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8
나 혼자 무한 보급! 108화
그리고 잠시 후.
예진의 대략적인 작전 설명을 들은 민수가 기함하며 벌떡 일어났다.
“미쳤어요?!”
“……그 말할 줄 알았어요.”
“아니,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옵니까?!”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민수가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자길 이용해 달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지 만.
정말 미쳐도 제대로 미친 작전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심지어 그 당사자가 직접 짠 계획 이라는 점이 더더욱.
“애초에 하나도 해결이 안 되잖아 요. 아니, 오히려 더 악화만 시키지! 이 판국에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 어들겠다는 거랑 뭐가 달라요?!”
“예진 씨. 이건 정말 아니에요. 다 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다른 사람들 의견도 수렴해 가면서요. 여기 머리 가 몇 개인데 다 같이 맞대고 고민 하면 뭐라도 아이디어가……
“어쩔 수 없어요.”
단호하게 대답하며 예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보급관의 존재는 노출됐고, 황족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보 급관을 배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그 둘 중 한쪽도 정면으로 감당할 수 없고요. 우리가 노려볼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다.
저 거인의 갑옷을 뚫을 수 없다면.
그 틈을 파고드는 한 마리 개미가 되어야 한다.
“지금 수단이나 방법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해야죠.”
“……그게 자기 목숨이라고 해도 요?”
“어차피 제가 자청한 거예요. 민수 씨가 부담가질 필요도 없고, 그래서 도 안 돼요.”
나는 한낱 전사다.
이 ‘게임’에 계급이 있다면 아마 최하위쯤 될까.
반면 그는 이 ‘게임’의 유일무이한 보급관.
생존을 넘어 이 ‘게임’의 룰을 직 접 공격할 수 있는 존재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말할 필 요조차도 없다.
“편하게 마음먹어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예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고, 민수 씨는 저보다 더 큰 일을 위해 노력 하면 되는 거죠.”
“……예진 씨.”
“물론 그래 봤자 뭐 대단한 발버둥 은 못 될지도 몰라요. 전 민수 씨나 은비랑은 달라서요. 희귀 스킬도, 강 력한 장비도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무력하게 앉아서 당해줄 생각은 없다.
각오하듯 한숨을 뱉은 예진의 눈이 순간 무섭게 번뜩였다.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직업이 전사에요. 아무리 죽어 나가도 어디 선가 계속 보충되죠. 이 ‘게임’에서 가장 소모품에 가까운 존재예요.”
“그런 말하지 마요. 예진 씨는 우 리의……
“동료라고 해도 역할은 있어요. 제 가 민수 씨나 은비보다 훨씬 더 중 요한가요?”
“그런 거예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죠. 전 소모품이에요. 민수 씨가 쏴대는 탄환이랑 다를 게 없어요. 소모되고, 죽어 나가고, 어디선가 계 속 충원되죠.”
하지만 그 총알 한 발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세계대전의 신호탄을 울린 사라예 보의 총성처럼.
“전 한낱 소모품으로 죽고 싶지 않
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싶어요. 적어도…… 아무도 모 르는 곳에서 무력하게 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게 대답하는 예진의 눈은 둔탁 한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어떤 의미인지 짐 작도 가지 않는 색이다.
스스로를 소모품이라고 지칭하는 그녀.
그럼에도 발버둥치리라고 결심한 그녀.
그녀는 지금 무슨 심정으로 이 자 리에 서 있는 것일까.
“……민수 씨.”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쯤 일그러진 민수의 얼굴 앞에 우뚝 선 채.
잠시 그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 던 예진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혹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나요?”
“파출소 때요?”
“네. 그때요.”
예진이 살포시 미소 지었다.
“피범벅이 된 파출소에서 민수 씨 가 망설이고 있었을 때, 제가 마지 막으로 철퇴를 휘둘렀죠.”
“그랬죠.”
“그때와는 사정도 입장도 달라졌지 만, 서로 역할은 비슷하다고 생각해 요.”
큰 일은 그가 하고.
그가 차마 못하는 일은 내가 하면 된다.
그가 이 ‘게임’의 전면에서 활약할’ 때.
나는 그 그림자에서 내 역할을 찾 아 움직이면 된다.
