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기사들의 왕 (2)
“아서 왕…… S급 성좌 ‘기사들의 왕’은 지상에 새로운 기사단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어.”
“기사단? 라운드를 말하는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달라. 라운드가 하부 조직에서 멤버를 뽑아 구성되었듯이, 라운드에서 진정으로 실력 있는 자들을 뽑아 기사단을 만들려 하고 있는 거지. 말하자면 새로운 원탁의 기사랄까.”
나와 백작이 듣고 있는 앞에서, A급 성좌 ‘파멸의 기사’ 모드레드는 설명을 시작했다.
“라운드의 리더인 코드네임 ‘아서’가 그 정점이 되어, 새로운 원탁의 기사를 구성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어쩌려는 거지? 최후의 결전인지 전쟁인지를 대비하는 건가?”
“맞아.”
“그게 대체 뭘 말하는 거지?”
“하르마게돈.”
“……!”
하르마게돈.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말로, 아마겟돈이라는 발음으로도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의 군사 요충지였던 메기도 언덕을 가리키는 말로 여겨지고 있으며, 요한 묵시록에서는 이 하르마게돈에서 최종 전쟁이 벌어질 거라고 서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르마게돈은 그 자체가 최종 전쟁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게 되었다.
“판데모니움과의 결전을 의미하는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아니야.”
“어째서지? 하르마게돈은 선과 악의 싸움 아닌가?”
“정확히는 지상을 지배하는 왕들의 군세와 주님의 군세의 싸움이지.”
“…….”
지상을 지배하는 왕.
그것은 천상운이 소환했던 ‘짐승’과 일맥상통한다.
“판데모니움이든 인간이든 상관없어.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자들이 있고, 그걸 성스러운 군대가 물리친다고 생각하면 돼.”
“그렇다면…… 아서 왕은 지상에 그 성스러운 군대를 조직하려는 건가? 그걸 위한 조직이 라운드인 거고?”
“그래, 결국 그걸 위해 모든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모드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계약자 조직들은 자기 세력을 키우려 하지. 넓은 영역을 지배하면서 영향력을 증대시키려고 해.”
“……하지만 라운드는 그러지 않지.”
“지금 당장 세력을 키워 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중에 있을 하르마게돈에서 승리하면 자연스레 세상을 손에 넣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대략 이해가 됐다.
결국 아서 왕은 최종 전쟁에서 승리하여 세계를 지배할 계약자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 자체만 보면 딱히 문제는 없어.’
계약자를 육성하는 것 자체는 다른 성좌들도 하는 일이다.
다만 아서 왕은 자기 부하들까지 끌어들여서 상당히 극단적인 방식으로 계약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지금 라운드에서는 계약자들을 소모품처럼 활용하고 있어. 개인의 인격을 부정하고, ‘새로운 원탁의 기사’를 만들기 위한 부품으로만 취급하고 있지.”
“…….”
“지금 한국에 쳐들어온 것처럼 침략자 같은 일도 서슴지 않아.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거지.”
모드레드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그런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그래서, 아서 왕을 배신하겠다는 건가?”
“맞아.”
모드레드가 괴로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아. 나는 예전에도…… 아서 왕을 배신한 적이 있으니까.”
“…….”
모드레드는 아서 왕의 신하이자,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드레드는 아서 왕을 배신해 반란을 일으켰다.
이 일화 때문에 모드레드는 중세 유럽에서 배신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다.
지옥을 자세하게 묘사한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얼음 호수 코퀴토스에 배신의 죄를 저지른 자들을 배정했는데, 모드레드는 여기에 갇혀 있는 대표적인 죄인 중 하나다.
“하지만…… 결국 나는 배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겠지.”
모드레드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모드레드, 생전에 너는 왜 아서 왕을 배신한 거지? 말하는 걸 보면 단순한 권력욕 때문은 아니었을 텐데.”
“……권력욕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혹시 토착 세력과 기독교 세력의 충돌 때문인가?”
내가 불쑥 말을 꺼내자, 모드레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떻게 그걸…….”
“……역시 그랬던 건가.”
아까 아서 왕과 멀린의 불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멀린이나 모건 등은 켈트적인 마법, 요정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한편 성배 탐색을 진행한 갤러해드 등은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아서 왕 전설의 이야기는 켈트 전승에 기독교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성립되었으며, 실제 이야기 속에서도 멀린이 퇴장하고 성배 탐색이 진행되는 등 점차 기독교적 색채가 강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것은 환상대계의 역사에서 토착 세력의 입김이 약해지고 기독교 세력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말년의 아서 왕은…… 성배 탐색에 너무 몰두했어. 혼란스러운 시기에 수많은 기사들을 투입해서 성배를 찾게 시켰지.”
