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성좌 시스템 (5)
예전의 기억.
하지만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
–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를레키노 49호라고 합니다. 편하게 49호라고 불러 주시죠.
– 이런, 말을 하기 어려우신 듯하군요. 실례했습니다.
– 보아하니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계신 듯합니다. 매우 괴로우실 것 같군요.”
– 제가 도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 아, 정확히는 제가 도와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제가 모시고 계신 분. 그 위대한 ‘이름 없는 분’께서 도와주시는 것이죠. 저는 그 대리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 그분은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은 이 세계의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수호자라고.
– 그분은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자비를 베풀기로 마음먹으셨습니다.
–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다는 겁니다.
– 물론 어디까지나 도와 드리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성좌라고 해도 인간들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되거든요.
– 일단 제가 모시고 있는 ‘이름 없는 분’하고 계약합시다.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하죠.
– 계약하시겠습니까? 말을 못 하시니 눈을 빠르게 두 번 깜박여 주시면 됩니다. 그걸 계약 수락으로 처리하겠습니다.
– 힘내십시오. 아무리 어렵더라도.
– 그 정도의 의지도 없는 자는, 그분하고 계약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은 S급 성좌 ‘***’와 계약하였습니다.] [앞으로 S급 성좌 ‘***’가 당신을 수호합니다.] [S급 성좌와의 계약 특전으로 다섯 가지 가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코인 100만 G] [2. 강화 크리스털 10개] [3. S급 랜덤 박스 5개] [4. 성좌 호출권 1개] [5. 모든 상태 이상 완전 해제. 체력 및 마력의 완전 회복]– 자,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 당신이 골라야 할 것은 5번입니다. 눈을 빨리 다섯 번 깜박이는 것으로 5번이 선택되는 걸로 하죠.
그 기억을 되새기며, 강유진은 서투른 손놀림으로 관측기를 조작했다.
성령대계의 옥좌에서, 지상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 * *
[S급 성좌 ‘무명의 계승자’가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합니다.] [S급 성좌 ‘무명의 계승자’가 전력을 다해 응원합니다.]“하아아앗!”
기합소리를 지르며, 나는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으으읏!”
바로 그때, 태공망이 그동안 봉인하고 있었던 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태공망이 전개한 방어막에 내 주먹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네놈…… 강유진의 힘을 이어받은 것이냐!”
“그래!”
강유진의 성좌무구 ‘현상대계의 영웅’.
그것은 현상대계 출신의 인간이면서 수많은 업적을 이룩한 강유진의 무용(武勇) 그 자체를 재현하는 성좌무구.
슈텐도지나 우마왕 등과 비슷한 타입의 성좌무구를 얻었기에, 강유진은 나에게 자신의 힘을 부여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강유진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강유진의 힘을 재현하는 건 나한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태공망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강유진이 성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까지 부여해 줄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있을 수가!”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야!”
태공망의 방어막에 주먹을 박은 채, 나는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이건…… 믿음이다!”
“……!”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면서, 내 주먹이 다시 한번 태공망의 몸통에 꽂혔다.
* * *
“이건 말도 안 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나타가 소리쳤다.
“강유진이 성좌가 되었다고?! 아니, 대체 어떻게!!”
“뭘 그렇게 놀라워하는 거지?”
옆에서 이아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 주인인 태공망이 분명히 말했잖아? 강유진이라면 성좌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그리고 강유진이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좌가 되리란 보장도 없었잖아!”
“그렇죠. 그래서 말했잖아요, 필승책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용길공주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자면 이건 우리들의 도박이었던 거죠.”
“도, 도박?”
“동시에 믿음이기도 했죠. 강유진이라면 반드시 성좌가 되어서 우리들을 도와줄 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거예요.”
“말도 안 돼! 그런 불확실한 믿음에 의지해…… 일대일의 결투를 신청한 건가?!”
“이봐, 나타.”
이아손이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10년 동안 성좌 노릇을 했으니까 알 거 아냐.”
“뭐, 뭐라고?”
“그렇게 아슬아슬한, 극적인 전개야말로…… 성좌들이 호응해 준다는 걸 말이야!”
* * *
“크으으윽!”
내 공격을 받고, 태공망이 피를 토했다.
하지만 도술로 몸을 지켰는지 쓰러지지는 않았다.
