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1
나 혼자 무한 보급! 101화
예진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은 그 리 정의감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경찰의 길을 선택한 것도 다른 사 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무원이라서, 안정적이라서. 단지 그것뿐.
직업이 경찰이지, 그 마음가짐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이었다.
필요하다면 못된 마음도 먹을 수 있고, 가끔은 일탈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
영웅적인 행동이라는 걸 의식한 적 도 없고, 단지 직업윤리에만 충실해 왔을 뿐.
“해명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무엇? 이걸 보고도 말인가?”
하지만 그런 자신 또한, 언제부터 인가 변해가고 있었다.
상처 입고 골골대는 플레이어 수십 명이 누워 있는 마을.
뒷짐을 진 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진이 날 선 질문에 눈을 부릅떴다.
“왜 이들을 돕는 것이지?”
두터운 마도기갑을 걸친 채 오만하 게 가슴을 펴고 있는 남자.
이름은 카르반 클라방스.
미하일 황자 측에 속한 마도기사 중한명.
“이들이 누군 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리고 요 며칠간, 사사건건 자신 을 물고 늘어지던 기사였다.
오만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 시선을 노려보길 잠시.
이윽고 한숨을 뱉은 예진이 입을 열었다.
“다친 동포들을 거두어 밥을 먹이 고 부상을 치료해 주고 있을 뿐입니 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자기가 뭘 하는지 정말 모르는 건 가? 이들 중 태반은 이미 황녀 측 에 가담한 자들이다. 우리의 적이 지.”
“제국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정 말 편을 갈라 싸우라는 말입니까?”
“이년이••••••!”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 이들은 제 동포들입니다. 동포애를 발휘하 여 지치고 다친 이들을 긍휼히 여기 는 것이 죄라면, 하늘 아래 죄가 아 닌 것이 있습니까?”
이 문제를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 작한 지 벌써 일주일.
이젠 일일이 대답해 줄 마음조차도 들지 않았다.
눈을 부릅뜬 채, 해볼 테면 해보라 고 쏘아붙이는 예진.
그 당당한 태도에 얼굴을 붉힌 카 르반이 허리에 찬 칼을 잡기 직전.
“뭘, 그런 사소한 일 가지고 피를 보려 하느냐?”
“저, 전하……!” 금발을 반짝이는 귀공자가 부상자 들을 헤치며 나타났다.
그의 뒤를 줄줄이 따르는 은빛 갑 옷의 근위기사들.
깜짝 놀란 카르반을 이어 예진 또 한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마도기사의 검은 가치 있는 적 앞 에서만 그 빛을 보여야 하는 법. 그 대는 좀 자제하는 법을 익혀야 마땅 할 것이다. 클라방스 경.”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전하!”
“그대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의롭 고 영광된 전장뿐이다. 내 검은 그 대의 목을 취할 권리가 없으니, 부 끄러움을 느낀다면 전장에서 그것을 증명하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저 황태자는 이 판국에서까지 일장 연설인가.
이쯤 되니 연극하는 것 같아 차라 리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미지근한 눈으로 미하일을 바라보던 중, 그가 예진과 눈을 맞 췄다.
“그대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정의 롭군! 하긴 동포들의 환난을 그냥 두고 넘어갈 수는 없겠지. 나 또한 제국의 백성들이 곤란에 처해 있다 면 내 살을 떼어서라도 그들을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전하.”
“내 어리석고 무지막지한 누님은 그대와 내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점이지.”
이 판국에도 아나스타샤 흉보는 걸 잊지 않는 미하일.
철없이 낄낄 터지던 그의 웃음이 순간 뚝 끊어졌다.
“아무튼, 걱정할 거 없다. 나는 그 대의 행동을 탓할 마음이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행하라.”
“전하! 하지만 지금 저자는……?!”
“황녀를 따르는 토인들이 이 마을 안에 가득 있습니다. 이들을 돕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적행위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겨우 수십 명 먹이고 재워준 거로 이적을 운운할 정도였다면 애초에 그 여자에게 이기지 못할 것이니 라.”
단호한 미하일의 대답에 주변에 침 묵이 내려앉았다.
눈알만 굴려대는 마도기사들을 한 번 쓸어본 후, 미하일이 다시금 친 절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그러하다. 자네가 하고 싶 은 대로 하거라.”
