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14화 : 뜯는 자와 뜯기는 자
-독한 놈…….
-하하하! 샐리온이 인간에게 맥을 못 추고, 그렇게 털리는 걸 보다니~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처음 보는 모습인걸?
-조용히 해라, 실피드.
-뭘~ 제대로 뜯겼구만.
-지독한 인간이다.
샐리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인간에게 뜯긴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엘라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왜 저 인간이지? 조금만 기다리면…….
-후훗, 재미있잖아.
-뭐?
-요정의 축복을 받은 다른 세계에서 온 연약한 인간…….
-그는 이 세계에 이질적인 존재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 세계는…….
-알아,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고 있다는걸. 하지만 그러면 재미없잖아.
-…….
-누군가가 정해 준 운명에 순응해서 사는 건, 나는 재미없어.
-하지만 잘못하면…….
-그때는 그때지.
엘라임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미소에 샐리온은 터져 나오는 한숨을 가까스로 속으로 삼켰다.
무책임하다.
다른 놈들이 이런 짓을 했다면 불로 지져서라도 막았을 테지만.
‘차마 엘라임은 어떻게 할 수 없지.’
물의 정령왕.
물과 불은 상극이라 감히 대들 수 없지만, 사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초의 정령왕.’
다른 정령왕은 이미 세대를 거듭하듯,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다른 후계자에게 왕위를 계승했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노아스는 3대.
자유로운 바람처럼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실피드는 20대째.
샐리온은 4대째였다.
‘힘들고, 괴롭지.’
정령왕은 정신체이기 때문에 불멸의 삶을 산다.
오래 살면 좋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00년, 200년, 1,000년 정도 사는 것이야 상관없겠지만, 그게 5,000단위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삶이 지루하다.
정령계는 한없이 평화롭다.
밖에서 뭐 터지게 싸우며, 분쟁을 일으키고 있을 때, 정령계는 늘 똑같이 평화를 감상해야만 했다.
똑같은 일상.
똑같은 삶.
똑같은 옷에 똑같은 놀이까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5,000년이나 먹으면 질리듯, 이 평화도 그 정도로 즐기면 지겨워지는 법.
그래서 정령왕들은 방법을 찾았다.
정령왕은 죽지 않지만, 소멸은 가능했다.
바로 왕위의 계승.
자신의 모든 것을 다음 세대에 맡기면 소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그런 식으로 떠넘기고 소멸한다.
한데, 그러한 정령왕들과는 다르게 엘라임은 한 번도 세대교체가 없었다.
원초의 정령왕.
과연 그녀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자신보다 훨씬 윗줄의 대대대선배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
감히 그런 그녀에게 개길 수 있는 정령이 존재나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성격도 더럽지. 저 온화한 가면 아래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우리만 알고 있으니…….’
예전에 처음 정령왕이 되었을 때, 불같은 성정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덤볐던 적이 있었다.
혈기 왕성했던 시기였다.
치기 어린 행동이었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을 바닷물에 담그면서 웃고 있던 엘라임의 웃음소리가.
-호호호…….
-그, 그렇게 웃지 마.
-왜? 이제 웃는 것도 뭐라고 하니? 정말이지……. 요즘 아이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나 때는 말이야, 나한테 그런 말 했으면, 해수에 전부 담가서…….
-……꼰대.
-뭐라고 했니?
-크흠, 아니다.
-아무튼, 그 아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야. 알고 있지? 그 아이의 개입으로 점차 운명이 틀어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재미있지~ 우리 같은 왕이 나서도 절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을~ 고작 인간이…….
바로 그때였다.
-……이런, 손님이 또 오셨군.
샐리온은 정면을 바라봤다.
정령계에 찾아온 두 번째 손님.
-오늘은 손님이 많군. 그런데 웬일이지? 단 한 번도 정령계를 찾아온 적이 없더니.
삐익-
-그 호루라기는 뭐지?
삐익- 삐익-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 인간을 해코지할 생각은 없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인간은 너희들의 후…….
삐익-.
-후우, 알겠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지.
평소의 성질이었다면, 자신에게 이러는 순간 곧바로 불태웠겠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눈앞의 존재는 자신의 불꽃으로 불태울 수 없는 그러한 존재니까.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나지막한 경고음처럼 들렸다.
그러곤 그녀는 공간을 열며, 스르륵- 사라졌다.
