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성좌 집결 (1)
– 정말로 지상에 직접 내려가 판데모니움을 토벌하다니…….
– 그러면 진짜로 지상에 내려가는 방법을 확보한 건가?
– 그런데 대체 어떻게? 다른 성좌를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성좌 스킬이 있는 건가?
– 그런 스킬이 있는 게 말이 되나?
– 복수자의 왕을 쓰러뜨리면서 뭔가 얻어 낸 거 아니야?
성령대계 한구석,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의 옥좌.
그곳에서 금각은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근데 확실히 대단하긴 했어.
– 현명한 귀환자, 순백의 영웅, 하얀 깃털의 기사, 그리고 원탁의 기사들…… 처음에 건물을 침수시킨 건 물을 다스리는 선녀인가?
– 설마 저렇게 많은 성좌들이 싸우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될 줄이야.
– 성좌 튜브에 사람 엄청 몰렸잖아.
– 미리 무명의 왕이 홍보 영상 올렸으니까.
– 근데 저 멤버 소집하느라 무명의 왕이 근원력 꽤 썼겠지?
– 글쎄, 복수자의 왕을 쓰러뜨리고 그 재산을 탈취했다고 하니까.
얼마 전.
무명의 왕은 성좌 튜브에 자신이 복수자의 왕을 쓰러뜨렸다는 걸 알리는 영상을 올렸다.
그동안 복수자의 왕이 자신을 이용해 왔으며,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실의 수사 고문, 변화의 도사 등 다른 성좌들을 살해했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복수자은 예전부터 이런 짓을 반복해 왔으며, 이미 적과 흑의 청년 등 여러 성좌들이 희생양이 되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복수자의 왕과 결투를 벌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 무명의 왕도 꽤 잘 싸우던데.
– 복수자의 왕하고 싸우는 영상만 봐도 보통이 아니었어.
– 마지막에 마르바스를 쓰러뜨린 그거…… 그 원숭이의 여의금고봉이지?
– 맞아. 형님의 여의금고봉이야.
– 그러면 지난번 중국에서 아스모데우스를 공격한 것도 무명의 왕인가?
– 알게 모르게 지상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었네.
그동안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던 무명의 왕은, 복수자의 왕과 싸우는 영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성령대계의 거물인 복수자의 왕을 상대로 막상막하의 승부를 벌여,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 영상을 보고 많은 성좌들이 환호했다.
이전 영상을 본 성좌들은 복수자의 왕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 복수자의 왕을 무명의 왕이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니 통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영상에서 무명의 왕은 자신이 복수자의 왕의 모든 재산을 접수하였음을 밝혔다. 그 패기에 사람들은 전율했고, 무명의 왕의 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 이제 무명의 왕은 사실상 성령대계에서 탑클래스의 성좌가 된 거야.
– 지금까지 무명의 왕이 그냥 ‘주목받는 신예’였다면, 이제는 정말로 ‘거물 중의 거물’이 된 거지.
– 그래서 다른 성좌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거군?
– 무명의 왕이 다른 성좌들을 동원하면서 얼마나 많은 근원력을 썼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이상의 근원력을 벌어들였을 거야.
– 그래, 이번 일은 너무나 파격적이었으니까.
그렇다.
성좌들이 직접 지상으로 내려가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을 토벌한다는 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한두 명의 성좌가 특수한 성좌 스킬로 지상에 내려가 활동하는 일은 종종 있었어도,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지상에 내려가 작전 활동을 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성좌 튜브로 실시간 중계까지 했으니, 성령대계 전체가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 근데 이거 용납될 수 있는 짓인가?
– 그러게. 채팅창에서도 반발하는 성좌들이 꽤 있었어.
– 주객전도인 거니까. 성좌는 원래 지상의 인간들을 수호하는 존재잖아.
– 근데 성좌가 지상에 직접 내려가 인간들 대신 싸우면 뭔가 모양새가 이상해지는 거지.
– 이게 만약 무명의 왕이 아니라 다른 성좌였으면, 다들 가만 안 있었을 거야.
– 하지만 무명의 왕이잖아.
