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68
나 혼자 S급 소환수 68화
정령계 (1)
[이곳은 정령계 – ‘불의 구역’입니다.] [주의! 주의! 주의!] [강력한 화염에 노출됩니다.]“흐읍!”
시커먼 홀을 벗어남과 동시에 숨이 턱- 막혀왔다.
진도윤은 재빨리 감응력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자세를 낮췄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경계는 서머너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
“후우, 후끈한데?”
“……이건, 후끈한 정도가 아닌데요?”
도착한 유아린 역시 인상을 찡그린 채로 대꾸했다.
“놀라워. 이 정도라니…….”
진도윤은 솔직히 놀라웠다.
사방에 넘실거리는 화(火) 속성의 기운.
이 정도 열기는 과거 최후의 미궁에서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건…….’
아까 느꼈던 공포가 다시금 이어졌다.
만약, 이곳을 던전 등급으로 따진다면.
S급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물론, 이곳은 아직 던전이라 하기 애매하다.
성급히 따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고원, 활활 타오르는 하늘, 강 대신 흐르는 용암…….”
답답한 듯 옷을 털던 유아린이 천천히 주변을 돌아봤다.
“맞네요. 이프리트가 예전에 설명했던 정령계,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우선, 이 열기부터 어떻게 좀 해결하자.”
“어떻게요?”
솔직히 진도윤도 딱히 방법을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제프리만큼의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도 정령계는 처음이었으니까.
“어떡하긴, 집의 환경은 원래 집주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야.”
“아, 맞다. 이프리트! 그러고 보니 얘가 어딜 갔지?”
유아린이 재빨리 이프리트를 찾았다.
그러자 근육질의 남성, 이프리트가 허공에서 등장했다.
“흐응, 오랜만에 정령계의 공기를 마시니 너무도 행복하구나.”
여유로운 목소리로 등장하는 녀석.
확실히 정령계에서 느껴지는 이프리트의 기운은 강대하고도 한계가 없어 보였다.
‘어느 정도냐면…….’
저 힘 그대로 지구에 나가는 순간 대륙 하나가 화마에 덮일 정도?
‘과연…….’
정령계에서는 피닉스보다 강하다던 녀석의 말은 허구가 아니었다.
“야, 인마. 이프리트.”
물론, 진도윤에게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만 강하면 뭐하나.
밖에 나가서도 강한 게 중요하지.
게다가 그것보다 지금은 당장 살아남는 게 더욱 중요했다.
“도와달라는 놈이 빠딱빠딱 해결 안 해주고 여유 부릴 때냐? 이러다 우리 타 죽겠어.”
“……잠깐 기다려 봐라. 잠깐 본체와 감응하느라 늦는 거니까.”
곧이어 이프리트가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무겁게 짓누르던 화(火)의 기운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답답했던 가슴이 살짝 풀리는 느낌.
“후우, 좀 살 거 같네.”
“저, 저도요.”
주변에 넘실거리던 불의 정령들이 이프리트의 손짓 한 번에 물러갔다.
과연 왕은 왕이었다.
고통이 사라지자 다시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아까 놓쳤던 부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 분명 업적을 달성했다고 했었지?’
새로운 공간을 발견함으로써 받은 업적.
가이아의 시스템은 업적을 달성할 때마다 보상을 준다.
시선을 올리니 역시나 밀려 있는 메시지들이 내려왔다.
[업적 보상 도착!] [정령계 – ‘불의 구역’을 발견하셨습니다.] [감응력이 한 단계 성장합니다.] [추가 감응력 +1]“오, 감응력이 올랐어?”
진도윤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특히 노력으로 감응력을 얻을 수 없는 진도윤에게는 꿀과도 같다.
‘미궁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오른 감응력이라니…….’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업적이 ‘정령계’를 발견한 게 아니라 ‘불의 구역’을 발견했다는 점.
진도윤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 말은 정령계 내부의 다른 구역을 발견해도 감응력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이겠지?’
만약 이 부분이 자신의 생각대로 작용해 준다면.
이번 모험으로 다시 감응력을 펌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도 감응력이 1 올랐어요.”
옆을 보자 유아린도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근 들어 이루어지는 급성장에 감명받은 듯했다.
‘이곳을 무사히 나간다면, 나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유아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뭐가 됐든, 이곳에서 생존만 한다면.
복수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리라.
“물의 구역으로 가는 길은 저쪽이다.”
둘의 상념을 잠깐 기다려주던 이프리트가 한쪽을 가리킨 것은 그때였다.
붉은색 토양으로 뒤덮인 지평선 끝.
그곳에 푸른색의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
“저기가 물의 구역?”
“그렇다. 그대의 소환수였던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잠들어 있는 곳이지.”
팔짱을 낀 이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위치를 알았으면 빨리 가자고. 앞장서라.”
“……그런데 잠깐만. 곤란한 점이 있다.”
“응? 뭔데.”
“미안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의 구역에는 너희끼리 가야 해.”
“뭐?”
진도윤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프리트만 믿고 이곳에 왔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이프리트?”
유아린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물었다.
“이곳 정령계는 물의 구역과 불의 구역으로 나뉘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나 피닉스 같은 최상급 이상의 정령이 상대 구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 균형이 무너지게 돼.”
“……또 그놈의 균형이냐?”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란 말이냐. 아마, 네 피닉스도 이곳에 두고 가야 할 거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그 아이도 이곳에선 최상급 정령 중 하나이니까.”
“…….”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프리트가 가지 않는 것도 치명적인데 피닉스까지 두고 가라고?
“그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
“다행인 건, 물의 구역이 예전만큼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엘라임만 깨도록 만든다면 안전은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 거다.”
