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취안저우, 마카오, 샤먼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점거한 뒤, 요한과 협상하여 대두국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은 실로 파격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융무제는 이 전략을 처음 들었을 때 거부감을 가졌었다.
너무 비겁한 전략이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요한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양왕의 보복은 너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왕은 왕실뿐만이 아니라, 조정을 운영하는 데 쓰이는 비용도 세 도시의 세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 도시를 강탈하면 양왕은 군사를 일으킬 자금조차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성공은 융무제와 독대하는 자리에서 걱정하는 융무제를 향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비록 상업 대신 군부에 몸을 담은 정성공이지만, 그가 정씨 일족의 일원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인들의 연합인 정씨 일족 덕에 그는 대두국의 경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파악한 정보대로라면, 요한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남명이 대두국의 본토인 대만을 공격하여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들의 경제를 압박하여 굴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였다.
요한이 가진 세 개의 도시를 확보한 뒤, 그것을 지키는 것에만 온 힘을 쓴다면 요한은 자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대두국 정부는 여전히 재정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요한 개인이 소유한 세 개의 도시에서 걷는 세금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세 개의 도시를 다시 빼앗기게 된다면 그 피해는 치명적인 수준일 것은 확실하였다.
“좌도독. 상대는 무적의 군대라는 흑기군이고 그 흑기군을 지휘하는 건 상승 장군 양왕이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리 자신하는 것이오?”
“바다가 천혜의 장벽인 것은 대두국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 개의 도시를 빠르게 점거한 뒤, 바다를 장벽 삼아 버티면 저들도 감히 상륙을 시도할 수 없을 겁니다.”
상륙전은 예나 지금이나 지독하리만치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해군력이 강하다 해도 그랬다.
애초에 만 단위의 병력을 상륙시켜야 유의미한 효과를 볼 텐데, 그만한 병력을 한꺼번에 상륙할 수 있는 지역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남명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그 몇 안 되는 지역만 집중적으로 수비하면 되었으니, 단순히 지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어려운 것이 없는 전쟁이었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세 개의 도시를 단숨에 점거해야 하오. 그런데 흑기군을 상대로 그게 가능할지 짐은 확신할 수 없소.”
정성공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융무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상대다 보니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려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카오에 이천, 나머지 두 개의 도시에서도 각각 일천에서 이천 사이의 병력만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병력이라면 단숨에 무찌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좌도독이 그렇게까지 확신하니, 짐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소.”
융무제가 그리 말하자, 정성공은 이내 읍하고 침전에서 물러났다.
침전에 홀로 남은 융무제는 고심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한 시진 정도 지났을까?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무언가를 다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이를 위해서라면 양왕의 힘을 반드시 줄여놔야 한다.’
요한이 가진 부의 원천은 세 개의 도시에 있었고, 당연히 이 세 개의 도시를 잃는다면 그의 힘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한의 힘이 줄어들면 국익도 국익이지만, 그의 자식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주유황이 차기 황제가 될 때쯤, 요한은 한창 절정의 권력을 뽐내는 중년 정치가로 성장해 있을 터.
청나라가 그러듯, 섭정왕 행세할 수도 있었기에 융무제는 정성공의 전략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융무제는 바로 다음 날, 정성공을 침전으로 불러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융무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정성공은 곧바로 군사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점거하기 위해 무려 10만의 군사를 준비한 것이다.
복주와 요한이 가진 세 개의 도시는 거리상 무척 가까웠는데, 동원만 하면 일주일 안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보름 안에 취안저우(천주)를 점령하고, 그 뒤로 곧장 샤먼과 마카오까지 점령하겠나이다.”
정성공은 늠름하기 그지없는 상장군의 모습을 한 채, 융무제를 향해 당당히 선포하였다.
‘실로 믿음직스럽기 그지없구나.’
사실 정성공은 근황파 장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출신부터 정씨 일족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도 정씨 일족의 파벌로 분류되며 근황파 장수들도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융무제는 그런 정성공을 근황파 장수들보다 더 의지하고 있었다.
실력이면 실력, 충성심이면 충성심,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번에도 정성공은 당당히 증명해 낼 것이다.
자신이 남명 최강의 장수라는 사실을.
하여 융무제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채 정성공을 떠나보냈다.
“폐, 폐하!”
“무슨 일이냐?”
“양왕의 군대가 뭍으로 넘어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오자 융무제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되는 병력이 넘어왔다는 말이냐?”
“마카오, 샤먼, 취안저우에 각각 오천의 병력을 상륙시켰습니다!”
융무제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무려 1만 5천이나 되는 병력이 증원되었다는 소식이었으니 융무제에게는 청천벽력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존의 병력까지 합하면 3만에 달하는 병력이 아닌가!’
