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ed the throne of the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263
75장. 신목 개화(3)
벼락장군.
하늘을 지탱하는 천지왕의 충신.
황금빛 갑주를 두른 그가 주몽에게 언월도를 겨누었다.
뜻밖의 등장에 나는 긴장하며 그에게 집중했다.
“살기…….”
곤두세운 업경의 권능이 벼락장군이 품은 이질적인 기운을 읽어냈다.
“청탑주가 부리던 목각인형들과 똑같아.”
앞서 마주친 목각인형들은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나는 벼락장군이 품은 살기가 그런 식으로 인형들이 흡수한 살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을 깨닫자 문득 하늘의 신화 던전을 열기 직전에 마주쳤던 풍우도사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겉으로는 풍신답게 거센 바람을 휘감고 있었으면서도 속은 어딘가 텅 비어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어쩌면 그 시점에서 청탑주는 이미 신성을 잃은 네 충신에게 살기를 주입하여 인형처럼 부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천지왕과 네 충신은 천계를 지탱하는 기가 그대로 의인화된 존재였다.
청탑주의 목적은 하늘의 기 자체라고 하였으니, 천지왕의 네 충신을 손에 넣는 것은 분명 그가 말한 목적과 상통했다.
“흐음…….”
벼락장군을 마주한 주몽이 콧소리를 냈다.
인과를 읽는지 그의 주위로 수많은 문자들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졌다.
“뭐, 이 정도면.”
문자를 흘린 그가 씨익 웃었다.
“그럭저럭 한 번은 버틸 수 있겠는데.”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우르릉!
콰아아앙!
벼락장군의 황금빛 언월도가 신성을 번쩍이면서 주몽에게로 벼락이 내리꽂혔다.
“아…….”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공군을 끌어안으며 주몽을 바라보았다.
벼락을 정통으로 맞고도 그는 신음소리 하나 없이 팔짱을 끼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업경은 그가 단 한 번의 공격에 몸 안쪽이 크게 상했음을 읽어냈다.
버틸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릴 만한 일격이 아니었다.
“피할 수 없는 건가.”
말 그대로 몸에 벼락이 꽂히는 공격이었다.
인과를 읽을 수 있는 주몽이 굳이 온몸으로 받아낸 것을 보아 애초에 피하거나 받아치는 것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대신 저 정도의 법칙을 적용시키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제약이 붙는다.
주몽이라면 그 제약이 무엇인지도 읽어냈을 터였다.
촤아아악!
그때 주몽에게 벼락을 꽂은 벼락장군이 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악!
반원을 그리는 언월도는 어째서인지 그새 황금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문득 그것이 당장은 벼락을 쓸 수 없다는 뜻임을 직감했다.
“그렇구나, 피할 수 없는 공격인 대신 시간이 걸려.”
때문에 벼락장군은 언월도의 색이 바뀔 때까지 주몽을 체술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좋아, 고모.”
나보다 한발 앞서 그것을 읽었을 주몽이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해보자고.”
웃음을 흘린 그가 불쑥 새로운 큐브를 꺼내 들었다.
백탑주가 불러온 벼락장군처럼 미리 설계해둔 법칙일 터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벼락장군의 공격을 피해내며 주몽이 손에 쥔 큐브를 곧바로 깨트렸다.
[ (!) 새로운 법칙이 적용되었습니다. ] [ (!) ‘태산의 조각’에 새로운 법칙이 추가됩니다. ]새로운 법칙을 알리는 팝업창과 동시에 주몽의 뒤로 푸른색 신성이 번쩍였다.
파아앙!
산개한 빛이 다섯 개의 동그란 풍선을 만들어냈다.
-✌(‘ω’)✌
-o(≧∇≦)o
-(´• ω •`)
-ヽ(`Д´)ノ
-(˃̣̣̣̣︿˂̣̣̣̣ )
비눗방울처럼 투명한 풍선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각기 다른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촤아아악!
주몽의 물풍선이 완성되는 순간 벼락장군도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그새 힘이 돌아왔는지 처음과 같은 황금빛으로 물든 모습이었다.
우르릉!
콰아아앙!
벼락장군의 벼락이 다시 한번 주몽에게 내리꽂혔다.
파아앙!
한데 이번에는 주몽이 아니라 그의 뒤에 둥실둥실 떠 있던 풍선이 터졌다.
순서까지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울고 있던 풍선이었다.
-고작 물방울 따위로.
주몽이 새로이 적용한 법칙에 백탑주의 새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래 봐야 다섯 번이니 이대로 끌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 듯했다.
“모르지, 내가 숨겨 왔던 비장의 권법으로 벼락장군을 쓰러트릴지도.”
백탑주의 반응에 주몽이 빙글거렸다.
