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42
‘그래서 먼저 시범을 보였구나.’
설명이 이어졌다.
“수를 전개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피릿 존은 강화됩니다. 즉 마법의 발동 확률, 위력, 정밀도 등 모든 부분이 상승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명심할 것은, 수열식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피릿 존은 오직 정엄한 정신 수양을 통해서만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기술적인 강화에 너무 치우치지는 마세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직접 수열식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에텔라는 교육에 필요한 직경 10미터 정도의 스피릿 존을 펼쳤다.
“지금부터 수열식을 행합니다. 현재 보이는 스피릿 존을 오직 수열식만으로 강화시켜 보겠습니다. 언령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 전개는 10승 단위로 끊어서 알려 드리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합니다. 1.”
에텔라가 숫자를 내뱉자마자 스피릿 존이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다.
“100.”
“100? 방금 100이라고 하셨어?”
언령과 마찬가지로 수열식이 효과를 보려면 숫자 하나하나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1초 만에 100을 셌다는 것은 수의 전개 속도가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400.”
학생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는지 특정 구간을 지나는 시간이 더욱 짧아지고 있었다.
“1,100. 1,700. 2,400.”
시로네는 놀람을 넘어 경이로웠다.
‘말도 안 돼.’
인간이 저렇게 빨리 수를 셀 수 있다고?
아무리 길어도 10초가 되지 않은 시간에 1을 2,400번이나 더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스피릿 존의 크기는 직경 40미터의 구체로 부풀어 있었다.
오직 수열식을 이용한 강화였다.
수가 1만을 찍은 시점에서 수열식을 멈추자 스피릿 존이 다시 줄어들었다.
“후우.”
한 호흡에 1만을 세는 집중력이야말로 그녀가 카르시스 수도회의 최연소 비숍이라는 증거였다.
‘정말 대단하다. 얼마나 정신을 단련해야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거지?’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에텔라의 외모조차 능력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느낌이었다.
“잘 보셨나요? 수열식을 얼마나 빠르게 행하느냐에 따라 강화의 폭은 커집니다. 어디까지나 기술이기 때문에 스피릿 존 자체의 수행이 부족하면 큰 효율을 얻을 수 없지만, 여러분이라면 상황에 따라 충분히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로네는 유레카를 외쳤다.
‘저거다!’
방어형에 특화되어 있는 그가 액티브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수열식으로 스피릿 존을 강화시키는 거야.’
에텔라가 조언했다.
“수열식의 기본은 1에서 1천을 기준으로 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1천을 기점으로 하고 도달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치중하세요.”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클래스별로 흩어져 수열식에 몰두했다.
시로네도 오늘은 홀로 자리를 잡았다.
‘간다.’
1부터 1천까지 수열식을 전개한 시로네는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48초 걸렸네.’
처음치고 괜찮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1천까지 완주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열식을 처음 수행하는 자들은 중간에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단 세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구나. 그럼 수열을 더 늘려 볼까? 아니야, 우선은 도달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집중하라고 하셨잖아.’
에텔라의 성품으로 봤을 때 조금 전의 시연은 딱 수업에 필요한 만큼이었을 것이다.
‘1만을 찍은 건 예시일 뿐,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도 있다는 얘기야. 단순히 수를 세는 것만으로 가능한 걸까?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거라면…….’
그 순간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면서 경험했던 시간의 분절 효과와 같은 맥락이었다.
‘통찰. 나뭇잎의 개수를 음미하듯, 숫자는 셀 수도 있지만 느낄 수도 있다. 개개의 숫자를 단위별로 묶어 한번에 처리하는 거야.’
시로네는 몰랐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보 마법의 기본 원리인 모듈화 개념이었다.
시로네는 즉각 실험에 돌입했다.
모듈의 단위를 10으로 정해 두고, 그 숫자에 담긴 10개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
‘10. 20. 30…….’
숫자와 숫자 사이의 공백을 통찰로 음미하며 나아가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1천!’
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도착한 시로네는 스피릿 존을 공격형으로 변화시켰다.
‘광자 출력!’
강한 사출감이 느껴지고, 한 줄기 섬광이 숲을 향해 쭉 하고 뻗어 나갔다.
“우와! 저게 뭐야?”
엄밀히 말해 빛의 구체를 쏜 것이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선이 그어진 것으로 보였다.
시로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해냈어!’
동급생들이 저마다 의견을 냈다.
“광자 출력이네. 타기팅 시험 준비인가?”
“하지만 왜 굳이? 딱히 쓸모없는 마법 아니야? 정보 마법이라면 모를까.”
“상관없지. 이미지 존의 타깃은 어떤 마법이든 발동하니까. 회복 마법으로도 제거된다고. 게다가 시험에는 유리할 수도 있어. 저거 솔직히, 엄청 빠르잖아?”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타깃을 맞히기에는 제격이었다.
리미트리스(4)
소란이 일자 에텔라가 고개를 돌렸다.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로네의 손에서 연거푸 섬광이 쏘아지고 있었다.
‘액티브 마법.’
스피릿 존의 강화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에텔라가 다가갔다.
“시로네, 잘 준비했구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제 막 성공한 거예요.”
“수열식이 성과가 있었나 보네. 다시 한번 해 볼래? 선생님이 봐줄 테니까.”
“네. 그럼.”
시로네가 광자 출력을 시전하자 에텔라는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단순한 수열식이 아니다.
‘기본기로 강화할 수 있는 수치를 넘었어. 정보 계열의 모듈화를 접목시킨 건가?’
알고 했든 스스로 찾아냈든, 시로네의 통찰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제안을 했다.
“시로네, 타깃을 맞히는 건 아직 해 본 적 없지? 이미지 존으로 들어가 볼래?”
“네.”
