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64
나 혼자 S급 소환수 164화
하우징 (3)
‘사업……!’
털보의 머릿속이 팽팽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들어 그도 공식적인 매장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이곳은 지하 암시장이다.
입장 코드가 부여된 회원들에게 게시글이나 경매로 판매하는 방식.
그러다 보니, 물건을 제값에 팔 수는 있어도 프리미엄을 붙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다들 잔뼈가 굵은 서머너들이니까.’
가격에 민감한 그들은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다른 암시장으로 떠나버린다.
애초에 경매는 경쟁이 붙지 않는 한 비싸게 팔기 힘들기도 하고.
물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어디 형님이 가져오시는 물품이 보통 많던가?
‘회원들에게만 팔아서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해. 특히나 요즘은 더욱더.’
물론, 암시장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세금 세탁, 물품 출처 세탁 등등.
또한 국가나 협회의 간섭을 받지도 않을뿐더러.
철저한 보안 시스템으로 운영하기에, 보복을 당할 확률도 낮다.
‘암시장도 좋긴 하지만…….’
반대로 공식 매장의 장점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일단 음지가 아닌, 양지라는 점이 최고지.’
복잡한 세탁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 하며, 일반 직원들을 손쉽게 채용할 수도 있는 것 등등.
과정이 편해지는 것 자체가 털보에겐 엄청난 메리트였다.
‘게다가!’
매력적인 점들이 많았다.
과거랑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아이템 물량, 즉 자본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서머너 마스터’라는 확실한 뒷배경이 있다는 점!
세상 어느 간 큰 서머너나 국가가 현시점의 진도윤을 건들 수 있을까?
게다가 진도윤이 말 한마디만 해줘도 브랜드 가치는 빛의 속도로 불어날 터였다.
크림슨, 팀 헤파이스토스, 루카스 등 거대 공방들의 입지를 넘어설 수도 있겠지.
“저, 저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정리를 끝낸 털보가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
콧구멍이 넓어진 게, 감정이 무척이나 고조된 느낌이었다.
하긴, 거의 100의 확률로 재벌 총수가 될 수도 있는 길인데.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때, 이 정도 급 아이템들이면, 해볼 만하겠지?”
진도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말이라고 하십니까! 골목 노점상을 데려다 앉혀놔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낼 겁니다.”
“그 정도야?”
“원래, 이 바닥이 상품의 질만 좋으면 뜨는 바닥이거든요. 흐흐.”
맞는 말이다.
사실, 서머너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의 청렴함이나, 영업 수완이 아닌 아이템의 성능이니까.
“어쨌든, 사업을 같이하긴 하는데. 난 참여 안 할 거야.”
털보, 네가 다 알아서 하라는 말.
진도윤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했다.
질 좋은 아이템 제공, 이름값, 홍보 등등.
가장 굵직한 일들을 그가 알아서 다 하게 될 테니까.
‘게다가 유통까지.’
진도윤에겐 독보적인 스킬이 생겼다.
차원의 틈을 이용해 전국 각지를 지도에 점 찍듯 돌아다닐 수 있는 ‘차원 관리’ 스킬.
사냥이 끝나면, 알아서 각 매장 창고에 채워놓기만 하면, 딱히 유통이나 제작에 드는 비용도 없을 터.
“여부가 있겠습니까? 흐흐, 맡겨만 주십쇼.”
털보가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왔냐?”
협회장실에 들어서자 유준태가 반겼다.
어깨를 한번 으쓱인 진도윤은 공간 내부를 살폈다.
그의 맞은편에 먼저 온 손님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 김제하도 있었네? 캬, 살림의 문주와 서머너 협회장의 밀담이라. 이게 무슨 언밸런스한 조합이야.”
진도윤이 가볍게 농을 던지자.
먼저 온 손님, 김제하가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천계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형님.”
“그래그래, 잘 다녀왔지. 그래서 왜 불렀는데?”
닉스의 은신처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나?
갑작스러운 유준태의 호출에 잠깐 옆 동네에 들른 진도윤이었다.
호출에 부담은 없다.
삼성동인 털보네 매장과 강남 협회는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편이니까.
“인도랑 파키스탄 쪽 협회에서 우리 쪽에 서신이 왔어.”
“프리덤이냐?”
장난스럽던 진도윤의 눈빛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유준태가 굳이 자신을 불러서 할 이야기라고는, 프리덤밖에 없다.
“그런 거 같아. 그 외 여러 국가에서도 수상한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긴 한데. 지금으로서 제일 확실한 건 그 두 나라야.”
“흠, 어떤 내용인데?”
“대충 저번 네비아레 사건이랑 비슷한 느낌이야. 서머너들이 주기적으로 사라지고 있대.”
“……아, 설마.”
“맞아, 또 10 악마 소환을 준비하고 있는 거겠지. 물론, 저쪽 보고가 확실한 건 아냐.”
“확실한 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하자, 유준태가 말을 이었다.
“들어온 정보가 비상식적으로 많아. 허위 정보들도 수백 개 이상 섞여 있고.”
“쯧, 프리덤 짓이겠네.”
“우리도 그렇게 생각 중이다.”
국가의 서머너가 대거 사라지면, 협회 차원에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
꽤 오랜 시간 소환진을 완성해야 하는 프리덤 입장에서는 장소가 노출되면 귀찮아질 게 분명한 일.
일부로 허위 정보를 흩뿌리는 게 분명했다.
나름 잔머리라면 잔머리.
“이 자식들이, 귀찮게 하네.”
“그래서 이번엔 살림 쪽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살림이?”
진도윤이 김제하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습니다. 매번 형님이 전부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희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어떻게?”
