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59
나 혼자 S급 소환수 159화
루시퍼 (3)
“쿨럭, 쿨럭. 어떻게 된 거지?”
진도윤이 손으로 먼지를 날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데몰리션의 파괴력이 얼마나 거셌던지.
표적은 둘째 치고, 점수판까지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흐음,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우선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텅텅 비어버린 감응력은 다시 천천히 채워지고 있다 해도.
속은 뒤집힐 듯 아팠고, 바깥도 굉장히 뻐근했다.
“아니지, 아니지.”
그러나 이내 진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천족들이 했던 말이 떠오른 탓이다.
분명 미카엘이나 루시퍼는 이 시험을 통해 날개 다섯 쌍을 단번에 받아냈다고 들었다.
본인의 힘으로 직접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서머너의 능력을 활용하는 건데.
유리아의 말마따나, 자신도 날개 다섯 쌍은 달고 나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건 서머너 마스터로서의 자존심이었다.
“진도유운! 괜찮아?”
옆에 있던 엘라임이 물로 먼지를 치우며, 힐링을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감응력을 탈탈 턴 치료였다.
“땡큐.”
진도윤은 감사함을 표한 채, 그 기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삐빅!] [세계수에게 당신의 힘을 증명하셨습니다.] [다음 테스트로 넘어갑니다.]“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숲속이 만들어지고 공터가 생겼다.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아.
포탈 내부는 실존하는 세계가 아님이 틀림없었다.
‘세계수가 만들어낸 시스템 같은 건가?’
스슥! 스스슥!
무너졌던 바닥도, 돌도, 나무도.
다시 자라나듯 채워진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복구되는 세상.
처음 왔었을 때 봤던 그 광경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표적 위에 떠 있던 점수판까지도.
‘아깐 점수가 몇이었을까?’
진도윤은 온 힘을 다해 가격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지 못한 게 조금은 아쉬웠다.
펀치 기계든, 천사 테스트든.
치고 나서 점수가 몇인지 보고 싶은 것은 무언가 본능 같은 거니까.
‘뭐, 나가면 알려주겠지?’
별수 없는 그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았다.
우우웅!
동시에 조금 남아 있는 감응력도 활성화해 재정비했다.
‘이미 대부분 써버린 것이 좀 걸리긴 하는데.’
어쩌겠는가?
원래 펀치 기계는 온 힘을 다해 때려야 제맛인 것을.
“자, 다음 테스트는 뭐냐.”
진도윤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덜컹, 덜컹!
또다시 공터에 표적들이 올라왔다.
다만, 이번에는 표적이 한 개가 아니었다.
“오호라, 어디 보자. 하나, 두이, 세이, 네이…….”
천천히 세어보자, 도합 20개의 표적이 보였다.
[천사는 민첩해야 합니다.] [모든 표적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부 가격하세요.] [표적 하나를 가격하면, 그 즉시 측정이 시작됩니다.] [도전 기회 : 1번] [오직 물리 공격만 허용됩니다.]“이번 건 생각보다 간단하겠는데?”
저번 테스트가 힘의 총력을 수치화하는 거였다면.
이번 테스트는 단순히 속도를 측정하는 거였다.
새로이 뜬 점수판을 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00 : 00 : 00]누가 봐도 스톱워치처럼 생긴 점수판.
옆에 있던 엘라임도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진도유운! 맨날 전투만 하다가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도 색다르고 재밌어!”
“……그러게, 그래도 천사 시험인데 무슨 오락실에 온 기분이라.”
“헤헷, 뭐가 어쨌든, 잘만 하면 되지! 그래서 이번 전략은 뭐야? 간단하다며.”
“응, 아주 간단해.”
고개를 끄덕인 진도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 방식이면 적어도 세 수는 먹고 들어가는 거지.’
본래 이곳은 천족 혼자 테스트하는 장소다.
검을 들었다면, 직접 뛰어다니며 가격해야 할 테고.
활을 들었다면, 직접 하나하나 쏴서 명중시켜야 하겠지.
둘 중 뭐가 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난 서머너라고.’
