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불사의 마신 (3)
–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 지금 강유진이 페넥스를 일도양단해 버린 거야?
– 말도 안 돼!
– 아니, 충분히 가능해! 뒤랑달을 쓰고 있으니까!
– 그래, 뒤랑달이라면 마신급의 악마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어!
– 페넥스가 방심한 거야. 강유진의 공격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 하지만 주먹을 날리는 척하면서 바로 뒤랑달을 꺼내 휘둘러 버렸지!
– 사도한테 수납 공간을 구입해 놓은 게 정말 잘한 거야. 그게 없었으면 페넥스의 허를 찌를 수 없었겠지.
– 그래, 뒤랑달을 처음부터 손에 들고 있었으면 페넥스도 경계했겠지.
–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강유진이 처음에 바보처럼 주먹질만 하던 것도 페넥스를 방심시키려는 작전이었던 거 아냐?
– 진짜 저 녀석……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지?
강유진이 마신급 악마인 페넥스를 두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채팅방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확실히 이건 대단한 위업이긴 하다.
원래 마신급 악마는 SS급 계약자 여럿이 달려든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신급 악마를 단칼에 두 조각냈다는 건, 뒤랑달을 사용했다고 해도 확실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 너희들 진정해라. 지금 그렇게 흥분해서는 안 돼.
– 왜 그래?
– 또또또 나타가 딴지 건다.
– 너 진짜로 강유진한테 라이벌 의식 느끼는 거 아니냐?
– 아니야, 자꾸 그런 식으로 엮지 마라.
– 그럼 뭔데?
–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 뭐라고?
– 다른 마신급 악마라면 몰라도…… 저놈은 페넥스니까.
A급 성좌 ‘삼두육비의 신동’의 발언에, 채팅방이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 * *
페넥스를 일도양단한 뒤, 강유진은 곧바로 하민아에게 시선을 향했다.
“하민아.”
“놀랍군요, 강유진 님.”
하민아의 눈빛은 고요하고 냉정했다.
“뛰어난 판단력, 뛰어난 전투 감각…… 많이 성장하셨군요. 일반적인 계약자였다면 같은 장비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
그녀의 말을 무시하면서 강유진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확실하게 붙잡아,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지 실토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페넥스 님이었다는 게 문제군요.”
바로 그때.
배후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다른 악마였다면 이미 승패가 결정되었겠지만 말입니다.”
“……!”
뒤랑달로 두 조각났던 페넥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당신도 피닉스라는 이름은 들어 보신 적이 있겠죠. 이집트 등에서 유래된,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不死鳥)…… 악마들은 대부분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성검으로 두 동강 나도 죽지 않는 건 페넥스 님뿐입니다.”
“이런 굴욕은 오랜만이군…….”
페넥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절단면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미 그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거 어려워졌는데.’
방금 페넥스를 일도양단할 수 있었던 건 기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페넥스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뒤랑달을 꺼내 휘둘렀기 때문에 공격을 명중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저놈한테는 일체 분쇄도 통하지 않아.’
강유진에게는 모든 것을 분쇄하는 각성 스킬 [일체 분쇄]가 있다.
그 스킬을 사용하면 페넥스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온몸이 가루가 되었는데 되살아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페넥스에게 [일체 분쇄]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온몸이 끈적한 점액으로 뒤덮여 있던 교룡과 마찬가지로, 페넥스의 몸에는 마성에서 비롯된 방어막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성자의 철권을 장비한다고 해도 방어막을 뚫는 과정에서 타격의 위력이 불규칙하게 감소되므로 [일체 분쇄]가 통하지 않는다.
‘불사조라고 해도, 절대로 죽지 않는 존재일 리는 없어. 재생 능력에도 한계가 있겠지.’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유진은 다음 공격을 위해 자세를 취했다.
“훌륭했다, 강유진.”
“……나쁘지 않은 게 아니고?”
“그래, 훌륭하다.”
페넥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해 주마.”
이제 페넥스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강유진은 모든 감각을 긴장시키며 페넥스에 맞서려 했다.
그리고, 페넥스가 처음으로 다리를 움직여…….
“이제 그만하시죠, 여러분.”
부드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였다.
페넥스도 허를 찔린 듯했다.
“더 이상 다투면 교주님의 새하얀 목이 갈기갈기 찢겨질 거예요. 그러니 싸우는 건 그만해 주시죠.”