“당신이 하기 힘든 일, 해선 안 되 는 일, 어려워하는 일, 손대기 힘들 어지는 일.”
“그건 전부 제가 감당할게요.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일은 전부 제 몫 이에요. 민수 씨는 그저 싸우고, 승 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주세 요.”
비록 그게 별로 멋있지는 못한 일 이더라도.
어렵고, 추하고, 때로는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이라도.
그래도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의 도 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게임’의 소모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와 함께 이 ‘게임’을 헤쳐 나가 는 당당한 동료가 될 것이다.
“결국, 전부 제 자기만족으로 시작 된 일이에요. 민수 씨가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요.”
“……정말 괜찮겠어요?”
“오히려 민수 씨가 절 억지로 뜯어 말리면 더 실망할 것 같아요.”
그렇게 대답하는 예진의 얼굴에는 상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자기 목숨을 칩으로 거는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닥칠 수도 있는 파멸 자체를 상상 하지 못하는 표정.
이 ‘게임’이 망가뜨린 건 그녀의 표정뿐만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하긴 원래 이 ‘게임’은 살짝 돌아야 살 길이 보이긴 했지.”
“그건 우리 뿐만이 아닐 걸요. 아 마 지금 살아남은 모두가 크던 작 던…… “뭐, 그것도 그렇겠네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은 민수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걸터앉은 민수. 그 앞에 선 예진.
하얗게 질린 채 어색하게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길 잠시.
이윽고 무거운 목소리로 민수가 입 을 열었다.
“……할 때 하더라도 살길은 찾아 놓고 하죠.”
시나리오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예진과 머리를 맞댄 새로운 작전은 꼭두새벽에 일행들에게 전파되었다.
저 멀리서 해가 말갛게 떠오르는 아침.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한 민수가 도열해 있는 일행들을 바라봤다.
“다들 준비 끝나셨습니까?”
“네!”
“좋아요. 갑시다.”
흥겨웠던 전날 밤의 분위기와는 달 리.
아침을 맞은 일행들 사이에선 침울 함이 맴돌았다.
민수와 예진이 짠 새 작전을 전해 들은 탓이었다.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채찍질하며 비척비척 걷길 잠시.
문제의 바위틈 앞에 도착한 민수가 먼저 그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통로 좁습니다. 다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앞장서는 민수를 시작으로 환일과 주성이 앞장서고.
후미에는 수찬과 태준이 만에 하나 모를 경계조로 붙었다.
24명이나 되니 내려가는 것도 일 이었다.
넘어질 뻔한 일행들을 붙잡아가며 통로를 내려가길 한참.
이윽고 야명주가 빛을 발하는 비상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I”
“하. 발밑에 이런 기똥찬 시설이 다 있었다니.”
감탄하는 남양주 일행들 앞에서 도 끼를 든 주성이 혀를 찼다.
아무튼 그렇게 24명 모두 무사히 통로 진입이 끝난 후.
발끝을 툭툭 턴 민수가 천천히 일 어나며 입을 열었다.
“나머지 인원들은 잠시 여기서 대 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예진 씨를 배웅해 주고 오겠습 니다. 일단 통로 안의 안전은 확인 됐지만, 혹시 모르니 입구 쪽 감시 하면서……
“예진.”
말을 자르며 나선 것은 엘레나였 다.
기다란 귀를 불안하게 쫑긋거리는 그녀가 머뭇거리며 예진 쪽을 바라 봤다.
“……정말 그 작전대로 할 건가 요?”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지금은 위 험을 감수해야죠.”
“……누님! 저 데리고 가십쇼!”
결국 한 발 떨어져서 구경하던 수 찬이 가세했다.
도끼를 거머쥔 그의 주먹이 의기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 가시 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같이 가시 죠! 우리 그래도 한 달 넘게 지지고 볶고 잘 해왔지 않습니까!”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수찬 씨.”
“아니, 누님은 이 판국에 농담이 나오세요?!”
“이런 판국이니까 농담이라도 해야 죠.”
묵묵히 구경하던 민수가 한발 뒤로 비켜섰다.
슬쩍 앞으로 나온 예진이 자신을 바라보는 일행들을 둘러봤다.
류재열, 오재욱, 장수찬, 그리고 엘 레나.