“아니면 고모가 먼저 내 장군님들 손에 쓰러질 수도 있고.”
촤르르륵!
그 말과 동시에 다시금 주몽의 장승들이 백탑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
나는 또다시 물속을 구르며 공군을 끌어안았다.
촤르륵!
촤르르륵!
장승들은 전보다 훨씬 더 맹렬한 기세로 백탑주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백탑주는 여전히 내가 갇혀 있는 장승을 쉬이 공격하지 못했다.
하나 체술이 상당한 만큼 장승의 공격은 여유 있게 피해냈다.
“이렇게만 보면 주몽이 불리한데.”
장승의 안을 구르며 나는 상황을 직시했다.
주몽이 벼락을 막아줄 물풍선을 새로 소환하긴 했으나, 그렇게 벌어낸 약간의 시간만으로는 벼락장군을 완전히 쓰러트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둘의 싸움은 벼락장군이 주몽의 물풍선을 모두 터트리고 그에게 재차 벼락을 꽂을 때까지 백탑주가 버틸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날 듯했다.
백탑주 역시 그걸 알기에 승기를 잡았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하지만 핵심은 저 물풍선이 아니야.”
나는 손에 쥔 큐브를 내려다봤다.
주몽이 내게 맡겼던 또 다른 법칙이었다.
내가 설계한 법칙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완성 직전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정말로…… 이제 곧.
결국 주몽의 물풍선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백탑주가 조금만 더 버티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서 방심시키려는.
우르르릉!
콰아아아앙!
한참을 이어진 싸움 끝에 벼락장군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벼락장군이 소환된 이후 어느덧 벌써 여섯 번째로 떨어지는 벼락이었다.
파아앙!
익살스럽게 브이를 그리던 마지막 물풍선이 사방으로 물을 튀기며 터졌다.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나?
모든 풍선을 터트린 백탑주가 새를 움직여 조롱했다.
“글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슬아슬하게 언월도를 피한 능청을 떨었다.
그리고 그 순간.
[ (!) 새로운 법칙이 완성되었습니다. ]손에 쥔 큐브가 환하게 빛을 발했다.
“대왕님!”
법칙이 완성되자마자 주몽이 나를 불렀다.
“아무래도 우리 필드로 들어오셔야겠는데요?”
“……!”
이어지는 말에 나는 그가 이것까지 염두에 두었음을 깨닫고 가늘게 몸을 떨었다.
법칙이야 완성됐지만 이 법칙을 주몽이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주몽이 속한 벽하원군의 필드에 적용시켜야 했다.
하나 지금처럼 큐브를 전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법칙의 핵을 가진 내가 벽하원군의 필드에 참전하는 수밖에 없다.
“뭐, 여기 들어오기 싫으면 그냥 밖으로 던져주셔도 되고.”
주몽이 말을 이었다.
“그러다 고모가 받으면 다 망하는 거지만.”
“…….”
그의 말에 백탑주의 눈이 장승 속의 나를 향했다.
낭패감을 드러내면서도 적의를 드러내는 눈빛에 단지 주몽이 꺼려진다는 이유로 도박을 걸 수 없는 상황임을 의식했다.
“……동맹입니까?”
결국 나는 장승 밖의 그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내가 진작 동맹 맺자고 했잖아요.”
내 물음에 주몽이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그 와중에 통쾌함을 숨기지 않는 게 밉살스러웠다.
하나 당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 일행을 만나면 곧바로 나갈 겁니다.”
“이야, 단물만 쪽쪽 빨아 드시고 팽하시겠다?”
확인차 말했더니 주몽이 엄살을 부렸다.
“어쩔 수 없지, 원래 더 아쉬운 쪽이 져주는 거잖아요?”
하기야 여기서 백탑주한테 지더라도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건 내가 아니라 주몽이었다.
나는 그것을 상기하며 벽하원군의 필드에 참전했다.
[ ‘태산의 조각’에 참여합니다! ]– 승리 조건 : 신목 개화 저지
– 지배도 : 23%
23%.
몇 개의 세력이 신화전에 참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당장의 수치만 봐서는 벽하원군의 필드도 그다지 승기에 가까운 상태는 아니었다.
[ ‘태산의 조각’의 카르마가 당신에게 깃듭니다! ]필드가 품은 기운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끼며 손에 쥔 큐브를 깨트렸다.
[ (!) 새로운 법칙이 적용되었습니다. ] [ (!) ‘태산의 조각’에 새로운 법칙이 추가됩니다. ]법칙이 완성된 순간 주몽이 푸른 신성을 선명하게 발했다.
투명한 장승 너머로 마주친 백탑주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찰나.
“대왕님, 내가 거기 가뒀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말기.”