– 그래, 지금 무명의 왕은 그 ‘위원회’ 소속이야.
– 대일통회도 무명의 왕을 지지하고 있잖아.
– 산해연합도 말로는 중립이지만 예전부터 무명의 왕을 지지하고 있지.
– 심지어 원탁의 기사들은 모조리 다 이번 작전에 참가했어.
– 대체 누가 무명의 왕을 건드리겠어?
– 시비를 걸었다가 보복당하면 자기만 손해지.
– 아니, 그래도 견제하려는 조직이 있긴 할 거야.
– 그래, 위원회나 산해연합 말고도 힘 있는 조직은 많이 있잖아.
– 그러다가 무명의 왕이 발끈해서 자기 영향하에 있는 성좌들을 다 이끌고 반격에 나서면?
– 성령대계에서 전면전쟁이 벌어지는 거지 뭐.
– 그게 가능한가? 싸울 공간이나 있어?
– 적대 조직에 소속된 성좌들의 옥좌에 원탁의 기사들 한 명씩 보내서 척살하면 어때?
– 나…… 보안 장치 추가해야겠다.
무명의 왕은 이제 성령대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이 되었다.
이제 다른 성좌들은 무명의 왕을 우러러보거나 두려워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형님…….”
옆에서 동생인 은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정말로 무섭네요. 무명의 왕이 이렇게 거물이 되다니.”
“그래…… 맞아.”
금각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정말로, 엄청나.”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네요.”
“……그래?”
“네, 엄청 흥분됩니다.”
“…….”
동생의 말을 듣고, 금각은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이건 정말로 흥분되는 일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을 구걸하던 신예가, 어느새 성령대계 최고의 슈퍼스타가 되었으니까.
그동안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해 주고 있던 성좌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으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이야, 은각.”
“네?”
“아직 무명의 왕이 성좌들의 정점에 오른 건 아니야.”
“그럴까요?”
“물론이지.”
복수자의 왕의 재산을 접수하고, 여러 성좌들을 이끌고 지상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걸 보여 줬다.
이것만으로도 성령대계에서 엄청난 존재감이지만, 아직 유일무이한 정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절대강자는 아닌 것이다.
“무명의 왕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이 나올 거야.”
“그렇다면, 싸움이 벌어지겠군요.”
그건 평범한 다툼이 아닐 것이다.
누가 성령대계의 정점에 설 것인지 결정하는…… 일대 결전이 벌어질 것이다.
* * *
성령대계 한구석에 위치한 ‘위원회’의 살롱.
그 아담한 건물에 발을 들여놓자, 미리 와 있던 성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무명의 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쟁쟁한 성좌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다들 앉으시죠.”
살롱 내부에는 거대한 원탁이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앞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는 살롱의 내부 인테리어에 안 어울릴까 봐 걱정했지만…… 아르주나가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원탁을 하나 마련해 준 덕분에 별다른 위화감은 없었다.
“북적북적 하군요.”
다들 착석한 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S급 성좌 ‘현명한 귀환자’ 오디세우스였다.
“설마 이 살롱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일 줄은 몰랐네요.”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대꾸한 건 S급 성좌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였다.
“물론 서너 명이 모여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공간으로서 기존의 살롱에도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다 함께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는 중이니까요.”
“……솔직히 나는 조금 어색한데.”
그때 A급 성좌 ‘파멸의 기사’ 모드레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어.”
“모드레드, 당신은 원탁의 기사들을 대표하는 입장으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어깨를 펴시죠.”
“아무리 그래도…….”
아르주나의 말을 듣고도 모드레드는 별로 납득이 안 되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본래 모드레드는 위원회 소속이 아니다. 성좌로서의 지명도도 낮았던 모드레드에게는 위원회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무명의 왕이 인정한 것이니, 받아들여야죠.”
“알고 있다고.”
위원회 가입에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백작의 지분을 이어받아 위원회에서 발언력을 지니게 되면서, 그 조건을 바꿨다.