두 번째 시나리오 동안 나와 함께 악전고투를 펼쳐온 동료들.
민수만큼이나 내게는 소중하고 귀 한 인연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이 위험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 저 한 명으로 도 충분해요. 여러분이 사서 사지에 뛰어들 필요는 없어요.”
“……예진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죄송합니다. 아저씨. 하지만 고민 이라면 전날 밤에 민수 씨랑 머리 맞대고 충분히 했어요.”
재열의 간곡한 요청에도 예진의 태 도는 확고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예진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이거 외에는 방법이 없어 요. 민수 씨도 걱정이라면 많이 했 지만…… 결국 답이 이것뿐이라는 데에도 동의했고요.”
“제가 자청한 일이에요. 제 독단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 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니 이 해해 주세요.” 끼어들 여지도, 타협의 가능성도 없다.
모든 종류의 간섭을 딱 잘라버린 단호한 거절.
저렇게까지 딱 잘라 거절하니 다들 할 말이 없었다.
한결 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을 지키던 중.
결국 보다 못한 은비가 나서려 했 지만.
“됐어. 은비야.”
“ 오빠……
“너까지 말 보태면 예진 씨 맘 흔 들린다.”
조심스레 끼어든 민수가 은비를 말 렸다.
복잡한 얼굴로 예진을 바라보다 고 개 돌리는 은비.
그거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몸을 돌렸다.
“예진 씨. 준비 됐죠?”
“네.”
“그럼 갑시다.”
[통로 내 고속 이동 모드가 활성화 됩니다.] [이용자. 김민수 외 1인.]반지에서 떠오른 메시지창과 함께 빛의 길이 솟구치고.
민수와 예진을 실은 빛의 길이 빠 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미칠 듯이 불어오는 맞바람. 아찔 하기까지 한 속도감.
자세를 낮춘 채 그 바람을 맞으며 민수가 외쳤다.
“예진 씨! 우리 약속 하나 합시 다!”
“네?”
“매일 밤 거래창으로 나한테 꼬박 꼬박 보고해요! 그거라도 안 하면 내가 못 견디겠어!”
이 밑으로 기어들어가면 한동안 직 접 만날 일은 없어진다.
그 사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보고 정도는 들어야 했다.
“보고 안 하면 예진 씨 잘못된 거 로 알고 있겠습니다!”
“만약 안 하면 그땐 민수 씨, 어떡 하게요?!”
“농담이에요! 농담!” 살벌한 농담을 쥐어짜며 예진이 깔 깔 웃는 사이.
빠르게 흘러간 빛의 길이 이윽고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어제 한 번 들렀던 동굴과 연결된 출입구.
사라지는 빛의 길 밑으로 발을 디 디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현재 상부에서 다수의 생명 반응 감지. 수는 100 이상. 전부 무장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그 황자인지 뭔지 하는 놈이 예진 씨 찾고 있는 모양인데.”
“하긴 어지간히 몸 달지 않겠어요? 나라도 그러겠네.”
어깨를 으쓱한 예진이 바닥에서 흙 한 덩이를 퍼다 얼굴에 발랐다.
옷에도 문지르고, 손등에도 바르고, 내친김에 머리까지.
순식간에 상거지 꼴로 분한 그녀가 민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에 뭐 인사니 격려니 하 는 건 필요 없겠죠?”
“솔직히 이번엔 좀 하고 싶네요.”
“……뭐. 마음만 받아둘게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까.
마지막으로 건조하게 웃은 예진이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통로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 져갔다.
* * 氷
“전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이 건방진 놈 같으니!”
콰직!
노성과 함께 미하일이 내던진 지휘 봉이 기사의 미간에 박혔다.
피를 뿌리며 나자빠지는 기사를 노 려보며 미하일이 와락 얼굴을 일그 러뜨렸다.
“이유 없다. 다 필요 없어! 무조건 도예진을 찾아와라. 정 안되겠거든 시체라도 가져와!”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네놈들이 이러고도 기사야? 내 몇 번이고 말 했을 텐데? 우리 물자를 책임져주는 귀인이니 융숭하게 모시라고!”
전날 아침, 예진 일행의 거점이 습 격으로 불타올랐다.
전투 흔적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도 범인은 같은 제국군.
