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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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격돌
옆에서 보기에도 답답한데 당사자야 오죽할까. 하마란은 어쩐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짜증스러움에 몸을 떨었다. 생각 같아서는 눈앞의 탁자라도 부쉈으면 좋겠는데, 뻔히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형진의 존재 때문에 그럴 수도 없으니 더 환장할 노릇이다.
“이거 껴봐.”
“…”
안 그래도 짜증이 몸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라 뒤통수가 근질거릴 지경인데, 이 남자는 한술 더 떠서 머리핀을 해보라며 내민다.
머리핀이라니. 머리핀이라니!
이제는 짜증에 수치까지 더해진다. 비록 자신이 여성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엄연히 신뢰와 헌신의 수호자다. 그런 자신에게, 이런 귀여운 머리핀이라니!
방금 전에 바늘을 부러뜨렸던 것처럼 모른 척 부숴버릴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지만, 하마란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 앉아 있는 형진은 떨리는 손으로 머리핀을 받아드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거 비싼 거다. 네 녀석이 백년간 장작을 해다 팔아도 못 사는 거야. 그거 갚으려면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을 걸.”
“…”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고서라도 부수겠다면야 말리진 않겠어. 나로서야 오히려 그쪽이 즐거울지도 모르겠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갚게끔 하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음흉한 표정을 짓는 걸 보는 순간 하마란은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어쩌면 유아라는 이름의 신녀도 이런 식으로 몸과 마음이 구속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실로 무서운 자가 아닐 수 없다.
“후우우우…”
하마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머리핀으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호오, 깻잎머리라니. 이건 또 의외로군.”
“…”
“어쨌든 좋아. 자,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도록.”
“또요?”
“응. 뭐해? 얼른 안 하고.”
하마란은 형진이 바늘과 실을 내밀자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짜증이 다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건 고문이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고문이지만, 어쨌든 정신과 육체를 갉아먹는 극악한 고문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바늘과 실을 잡는 것만으로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다시금 등줄기를 타고 뭔가 간지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으으, 미쳐버릴 것만 같다.
이게 뭐라고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며 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다시 몇 개의 바늘을 부러뜨렸을까. 거의 반쯤 자포자기 상태로 바늘과 실을 쥐었던 하마란은 어느 순간 자신이 이 저주스러운 작업에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어? 어어? 이게?”
스스로도 믿기 어려워 당황해 하는데 형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걸 끼고도 12분만에 겨우 성공하다니. 네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곰손인거냐.”
“아…”
그제서야 하마란은 방금 일어난 일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진 결과가 아님을 깨달았다. 백년간 장작을 해다 팔아도 못 살만큼 비싼 물건이라더니, 이래서였던 것인가!
대단하다. 고작 바늘에 실을 꿰는 일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었단 말인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말 별 거 아닌 일에 성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하마란은 맨손으로 백그루 분량의 나무를 장작더미로 만든 것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 하나 더 껴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알 수 없는 성취감에 몸을 떨던 하마란은 형진이 또 하나의 머리핀을 내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형진의 앞에 놓인 탁자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머리핀과 같은 물건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 비싼 거라고…”
“맞아. 뭔가 문제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긴 아바타라면 이까짓 물건 몇십 개, 아니 몇백 개를 가지고 있다 한들 이상한 일이겠는가. 하마란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머리핀을 하나 더 끼고는 다시 바늘에 실을 꿰는 일을 시도했다.
“8분. 게다가 부숴먹는 바늘의 양도 현저하게 줄었군. 자, 하나 더 껴봐.”
“네!”
이제는 하마란도 신이 난다.
소외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열등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 집에 머물면서 은연중에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혼자서 열 명분의 일을 해치우는 림은 물론이고, 그 맹해 보이는 유아조차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데, 하마란 자신은 고작해야 물 긷고 장작 패고 노란투리스모 녀석에게 여물을 주는 등의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괜히 다른 일을 돕겠다고 나서봐야 돕기는커녕 물건이나 부숴먹지 않으면 다행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이 머리핀만 있으면 자신도 어엿한 한 명의 어엿한 메이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라?”
“왜? 뭔가 문제라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세 개째의 머리핀을 끼고 다시 실 꿰기를 하려던 하마란은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럴 수가. 어엿한 메이드라니. 그런 망측한 단어를 떠올리며 기뻐하다니.
무서운 자다.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방치해 둔다 싶었더니, 어느새 이런 소름끼치는 심리적인 함정을 펼쳐 두고 거기에 낚이길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7분. 애매한데.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 것 맞아?”
