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16
316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폭발의 기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력했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푸르스름한 구름이 까마득한 천장까지 치솟았고, 그 여파로 오십 장 이내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천천히 먼지구름이 사라졌다.
“쿨럭… 염병하다 뒤집어질…….”
진무앙은 밭은기침을 하며 욕을 해댔다.
넝마처럼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그는 깊은 구덩이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단목휘수를 비롯한 다섯 명의 반혼시가 포위한 채 접근하는 상태였고.
놀라운 건 다섯 명 속에 이미 그의 손에 또 죽은 천호법과 단목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언제 머리가 부서지고 몸이 양단됐었냐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처음과 달라진 건 단목유가 수직으로 잘린 옷을 입고 있다는 것 정도였으니, 진무앙이 욕을 할 만했다.
‘격체전공에 부활의 공능이라… 으으으, 짜증 제대로 나네.’
진무앙은 다가서는 다섯 명을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폭발은 혼돈암혼공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기엔 충분했다.
그의 경이적인 치유력으로도 완전히 회복되는 데 반각 이상이 필요한 내상이었다.
드드드드드-
진무앙의 두 발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포위한 다섯 명의 마교 요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를 향한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와 다섯 반혼시와의 대치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단목휘수의 지존마검에서 일어난 검강이 진무앙에게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진무앙은 검강을 피해 번개처럼 위로 솟구쳤다.
지금은 저들과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상부터 회복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들이 어떻게 부활한 것인지 알아내야 했다.
쓰러뜨려도 계속 재생된다면 박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섯 명의 반혼시가 그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슈욱!
수직으로 이십여 장을 솟구치자 지하 광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진무앙의 시선이 찰나지간 병마용처럼 우뚝 서 있는 수천 마교도를 훑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마교도들의 대형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숫자가 줄었다.’
십이수라 뒤에 서 있던 자들 중 칠십이지살과 일백팔마객을 비롯한 사백여 구의 반혼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폭발로 인해 소멸한 게 아님은 분명했다.
그들 앞에 있던 십이수라와 삼십육혈마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앞에 있는 자들이 멀쩡한데 그들보다 뒤에 있던 자들이 소멸할 리가 없지 않은가.
‘단목유와 천호법은 다른 반혼시의 기운을 흡수하고 부활한 거야. 기운을 빼앗긴 자들은 소멸한 거고.’
진무앙은 혀를 찼다.
아직 남은 반혼시가 구천을 훌쩍 넘었다.
단목휘수와 네 명의 마교 요인을 반복해서 쓰러뜨려도 반혼시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그들은 부활할 터였다.
진무앙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 지겨운 짓을 반복해야 한다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단순반복적인 작업이었다.
이런 일은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 하는 게 최고였다. 그리고 진무앙은 그런 조력자가 바로 옆에 한 명 있었다.
그가 몽지림을 불렀다.
“임아, 반혼시들을 없애라!”
기다렸다는 듯 그때까지 허공에 은신하고 있던 몽지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검을 꺼내 든 그녀는 한 자루 거대한 검이 되어 반혼시들에게 날아갔다.
쑤와아아아앙-
그녀가 나아가는 뒤로 맹렬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진무앙이 반혼시들과 싸우는 걸 본 터라 시작부터 어검비행술을 펼친 것이다.
위험을 감지한 십이수라가 날아올라 병풍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몽지림은 피하지 않고 십이수라와 부딪쳐 갔다.
미간을 찌푸린 진무앙이 소리쳤다.
“임아, 반혼시를 파괴하는 게 우선이야! 싸움은 나중에 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십이수라와 충돌하는 듯하던 대검이 그들을 휘돌아 날아갔다.
그러고는 석상처럼 서 있는 반혼시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십여 구의 반혼시가 박살이 났다.
그들 또한 금강불괴지신이었지만, 그건 유혼반천대법의 기운이 온전했을 경우였다.
