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샤토 디프 (3)
“백작……!”
“와라, 무명……!”
총성이 시끄럽게 울린다.
검의 궤적이 바람을 가른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공격을 펼친다.
그 격렬한 전투 속에서, 문득 나는 계약자 시절을 생각했다.
아무런 힘도 없이, 승리를 얻어 내기 위한 어떤 수단도 없이, 그저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고 있던 시절.
지금의 나는 그때하고는 다르다.
S급 성좌가 되었고, 800억에 달하는 근원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신체 능력이면 최상위권의 계약자들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대하고 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앞에서 그런 스펙은 무용지물이다.
백작도 S급 성좌이며, 근원력은 1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백작은 괴물을 쓰러뜨리거나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은 아니지만, 웬만한 전투형 성좌는 가볍게 찍어 누를 수 있는 스펙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근원력이 10배 높다고 해서 신체 능력도 10배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도 나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무기는 어떤가.
나는 전설적인 무기인 여의금고봉을 손에 넣었다.
타격 무기로서는 세계 최고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모데우스와 크로셀 등을 상대로 그 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백작이 갖고 있는 총과 검은 얼핏 보기에는 딱히 전설적인 무기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총탄은 양전을 죽였고, 그 칼날은 여의금고봉과 부딪혀도 끄떡없었다. 내 짐작이지만 아무래도 백작이 근원력을 투자하여 강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여의금고봉 수준의 강력한 무기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강력한 무기여서 쓰고 있다기보다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무기여서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체 능력은 백작 쪽이, 무기는 내 쪽이 우수하다.
그밖에도 여러 부분을 비교하면 각자 일장일단이 있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결국 백작이 더 강할 것이다.
“네가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무명!”
방아쇠를 당기며 백작이 포효했다.
“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수많은 결투에서 승리한 사격과 검술의 달인! 네가 나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선량한 선원이었던 에드몽 당테스.
그는 억울한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히고 사랑하는 약혼녀를 비롯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고통스러운 감옥 생활 도중에 그는 파리아 신부라는 인물을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게 되고, 파리아 신부의 사후 그 시체를 이용해 탈옥에 성공한다.
파리아 신부가 알려 준 몬테크리스토 섬에서 엄청난 금은보화를 찾아낸 그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역량을 쌓는다.
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원수들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재력뿐만 아니라 무력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검술은 파리의 기라성 같은 검술 사범들을 모조리 꺾어 버릴 정도, 사격은 사격장에서 과녁 대신 카드를 사용해 탄착점의 구멍을 무늬 삼아 트럼프 한 벌을 정확히 만들 수 있을 정도.
게다가 그는 십여 년의 감옥 생활을 이겨 낸 강인한 정신력 또한 갖고 있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 내고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그야말로 ‘복수자의 왕’.
“너 같은 보잘것없는 존재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백작의 말대로, 생전의 나는 백작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존재다.
밑바닥 생활을 한 건 마찬가지지만, 백작처럼 그 밑바닥을 탈출해 화려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주저 없이 몸을 던지며, 끊임없이 공격을 펼쳤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계약자 시절을 생각했다.
그 시절, 나는 힘이 없었다.
제대로 된 강화를 받지 못해 신체 능력도 부족했고, 강력한 무기도 없었다. 스킬도 없었고 성좌의 가호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강해지려 했다. 다른 계약자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고찰하여 승리하는 길을 찾으려 했다.
천상운이나 소문광 같은 실력자들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뭔가 훔쳐 내려 했다.
그리고 그 버릇은…… 성좌가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었다.
타앙!
마침내 백작의 검이 내 여의금고봉을 튕겨 내는 데 성공했다.
여의금고봉은 저 멀리 날아갔고, 무기를 잃은 나에게 빈틈이 생겼다.
백작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나에게 권총을 조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움직였다.
한쪽 발로 땅을 강하게 밟으면서…… 진각(震脚).
그리고 몸을 돌리면서 나를 노리던 권총을 옆으로 밀어내고, 상반신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강하게 밀어내는…… 고법(靠法).
백작의 몸이 튕겨져 나가며, 벽에 처박혔다.