그런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 옆에 있던 실피드는 부드럽게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니까. 요정의 선택을 받고, 심지어 그 위대한 정령왕에게 삥까지 뜯고!
-……그만둬라.
-싫은데? 정말 대단하지 않아? 너희도 인정하잖아? 그 인간 말이야.
-…….
-낄낄낄, 인간에게 털린 정령왕이라! 이거 정말 대박인데? 안 그래!? 으하하하하하!!!
샐리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래도……. 후계자를 찾아야만 할 거 같았다.
* * *
[정령왕의 부탁]엘프와 정령은 오래전의 언약으로 맺어졌다.
하나, 그러한 엘프가 신성시하는 [세계수]가 지금 어떠한 이유로 오염되었다.
세계수와 엘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수가 오염되면, 엘프 또한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에 정령왕은 어떻게든 엘프들을 돕고 싶지만, 계약으로 인해 왕은 직접 중간계에 관여할 수 없다.
정령왕은 당신이 엘프를 도와주길 원하고 있다.
오염이 더 심각해지기 전까지 세계수의 오염을 정화할 방법을 찾아서 돕자.
성공 조건 : 세계수의 오염 정화.
성공 보상 : 10만 골드, 정령석, 칭호.
실패 시 : 엘프와 적대 관계가 된다.
정령의 호감도 감소.
정령 화원에 더는 정령이 찾아오지 않는다.
“흐음.”
정령왕의 부탁.
보상이 상당했다.
10만 골드도 대단하지만, 뒤에 있는 정령석.
저것이 무엇보다 대단했다.
‘정령석이 있다면, 정령 무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그것도 아니면.’
정령과 계약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령석은 정령력을 품고 있기에 그것이 있는 근방은 청정 구역이 된다.
‘원작에도 나왔지. 정령석이 있는 곳에 있으면 자잘한 병이 낫고, 건강해진다고.’
“피톤치드 저리 가라 할 정도지……. 정령석을 두고, 산림욕을 할 수 있게 관광지를 만들면?”
짭짤하게 벌 수 있다.
“그러지 말고, 정령석을 얻으면 팔면 좋지 않습니까?”
알프레도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물었다.
“쯧쯧, 자고로 상인이란, 바로 앞이 아니라 먼바다를 봐야 하는 법.”
“……영주님은 상인이 아니라, 귀족이신데요?”
“큰 그림을 그려야지. 물론, 당장 팔면 비싸게 팔 수 있겠지. 큰돈을 벌고, 그걸로 수영도 하고, 침대로도 쓸 수 있겠지.”
“…….”
“하지만 그러면 안 돼.”
“하아, 왜입니까.”
“왜긴, 지금 영지에는 사람이 부족하잖아. 지금이야 내가 먹여 살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없잖아.”
에이든의 꿈이 뭔가?
바로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나 받으면서 떵떵거리면서 사는 거다.
개꿀 빠는 노후!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지가 지금보다 더 커지고, 상업이 활성화되어야만 한다.
에이든은 정령석을 사람들을 모으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크흐흐, 좋아. 이걸로 관광지를 만들면 되는 거야. 정령왕의 선택을 받은 영지라고…….”
“…….”
신성한 정령석을 돈벌이로 보고 있는 그를 보며, 알프레도는 흐뭇하게 웃었다.
‘퇴사하고 싶다.’
* * *
엘프는 엘프고.
지금 급한 건, 드워프를 구하는 것이다.
“얼른 구해야 하지 않느냐!!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셈인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게렌은 에이든을 미친 듯이 재촉했다.
그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사악한 흑마법사에게 붙잡힌 자신의 친우가, 가족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구하고 싶을 터.
그렇기에 그의 재촉은 이해하지만.
“맥주잔은 내려놓고 말씀하시죠?”
저 맥주잔을 내려놨다면, 더 이해했을 거 같은데.
“드워프의 아침은 맥주로 시작하고, 끝 또한 맥주로 끝나는 법이지.”
“…….”
“아무튼! 언제 출발할 생각이냐!”
“준비 중이에요.”
“언제까지!? 이러다가 그 사악한 흑마법사 놈들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괜찮으니까.”
아직 괜찮다.
이 일은 이미 원작에서 나왔던 내용이다.
흑마법사들이 무엇 때문에 드워프를 붙잡은 건지, 전부 알고 있다.
‘제물.’
드워프는 제물이다.