그리고 이 오지에서 자신들 외 제 국군이라고 해봐야 하나뿐이다.
분을 참지 못한 미하일이 이를 바 드득 갈았다.
“군의 물자를 책임져주는 귀인인 데, 마을이 싸그리 불타버리고 나서 야 뒤늦게 습격 사실을 깨달았느냐? 대체 제국 기사들의 기강이 언제 이 렇게 해이해졌단 말이냐!”
“하, 하오나 전하! 아뢰옵기 황송 하오나 놈들의 기동이 너무나도 신 출귀몰하여……
“우리 발밑까지 숨어들도록 몰랐다 면 그것 또한 죄다! 명심해라.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던 네놈들도 책임 을 면치 못할……
“황자 전하!”
그때, 외마디 외침이 길길이 날뛰 던 미하일을 덜컥 붙잡았다.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에 홱 고개 를 트는 미하일.
수풀 속에서 고개를 내민 그 얼굴 을 보자 미하일의 표정이 거짓말처 럼 확 밝아졌다.
“예, 예진!”
“하악, 하악……
입고 있던 옷은 찢어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투성이.
손등에는 온갖 잔상처가 남은 처참 한 몰골.
그야말로 거지꼴이 따로 없는 처참 한 광경이었다.
기겁하며 벌떡 일어난 미하일이 체 면불구하고 예진을 부축했다.
“사,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내 그대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 냐!” “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 다……
“아니, 아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도 그대는 제 몫을 다 한 것이니라! 거기 뭣들 하느냐! 당장 깨끗한 물 을 떠오너라!”
“예! 전하!”
미하일의 외침에 허둥지둥 흩어지 는 기사들과 병사들.
잠시 후 예진의 앞에 깨끗한 물이 담긴 양동이 하나가 놓여졌다.
체면 몰수하고 양동이를 든 예진이 냅다 머리부터 그걸 끼얹었다.
구경하던 몇몇 기사들이 불쾌하게 눈꼬리를 찡그리는 가운데.
물이 뚝뚝 흐르는 머리를 짜내며 예진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먼 곳까지 친히 왕래하게 해드 려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 그런 건 됐다! 일단 저기 막사 안으로 들자꾸나. 다친 데가 있다면 치료부터……
“전하. 송구하지만 지금 제 몸 돌 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푹 젖은 몰골로 예진이 재빨리 무 릎을 꿇었다.
여태껏 한 번도, 심지어는 자신 앞 에서도 무릎을 꿇은 적 없던 예진이 다.
심상치 않은 예감에 절로 미하일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느냐? 무슨 중요한 일 이라도 있느냐?”
“전하. 아마도 아시겠지만 지금 저 희 마을에서 살아남은 건 저밖에 없 습니다.”
“그런 것 같더구나. 유감스러운 일 이야.”
“예상하시고 계셨겠지만 상대는 그 말로만 듣던 황녀의 병력이었습니 다. 저 또한 가까스로 몸을 빼내 땅 을 파고 숨어서 살아남았습니다.”
“그 망할 년……
결국 내 사람에 손을 댔다 그 말 이지.
분노로 주먹을 꽉 쥔 미하일이 재 차 물었다.
“그래서? 할 말은 그것뿐이더냐?”
“물론 아닙니다. 숨어 있던 사이 운이 좋아 지나가던 황녀 측 병사 한 명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붙잡았다고?”
“물론 뒤를 밟히는 게 두려워 얼른 죽여서 치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그를 붙잡아다 심문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쉴 새 없이 말을 잇는 와중에도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한 치라도 이 거짓말이 어긋나면 나는 죽는다.
그리고 세상에 완벽한 거짓말은 존 재할 수 없는 법.
어설픈 거짓말로 상대를 납득시키 려면, 일단 이 거짓말에 몰입해야 한다.
“제가 들은 게 맞다면 틀림없습니 다.”
그래, 거짓말이다. 자신에게 거짓말 을 해라.
누군가를 거짓말로 속이고 싶다면.
일단 자기 자신부터 그 거짓말로 속여야 한다.
“황녀 측에게도…… 저와 같은 자 가 있습니다.”
“물자를 무한으로 보급해 주는 능 력자 말입니다.”
그렇게 필사의 거짓말이 시작되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