“이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백작이 소리쳤다.
“강유진이 쓰던……!”
나는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여의금고봉은 너무 멀리 날아갔다.
그래서 나는 백작이 떨어뜨린 검을 주워들었다.
다급히 피하려고 하는 백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 칼놀림은…… 천상운?!”
내 공격에 옷자락을 베이며 백작이 눈을 크게 떴다.
후퇴하는 백작을 쫓으며, 나는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공격을 펼쳤다.
‘결국 S급 성좌가 되어도…… 나는 나다.’
강해지고 싶었다.
강한 사람을 동경했다.
나도 그들처럼…… 전신전령(全身全靈)으로 강적들과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처럼 천부적인 재능 같은 건 없었다. 신체 능력도 반사 신경도 한참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나한테 엄청난 힘을 부여해 주지도 않았다.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계속 발버둥 쳤다. 남들을 관찰하고, 그리고 고찰했다.
“이것은…… 큭, 어떻게 이 정도로 변화무쌍한 전투 방식을……!”
내 움직임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다양한 공격법을 시도하면서, 백작의 반응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점차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것으로…… 그리고 지금 눈앞의 있는 상대만을 쓰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백작, 나는 약하다!”
머릿속이 뜨겁다.
사고(思考)의 속도가 너무 빨라진 탓이다.
두뇌가, 아니, 영혼이 불타고 있는 듯한 감각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지만 이걸로도 부족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생각해야 한다. 백작의 모든 것을 파악해, 내 전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맞설 수 있는 거다……!”
“……!”
나는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약한 부분이 눈에 잘 들어왔다.
나는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강한 부분이 눈에 잘 들어왔다.
상대방의 약점과 강점을 순식간에 파악하여, 가장 적합한 대처법을 즉석에서 창조하여 맞서는 스타일.
그것이야말로 누구보다 약했던 무명의 계약자가 꿈꿨던 이상(理想).
지금의 내가 나보다 막강한 존재인 백작을 몰아세울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강해지고 싶어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고 통곡했던, 이름 없는 한 명의 계약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아아압!”
포효한다.
내 모든 것을 담아서 포효한다.
성좌로서 활동한 1년 남짓한 시간뿐만 아니라, 내 인생 모든 것을 담아서.
눈앞에 있는 영웅이 저항하는 걸 모조리 분쇄하여, 나의 공격을 쑤셔 넣는다.
백작의 손에서 권총이 떨어졌고.
그 가슴을, 두 손으로 쥔 검이 관통했다.
* * *
예배당 내부는 우리의 전투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먼지가 자욱하게 날리고 있을 뿐, 주위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으로 가슴을 꿰뚫린 백작은 나에게 몸을 기댄 채 정지해 있다.
그에게서는 숨소리도,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백작, 당신은…….”
시간이 멈춘 듯이 정지해 있는 백작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목소리를 낮춰라. 수많은 촬영기가 지금 상황을 녹화 중이다.”
“……!”
나지막한 목소리가, 내 말을 끊었다.
“용케도…… 나를 초월했군.”
백작이 힘겹게 말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분석하여, 최적의 전투법을 즉석에서 창조해 내는 스타일…… 약자의 전투법이군.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백작……?”
“아까, 내 세 번째 성좌 스킬을 알려 준다고 했었지…….”
샤토 디프를 구현하는 첫 번째 스킬 [성채 감옥(城砦監獄)].
일대일 대결에서 가호를 부여하는 두 번째 스킬 [결투 유의(決鬪流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스킬은…….
“나의 마지막 성좌 스킬의 이름은…… [암굴 유산(岩窟遺産)].”
“암굴, 유산……?”
“그래.”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샤토 디프에서 파리아 신부가 나한테 모든 것을 넘겨주고 숨을 거두었듯이…… 내 죽음을 지켜보는 자에게 나의 모든 것을 넘겨주는 스킬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숨을 삼켰다.
“내가 갖고 있는 근원력을 비롯해, 내 모든 것이 너에게 양도된다. 나의 소멸과 함께 말이다…….”