지금 그들은 격체전공으로 자신의 기운을 다섯 명의 마교 요인에게 보내고 있는 상태라 금강불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피부는 신병이기가 아니면 생채기를 낼 수 없을 만큼 단단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몽지림의 검을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콰콰콰콰쾅!
폭음이 쉴 새 없이 터지고, 산산조각이 난 반혼시들의 육편이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다행히 그들은 부활하지 못했다.
마교 요인들과 일반 마교도 사이에 뭔가 차별이 있는 듯했다.
상황이 심상찮다는 것을 느낀 듯 십이수라의 뒤를 이어 삼십육혈마까지 몽지림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의 연수합격으로도 몽지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지하 광장은 빠르게 난장판이 되어갔다.
진무앙은 줄에 꿴 듯 끊임없이 날아드는 지존마검과 다른 공격을 피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아를 데리고 오길 잘했다.’
사실 그녀를 데리고 왔다기보다 떼어낼 수가 없어서 함께 온 것이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돕는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스팟!
목으로 날아든 장창을 피해 한 걸음 옆으로 이동하는 진무앙의 눈빛이 호수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임아가 일만에 가까운 반혼시를 전부 제거할 때까지 이놈들과 싸우고 있을 수는 없다. 너무 소모적인 행위야. 수동적으로 대응만 해서는 싸움을 내 뜻대로 끌고 갈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촤라라라라라-
검은 채찍이 그의 허리를 휘감아왔다.
진무앙은 마치 땅을 밟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위로 다섯 자를 솟구친 후 채찍을 발끝으로 슬쩍 걷어찼다.
그의 신형이 허공을 유영하듯 삼 장을 미끄러지며 다섯 명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지존마검을 든 단목휘수가 혈안을 번뜩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유혼반천대법이 이런 공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내가 둘로 쪼갰던 시공의 미로 심장이 복구되었기 때문이야. 결국 이 싸움을 끝내려면 그걸 다시 박살 내야 해. 이런 수작을 부릴 정도면, 놈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분명 근처에 숨어 있을 거야……. 그런데 어디 숨어 있는 것일까…….’
그가 ‘시공의 미로 심장’이라고 부르는 건 아무렇게나 붙인 이름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묵령처럼 그것은 영성을 가진 마의 정화, 즉 마령이었다.
영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공의 미로는 진무앙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놈을 찾으려면…….’
인호법의 장도를 겨드랑이 사이로 흘리던 진무앙의 눈에서 강렬한 신광이 쏟아졌다.
‘놈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파탄을 드러내겠지. 그때 놈을 잡자.’
그는 먼저 몸 안을 살폈다.
폭발로 인해 받았던 내상의 상당 부분이 회복되어 있었다.
암월도를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까지 단목휘수를 비롯한 다섯 반혼시를 회피하기만 하던 그의 움직임이 급변했다.
그는 가공할 속도로 그의 목을 베어오는 단목휘수의 지존마검을 암월도로 막았다.
쾅!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화살처럼 뒤로 쭉 밀려났다.
뒤에서 그를 공격하던 지호법은 망설이지 않고 장창을 뻗었다.
장창이 그대로 진무앙의 등을 관통했다.
푸욱-
하지만 그것은 착시였다.
장창은 진무앙의 오른쪽 옆구리에 끼워져 있었다.
옆구리에 낀 장창을 타고 미끄러진 그는 몸을 반회전하며 그대로 왼손을 사선으로 내려쳤다.
지호법은 전력을 다해 장창을 빼내려 했지만 진무앙의 움직임이 한 발 빨랐다.
그의 왼손 끝에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반투명한 혈광이 번갯불처럼 번뜩이며 지호법의 머리를 사선으로 갈랐다.
서걱!
어느새 그는 왼손에 환상혈검을 쥐고 있었다.
그는 혈우팔법의 제칠절 단혼절 수라염왕인을 펼쳐 지호법을 일격에 패사시킨 것이다.
진무앙은 바람처럼 머리가 양단된 지호법과 거리를 벌렸다.
그가 단목유처럼 폭발이라도 한다면 낭패였다.