태공망의 몸이 바닷속에서 솟구쳤고, 그대로 하늘로 도망치려 했다.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가 당신에게 1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당신에게 1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당신에게 3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S급 성좌 ‘금발의 기사단장’이 당신에게 5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S급 성좌 ‘빛나는 수호자’가 당신에게 10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S급 성좌 ‘현명한 귀환자’가 당신에게 20억 코인을 후원합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가 당신에게 50억 코인을 후원합니다.]“49호! 무기! 하늘에서!”
“알겠습니다……!”
자세하게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49호는 내 의도를 깨닫고 바로 응답해 줬고, 성좌들이 실시간으로 지원해 준 코인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콰콰콰쾅!
그리고 하늘에서 거대한 철퇴가 떨어져 내렸다.
한 개가 아니다. 수십 개의 철퇴다.
이미 백억 단위의 코인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건 성좌들의 후원금을 실시간으로 사용한 질량 공격이었다.
“크악?!”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진 철퇴들에 깔려, 태공망이 다시 바닷속으로 추락한다.
[A급 성좌 ‘하얀 깃털의 기사’가 박수를 치며 환호합니다.] [S급 성좌 ‘괴물을 죽이는 영웅’이 사도에게 구입한 무기를 저렇게 쓰는 건 처음 봤다고 감탄합니다.] [B급 성좌 ‘도깨비를 지배하는 도령’이 역시 호흡이 잘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A급 성좌 ‘꽃 문신의 승려’가 작살내 버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성좌들의 열렬한 호응이 쏟아졌다. 물론 후원금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49호, 원거리 무기 중에 쓸 만한 거 있나?”
“예전에 ‘순백의 영웅’의 협력을 받아 제작된 활이 있어요! 드릴게요!”
단번에 100억이 넘는 코인이 사라졌다.
아르주나의 간디바와 비슷한 활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나는 활시위를 당기면서 내 몸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하아앗!”
브라흐마스트라를 연상케 하는, 파괴의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물을 가르고, 철퇴 속에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려 했던 태공망에게 꽂혔다.
* * *
“어, 어떻게 이런……!”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희들은 너무 허술했어.”
망연자실한 나타에게, 이아손이 말했다.
“강유진이 성좌가 되어서 참전할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지. 아니, 눈치챘어도 별로 위협적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겠지? 위협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면, 성좌 시스템을 정지시키거나 해서 아예 원천봉쇄했을 거야.”
“……!”
“태공망은 그렇다 쳐도, 나타 너는 그걸 눈치챘어야지. 너는 그동안 성좌로서 활동했고 강유진도 계속 지켜봤었잖아.”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이건 정말 도박이었다.
태공망 진영이 조금이라도 대비책을 세웠다면 성공할 수 없는 계책이었다.
“너희는 우리를 너무 얕봤어.”
“크으으윽!”
나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 * *
“이놈……!”
태공망이 몸을 일으켰다.
역사상의 태공망이라면 진작 쓰러졌겠지만, 그는 아직 버티고 있었다.
하긴 달기도 3천 년을 살아오면서 더 강해졌으니, 태공망도 3천 년 동안 도술을 수련해서 더 강해진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강해진 거냐!”
태공망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강유진의 힘이 네 몸에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강유진이 갖고 있던 내공! 크리스티나에게서 빼앗은 루시퍼의 힘! 그런 것들까지 재현할 수는 없을 터!”
파도 속에서 손을 치켜들면서 태공망은 계속 소리쳤다.
“기껏해야 강유진의 육체적 능력을 재현하는 정도일 텐데, 어째서……!”
“태공망, 이제는 머리도 나빠졌나? 하긴 슬슬 치매 걸릴 나이이기도 하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 가슴에 손을 댔다.
“내가 성배를 갖고 있다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
그렇다.
성좌 자격을 잃고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 되돌아간 이후에도, 내 안에는 여전히 성배가 내포되어 있었다.
다만 그 힘을 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내 육체로는 성배의 엄청난 출력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가능하다.
“지금의 나는 강유진의 무용을 재현할 수 있어. 성배의 힘 정도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으으윽!”
태공망이 이를 갈았다.
그 직후 태공망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아니,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였다.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술법으로 온몸에 견고한 갑옷을 두른 것이다.
“삼매진화(三昧眞火)……!”
그리고 태공망이 소리친 순간, 엄청난 불꽃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바닷물조차 증발시키는 화력이었지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파아아앙!
굉음과 함께 불꽃이 갈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까지 갈라졌다.