모드레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성배라는 게 진짜로 있었는지는 몰라. 나는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갤러해드가 성배를 찾아냈다고는 하지만, 결국 나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
“…….”
“당시 브리튼 사람들에게 마법이나 요정 같은 건 실제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었어. 물론 로마가 전파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기적을 일상에서 실감하는 건 어려웠지. 그래서 아서 왕의 행보를 납득하지 못했어.”
하긴 켈트의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왕이 갑자기 ‘성배를 찾아야 한다.’라면서 군대를 여기저기에 파견하면 황당했을 것이다.
“그러면 토착 세력들은…… 기독교적인 신비에 집착하는 아서 왕에게 불만을 가진 건가.”
“그래, 아서 왕의 폭주를 막아야 했어.”
이제야 환상대계에서 아서 왕의 나라가 왜 멸망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권력을 탐한 모드레드의 망집만이 아니라, 아서 왕의 국정 운영에 대한 토착 세력의 반감도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래서 아서 왕은 지금도 기독교적인 신비에 집착하여 하르마게돈을 준비하고 있는 건가…….”
“결국 그런 거지.”
“그렇다면 그 하르마게돈의 실체가 중요해지는데.”
모드레드의 얘기를 통해 대략적인 배경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하르마게돈이다.
“정말로 그런 최종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이기면 아서 왕이 원하는 대로 지상의 패권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가?”
“……적어도 아서 왕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어. 아서 왕만이 알고 있는 근거가 있는 것 같아.”
“그 근거가 뭔지는 모르고?”
“안타깝게도…… 나는 거기까지는 듣지 못했어.”
모드레드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와서 성서 속의 하르마게돈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환상대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부분이라면 몰라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적어 놓은 부분을 100퍼센트 믿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하르마게돈을 일으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서 왕 본인이 일으키든, 누가 일으키든…… 그런 전쟁을 일부러 일으켜 지상의 세력 구도를 재편하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천상운도 다니엘서의 예언에 착안해 ‘짐승’을 불러냈다.
스케일을 키워서 요한 묵시록의 하르마게돈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드레드.”
나는 모드레드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결국 나한테 어떻게 해 달라는 거지?”
“일단 라운드의 ‘아서’를 쓰러뜨려 줬으면 해.”
“그건 당연히 할 거야.”
아서는 강유진 일행이 쓰러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좌인 ‘기사들의 왕’을 직접 쳐야 해.”
“더 이상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그래, 만약 라운드의 ‘아서’만 잡는다면 아서 왕은 다른 계약자를 찾아내서 새로운 아서, 새로운 라운드를 만들려 할 테니까.”
“…….”
얼핏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얘기다.
아서 왕은 엄청난 지명도를 지닌 영웅이다. 게다가 그 부하인 랜슬롯, 가웨인 등도 압도적인 힘을 지닌 기사들이다.
내가 그들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그들이 무력으로 반격하면…… 나는 성좌로서의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얘기야.’
모드레드가 말하는 대의명분과는 별개로…… 이건 흥미가 느껴지는 일이다.
그 아서 왕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 승리한다면 내 위상은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문득 고개를 들자, 성좌 튜브의 채팅창이 눈에 들어왔다.
– 이거 너무 수상하지 않냐?
– 너무 수상해서 오히려 진짜일 것 같은데.
– 코드네임이 모드레드니까, 진짜 모드레드처럼 이번에도 아서 왕을 배신하려는 거 아닐까?
– 아서 왕을 배신하려고 하는 것처럼 굴었다가 실제로는 강유진 일행을 배신하는 거일수도 있음.
– 배신하는 척 배신하기!
– 배신의 배신의 배신인 거임.
– 상대가 모드레드여서 오히려 더 헷갈리네.
내 시선을 따라 모드레드도 채팅창을 쳐다봤다.
“저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무명의 왕.”
“그런가?”
“그래.”
모드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발론에 있는 내 계약자한테는 이미 지시를 내렸어. 아서를 배신하자고 말이야.”
* * *
강유진 일행은 모드레드가 안내하는 대로 외진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야, 정말로 이쪽에 이 섬을 유지하는 계약자가 있는 거야?”
