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 외전 20. 문 워크(Moon Walk) (2)
클클클, 낄낄낄, 칼칼칼.
갖가지 괴성과 함께 수하들이 일제히 카카로트에게로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벼락 같은 스피드였다.
가장 앞선 녀석은 외눈박이 괴수, 마이니 마다토.
외계(外界)에선 외눈의 섬멸자라 일컬어지는 공포의 존재였다.
그런데!
그의 외눈에 하나의 손이 거대하게 확대되었다.
눈이 하나인지라 더욱 발달된 안와와 안구 주변의 신경들에 그 손이 더욱 잘 보였다.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은,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수억수십 억 번은 병기질을 했을 법한 손.
사람의 손.
퍼걱-.
녀석은 날아가던 기세 그대로 피떡이 되어 달표면과 대기에 먼지처럼 흩뿌려졌다.
그 ‘어느 인류의 손바닥’이 놈의 육신을 그대로 터뜨려버렸으니까.
“…….”
카카로트뿐만 아니라, 블러드 데블 유닛들도 잠시간 멍해졌다.
마치 빈 종이에 점 하나를 톡 찍은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게, 막대한 블랙오러를 뿜어내던 몬스터 하나가 ‘순삭’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블러드 데빌 유닛 상급전사 중 하나가 음월의 표면으로 날아와 내려앉았다.
잠시 무릎을 굽혔다가 세우며 날개를 쫙 펼치는, 거대한 새의 날개를 가진 조인(鳥人).
나이야 나비야.
외계에서는 섬광의 데시메이터(Decimator)라고 불리는 괴수.
녀석은,
성하의 명으로 귀찮은 날파리 몇 마리를 정리하러 나왔더니 제법 월척이 있었구나. 하하.
……라고 말하려고 했다.
“ㅅᅟᅥᆼㅎㅏㅇㅡㅣ ㅁ ㅕㅇㅇㅡ…… ㅇ ㅓ!?”
그, 단유성이 히죽 웃었다.
“혀가 씹토막난 병신이 말도 다 하네?”
후두두두둑-.
나이야 나비야는 분절된 언어 몇 조각을 내뱉고는 그대로 앞선 마이니 마다토처럼 먼지가 되어 음월의 일부가 되었다.
그때.
또 다른 블러드 데블 유닛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카카로트를 덮치고 있었다.
거대한 손톱을 가지고 있는 그 괴수의 이름은…….
쉬이잉!
퍼억!
뭔가가 녀석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너무 빠르게 날아와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괴수의 이름은 알 필요가 없었다.
휘이이이이…….
머리통이 으스러진 먼지에겐 이름이 필요치 않으니까.
카카로트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펼쳐진 상황에 입을 쩍 벌렸다.
머리가 으스러진 괴수의 손톱은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단유성이 녀석의 손톱 위에 엉덩이를 척 걸치고 앉아 있었다. 빛처럼 빠르게 날아온 단유성이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렸고, 그렇게 그대로 주저앉으며 달 표면에 꽂힌 거대 손톱을 의자 삼아 앉은 것이었다.
‘대체 누구지?’
카카로트는 처음에 카를 카이저인가 싶었지만, 그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더 급박한 문제가 있었다.
카카로트가 빠르게 경고했다.
“조심하십시오! 놈들이 더 몰려 오…….”
하지만 카카로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단유성이 먼저 몬스터들에게 몸을 짓쳐 날리고 있었다.
쉭쉭쉭쉭!
어느새 [창고] 밖으로 나들이를 나온 단유성의 십병이 괴수 중 가장 앞선, 검을 든 녀석을 향해 연이어 날아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속도에 괴수가 당황했다.
차-!
먼저 날아온 창을 반쯤 막은 듯했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앙!
자전하듯 스핀이 걸린 단유성의 창이, 놈의 검을 우회해 몸을 연속해서 찍어 걸레짝을 만들었다.
푹푹푹푹!
왼쪽의 괴물이 일갈을 내지르며 독수리의 것을 수백 배 뻥튀기 시킨 것 같은 손톱을 내질렀다.
“그라라라라라!”
하지만.
쉭! 쨍! 쉭! 서컹!
그 대단한 기세에 비해 결과는 참혹했다. 검과 도끼를 상대하는 사이 중지손톱이 부러졌고, 세 번째 병기인 극에 의해 손목이 날아갔다.
그 다음?
뭐 있나.
다시 괴수들이 좌우에서 쇄도했지만.
돼지멱따는 비명만이 남았다.
휘리리릭.
단유성이 회오리처럼 몸을 회전하면서 좌측의 괴수에게 날아들었다.
괴수의 대처는 단유성에게 헬파이어를 내지르는 것이었고, 그 마나적인 대응은 이미 기(氣)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유성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단유성은 신의 그것을 아득히 초월한 자였기 때문이었다.
푹푹푹푹!
마치 찜질방에라도 들어가는 것처럼 편안하게 지옥의 불길 속으로 뛰어든 단유성의 손이 빛살처럼 움직이며,
끼아아아아아!
귀궁의 화살이 녀석의 전신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렸다.
단유성의 손속은 일말의 망설임도, 조금의 어긋남도 없었다.
쐐애애앵!
좌측의 괴수가 쓰러지던 그 순간 우측의 괴물이 발길질을 했다. 그는 앞서 단유성이 좌측 괴수를 공격할 때처럼 온몸을 팽이처럼 돌려대며 날아들었다.
직전 단유성의 공격과 같은 결과물을 기대했겠지만, 녀석은 단유성이 아니었다.
번쩍!
허공을 가르는 한 가닥의 빛줄기.
푸우우욱.
빛줄기는 문자 그대로 빛처럼 날아가 녀석의 머리에 박혔다.