“엘라임을 깨울 수 있느냐가 문제지.”
“어차피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온 거 아니었나?”
“……그건 맞지만, 후우…….”
진도윤의 입에서 짙은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령계의 왕이라는 자가 그렇다는 데 별수 있겠는가.
이프리트가 딱히 거짓말할 이유도 없다.
“피닉스는 그냥 역소환 해두면 되는 거냐?”
“이곳, 정령계에 있는 한 그 아이도 내 명을 거부할 수 없을 터. 아마 소환에 응하지 않을 거다.”
“뭐, 그런 거 같더라고.”
사실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
자신과 피닉스의 감응이 살짝 끊긴 것을.
‘과연, 무서운 곳이다…….’
진도윤이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과연, 정령계에서의 정령왕의 위엄이 어느 정도인지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령왕을 유아린이 테이밍한 거였고.
‘뭐, 나도 엘라임의 오너이긴 했었지만.’
진도윤은 유아린을 재평가했다.
그녀는 보석이 되기 전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았다.
만약, 그녀가 이프리트를 지금의 피닉스처럼 S급으로 올릴 수만 있다면?
그녀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오를 것이다.
프리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물론, 그 방법을 찾는 게 문제겠지만.’
그건 앞으로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진도윤도 결국, 엘라임을 다시 테이밍할 속셈이었으니까.
“그럼 가볼까?”
“괜찮겠죠?”
유아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내비쳤지만 진도윤은 단호했다.
“데몰리션이랑 펜-리르 정도면 뭐, 깡으로 밀어붙여 볼 만하지.”
“……좋아요.”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 찾았던 극한의 환경들 기억나? 훈련 장소로 썼던 곳들.”
“당연하죠……. 절벽, 파도 속……. 그 끔찍한 환경들을 어떻게 잊겠어요.”
“내 직감엔 이제 곧 그 환경보다 수십 배나 끔찍한 환경이 나올 것 같다.”
“최악이네요.”
“최악은 무슨, 너한텐 최고지.”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진도윤이 미궁에서 100년이란 기간을 버텼던 비결도 바로 이 마인드였다.
“최고요?”
유아린이 빤히 쳐다보며 묻자, 진도윤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 최고의 훈련 장소에서 훈련할 수 있다는 건 기연이거든.”
이번 기연은 분명히 유아린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다.
* * *
물속을 걸어 나가는 진도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연이은 달리기와 감응력의 사용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으…….”
물의 구역에 도달했을 때, 추가 업적으로 받았던 감응력 1의 기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헥, 헥……. 저기 또 오는데요? 애들이 완전히 미쳐 있네요.”
유아린 역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물 위로 나 있는 모랫길.
그들은 그곳을 뛰어다니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광란의 정령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피한 다음에 베고……. 그렇지.’
진도윤은 성심껏 데몰리션을 컨트롤했다.
지금은 실전 상황.
그것도 여타 A급 던전과는 격을 달리하는 곳이다.
모든 심력을 컨트롤에만 집중해야 했다.
촤아악!
데몰리션의 날카로운 휘두르기에 요정같이 생긴 정령 하나가 물로 흩어져 휘날렸다.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를 처리합니다.] [경험치 2,000,000exp를 획득합니다!]“크아아아!”
녀석이 강한 상대와의 싸움에 호기롭게 포효했다.
채터링 하듯 떨리는 이빨은 데몰리션이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왕은 어디 있을까요?”
“뭔진 몰라도 저 물속으로 들어가야 할 거야.”
“……물속에요?”
마침, 펜리르로 정령 하나를 아작 낸 유아린이 당황했다.
“명색이 물의 정령왕인데 그럼 물 밖에 있겠냐?”
“그럼 어떡해요? 우린 사람이잖아요.”
“여기, 이걸 모아야 해.”
마침, 진도윤의 눈앞에 푸른색 구슬이 떨어졌다.
운디네를 잡았을 때 나온 드랍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 물의 정수 조각] [등급 : B] [물의 정령의 근원을 이루는 정수의 조각. 특별한 효능이 있다.] [옵션 : 2/2]– 아가미 : 섭취 시, 물속에서 10분간 호흡할 수 있다.
– 부레 : 섭취 시, 물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오와, 이런 게?”
유아린이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물속에 들어간다 했을 때, 솔직히 엄청 걱정했던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고작 10분이면 엄청 많이 모아야겠는데요?”
“그래야지, 널린 게 정령이니까.”
다행히 수심 얕은 땅 지역에는 하급 정령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수를 모으는 게 어렵지 않을 거란 말.
“각자 주워서 가방에 담자고. 바로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넵.”
말은 심드렁하게 했지만 진도윤도 놀랐다.
‘설마 딱 상황에 맞게 이런 아이템을 떨어뜨릴 줄이야…….’
무언가 물의 정령들이 전부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서 자신의 왕을 깨워주길.
본래 물의 구역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주길.
지금도 그랬다.
정령계 내부에서 정령의 힘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본래 아무리 하급 정령이라 해도 말이다.
그런 그들이 제대로 된 저항도 없이 몸을 내어준다.
홀린 듯 공격해 오긴 했지만, 어떤 놈들은 대놓고 데몰리션의 발톱으로 달려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바로 들어가야겠어.’
처음에는 이곳을 돌며 사냥을 하다 천천히 들어가려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저들이 호의적으로 나올 때, 호의적으로 응해줘야 한다.
정체 모를 곳에서 오만하게 굴다가는 큰일 난다.
“그럼 각자 10개씩만 더 모으고 들어가 보자고.”
진도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속 깊은 곳.
그곳에 그가 아끼던 소환수, 엘라임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