 다시 힘이 솟는 듯했다.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다시 맹렬히 짖어대는 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피가, 사람 많은 곳과 지하철역 같이 막혀있는 곳이 무서운가 봐. 그냥 내가 들고 걸어갈까? 아니면 택시 탈까? 택시 타면 금방인데, 안에서 엄청 짖어대겠지?”
“뭐, 잘 설명하면 되기야 하것지.”
결국 여자는 손에 무엇인가를 들어 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입에 흰 거품이 가득한 채 주둥이를 바르르 떨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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