가만히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하민아의 배후에…… 달기가 서 있었다.
길게 늘어난 손톱을 하민아의 목덜미에 들이대면서.
“달기…… 당신이군요.”
“오랜만이네요, 교주님. 아니,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던가요? 어쨌든 당신 얼굴을 다시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달기가 미소 띤 얼굴로 하민아에게 속삭였다.
“지난번에는 저를 감쪽같이 속여 주셨더군요. 당신이 그렇게 여우 같은 여자였을 줄은 몰랐지 뭐예요.”
“이게 그 앙갚음인 건가요?”
“이 정도로 앙갚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모습을 보며 페넥스가 입을 열었다.
“네놈…… 어떻게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접근했지?”
“삼천 년 묵은 구미호를 얕보지 마시죠, 마신님.”
그렇게 말하며 달기는 하민아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물론 지금의 저한테 당신을 쓰러뜨릴 정도의 힘은 없어요. 하지만 이 교주님의 숨통을 끊고 당신의 공격을 피해 유유히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하죠.”
“…….”
“당신들에게 이 교주님이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는 존재라면 모르지만…….”
달기가 페넥스를 쳐다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걸 보니, 이 교주님은 당신들에게도 상당히 소중한 존재 같군요.”
“…….”
그러고 보니 아까 강유진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도 페넥스는 하민아를 보호하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페넥스 혹은 악마들에게 하민아는 나름대로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인가.
“원하는 게 뭐냐, 암여우.”
“아까 못 들었어요? 이제 그만하자고 했잖아요.”
“싸움을 멈추라고?”
“네, 일단 싸우는 걸 멈추고, 서로 갈 길 가자는 거죠. 마신님은 북쪽 판데모니움으로 돌아가시면 되겠네요.”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페넥스에게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달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신님한테도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뭐라고?”
“여기서 감정에 휩싸여 강유진 님을 급하게 죽여 버리면, 당신한테도 별로 좋지 않을 텐데요?”
“…….”
페넥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제 말이 틀렸나요?”
“……암여우, 어디까지 알고 있지?”
“글쎄요? 저는 그저 당신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 될 거라는 얘기를 했을 뿐인데요?”
달기가 능청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잔뜩 여유 부리다가 성검에 두 조각 나는 추태를 보이고, 잔뜩 열 받아서 한참 격이 떨어지는 상대를 전력으로 짓밟으려고 하다니…… 별로 명예롭지 못하네요? 안 그런가요, 판데모니움의 후작 각하?”
“…….”
페넥스는 입을 다문 채 달기를 노려보았다.
“딱히 강유진 님을 봐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마신님.”
“그럼 뭐지?”
“제안을 하나 하죠.”
“제안?”
“지금의 강유진 님은 당신에게 상대가 안 돼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뭐라고?”
“승부를 다음으로 미루자는 거죠.”
달기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싸우면 강유진 님이 99퍼센트의 확률로 패배할 거예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49퍼센트 정도까지는 확률을 낮출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그게 더 멋진 일 아닐까요?”
멋진 일.
달기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사용했다.
“저는 알고 있거든요, 판데모니움의 후작 각하.”
“…….”
“당신들 마신급 악마들은 분명히 사악한 존재지만, 때로는 인간들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기 긍지를 지키려고 목숨을 거는…… 그야말로 귀족적인 존재들이죠.”
페넥스는 처음에 말했다.
자기는 20개의 군단을 지휘하는 후작이라면서, 기품 있는 목소리로.
그 말에는 분명히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아까 당신은 강유진 님을 보고 ‘훌륭했다.’라고 말씀하셨죠? 그냥 구두로 짓밟아도 되는 개미 새끼가 아니라 한 명의 당당한 전사로서 인정했다는 거죠. 그러면 그 전사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판데모니움의 후작다운 멋진 일 아닐까요?”
“……말을 참 잘하는군, 암여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작 각하.”
“어쩔 수 없군.”
페넥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졌다, 교활한 암여우.”
그리고 그는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저 높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을 성좌들을 의식하는 걸까.
“여기서 격분해 너희들을 전부 쓸어버려 봤자 내 명예가 실추될 뿐이지.”
“잘 생각하셨어요, 후작 각하.”