현재 위원회 가입 자격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S급 성좌 ‘무명의 왕’이 가입을 승인하였는가……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잡담은 그만들 하고, 슬슬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그렇게 한마디 한 건 A급 성좌 ‘하얀 깃털의 기사’ 브라다만테였다.
그녀도 본래 위원회 소속이 아니지만 이번에 내 권유를 받아 위원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무명의 왕,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시작해.”
내가 허락하자 브라다만테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루브르 전투 이후, 브라다만테는 마치 나를 경애하는 신하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면 여러분, 지난번 전투의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라다만테가 원탁 위에 놓인 장치를 조작하자, 원탁 위에 파리 지도가 표시되었다.
“지난번 전투에서 우리는 파리의 루브르를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루브르에 설치되어 있던 악마들의 사령부가 괴멸되었고, 사령관인 마르바스 또한 사망했습니다.”
브라다만테는 파리 지도의 한가운데에 있는 루브르에 하얀색 체스 말을 올려놓았다.
“때를 같이하여 파리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레지스탕스들이 파리를 습격, 지휘 체계가 무너져 우왕좌왕하던 파리의 악마들을 소탕했습니다. 참고로 레지스탕스를 지휘한 건 저쪽에 있는 제 오빠였지요.”
“언급 안 해 줘도 되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린 건 A급 성좌 ‘가난한 기사’ 르노 드 몽토방이었다.
브라다만테와 마찬가지로 『광란의 오를란도』 등에서 활약하는 샤를마뉴 12기사의 일원으로, 문헌에 따라서는 기사들 중에서 NO.2의 실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마법의 말인 ‘바야르’를 두고 샤를마뉴와 반목했던 적이 있으며, 불꽃 형태의 칼날을 지닌 검 ‘플랑베르주’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언급되었으니 한마디 하자면…… 레지스탕스 조직들은 다섯 개 방향에서 파리에 진입했어.”
그렇게 말하며 르노는 지도 위에서 체스 말 다섯 개를 움직였다.
“우왕좌왕하는 악마들의 허를 찌르면서, 마침내 파리를 악마들에게서 해방하는 것에 성공했지.”
프랑스는 판데모니움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상당수의 계약자들이 지하에 숨어 저항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활동을 지원해 주고 있던 르노에게 브라다만테를 통해 접촉하여, 우리들의 움직임에 맞춰 파리를 습격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브라다만테가 다시 장치를 조작하자, 이번에는 파리가 아니라 프랑스 전체의 지도가 나타났다.
“파리 해방의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피난해 있던 프랑스 등 서유럽 출신 계약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라다만테는 영국이 있는 방향에서 여러 개의 체스 말을 프랑스 북부에 상륙시켰다.
“현재 프랑스 북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하하.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계약자들이 악마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스톨포, 내가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마.”
브라다만테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그리고 누가 들으면 네 계약자들이 전부 다 한 줄 알겠어. 상륙부대 안에 네 계약자는 대여섯 명밖에 없잖아. 내 계약자도 그만큼은 있었다고.”
“에이! 그래도 상륙부대 대장이 내 계약자니까 상관없잖아! 말하자면 그들의 승리는 곧 이 ‘최고로 잘생긴 기사’의 승리인 거지!”
“듣는 사람 부끄러우니까 그 성좌명 입에 담지 말아 줘.”
“왜, 멋있잖아!”
A급 성좌 ‘최고로 잘생긴 기사’
그 진명은 아스톨포로, 브라다만테와 마찬가지로 샤를마뉴 12기사 중 하나다.
자신감 넘치는 성좌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미남이다. 어떤 작가는 그를 묘사할 때 ‘the handsomest man’이라고 썼다고 한다.
사촌인 브라다만테의 평에 의하면, 맨날 허풍만 떨고 방정맞은 성격인 데다가, 실력은 12기사 중에서 최하위지만 엄청나게 운이 좋아 공적을 많이 세운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임금님?”
“……지금 나를 부른 거야?”
“물론이죠, 무명의 왕 임금님!”
아스톨포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는 임금님이 우리들의 왕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임금님이라고 부르죠! 아예 정식으로 즉위식 치르고!”
“…….”
갑자기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