놀랍게도 그의 머리통에 박힌 빛줄기의 정체는 방금 쓰러졌던 괴수의 중지손톱이었다. 어느새 그것을 격공타전(擊空打傳)의 수법을 이용한 이기어검으로 날린 것이다.
최아아아아아악. 쿵.
머리통에 검이 박힌 채 괴수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수십 마리의 특급괴수들이 시체로 널브러진 것은 정말이지 눈 깜박할 사이였다. 카카로트나 블러드 데블 유닛들은 단유성이 정확히 어떻게 괴수들을 해치웠는지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전광석화 같았다.
동번서쩍.
그야말로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그걸로 모든 상황들이 정리되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것은 그저 결과일 뿐이었다.
그것도 몇 초 전의 결과였다.
단유성의 움직임은 너무도 빨랐기에, 마치 시공간을 접으면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자연히, 시각적으로 그의 모든 걸 캐치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퍿, 콻, 뷁, 섥,…….
수십 개의 타격음과 절삭음이 압축되어 음월의 대기중에 울려 퍼졌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 수십 개를 멈춰뒀다가 동시에 2배속이나 3배속으로 돌린 것 같은 광경이 달 표면과 대기에 펼쳐졌다.
“이런이런. 제법 하는 녀석이 인간 중에도 있었구나.”
그제야 본인의 개입이 필요함을 느낀 요마간토가 음월의 대기로 득달 같이 진입했다.
그러나.
철컹.
솨솨솨솨솨솨솩!
단유성의 [창고]가 개방되며 수천수만 자루의 병기가 달의 상공을 뒤덮었다. 얼마나 많은지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못했다.
요마간토와 블러드 데블 유닛들의 시선이 일제히 주변을 휘익 훑었다.
“스피릿 소드…….”
스피릿 소드.
무림식으로 표현하면 이기어검.
사실은 단순히 염력이나 허공섭물로 병기 한두 자루를 띄우는 것만 해도 말도 못하게 어렵다.
그런데.
수천인지 수만인지 모를 병기들이 제각각 시퍼런 강기를 머금은 채 굶주린 늑대떼처럼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마신 요마간토가 움직였다.
다음 순간!
단유성의 혼원벽력단이 우주를 향해 휘몰아치며 우주의 기운을 흡수한 전륜이기어병(轉輪以氣御兵)이 시전되었다.
콰르르르! 쾅! 콰과과광!
무의 숲(武林).
수만 자루의 병기가 그야말로 무림 그 자체가 되어 음월의 상공을 가르며 난무(亂舞)했다.
번쩍!
번쩍!
번쩍!
푸른 빛을 띠는 병기의 삭풍이 번쩍이는 곳마다, 괴수들 육편이 바스러지고 으깨져 나갔다.
콰콰콰콰-!
달표면 곳곳을 강타하는 쇳소리.
미약한 대기에도 불구하고 온 음월에 퍼져나가는 혈향.
굶주린 황충(蝗蟲) 떼가 논밭을 습격하듯, 병기들이 괴수들의 목숨을 수거해나갔다.
스라라랑! 콰광! 서걱! 콰가각!
병기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단유성의 적이라 인식되는 모든 것을 깡그리 멸절시켰다.
괴수도, 마도공학으로 창조된 마갑(魔鉀)도, 마신이 펼친 앱솔루트 배리어도, 괴수들이 펼친 마법진도, 심지어 녀석들이 내뿜은 숨결까지.
음월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휘이이이이잉.
먼지가 가라앉자 주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괴수들도, 그 아래 그들을 떠받치고 있던 암반까지도.
모조리 사라져있었다.
어디까지?
달 절반이 파편화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후두두두둑…….
괴수들의 육편이 그 속에 차곡차곡 섞여 우주 쓰레기로 거듭났다.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멀쩡히 서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마신 요마간토.
“새……로운…… 학살……자의 등장인……가.”
단유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벌레 많이 쳐죽인다고 학살자가 되지는 않지, 이 해충 새끼야.”
그러곤.
자신들의 수하들과 마찬가지로 우주 쓰레기로 화해 사라지는 마신 요마간토.
“…….”
카카로트는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얼이 빠져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단유성은 앞으로 걸어갔다.
“십이성웅이랬나?”
카카로트를 스치며.
“집에 가 있어. 뒷정리는 내가 마저 하고 갈 테니.”
단유성은 주머니에 손을 쑥 찔러넣고는 저 멀리 일렁이는 이세계 균열, GFG를 바라보았다.
● ● ●
“저자는……신인가?”
아니, 어쩌면 악마일지도…….
중얼거리는 카카로트의 음성만이 달 주변에 나직이 내리깔렸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했다.
만약 저자가 실패한다면…….
인류는 실패할 거라고.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기억해냈다.
아까 아나베 총리로부터 메시지와 함께 온 사진.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저 사람이었다.
“미친 인간.”
뭐?
당장 한국에 가서 저자를 처치하라?
괜히 저자와 대립한다면…….
‘일본이 지워진다.’
그건 안 봐도 뻔하다.
명약관화가 따로 있는 표현이 아니다.
원자력융합로 속으로 핵폭탄을 껴안고 들어가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러기 전에 얼른 일본으로 돌아가야겠다.
총리가 헛짓거리를 더 벌이기 전에.
그때.
삐비빅, 삐비빅.
아나베 총리로부터 온 비상호출이 또 한 번 카카로트의 허리 위에서 울어댄다.
불길하다.
총리라는 새끼라서 더 불안하다.
카카로트는 얼른 스마트폰을 보았다.
“……!”
불에 타 무너지고 있는 도쿄 시내의 전경이,
― 조속히 귀환하라.
,라는 메시지와 함께 액정을 잠식하고 있었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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