문득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예전에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이건 먼 옛날 천사를 때려눕혔다는 모세의 전투력을 재현한 장갑이었지.’
성자의 신권을 장비한 채, 나는 주먹에 다시 한번 힘을 줬다.
갈라진 바다 사이를 지나서, 태공망에게 달려간다.
콰앙!
태공망의 육체를 지키고 있던 갑옷이 부서졌다.
“소용없다!”
자동 재생 기능이 있는지 갑옷은 바로 수복되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고도의 술법 같았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
콰콰쾅!
굉음과 함께 갑옷이 다시금 무너져 버리고, 이어진 내 공격이 태공망에게 꽂혔다.
“크아아악!”
태공망이 비명을 토해 냈다.
나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펼쳤다.
갑옷의 재생보다 내 공격이 빠르다.
이미 나는 태공망의 움직임을 모조리 파악한 상태다. 도술로 보조한다고 해 봤자 얼마든지 꿰뚫어 볼 수 있다.
나는 끝없이 공격을 펼쳤고, 태공망의 육체는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 갔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태공망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어떻게 내가, 너 따위 인간한테……!”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한다면 다시 한번 확인해 주지, 태공망!”
“뭐, 뭐라고?”
“당신은 계속 두려워했었어!
나는 포효하면서 달려들었다.
“환상대계의 영웅들을 성령대계의 성좌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던 것도!”
태공망의 도술을 파훼하면서, 끊임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현상대계에 있던 위인들의 영혼을 모조리 소멸시켰던 것도!”
태공망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투구가 박살 났다. 곧바로 재생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려 파괴했다.
“지옥에 있던 루시퍼와 악마들을 현상대계로 보낸 것도!”
태공망이 타신편을 휘두르려 했지만 내가 손을 뻗어 그 손목을 낚아챘다. 힘을 주자 손목을 보호하고 있던 갑옷이 박살 나며 손목도 으스러졌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협박하고 자기 정체를 철저히 숨긴 것도!”
다급히 태공망이 뒤로 물러섰기에, 바닥에 굴러다니던 철퇴를 집어 들어 던졌다. 철퇴에 직격당한 태공망이 바닥을 굴렀다.
“주민하나 나타처럼 항상 다른 자들을 대리로 내세운 것도!”
바닥에 쓰러진 태공망을 철퇴로 찍었다.
갑옷이 다시 한번 박살 났다. 한 번 더 철퇴로 찍자 태공망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다른 성좌들을 모조리 성령대계로 퇴거시킨 것도!”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바다 밖으로 집어 던졌다.
태공망이 바닷가를 뒹굴며 연신 피를 토했다.
“강유진을 가장 먼저 죽이고, 나에게서 성좌의 힘을 뺏은 것도……!”
다시금 갑옷을 전개하는 그를 향해 달려가면서 나는 소리쳤다.
“그 모든 것은, 당신이 두려워했기 때문이야! 어두운 밑바닥에 가라앉았을 때조차 계속 발버둥 치면서 저항하려 하고 투쟁하려 하는 혼(魂)의 존재를……!”
“……!”
“당신이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괴력난신이 아니야! 당신이 진정으로 두려워한 건, 당신이 꿈꾸는 이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영웅들……!”
나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당신은 영웅들이 지나치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진정으로 중요한 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 치면서 싸우는 의지……!”
무력했던 내가 여기서 이렇게 전 우주의 지배자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믿고, 강유진을 믿고, 죽기 직전까지 버텼기 때문이다.
내가 영웅이라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기라성 같은 영웅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런 보잘것없는 존재인 나도…… 우주의 지배자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
“잘난 척하지 마라! 이 보잘것없는 인간 나부랭이가……!”
밑바닥을 드러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태공망에게서, 거대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태공망을 보면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나에게 아직 그 스킬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게 있으니, 재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우…….”
질주한다.
땅을 강하게 밟는다. 성배의 힘을 담은 주먹을 휘둘러, 태공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힘을 날려 버린다.
그리고 몸을 돌려, 강유진이 즐겨 쓰던 그 기술처럼 상반신으로 태공망을 들이받는다.
그렇게 태공망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 나는 주먹을 뒤로 젖혔다.
모든 힘을 끌어내서, 방출한다.
“화천대뢰…… 무극(無極)!”
내가 가장 동경했던 계약자의 필살기.
수많은 성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혼신의 일격을 태공망에게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