“감사합니다. 전하.”
“물론 우리 쪽에 물자를 보급함에 지장이 없다는 전제이니라. 뭐, 현명 한 그대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 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서 미하일이 예진 앞으로 빠르 게 다가왔다.
반응도 못 한 채 눈을 휘둥그레 치뜨는 예진.
그녀와 이마를 맞댈 듯 가까이 다 가온 미하일이 작게 속삭였다.
“앞으로도 계속 내 호의에 기대기 만 하려 하면 곤란하다.”
“내가 그대를 마음에 들어 할 때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라노라. 물론 나는 그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을 넘었다 간……
웃음 뒤에 가려진 시선에 칼이 숨 겨져 있었다.
날카로운 살기로 번들거리는 미하 일의 눈동자 속 칼날.
위압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예진이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 하겠습니다. 전하.”
“그래. 응당 그리해야지.”
그제야 비로소 흡족한 미소를 돌려 준 미하일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자, 돌아가자! 이 땅의 일은 그녀 가 알아서 할 것이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쏟아 지는 빛줄기.
미하일과 그의 뒤를 따라온 마도기 사들이 빛에 휩싸여 사라지고.
그제야 비로소 눈치만 살피던 일행 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이야. 저 새끼 저거 누님 볼 때마 다 자꾸 껄떡대네.”
“꼴에 남자라고 보는 눈은 있어 가 지고선. 그보다 저 녀석 뭐라고 하 던?”
“예진! 얼굴 왜 그래요? 뭐라 했어 요? 조금 전부터 표정이 안 좋은 데.”
주변에 몰려와서 제각기 자신의 안 부를 물어보는 동료들.
하지만 이제 옆에서 떠들어대는 소 리 따윈 알 바 아니다.
떨리는 주먹을 슬쩍 주머니 속으로 숨긴 예진이 중얼거렸다.
‘……나로서는 무리야.’ 나는 어디까지나 가짜일 뿐이다.
약간의 동정심을 발휘할 수는 있었 지만, 그것도 잠시.
그 동정이 시시각각 나의 발목을 얽매오고 있다.
‘무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냉정하게 내칠 수는 없지 않은가.
미친 세상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누군가는 이들을 감당해야 하지 않 겠는가?
그렇다면, 누가?
“……민수 씨.”
“예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는 예진.
하지만 머리 한구석에 떠오른 그의 얼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 * *
밥도 한 끼 먹이고, 부상도 치료해 주고.
내친김에 대장간에서 쓸 만한 무기 도 꺼내 들려주었다.
이 정도면 나름 베풀 수 있는 만 큼 베풀어준 셈.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머뭇대던 주 성이 꺼낸 얘기에 좌중의 눈이 휘둥 그레 뜨였다.
“거둬주십시오.”
“……네?”
“거점을 잃었고 마땅히 갈 데도 없 습니다. 다들 만신창이인지라 멀리 움직일 수도 없고요. 선생님들 아니 었다면 저흰 어젯밤에 꼼짝없이 비 호 밥이 되었을 겁니다.” 아직도 숙취가 남은 얼굴로 주성이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의 지나친 과례 에 민수 또한 절로 얼굴이 굳어졌 다.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집 지키는 개 노릇을 하라 해도 할 테니 거두어주 십시오!”
“아니, 사장님. 알았으니까 일단 좀 일어나시고……
“혹시 제가 마음에 안 차신다면 저 기 젊은 애들이라도 거두어주십시 오! 저야 나이 먹어서 힘도 제대로 못 쓰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저 기 애들은…… 우리 애들은……!”
결국, 감정이 북받친 것인지 말까 지 더듬기 시작했다.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기세로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는 주성.
일단 상대를 붙잡고 말할 타이밍은 지난 게 분명하다.
고개를 젓는 사이 옆에 있던 태준 이 입을 열었다.
“……민수야. 어떡할 거야?”
“글쎄요. 일단 사정 딱한 건 알겠 는데……
13일 동안 별별 사람들이 여기를 들렀지만, 마을에 남겠다고 자청하 며 나선 사람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에 거점이 파괴됐다는 플레이 어들을 오늘 처음 본다.