“소문의 근원지마다 단원들을 뿌려둘 생각입니다. 하나는 얻어걸리겠지요.”
“흠, 그래도 프리덤인데 위험하지 않겠냐?”
“은신이나 정찰 쪽으로 특훈을 받은 인원들입니다. 과거 살수들이기도 했고요.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진도윤은 그래도 불안했다.
그 끔찍하던 루시퍼를 본 게 최근이기에.
혹여나 살림의 멤버들이 전멸할까 걸리는 것이다.
“조심해라, 상대를 인간이라 생각하면 안 돼.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연락하고.”
진도윤이 자신의 스킬창을 훑으며 말했다.
‘차원 관리 스킬.’
여차하면, 이걸로 이동해서 상대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진도윤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느꼈을까?
김제하가 감동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걱정 감사합니다, 형님. 아, 그리고 이번에 만식이도 첫 출전입니다.”
“만식이?”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누군데?”
“왜, 형님이 데려오신 그 꼬마 있지 않습니까.”
“아, 걔 이름이 만식이었어?”
맨날 꼬마라고만 불렀지,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딱히 물어볼 생각도 없었다.
모름지기 자신의 이름은 본인이 알리는 것이니.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알지 않겠는가?
“넵,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리덤에 대한 적대감이 있어서 그런지…… 발전 속도가 남다릅니다.”
“어, 그 꼬마 눈빛이 괜찮더라고.”
복수는 발전의 좋은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얼음 공주, 유아린처럼 말이다.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조금은 기대되는 그였다.
* * *
사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화창하면서도 선선한 날씨.
그곳에 놓여 있는 깔끔한 Lv.1짜리 전원주택 하나.
진도윤은 새로 생긴 자신의 집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단, 하나 문제는…….
“마스터! 여기 화장실이 푸세식인데? 이거 빨리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거 아냐?”
“여기 나중에 서점 추가할 생각 없나? 네비로스가 심심하다는군.”
다른 인원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
“……하아, 돌아가시겠구만.”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진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래, 프라이빗 특급 호텔에서 지내던 둘이 이곳을 소개받은 이후로 완전히 눌어붙었기 때문.
“그러니까, 앞으로 쭉 여기서 지내겠단 말이지?”
“이해해 줘. 아무리 프라이빗이라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쿡은 숙박 시설이 어색해서…….”
“후우.”
상관은 없었다.
진도윤도 외로운 것보다는 같이 있는 게 더 재밌으니.
다만, 아직 저렙이라 그런지 주택에 방이 하나뿐이다.
“에이, 던전에서 맨날 붙어 있었는데, 뭐 어때! 그냥 거실에서 지내면 되지!”
“난 소파를 쓰도록 하지.”
“그래그래, 알아서들 해라…….”
마치 제집처럼 행동하는 유리아와 제프리를 보며, 옅은 한숨을 내쉴 찰나.
우우웅!
방 내 가구들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제 감응력 컨트롤이 경지에 올라버린 유아린의 기행이었다.
“여기 바깥에서 훈련해도 되나요? 그러니까 바닥 같은 거 부서져도 다시 복구되는 거죠?”
“그러니까 넌 또 왜 여기 있냐고.”
제프리와 유리아는 이해한다.
던전에서 오래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됐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던전보다 한국이 더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유아린 또한 캐리어에 짐을 한가득 싸 들고 이곳에 들어온 상태였다.
“……저도 일성에서 방 뺀 이후로부터 갈 곳이 없어서요.”
“후, 다들 여기가 무슨 노숙 쉼터냐?”
“…….”
진도윤의 핀잔에 금세 시무룩해지는 그녀.
“됐다, 농담이야. 나중에 레벨 좀 올리면 방도 여러 개로 늘겠지, 뭐.”
“정말요?”
금방 원 상태로 돌아온다.
“됐어, 어차피 이곳, 리스트릭트 아지트로 쓰려 했으니.”
어깨를 으쓱인 진도윤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최대한 빨리 천계에 다시 가야겠어.’
프리덤이고 뭐고.
하우징 업그레이드가 제일 시급해 보였다.
* * *
[한 달이 지났습니다.] [스킬, ‘감응’의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오.”
잠깐, 명상하고 있었을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벌써 이곳에 거주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이다.
“유리아!”
“응? 감응인가 뭔가 그거 초기화됐어?”
물론, 일행들에게는 전부 말해둔 상태.
진도윤은 가이아를 만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휴식 중이었다.
‘감응’ 스킬은 아직 그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아묘로 골골송 걸어주면 된다는 거지?”
“응, 최대한 접촉 시간 좀 늘려봐야지.”
아묘의 골골송은 서머너의 감응력 회복 속도를 200% 증가시켜 준다.
폭발적인 감응 소모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방안.
그 외에도 진도윤은 가이아를 보기 전, 각종 준비를 마쳤다.
전날에는 아예 훈련조차 하지 않고, 티끌만큼의 감응력도 낭비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오래 만날 수 있겠지?’
그 당시 감응력이 220이었다면, 지금은 230이다.
200대에서 10 차이는 어마무시한 수준.
게다가 이번엔 넋 놓지도 않을 테니.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진도윤이였다.
“이제 가는 건가?”
방에서 소란이 들리자 제프리와 유아린도 들어섰다.
“참, 다들 이게 뭐라고 구경이야?”
병실의 환자라도 된 기분에 진도윤은 괜히 쓰게 웃었다.
하긴, 이들에게도 중요한 행사이긴 할 테니.
무려 서머너의 근원과도 같은 초월적 존재를 만나러 가는 일이다.
앞으로의 여정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터.
“후우.”
진도윤은 괜한 긴장감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깐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은 진도윤의 눈이 다시 떠졌다.
“오케이, 바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