평범한 선원이었던 에드몽 당테스가 희대의 먼치킨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될 수 있었던 건,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지식과 지혜, 그리고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진 보물까지.
“위원회에서 내가 갖고 있는 지분도 너한테 넘어간다. 내 옥좌도…… 네 뜻대로 쓰면 된다.”
“백작!”
나는 믿을 수 없는 심정으로 물었다.
“당신은 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거지?”
백작은 나를 조종하면서 갖고 놀다가…… 내가 그 사실을 깨닫고 저항할 것 같으니까 제거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던 건가?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마라, 무명…… 나는 ‘복수자의 왕’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백작이 말했다.
“복수 말고…… 무엇을 하려고 하겠나.”
“……!”
“10년 전…… 나는 깊은 암흑 속에서 되살아나 성좌가 되었지.”
백작이 힘겨운 목소리를 토해 냈다.
“성좌에게는 인류를 지켜보면서 수호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는 관심이 없었지. 왜 내가 이런 존재로 되살아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비슷한 뜻을 지닌 성좌들과 힘을 합쳐 세계의 비밀을 탐구하기 시작했지.”
“…….”
“하지만, 실마리를 붙잡은 순간…… 내 동료들은 모조리 참살되었다.”
그 순간, 백작의 목소리에 분노가 깃들었다.
“그리고 나한테는 경고가 주어졌지. 두 번 다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하지 말라고…… 그저 다른 성좌들처럼 지상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살아가라고 말이다.”
“그래서…… 복수를?”
“그래, 하지만 이미 위험인물로 낙인찍혀 감시받게 된 나는 운신에 제약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걸 포기하고 성좌로서의 생활을 만끽하는 것처럼 연기하기 시작했지. 유망한 계약자나 성좌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행동했고, 다른 성좌들에게서 근원력을 뜯어내는 것에 열중하는 고리대금업자 행세를 하기도 했지.”
그 모든 것이…… 복수를 위한 연기였다는 건가?
“그렇게 속마음을 숨긴 채…… 나를 대신해 세계의 진실을 탐구할 자를 육성하려 했던 거다.”
이것이…… 백작의 진실이었던 건가?
“백작, 그렇다면…….”
“그래, 내가 너를 후원해 준 건 오직 그것 때문이다.”
“장난감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었던 건가? ‘적과 흑의 청년’ 줄리앙 소렐도 나와 마찬가지였고?”
“그렇지,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은 전부 다 그것 때문이었다.”
백작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한테 사실대로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네가 이 세상의 구조를 눈치채 버리면 ‘그 남자’가 너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그 남자?”
“그래, 내가 홈즈를 죽인 것도…….”
백작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너와 홈즈가 손을 잡는 건 너무 위험했다. 모든 것이 까발려질 게 불을 보듯 뻔했으니까.”
“그래서, 홈즈를 죽인 건가?”
“나는 홈즈가 너하고 만나는 걸 막으려 했지만, 홈즈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네 앞에 나타났지. 게다가 내 눈을 피해 너하고 은밀한 약속까지 잡았으니…… 너를 ‘그 남자’한테서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체, 그 남자가 누구지?”
“태공망 강자아.”
“……!”
아까 알렉세이가 말했었다.
백작은 태공망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3천 년 전 중국에서는…… 세상을 돌아다니던 수많은 선인들을 죽이는 봉신(封神) 계획이 진행되었지. 그리고 그 실행자가 바로 태공망 강자아였다…….”
『봉신연의』는 단순히 은나라와 주나라의 전쟁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전쟁을 통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선인들을 죽여서 봉신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문중이나 용길공주도 그 전쟁에서 사망하여 도교의 신(神)이 된 인물들이다.
“이미 사망한 영웅을 고위의 존재로 승화시키는 시스템…… 무엇과 비슷하지 않나?”
“설마…….”
“그래.
백작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성좌 시스템을 만든 건…… 태공망이다.”
그렇게 백작은,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이 세계의 진실을 입에 담았다.
“이 사실을 눈치챘다는 걸, 너는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된다. 네 힘은 아직 그에게 대적하기에 부족하니까.”
“백작…….”