이번 시험은 서머너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수가 많을수록 혼자보다는 무조건 빠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자, 자! 각자 내가 지정해 준 곳으로 위치해! 표적은 건들지 말고.”
진도윤은 각 표적 앞에다 소환수들을 배치했다.
심지어 평소엔 꺼내지 않던 소울 콜렉터까지 꺼내서.
“스타트는 내가 끊을 테니까, 각자 네 개씩만 가격하는 거야. 알겠지?”
표적은 총 20개.
소환수는 5마리.
즉, 한 마리당 4개씩만 담당하면 된다.
소울 콜렉터는 좀 느릴 것 같았기에, 진도윤과 둘, 둘로 나누었다.
“진도유운……. 복잡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냥 내가 물방울로 동시에 터치하면 되잖아.”
“아니지, 물리 공격만 허용된다니까 스킬로는 안 될 거야, 아마.”
진도윤도 정확히는 몰랐지만, 느낌이 그랬다.
그게 아니라면, 광역 마법을 쓸 수 있는 천족들의 속도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없을 테니까.
“아앗! 그렇구나.”
“자, 바로 준비하자!”
진도윤의 목소리와 함께.
소환수들이 각자의 표적을 일제히 바라봤다.
* * *
[00 : 00 : 01] [세계수에게 당신의 속도를 증명하셨습니다.] [다음 테스트로 넘어갑니다.]“크.”
진도윤은 감탄했다.
1초의 기록이면, 거의 시작하자마자 20개를 동시에 쳤다는 뜻.
소수점으로까지 계산하지 않는 이상, 이보다 빠른 기록은 나올 수 없었다.
이번 테스트는 같이 들어갔던 일행들도 손쉽게 좋은 기록을 얻었을 터.
진도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천사는 통솔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지금부터 가상의 천사들과 악마들이 10:10 전투를 벌입니다.] [최선의 전략으로 최소의 희생을 만들어보세요.]다음 테스트는 조금은 생소한 방식이었다.
눈앞에 등장한 원형 ‘구’ 속에서.
서로 능력이 비슷한 가상의 천사와 악마가 혈투를 벌이고 있었고-
그중 천사들이 자신의 명령을 따른다는 식의 설정이었다.
“이것도 완전 내 전문인데.”
100년 이상을 소환수 컨트롤만 하고 살아온 서머너가 진도윤이다.
저들을 통제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 정도는 그에겐 식은 죽 먹기.
“흐음, 먼저 이름부터 칭할까? 붉은 머리, 네가 앞으로 1번 탱커다.”
잠깐의 훑음으로 아군의 특성을 대강 파악한 진도윤은 먼저 인원을 구분했다.
“……알겠소.”
“거기 활 든 남자는 2번. 활 든 여자 천사는 3번.”
“넵!”
“알겠습니다!”
환영들은 싸우면서도 진도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재밌는 시스템이네, 이거.’
실제 서머너들이 훈련에 써먹어도 될 법한 시스템이었다.
현 지구인들의 기술력으로는 이렇게 생생하게 만들진 못하겠지만.
“자, 1번! 바로 앞으로 뛰쳐나가. 2번, 3번은 지원사격 해주고. 어이! 거기 5번은 피해야지?”
수없이 전투를 해왔던 진도윤의 눈에는 천사들의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한눈에 보였다.
대충 그 부분만 짚어주는 거로도 천사들이 손쉽게 우세를 점했다.
“이거, 별다른 컨트롤 없어도 되겠는데?”
본능적인 판단하에 컨트롤하는 진도윤이었지만, 그는 몰랐다.
본인의 명이 다른 천사들이 보면 경악할 정도의 치명적인 컨트롤이었다는 걸.
결국 진도윤은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승리를 따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증명의 장’이 종료됩니다.] [삐비빅!] [결과를 산정하고 있습니다.]“뭐야, 벌써 끝난 거야?”
“그런 거 같은데.”
“히잉, 오래간만에 재밌었는데.”
시무룩해진 엘라임을 보며 피식 웃은 진도윤이 상태창을 주시했다.