흑마법사들은 드워프를 제물로 이용해서 이 세계에 마족을 소환하려고 한다.
하급 마족밖에 소환할 수 없겠지만, 중요한 건, 소환된 마족이 가지고 있는 마기.
마족이 품은 마기는 흑마법사에게 큰 힘을 선사한다.
‘일종의 도핑 같은 거니까.’
놈들은 그것을 시작으로 점차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 가려는 계획이다.
물론, 실패한다.
주인공이 나서니까.
‘다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빨라.’
차분히 생각해 보니, 원래 이 일은 반년 뒤에나 일어나야 할 에피소드.
날짜가 맞지 않았다.
아마 주인공이 나서지 않은 것도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레드 문이 떠오를 때까지는 괜찮아요.”
“레드 문?”
“네.”
레드 문.
100년에 한 번씩 달이 붉게 물드는 현상이다.
원작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얼추 날짜는 기억하고 있었다.
‘올해가 그 100년 주기란 말이지.’
“그게 뭐냐?”
“모르세요?”
“흥, 땅굴을 파고 사는 우리가 밤하늘을 볼 일이 얼마나 있다고.”
하긴, 가끔 맥주를 사러 나올 때를 제외하면 땅속에서 사는 드워프라면 모를 수도 있었다.
“뭐, 대충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레드 문이 뜰 때까지는 드워프들은 무사할 거예요.”
“그게 정말이냐?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거냐?”
“요정들이 알려 줬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들으셨죠? 제가 요정에게…….”
“페어리 프린세스.”
“…….”
“페어리 프린세스……. 그래. 요정과 소통하며, 요정에게 인정받았으니, 그럴 수 있겠구나.”
게렌은 맥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미지의 존재이니, 아는 것이 많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레드 문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때까지는 괜찮을 거예요.”
뭐, 좀 고생이야 하겠지만.
마운틴 드워프는 튼튼한 종족이니까, 그때까지는 충분히 버텨 낼 것이다.
흑마법사도 산 제물이 필요하니, 그들을 막대하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돌보기도 할 것이다.
“그래, 알겠다. 그럼 나는 내 일을 하도록 하마.”
그는 맥주를 쭈욱, 들이켰다.
“뭘 하시려고요?”
“기다리고만 있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드워프라면 응당 할 일이 있지 않더냐.”
알기로는 마운틴 드워프는 굴착 기술은 뛰어나지만, 대장장이 기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드워프’ 사이에서나 그런 거지.
인간의 시점에서 본다면 마운틴 드워프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부를 수 있었다.
“우리 일족을 구하기 위함이니, 병사, 기사들의 장비는 내가 맞춰 주도록 하마.”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잘됐다.
안 그래도 레비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기 힘들었던 참이었다.
대장간의 효과도 있고 하니, 게렌이 맡아 준다면 병사와 기사들에게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해 줄 수 있을 터.
“그럼 나는…….”
에이든은 건물주 상점을 열었다.
건축 즉시 완료 – ??? 골드.
임대차 계약서 – 300골드.
목책 LV. 2 – 6,000골드.
경비소 LV. 2 – 6,000골드.
약초 화원 LV. 2 – 6,000골드.
정령 연구소 LV. 1 – 3,000골드.
병사 훈련소 LV. 3 – 15,000골드.
대장간 LV. 2 – 6,000골드.
정령 화원 LV. 2 – 6,000골드.
의원 LV. 2 – 6,000골드.
식량 창고 LV. 2 – 6,000골드.
…….
“새로운 것이 생겼군요? 정령 연구소라.”
알프레도가 신기하다는 듯, 상점을 봤다.
정령 연구소.
원래라면 더 나중에 나와야 할 것이 지금 나왔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뭘, 어떻게 한 겁니까? 이 연구소가 나오려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긴.”
에이든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안 주면 안 한다고 했지.”
“예?”
“아쉬워서 나를 찾은 거 아니겠어? 해 줄 사람이 지금 당장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정령왕을 상대로 배 내밀고 드러누웠다는 뜻이다.
안 주면 안 한다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쪼잔한 정령왕 놈들. 골드 좀 내놓으라니까, 고작 2만 골드 주고……. 에휴, 앓으니 죽지. 있는 놈들이 더한다니까.”
“…….”
주머니까지 뜯고 왔단다.
건물주 상점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는 그를 보며, 알프레도의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독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