“그러니 힘을 길러라, 무명. 그리고 밝혀내라. 태공망 강자아가 무슨 의도로 성좌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어째서 그 사실을 파헤치는 걸 막으려 하는지…… 네가 밝혀 줬으면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의 근원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아무도 엿듣지 못하도록…… 백작은 조용히 속삭였다.
“내 추측이지만…… 현상대계와 환상대계를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만든 것도 그 남자다.”
“……!”
“우리 성좌들한테도, 지상의 계약자한테도 애정을 지니고 있는…… 너한테 모든 걸 맡긴다. 태공망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 모든 걸 밝혀내라.”
“백작, 당신은…….”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걸 위해…… 모든 걸 꾸민 건가?”
“그래…….”
“나한테 이 역할을 맡기기 위해, 이 모든 걸?”
“그래, 너를 위해서다.”
“도대체…….”
가슴속이 답답해졌다.
“줄리앙 소렐, 홈즈, 양전…… 그리고 당신 자신까지!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당신이라면 더 적은 희생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던 거 아닌가?!”
“착각하지 마라, 무명…… 나는 복수귀다. 결코 선량한 자가 아니지. 누가 희생되든 알 바 아니다.”
백작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나는 결코 선한 의도에서 너를 도운 게 아니다. 결국 내 의도대로 너를 조종하려고 한 것뿐이니, 오해하지 마라…….”
“백작……!”
“그러니…… 마지막까지 나를 이용해라, 무명.”
백작이 천천히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만졌다.
“생전의 나는 파리아 신부의 시체를 이용해 샤토 디프에서 탈출했다. 너도 내 최후를 이용하면 된다. 내가 찍어 놓은 이 싸움의 영상을 편집해, 너를 위해 사용하는 거다.”
“……!”
“그런 건, 네가 잘하는 일이잖아…….”
백작은…… 성좌 튜브에 선동 영상을 올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싸움의 진정한 의미를 은폐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왜곡하여, 최대한 나한테 이득이 되도록.
결국 백작은…… 오로지 나를 위해 이번 싸움을 벌인 것이다.
“……원래 이렇게 급하게 일을 진행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네가 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말하며 백작은 내 얼굴을 만졌다.
아마 백작은…… 더 이상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무명…… 너는 아름답게 불타오르는 강렬한 의지를 지녔다. 단순히 의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의지대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실행력 또한 갖고 있지.”
“…….”
“또한, 너는 지상에 있는 인간들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성좌들한테도 큰 애정을 갖고 있다. 너처럼 다른 성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는 본 적이 없어.”
백작이 힘겨운 숨을 토해 냈다.
“그런 너이기에, 태공망의 감시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 하는 나를 대신하여 모든 것을 밝혀내고…… 내 복수를 해 줄 존재로 선택한 거다.”
그의 목소리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내 옥좌에 가라, 무명. 그러면 내가 [화신 강림] 없이도 지상에 내려올 수 있는 이유를 비롯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거다.”
“백작…….”
“다만 이 세계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는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을 거다. 그건 네 힘으로 찾아내야 할 테니까…….”
“백작……!”
“뒷일을 맡기마, 무명…….”
백작의 손길을 느끼며,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성령대계에 새롭게 태어난 나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성좌이자…… 그동안 계속 나에게 목표가 되어 준 성좌의 이름을.
“몬테크리스토 백작…… 나는 당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
성좌로서 처음 만난 이후, 나는 그를 계속 의식했다.
그와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그는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두운 밑바닥에서 기어올라…… 쓰러뜨려야 할 적들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어.”
“가능하다, 무명.”
백작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S급 성좌 ‘복수자의 왕’의 뒤를 잇는 자…… ‘무명의 왕’이니까.”
그걸로 끝이었다.
백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품에 안긴 채, 백작의 육체가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존재였던 것처럼, 황금빛 모래가 되어서.
그 황금의 잔해는 어두운 감옥 안을 밝히며 흩어졌고, 이윽고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에드몽 당테스는 소멸했다.
[S급 성좌 ‘복수자의 왕’이 소멸하였습니다.] [근원력 1조 1423만 포인트를 포함한 모든 권리가 양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