“그렇다니까.”
만약 이게 모드레드의 함정이었을 경우를 대비해, 이죽헌이 모드레드의 목에 계속 칼을 들이대고 있는 중이었다.
“A급 성좌 ‘이상향의 여인’ 모건 르 페이의 계약자가 저쪽 방에 있어. 한숨도 못 자고 갇혀 있으니까, 슬슬 해방 좀 시켜 주라고.”
“이놈 참 태도도 껄렁껄렁하고, 진짜 믿음직스럽지 못하네.”
“태도는 원래 그런 거니까 이해 좀 해 줘.”
이죽헌과 모드레드가 대화를 나누는 걸 들으며, 강유진은 힐끔 고개를 돌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달기가 49호와 함께 따라오고 있을 것이다.
달기가 귀띔해 주는 게 없는 걸 보면 딱히 위험한 상황은 아닐 것 같았다.
‘그분이 일부러 우리에게 시련을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모드레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아까 엿듣는 놈이 있을 것 같아서 말하지 않은 건데…… 내 성좌인 모드레드 경도 아서 왕을 배신할 생각이야. 난 모드레드 경의 지시를 받았어.”
“뭐?”
“그래서 나도 상황을 살피다가 배신한 거라고. 그러니까 믿어.”
그렇게 속사포처럼 말한 뒤 모드레드는 입을 다물고 딴청을 피웠다.
‘설마 이것도 우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인가? 아니, 이런 거짓말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지만, 혼란스러운 건 다들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여기야.”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운 방 안에 여러 기계 장치에 둘러싸인 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장치부터 해제하자고. 몇 명만 와 봐.”
“……어떻게 하지?”
“제가 해 보지요.”
주민하가 앞으로 나섰고, 모드레드의 목에 칼을 들이댄 이죽헌도 함께 움직였다.
강유진도 별생각 없이 그 뒤를 따랐고, 나머지는 주위를 경계했다.
“일단 저쪽 버튼을 눌러서 락을 해제해. 하는 방법은 알겠어?”
“알 것 같습니다. 일단…….”
주민하가 장치를 조작하는 동안, 강유진은 장치 안에 들어가 있는 여자의 모습을 살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기계에 가려져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 긴 머리카락만 장치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그래, 그걸 누르고…… 그래.”
모드레드의 경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걸 그쪽으로 움직이면…… 함정에 걸린 거야.”
“……네?”
그 순간.
갑자기 장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 자식!”
주위에서 지켜보던 이현제 등이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윽……!”
격렬한 진동이 느껴졌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신이 들었을 때, 강유진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넓은 공간에 서 있었다.
“수고했다, 모드레드.”
그리고 기억에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차분하면서 신사적인 목소리였다.
“아서…….”
“그래, 나다.”
라운드의 리더인 코드네임 ‘아서’가 금발의 남자를 대동하고 서 있었다.
이변을 틈타 이죽헌의 손에서 벗어난 모드레드 또한 그쪽에 있었다.
“이, 이 자식……!”
본의 아니게 모드레드를 놓쳐 버린 이죽헌이 눈을 치켜떴다.
“성좌한테 지시를 받았다면서?! 그것도 거짓말이었나!”
“아니, 그건 거짓말이 아닌데. 모드레드 경한테 분명히 지시를 받았어.”
“그럼 이건 뭔데?!”
“이봐, 내가 누구의 코드네임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해? 배신의 기사인 모드레드라고.”
씩 웃으면서 모드레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 성좌를 배신했을 뿐이야. 아서가 아니라 말이지.”
“……!”
숨을 삼키는 이죽헌 앞에서, 모드레드는 아서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군,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수고했다, 모드레드.”
아서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약속대로, 이번 일이 끝나면 아서 왕이 너를 계약자로 삼을 것이다.
“네……!”
“그러면 너는 정말로 내 후계자가 되는 거다. 결국 후계자가 되지 못하고 배신자가 된 모드레드 경하고는 달리.”
“감사합니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모드레드는 옆으로 팔을 치켜들었다.
“클라렌트, 최대구현……!”
아름다운 검이 모드레드의 손아귀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미 엑스칼리버를 구현해 놓은 상태였던 아서 또한 앞으로 나섰다.
“케이, 지원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주군.”
공손히 허리를 숙이는 금발의 남자를 뒤로하고, 아서와 모드레드가 동시에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