혀를 차는 민수 옆에서 잠시 고민 하던 태준이 얼른 표정을 굳혔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 않겠냐? 거두는 건 쉽지만 그다음이 문제 야.”
“야, 한태준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 지, 힘들다는 사람들한테……
“생각해 보세요. 환일 아저씨. 물자 야 민수 있으니까 문제없다고 해도 그다음이 문제에요. 마을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잖아요.”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면 저도 얼마든지 찬성할 거예요, 하지만 앞 으로는요? 이렇게 오는 사람들 다 거둬들이면 그 사람들을 어떻게 통 제하게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머릿수에 한 계가 있는 법.
오는 사람들을 무작정 다 받아주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렇게 크고 탐스러운 거점이 라면 더욱 그러하다.
거점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하는 놈 들이 없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고?
“받아들이는 건 들인다 쳐도, 선은 확실히 그어야 하……
“까짓거. 받아들이죠.”
“••••••뭐?”
민수의 시원한 대답에 놀란 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내 말도 안 끝났는데 그냥 받아들인다고?
지금 생각은 해보고 대답하는 거 맞나?
“아직은 여유 있는 거잖아요? 열 명도 안 되는 인원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요. 안 그래도 일손 부족하 기도 했고.”
“……민수야. 지금 생각해 보고 결 정한 거니?”
“아뇨. 안 했는데요?”
너무 시원한 대답에 오히려 태준의 얼이 빠졌다.
할 말을 잃고 눈만 깜빡거리는 그 앞에서 민수가 말을 이었다.
“뭐, 걱정하시는 건 알겠는데…… 글쎄요. 우리 인원들 생각해 보면 힘으로 어쩐다는 것 자체가 이젠 무 리겠지 싶은데요. 전 둘째 치고 은 비에 환일 아저씨에, 태준이 형도 있고.”
“그렇게 평가해 준다면야 나야 고 맙긴 하다만……
“그리고 뭐 선 긋니 어쩌니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잖아요? 살려달라는 사람들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이젠 우리한테도 여유가 생 겼으니까요.”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 다.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도와주는 쪽 에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아마 상당히 고민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도와줘도 될까. 도와 줬다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을 두려워할 타이밍은 지난 지 오래다.
“이 ‘게임’이 허락하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은비도, 환일 아저씨도, 그리고 태준이 형 도.”
“무서워할 게 뭐 있어요? 우린 강 하고, 또 많아요.”
만에 하나 일어날지 모를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 잘못된다 해도, 우리 힘으 로 충분히 그것들에 맞설 수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그게 이 ‘게임’의 유일한 법칙이에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게임’의 유일한 미덕.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디메리트 를 겁내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으로 거기에 맞서 최선의 답을 찾아내는 것.
“정리하자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 가지고 벌써 쫄아 있기엔 우리가 너 무 거물이 됐다, 그겁니다.”
“마침 지금은 좀 몸집을 키워야 하 는 타이밍이에요. 여기저기 사람 필 요한 일도 많을 테니까요. 마침 배 사장님이 남양주시 랭커라고 하시니 까 전투력 걱정은……
“전부터 생각한 건데 말이야.”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 은 태준이 말했다.
“넌 뭐냐…… 좀 마음가짐이 다른 것 같아. 내가 본 다른 플레이어들 이랑은 다르게.”
“그래요?”
“뭔가 좀 여유로워 보이고, 자신만 만해 보이고, 당황하지 않고.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태도를 가지는 사람을 부르는 단어가 있었다.
저런 특줄난 태도로 현실을 대하는 호칭이.
스스로의 주관과 확신으로 눈앞의 난관에 맞서는.
남다른 생각과 신념으로 전진해나 가는 그런 사람은.
“굳이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대중 짐작 이 가는데.”
하지만 태준이 입을 열기 직전, 민 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깜짝 놀란 태준의 얼굴을 흘기며 민수가 가볍게 웃었다.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저도 그냥 사람이에요. 다를 거 하나 없는.”
별로 믿어지진 않는 변명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주성 일행이 민수 일행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이걸로 총원 19명.
심지어 늘어난 건 단순히 머릿수뿐 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러니까 5명 중 4명이 랭 커라고?”
“그냥 조 짜다 보니까 그렇게 됐는 데요.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근데 솔직히 랭커가 문제가 아닐 걸? 민수 오빠 얼마나 센지 알아 요?”