시로네가 장치로 향하자 학생들이 잠시 훈련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광자 출력이 얼마나 효과를 낼까?”
“글쎄. 탄속이 가장 빠른 마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정확도는 마법사의 재량이니.”
안전장치를 확인한 에텔라가 말했다.
“시작하세요.”
고개를 끄덕인 시로네가 손가락을 튀기자 타깃이 솟구쳐 빠르게 비행했다.
공격형 스피릿 존의 가시가 전방위로 뻗어 나가고, 그중의 하나가 타깃을 잡았다.
‘광자 출력.’
지체하지 않고 마법을 시전하자 섬광이 튀어 나가 타깃을 재로 만들었다.
“우와.”
학생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실전에서 충격을 줄 수는 없겠지만 빛의 화려한 이펙트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괜찮은데?’
시로네가 연달아 섬광을 쏘자 타깃이 나오는 족족 재로 변해 흩어졌다.
거리에 따른 시간 차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확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됐어! 이거라면 할 수 있다!’
수열식은 어느새 1,500을 넘어서고 있었고, 전광판의 카운트는 계속 올라갔다.
현재 제거한 타깃은 172개.
그럼에도 시간은 20초 이상이 남았으니 200점까지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모듈화를 이용하고 있구나.’
에텔라는 비로소 확신했다.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깨달음을 얻은 효과가 이번 시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시로네의 성향상 기술보다는 정신 수양을 통해 스피릿 존을 강화하는 게 좋다고 보았다.
‘의외로 호전적인 측면도 있어.’
이기고 싶다는 욕망이 그의 사고를 더 강한 쪽으로 촉진시키는 듯했다.
1분이 지나고, 타기팅 프로그램이 끝나자 시로네는 숨을 몰아쉬며 내려왔다.
시선이 모인 전광판에는 최종 합계 342점이라는 수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1분 동안 342개. 그런데 어떻게 한 번도 안 빗나가지? 나도 차라리 광자 출력으로 바꿀까?”
“저게 쉬워 보이냐? 순간 이동을 마스터한 시로네니까 저 정도로 구사하는 거야.”
한편 학생들과 떨어진 곳에서 네이드와 이루키도 나란히 앉아 의견을 냈다.
“역시 시로네야. 방어형 특화인데 공격형도 엄청 잘하네. 어쩌면 이번 실기 평가를 계기로 선두 그룹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겠어.”
이루키는 부정적이었다.
“난 모르겠는데. 342점이 대단하진 않잖아.”
“그래도 처음치고는 굉장한 점수지. 어제까지 광자 출력도 못했잖아.”
“횟수는 중요하지 않아.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은 따로 있는 거야. 그런 부분을 대단하다고 해야지.”
네이드가 놀랐다.
“어라, 웬일이야? 네가 시로네를 칭찬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어쨌든 좋은 실험이 되겠어. 이번 실기 평가에서 누가 더 위인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어쩌려고?”
이루키는 대답 대신 이미지 존으로 향했다.
“에텔라 선생님, 저도 하고 싶은데요.”
“이루키, 네가?”
에텔라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저번의 일도 그렇고, 함부로 시연을 시켰다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성격이었다.
“가볍게 몸만 풀고 내려올게요. 어차피 안전장치도 가동되고 있잖아요.”
에텔라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시험 준비 기간인 데다가 열의를 보이는 학생에게 제약을 거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좋아, 올라가 봐. 대신 사고 치면 안 된다.”
“맡겨 두세요.”
이루키의 등장에 학생들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었고, 시로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궁금했다.
‘서번트 신드롬이 수열식에도 효과가 있을까?’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수를 빠르게 세는 건 다른 문제였다.
과연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모두 같은 의문을 품고 있는 가운데 이루키가 사방식의 이탈형을 시행했다.
“어라? 저 녀석 이번에도 이탈형인가?”
사방식 중에서 가장 작고 가장 기민하지만, 그만큼 공감각에 의지할 여지는 적다.
“그러게. 육안으로 보고 때린다는 건데, 차라리 공격형이 더 낫지 않을까?”
회의적인 의견과 달리 이루키는 오히려 스피릿 존을 더욱 작게 줄였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고, 신호를 보내자 60초가 뜨며 타깃이 솟구쳤다.
펑! 펑! 펑! 펑! 펑!
직경 20센티미터까지 줄어든 스피릿 존이 회초리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타깃을 때렸다.
“오오!”
정확하고 빠른 타기팅에 학생들은 물론 에텔라마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이탈형을 쓰다니. 꽤나 독특한 방법이네.’
카운트가 100점을 넘었다.
방금 전에 같은 훈련을 했던 시로네였기에 이루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광자 출력이 거리를 상쇄시킨다면 이탈형 스피릿 존도 즉시 발동이었다.
‘단점은 육안으로 타깃을 식별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루키는…….’
동체 시력이 아니다. 서번트 능력으로 타깃의 운동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었다.
이루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해, 시로네.’
다음 순간 그의 스피릿 존이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학생들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고, 사방에서 타깃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퍼퍼퍼퍼퍼퍼펑!
아토믹 봄의 위력을 최소화했기에 기폭 반응에 걸리는 시간은 없다시피 했다.
카운트가 200점을 돌파했을 때, 시로네는 끝까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점수가 높을 거야.’
결과가 그렇다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어떤 방법으로 스피릿 존을 강화시킨 것일까?
“설마 모듈화?”
“아니.”
네이드가 말했다.
중간에 끼어서 난처한 입장이지만 순수한 경쟁까지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이루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너를 이기고 싶어 하거든. 지금 이루키가 세고 있는 숫자는 천 단위가 아니야.”
“천 단위가 아니라고? 그러면?”
“100만.”
시로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1분 안에 100만을 세는 게 가능한 일인가?
1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이루키는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