신성을 발한 주몽이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고이 모셨던 거니까.”
콰르르르르!
속삭이듯 말한 그를 중심으로 막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하늘을 찌를 것처럼 솟아오른 물기둥이었다.
맹렬한 기세가 흡사 성난 용이 용트림하는 듯했다.
-이런……!
무슨 일 벌어질지 직감한 백탑주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콰르르륵!
콰르르르륵!
한껏 덩치를 부풀린 용오름이 그대로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홍수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촤르르르르!
주몽이 부리던 두 장승도 함께 물에 휩쓸리면서 나는 힘껏 공군을 끌어안았다.
백탑주를 공격할 때보다 훨씬 더 거칠게 굴러야 했지만 나를 가둔 장승이 재앙 같은 홍수 속에서도 내 몸을 지켜주고 있었다.
촤르르르.
그렇게 장승 안에서 구르기를 한참.
이윽고 해일처럼 사방을 덮쳤던 물이 잠잠해지고.
폭우가 그치고 고였던 빗물이 빠지듯이 서서히 바닥이 드러났다.
“아…….”
나를 가두었던 장승도 그대로 녹아 바닥에 스며들면서 나는 마침내 다시 땅에 발을 내디뎠다.
“끝난 건가?”
주몽이 불러낸 물은 흡사 댐이 터진 것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하나 그에 휩쓸린 백탑주가 어떻게 됐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저 멀리 떠내려갔을 거예요. 고모도, 벼락장군도.”
그때 불쑥 귓가에 주몽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 안에 완성하려면 그냥 멀리 날려버리는 법칙밖에 못 만들겠더라고.”
그새 내 뒤에 선 주몽이 어깨너머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속삭였다.
펄럭!
한데 내가 반응하기 앞서 공군이 먼저 주몽에게 달려들었다.
펄럭!
펄럭!
쌀쌀맞게 날개를 펄럭인 공군이 급기야 뾰족한 부리로 쪼아대기 시작했다.
장승에 갇혀서 대굴대굴 굴러야 했던 것에 대한 보복인 듯했다.
“우왁! 대왕님, 얘가 나 괴롭혀요!”
공군의 습격에 주몽이 과장되게 우는 소리를 냈다.
“도혁이가 사주했나 봐!”
“…….”
뻔뻔한 태도에 그냥 공군이 분을 풀게 내버려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한숨을 내쉬며 만류했다.
“공군, 그만. 저래 봬도 아픈 사람이에요.”
벼락장군의 벼락을 맞은 그의 몸이 꽤나 엉망이라는 것이 읽혔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설급 각성자라서 한 번이나마 버텼지 보통이라면 일격에 즉사했을 공격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우와, 나 걱정해주는 거예요?”
공군이 물러나자 주몽이 뻔뻔스럽게 몸을 비틀었다.
“맞아요, 사실 지금 무지하게 아파요.”
앓는 소리를 낸 그가 속눈썹을 팔랑거렸다.
“이제 우리 대왕님이 아픈 나를 보호해줘야겠는데?”
“…….”
나는 끊임없이 장난을 걸어오는 그가 영 부담스러워서 한숨을 쉬었다.
“치료할 수단이 있군요.”
신화전을 치르는 상황에 큰 부상을 입고도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그의 속내가 그대로 전해졌다.
딱히 치유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닐 테니 아마 포션이 있을 터였다.
“어떻게 알았지?”
내 말에 주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혹시 마음이라도 읽어요?”
이어지는 물음에 새삼 업경이 평소보다 예민하다는 것을 의식했다.
어쩌면 몸의 성능이 엉망이 된 대신 업경이 한층 예민해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 덕에 전설급 각성자인 주몽의 속내마저도 제법 잘 읽히고 있었다.
“아니, 마음을 읽을 리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주몽이 불쑥 입을 삐쭉였다.
“내 마음이 얼마나 보송보송 따뜻한지 알면 이렇게 쌀쌀맞을 리가 없어.”
“…….”
그는 혼잣말처럼 툴툴거리고는 인벤토리에서 동그란 환약을 하나 꺼내 들었다.
“뭐, 벽하원군이 나름 영약을 챙겨주긴 했거든요.”
그러더니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근데…… 대륙산이라 좀.”
“음…….”
어째 뭔가 이해가 될 것 같은 발언이었다.
“휴, 그래도 먹는다고 막 폭발하지는 않겠죠?”
그는 정말로 먹기 싫다는 듯이 울상을 지으며 정체불명의 대륙산 환약을 입에 넣었다.
나는 다행하게도 그의 몸이 빠르게 치료되어 가는 것을 느끼곤 물었다.
“어쩌다 청탑주와 신화전을 치르게 된 겁니까.”
내가 엉터리 몸에 갇히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