과연, 천계에서 평가하는 자신의 가치는 얼마일까?
그의 눈빛에 기대감이 서렸다.
* * *
“하암.”
대신전의 천사, 리프릴이 하품을 내쉬었다.
그녀는 도전자들의 점수를 관리하고 기록하는 자.
포탈에 들어간 도전자들은 세계수의 시스템을 통해 힘, 민첩, 통솔력을 측정한다.
이는 태초에 천신께서 세계수의 힘을 빌려 만든 시스템으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천사가 될 수 없다.
“역시, 이번에도 별 볼 일 없나 보군.”
그녀는 무료하다는 듯 보드판을 바라봤다.
세계수와 연동된 이 보드판은, 일정 점수 이상의 천사가 나올 시 기록되는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다.
그 기준은 날개 네 쌍의 천사.
보드판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이렇다 할 도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쯧, 매번 꽝이라니. 천계가 끝장날 날도 머지않은 듯싶구나.”
확실히, 대천사들의 반란으로 천계가 한 번 뒤흔들린 이후.
이렇다 할 재목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리프릴이 못 참고 한탄할 때였다.
우우웅!
보드판이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으음?”
그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빠르게 보드판을 훑었다.
그러고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날개 네 쌍급 천사가 연속으로 셋이나 나왔단 말인가!”
환희의 외침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보통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텀을 두게 마련인데.
이처럼 한꺼번에 나오다니?
“제프리, 유리아, 유아린……? 다들 생소한 이름들이긴 하군, 하하하! 뭐, 어떤가. 실력만 좋으면 됐지.”
그들은 각각 랭킹 50~100위권 사이로 속속히 들어가 있었다.
그녀가 기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전 구역 통틀어 보드판에 들어가 있는 이름이 총 148개뿐.
‘아니, 방금 추가됐으니 151개로구나.’
그 정도의 재목이 나왔다는 거로만.
가드웨스트, 아니, 더 멀리 나아가 천계의 전력이 강화되는 사건이다.
진심으로 천계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녀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좋은 후배들이 생기겠구나.”
리프릴이 오래간만에 나온 좋은 소식에 기뻐할 찰나였다.
우웅! 우웅! 우우웅!
보드판이 기존보다 더 빠르게 진동했다.
동시에 눈부신 황금빛이 보드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무, 무슨?”
리프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색이 아닌 황금색은 날개 다섯 쌍의 천사가 나올 때만 나타나는 색이기 때문이다.
“나, 날개 다섯이라고?”
역대 가드웨스트에서 오직 다섯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었다.
“오, 오류가 아니고서야?”
그녀는 허둥지둥하며 보드판에 가까이 붙었다.
1. 미카엘 – 11,410점
2. 가브리엘 – 11,150점
3. 라파엘 – 10,510점
4, 우리엘 – 10,500점
5, 루시퍼 – 10,120점
6. 메타트론 – 9,600점
…….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수가 판단하는 점수가 10,000점이 넘어야 날개 다섯을 달아준다.
그리고 여태 수십 년간 선두에 서 있던 저 기록은 바뀐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일.
“……그동안 꽝이었던 것이, 이런 선물을 주려고 그랬던 것인가!”
리프릴은 감격한 표정으로 보드판을 주시했다.
4대 천사들이 배반한 바람에 안 그래도 리더가 부족했었는데.
마침내 자신들을 이끌어줄 재목이 나타난 것이다.
촤르륵! 촤르륵!
움직이는 보드판을 바라보며 리프릴은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이번 전설은 몇 등이실까?’
보다시피, 10,000점을 넘는 자의 격차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심지어 라파엘과 우리엘의 경우에는 10점 차로 순위가 갈릴 정도.
두근, 두근!
그녀는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바뀐 순위표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1. 진도윤 – 99,999점
2. 미카엘 – 11,410점
3. 가브리엘 – 11,150점
4. 라파엘 – 10,510점
5, 우리엘 – 10,500점
6, 루시퍼 – 10,120점
…….
“이게, 뭐야?”
오류라고 해도 의심하지 못할.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눈앞에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