“죄, 죄송합니다.”
“정신 차려라. 좋은 말로 할 때.”
“…”
형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머리핀을 하나 더 건네주었다. 다행히 경고를 듣고 정신을 차린 덕분인지 이번에는 5분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기록은 계속 해서 머리핀을 추가해도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착용 한계는 네 개란 소린가. 수고했다. 그거 반납하고 돌아가 쉬어라.”
“…”
하마란은 겨우 악몽 같은 시간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머리핀을 빼내어 형진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것을 건네는 순간 알 수 없는 작은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자신도 모르게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머리핀을 바라보는 하마란의 모습에 형진은 피식 웃었다.
“필요해?”
그렇게 넌지시 묻자, 하마란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곧바로 도망치듯 인사를 하고 방을 빠져 나가는 하마란의 모습에 형진은 좋은 건수를 발견했다는 듯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일수록 커다란 열망을 갖게 마련. 손 안에 든 새는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가치가 있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가지지 못한 숲 속의 두 마리 새를 더 갈망하곤 한다.
하마란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수호자로서 어지간한 남자는 쌈 싸먹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이 저택에서 지내면서 다른 이들과 비교되다 보니 자신의 강점을 잊고 약점만을 신경 쓰게 된 것이리라.
문제는 그 약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점. 아예 맛을 보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하마란은 머리핀이라는 강력한 아이템의 효과를 체험해 버렸다. 이제 녀석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머리핀이 있었으면 좀 더 나았으리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것은 차츰 하나의 열망으로 변해갈 것이다. 형진은 낚시 바늘에 머리핀이라는 미끼를 꿰어 놓은 채로 하마란의 머리 위에서 그것을 흔들며 즐겁게 월척이 걸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아마도 그것은 꽤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하마란을 통해 착용한계를 파악했으니 이제는 강화를 할 차례다. 손재주는 생활러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능력치. 못해도 +2 이상의 머리핀 4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다행히 이번에는 탄약이 아주 많지만 강화란 것은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럼 의식을 준비해야겠군.”
형진은 아틀리에의 내부를 정돈하고 창문을 모두 커튼으로 가려 캄캄하게 만든 다음, 촛불을 가져다가 특별한 형태로 배치했다. 그것은 바로 공포와 죽음의 낙인이었다.
집행자에게는 다른 추종자들과는 달리 별도의 종교 의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암살이라는 행위 자체가 공포와 죽음께 올리는 의식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한다. 물론 공포와 죽음께서 저열하게 제물 따위를 바라거나 하시는 분은 아니다. 단지 그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 뿐.
하지만 그렇다고 의뢰를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무나 막 죽인다고 공포와 죽음께서 즐거워하실 이유도 없다. 더구나 그 이유가 강화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아마도 공포와 죽음께서는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며 진노하실지도 모른다.
형진이 촛불로 공포와 죽음의 낙인을 형상화한 것은 그래서다.
촛불은 자신을 태워 불꽃을 피운다는 특징 때문에 예로부터 희생의 의미를 지녔다. 또한 이런 의미로부터 파생되어 생명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괜히 종교 단체에서 조명으로 촛불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형진은 경건한 태도로 모든 초에 불을 붙인 뒤 잠시 공포와 죽음께 부디 강화가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자 켜두었던 초를 정성스럽게 하나씩 끄기 시작한다. 생명을 형상화한 촛불을 끄는 과정을 통해 암살이라는 의식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공포와 죽음이시여! 저에게 행운을 나누어 주씨옵쏘서!”
모든 촛불을 다 끈 뒤 형진은 그렇게 소리 내어 다시 한 번 기원을 하고는 머리핀 두 개를 들고 강화를 시도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기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실패였다.
“쳇, 역시 안 통하네.”
형진은 투덜거리면서 초를 치웠다. 역시 공포와 죽음. 이런 식의 헛짓에는 반응하지 않으시는 것인가.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면 숫자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형진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무차별적으로 강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축하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 약삭빠른 임프의 날개 머리핀’를 획득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축하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 약삭빠른 임프의 날개 머리핀’를 획득했습니다.]손에 잡히는 대로 무차별 강화를 시도한다. 형진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다른 이들이 봤다면 미친 짓이라고 했을 법한 일이다.
“어디보자.”
처음에는 연타석으로 터지더니만, 대량으로 시도해 보니 의외로 성공 확률이 꽤 높다. 총 50회를 시도한 결과, 무려 41개나 성공했기 때문이다. 확률로 따지면 무려 82퍼센트다.