“좋다, 우리는 여기서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페넥스가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강유진, 북쪽에 있는 내 본거지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
“더욱 강해져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나라. 그다음에 상대해 주도록 하지.”
페넥스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그때는 나 또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것이니, 너도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라.”
“…….”
“그때를 기다리도록 하지.”
페넥스의 말을 들으며, 강유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사실 강유진은 지금 달기가 진행하고 있는 이 교섭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유진 님, 강유진 님.”
하지만 그때 달기가 강유진한테 손짓을 했다.
손짓하는 대로 가까이 다가가자, 달기가 하민아의 귀를 막으면서 강유진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건 그분의 지시예요.”
“……뭐라고?”
“이름 없는 분의 지시라고요. 그러니 얌전히 따르세요.”
이름 없는 분의 지시.
그 말을 듣고, 강유진은 숨을 삼켰다.
“그분의 지시를 받았다고?”
“그렇다니까요. 그러니…….”
“……이럴 수가.”
강유진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강유진 님? 저기요? 괜찮아요?”
“나한테는 지시를 내려 주지 않으시면서, 이런 신참한테는 지시를 내려 주시다니…….”
“……뭐야, 이 사람.”
달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교섭은 성립한 것 같으니, 이제 하민아는 풀어 줬으면 좋겠군.”
“네, 알겠어요.”
페넥스의 말을 듣고, 달기는 순순히 하민아를 풀어 줬다.
자유를 되찾은 하민아는 바로 페넥스 곁으로 이동했다.
“민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됐다.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네.”
페넥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하민아는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강유진 님.”
“…….”
“이대로 헤어지면 섭섭하니, 저도 한 가지 조건을 내걸도록 하죠.”
“조건?”
“네.”
하민아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더 강해져서 여기 페넥스 님을 꺾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왜 당신을 감금하여 인체 실험을 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알려 드리도록 하죠.”
“……!”
강유진은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저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강유진 님.”
“잠깐!”
“그럼 페넥스 님, 이제 이동하지요.”
“그러지.”
하민아가 한쪽 손을 치켜든 순간, 하민아와 페넥스의 발밑에 마법진 같은 것이 출현했다.
강유진은 다급히 달려가려 했지만, 달기가 손으로 제지했다.
“이미 늦었어요, 강유진 님.”
“달기!”
“아까 제가 했던 말, 잊지 마세요.”
“……!”
이건 그분의 지시다.
그 말을 떠올리고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북쪽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강유진.”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런 말들을 마지막으로, 페넥스와 하민아는 붉은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 * *
“후우…….”
허공에 투영된 화면에서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달기를 보내길 잘했어.”
어쩌니 저쩌니 해도 신분이 높은 존재를 구워삶는 능력은 동양 최강의 여자다.
마신급 악마 특유의 심리를 파악해서 교묘한 말빨로 설득했다.
달기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강유진이 죽을 뻔했어…….’
페넥스는 지금의 강유진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마신급’이라고 불리는 고위 악마로서, 이 세상의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싸웠던 바포메트보다 그런 특성이 더욱 뚜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유진의 필살기였던 각성 스킬 [일체 분쇄]도 저 페넥스한테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일체 분쇄]도 결국 물리적인 공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페넥스 같은 마신급 악마를 쓰러뜨리려면, 다른 힘이 필요해.’
만약 강유진이 아니라 천상운이었다면 뒤랑달을 사용해 페넥스를 쓰러뜨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유진은 뒤랑달을 들고 있어도 아까 같은 기습 한 번을 성공시키는 게 고작이다.
승리를 거둘 정도는 되지 못한다.
‘강유진의 다음 과제는…… 마신급 악마까지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건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래도 강유진을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명확해졌다.
강유진도 자신의 한계를 느꼈을 테고, 그런 점을 감안하다면 이번 싸움에도 분명히 수확이 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교단 본부의 잔해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페넥스와 하민아가 말하는 걸 보면서, 대충 알았어.’
예전부터 어렴풋이 추측하고는 있었다.
그래도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막연한 추측 정도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비로소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 소체(素體)라고 했지…….’
하민아는 나중에 페넥스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말해 주겠다고 했지만, 나한테는 별 의미 없는 얘기였다.
새벽의 명성 교단이 왜 강유진 같은 존재를 만들었는지…… 나는 이미 깨달은 상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