가뜩이나 옷이 넝마나 다름없는데 여기서 여파에 더 휩쓸렸다가는 알몸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무앙은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연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촤라라라라-
지호법에게서 벗어나는 그의 다리를 천호법의 검은 채찍이 잡아왔다.
진무앙은 환상혈검으로 검은 채찍의 끝을 찔렀다.
휘리리리릭-
채찍은 환상혈검의 검신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뱀처럼 휘감았다.
하지만 그것은 천호법의 의도가 아니라 진무앙이 원해서 만들어진 광경이었다.
그에게는 손과 이어져 있기만 하면 먼 거리에 있는 적에게 가공할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초절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혈우팔법의 제삼절 구겁천뢰탄이었다.
검은 채찍을 타고 천호법의 손으로 흘러들어 간 구겁천뢰탄의 막강한 기운이 그의 내부에서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아홉 번의 폭음이 사라졌을 때 인호법은 껍데기만 남은 채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 순간, 유령처럼 다가온 무형무음의 장력이 진무앙의 옆구리를 무시무시한 기세로 강타했다.
콰웅-
“큭!”
막대한 충격을 받은 진무앙은 거친 신음과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인호법의 코앞으로 쭈욱 밀려났다.
인호법은 기다렸다는 듯이 장도로 그의 목을 베어갔다.
진무앙은 무심하게 눈을 빛내며 환상혈검으로 장도를 막았다.
쩡!
환상혈검에게 가로막힌 장도가 검날을 타고 선회하려는 찰나, 진무앙은 번개처럼 암월도를 휘둘러 인호법의 목을 날려 버렸다.
서걱!
진무앙의 움직임은 가공할 정도로 빨라서 삼대호법은 눈 한 번 깜박일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적은 둘이나 남아 있었다.
인호법의 목을 베었을 때 단목휘수의 지존마검이 무서운 속도로 그의 목을 찔러오고 있었다.
슈슉-
진무앙은 상체를 비틀어 지존마검을 목 옆으로 흘리면서 이 장 밖에 있는 단목유를 향해 환상혈검을 집어던졌다.
쑤와아아앙-
피할 틈이 없다는 걸 직감한 듯 단목유는 굉음과 함께 날아드는 환상혈검을 향해 미친 듯이 유령첩인장을 날렸다.
그의 앞에 무형무음의 장세가 첩첩이 쌓여 장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환상혈검은 장세의 벽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리며 단목유의 심장을 관통했다.
혈우팔법의 팔절 참혼절 번천무상인과 사절 혈우호접몽의 암기술이 함께 펼쳐진 결과였다.
단목유의 등 뒤로 빠져나온 환상혈검이 회전하며 진무앙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그 순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가던 지존마검이 방향을 바꾸어 진무앙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피하기엔 지존마검의 검날이 너무 가까웠다.
진무앙의 눈에 광오한 살기가 떠올랐다.
그는 지존마검에 그대로 목을 맡긴 채 암월도를 수직으로 내려쳤다.
쾅!
콰직!
굉음과 함께 단목휘수가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양단되었다.
그리고 혼돈암혼강벽을 무너뜨리며 밀고 들어온 지존마검의 검날이 진무앙의 목에 한 치 넘게 박혔다.
하지만 양단된 단목휘수는 힘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고, 지존마검은 진무앙의 목을 끊어내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찰나,
챙!
진무앙은 암월도로 지존마검을 쳐내며 유성탄영의 경공으로 전권을 벗어났다.
그의 뒤로 무시무시한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쾅! 쾅! 쾅! 쾅! 쾅!
지하 광장이 뒤흔들리고 방원 일백 장 이내가 초토화되면서 푸르스름한 버섯구름이 끝없이 솟아올랐다.
이제야 진무앙의 손에 쓰러진 다섯 반혼시가 폭발한 것이다.
그 정도로 그가 그들을 쓰러뜨린 속도는 빨랐다.
폭발의 여파에서 벗어난 진무앙이 무서운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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