“하긴 총은 둘째 치고 저 로봇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네.”
광명시 플레이어 5인 중 4인.
김민수, 서은비, 이환일, 박영은이 랭커.
“그보다 태준이 형 네에도 랭커가 세 명이었다고요?”
“어. 나랑 수아랑 저기 나영이 아 주머니도.”
“내가 한 게 뭐 있어? 전부 우리 오빠가 한 거야. 난 옆에서 주워 먹 기만 했고.”
“에휴, 별수 있겠어요? 우리 서방 이란 양반이 도통 시원찮아서 그냥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하다 보니까……
“재영이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민수가 오해하겠다!”
금천구 플레이어 5인 중 3인.
한태준, 이수아, 김나영이 랭커.
“아무튼, 환영합니다. 배 사장님. 앞으로 잘 해보죠.”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말씀 드렸는•지 모르는데 얘가 저희 쪽의 또 다른 랭커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감주희입니다!”
“랭커가 한 명 더……
“애가 창을 기가 막히게 씁니다.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양주 플레이어 9인 중 2 인.
배주성과 감주희가 랭커.
이렇게 총원 19명 중 9명이 랭커.
랭커들만 모아도 두 개 조가 나오 는 극단적 소수정예 파티가 완성되 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소수도 아니잖 아?’ 서울과 경기도 전역의 플레이어들 이 전부 섞여 있는 판국.
20명 가까이 모아다가 우르르 몰 려다니는 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즉 잠시나마, 양으로도 질로도 압 도하는 파티가 되었다는 뜻.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만하면 일이 아주 잘 풀린 편이었다.
“물론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이쪽에 달렸겠지만.”
보관함에 넣어둔 손목시계를 들여 다본 민수가 작게 한숨을 뱉었다.
현재 시각, 밤 11시 45분.
새로 합류한 주성 일행을 환영하는 축하연도 끝나고.
지금은 다들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한껏 곪아 떨어져 있다.
‘슬슬 시작해 볼까?’
보관함에 넣어놨던 총기와 장비를 전부 꺼내 하나씩 점검했다.
에테르 권총이 두 정. 일반 모듈형 권총도 두 정.
샷건 두 정에 소총 한 정.
에테르 단검은 소총에 결합해 놓은 상태.
혼 블래스터에는 6발 전부 작열탄 을 장전.
투명화 물약과 천사의 눈물.
팔뚝에 새겨진 섬광의 문양 문신.
‘이쯤 되면 슬슬 수류탄 같은 것도 나올 법한데……
뭐,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 지.
화력이라면 이 정도로도 이미 충분 하고.
폭발물 빼면 개인이 활용 가능한 화력의 극한이다.
초인지 종합 전투술에 총기까지 종 류별로 다 챙겨놨으니.
이 정도면 어디 가서 화력으로 밀 릴 일은 없다.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거 지?”
그렇게 점검한 모든 장비를 도로 보관함에 넣은 후.
벽에 걸려 있던 코트를 집어 든 민수가 입을 열었다.
“혼자서 쇳덩이 만지작거리는 게 무슨 좋은 구경이라고.”
“……생각보단 재미있더군요.”
짧은 대답과 함께 찰칵 열리는 창문.
뒤이어 온몸을 흑의로 감싼 여자가 방 안으로 훌쩍 뛰어들었다.
“입 벌린 채 하염없이 구경했습니 다. 철포를 종류별로 가지고 계신 거로 모자라, 그걸 전부 손바닥 안 으로 흡수해서 보관하고 계시다니.”
“손바닥은 아니지만…… 뭐, 됐어. 아무튼, 여기 온 걸 보니 갈피는 잡 힌 모양인데?”
“그렇습니다. 시간이 다소 걸렸지 만, 어렵사리 맹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정중하게 고개 숙인 흑의인, 당사 련이 답했다.
“물론 만장일치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죠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나랑 할 거야? 아니면 말 거야?”
“……대협. 잠시 절 따라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거기서 갑자기 당사련이 목소리를 낮췄다.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민수.
그런 그 앞에서 슬쩍 눈치를 살핀 그녀가 말했다.
“모시기에 앞서 먼저 대협을 뵙고 싶다는 분이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