예전에는 이렇게 확률이 높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의식이 효과를 본 건 아닐까.
하지만 사실 강화에 있어 확률이란 건 참 애매한 일이다. 82퍼센트라는 확률을 믿고 달랑 두 개 있는 악세를 들고 강화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그걸로 끝인 건 마찬가지.
하지만 형진처럼 희귀급 아이템을 대량으로 습득 가능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필요한 수준의 고강 아이템을 얻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의 개수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엔 2강이다.”
다시 한 번 무차별적으로 강화를 시도한다. 그 결과 이번에는 25개가 성공했다. 확률로 따지면 약 61퍼센트.
“후우… 이쯤 되니 솔직히 좀 떨리네.”
액세서리로 3강을 시도하는 건 처음인지라 형진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다시 강화를 시도했다. 처음에 +2짜리 4개 이상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미 잊은 지 오래. 그 결과 이번에는 13개가 성공했다. 확률은 52퍼센트.
예상했던 것보다 꽤 성공 확률이 높긴 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머리핀 160개 이상을 들여 +3짜리 머리핀 13개를 얻은 셈. 이렇게 계산하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여실히 피부에 와닿는다.
“이거 고민 되네.”
한 명당 네 개씩 착용이 가능하니, 13개면 자신과 유아, 그리고 하마란까지 모두 +3강 머리핀을 착용할 수 있다. 하지만 13개나 되는 +3 머리핀을 보고 있으니 한 번 더 질러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40퍼센트만 성공한다 쳐도 +4 머리핀 5개는 성공할 테니까. 머리핀이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면 몰라도, 던전 안에서 무한정 리스폰되는 임프들을 통해 얼마든지 수급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 인생 뭐있나. 질러 보는 거지.”
결국 형진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손으로 +3머리핀과 강화 안된 머리핀을 각각 하나씩 들고 강화를 시도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웅웅거리며 두 개의 머리핀이 공명음을 내자 형진은 눈을 꽉 감고 속으로 공포와 죽음의 이름을 외쳤다.
공포와 죽음이시여! 부디 이번 한 번만!
[축하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4 약삭빠른 임프의 날개 머리핀’를 획득했습니다.]그러자, 이게 웬 일. 단번에 철커덕 붙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예에쓰!”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단번에 성공하다니. 으하하하하하! 역시 나는 될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옛 선현들께서는 그런 말씀을 남기셨다. 첫 끝발이 개끝발이라고.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컥!”
설마 했던 6연속 실패. 기도를 올리고 별 지랄발광을 다해봤지만, 형진의 손에 남은 것은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버린 +3 머리핀뿐이었다. 될놈은 얼어죽을. 이쯤 되면 감히 확률을 계산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표본이 적어서 확률로서의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차 하는 사이에 +3 머리핀은 6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 많던 머리핀도 이미 거의 남지 않았다. +4 머리핀을 하나 얻긴 했지만, 이대로는 뭔가 억울하다.
“그래, 여섯 번이나 실패 했으니… 이번에는 붙지 않겠어?”
[강화를 시도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물론,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패다. 세상 일이란 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커헉.”
공포와 죽음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던 형진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손 안에서 티끌로 변해 사라지는 머리핀을 바라봐야만 했다.
“릴랙스, 릴랙스. 캄다운, 캄다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다시 강화를 시도한다. 이미 형진의 핏발 선 눈에는 손에 들린 두 개의 머리핀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축하합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4 약삭빠른 임프의 날개 머리핀’를 획득했습니다.]“허윽!”
좋지 않다. 정말로 심장에 좋지 않다. 어찌 어찌 2개를 건지긴 했지만 정말 이래도 좋은 걸까 싶을 정도다.
+4 머리핀 2개, 그리고 +3 머리핀은 3개.
“그, 그래.. 한 번만 더 해보는 거야. 그러면 실패해도 4개는 남잖아.”
도박하는 사람들이 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은 바로 ‘한 번만 더’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형진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안타깝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실패. 형진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남은 머리핀을 갈무리했다. 이대로 더 손에 쥐고 있다가는 그나마 남은 머리핀까지 다 날려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남아 있는 갈고리 팔찌와 무기 장식을 보고 아차 싶었다. 그냥 막 질러댈 것이 아니라 제물이라도 써볼 걸 하는 생각을 그제서야 떠올린 탓이다. 손에 들린 녀석에 집중하다보니 갈고리 팔찌와 무기 장식이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다 지난 일인 것을.
역시 강화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