순수 전투병만 따지면 기존에 주둔하던 병사의 수가 5천 정도밖에 안 되니, 1만 5천이 늘어났어도 총병력은 2만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대두국에는 경찰이란 이름의 치안 조직이 존재하였다.
이들, 경찰 조직은 말이 치안 조직이지, 대부분이 실전을 경험한 흑기군 장병 출신이었다.
총만 들면 언제든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니, 논외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경찰까지 적 병력에 포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적 병력은 무려 3만이 됐다.
즉, 기존에 상정했던 병력의 두 배라는 뜻이었다.
“지금 즉시 좌도독에게 전령을 보내라. 반드시 좌도독의 군을 회군시켜야 하느니라!”
단순히 병력이 두 배 늘어났다는 이유로 이렇게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군을 증원한 시점이 워낙 절묘했기에 회군을 결정하였다.
‘설마 요한은 내 생각을 전부 꿰뚫고 있었던 것인가.’
요한이라면 융무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청나라와의 전쟁 당시 보여줬던 요한의 능력은 그만큼 출중하였으니까.
그래서일까?
융무제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
한편, 남명과 대두국 간의 충돌이 벌어지려는 그때, 조선에서도 무언가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전하, 정적 정명수를 참하여 왕실의 권위를 바로 세워주시옵소서!”
“정명수를 참하여 주시옵소서!”
대두국과의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조선도 더는 외부 소식에 어둡지 않았다.
지방에 사는 사대부들조차 청나라가 남명에 패했다는 사실을 알 정도였다.
청나라의 국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대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북벌을 외치기 시작하였다.
사대부들이 지금 한양으로 몰려온 것도 바로 북벌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강경파의 대표 주자는 우암 송시열이었다.
송시열은 장문의 상소를 올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개진하였다.
정사를 어찌 닦아야 하는지, 왕의 스승답게 훈계하는 내용이 한가득 적혀 있었는데, 그보다 주목해야 할 내용은 바로 ‘이적을 물리치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이적은 당연히 청나라였으니, 사대부들의 민심은 그야말로 북벌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조선의 왕, 이호는 난감한 심정이었다.
사대부들이 북벌을 지지하는 것은 그에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군대를 잘 키웠어도 민심이 따르지 않으면 북벌도 무용할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아직 조선은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청을 이적이라 부르는 역적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시다니. 병정 년의 치욕을 다시 상기시켜 드려야 합니까?”
“무례하다!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청의 칙사인 나에게 무례하다라? 이 이상 나를 모욕하면 조선의 종묘와 사직은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화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던 정명수가 불순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이호를 직접 찾아왔다.
이호를 대놓고 협박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당상관이 무례하다고 지적하자, 정명수는 역으로 화를 냈다.
조정은 그런 정명수의 막무가내 행동에도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었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두국의 답변만 온다면 네놈은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옥좌에 앉은 이호는 겉으로만 보면 무표정하게 느껴졌지만, 속으로는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팔걸이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사실 엄청난 인내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정명수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었던 까닭이다.
심지어 사대부들까지 시끄럽게 떠들어댔으니 더욱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호의 인내심이 사라져가고 있을 때, 마침내 대만 사절단이 전해준 소식이 한양에 닿았다.
***
“군사 동맹을 거부했다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소식을 들었건만, 정작 이호의 심기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요한과의 협상이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1인당 1일 소요 군량 1승(升) 5홉(合)으로 계산하여, 5만 명의 군량을 1년간 지원하겠다고 약조하였습니다.”
“그게 끝이 아닐 텐데?”
“…그들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점령지의 이권을 주기로 약조하였나이다.”
“대가로 만주의 이권이라.”
이호는 턱 끝을 쓰다듬었다.
군사 동맹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불쾌한 감정을 느꼈었다.
기껏 자신을 충동해 놓고 대두국은 전쟁에서 빠진다고 하니 좋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인의 목숨이란 핑계에다, 상당한 군수 물자까지 지원한다고 약조했다는 걸 알게 되자 마음이 바뀌었다.
약조대로라면 조선은 잃을 것이 없었다.
엄청난 양의 군수 물자를 받음으로써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만주의 이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짜로 군수 물자를 받는 셈이니 이호로선 불쾌하기는커녕 흡족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또 하나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호는 대두국 말고 남명에도 사절단을 보냈는데, 남명은 대두국과 달리 군사 동맹에 응하기로 한 것이다.
대두국이 뒤에서 군수 물자를 지원하고 남명과는 군사 동맹을 맺었으니, 이호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지금 바로 정명수를 불러와라. 나라를 배신하고 왕실을 기만한 정적을 오늘 참하겠다.”
전쟁을 결심한 그날, 이호가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은 바로 청나라의 칙사, 정명수를 참하라는 명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