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31
531====================
120. 준비
헤트라에서 벌어진 갑작스런 사태는 곧바로 다른 지부장들에게도 알려졌다.
[모든 지부장들은 지금 즉시, 담당 지부로 복귀할 것. 반복한다. 모든 지부장들은 지금 즉시 담당하고 있는 지부로 복귀할 것.]갑작스럽게 전해진 공포와 죽음의 메시지에 지부장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급히 각자의 지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의문이 생길 법도 했지만, 모든 지부장에게 이런 식으로 일시에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 자체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 우선 명령에 따라 복귀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놀란 것은 형진이나 라이언하트 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아란 역시 마찬가지.
[헤트라 지부에 속한 망자의 대지에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망자의 대지요?”그곳이라면 미엘과 유아를 대동한 채 방문했던 적이 있다. 형진은 신들의 총의에 의해 타나토스에서 발현되는 모든 사기를 모아 처리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비정상적인 빈도와 강도로 페스타가 발생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가서 도움을 좀 주겠어?] “알겠습니다.”망자의 대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타나토스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사기가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는 의미. 그렇다면 지부장들을 급히 담당 지부로 복귀 시킨 것은 망자의 대지가 감당할 수 있는 사기의 허용 한계를 넘어 각지역에 페스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이상 현상이 확인된 이상, 공포와 죽음이 원인의 규명에 나설테니 형진이 할 일은 우선 망자의 대지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그곳에 출현한 언데드들의 처리를 돕는 일이 될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형진은 얼른 전투용 아바타를 준비시키고는 황혼의 권능을 이용해 헤르타 지부로 향할 준비를 했다.
“저도 갈게요.”
“저희도요.”
아란과 미엘을 비롯한 식구들이 급히 다가와 그렇게 말했지만, 형진은 고개를 저었다.
“헤르타의 일은 나 혼자로도 충분해. 정 감당 못하겠다 싶으면 그때 불러도 늦지 않아.”
“하지만…”
“아란과 미엘, 그리고 여러분은 이곳을 부탁합니다. 성역과 결계로 보호되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아이들과 유아를 부탁합니다.”
다른 곳에 가서도 형진이 마음을 놓고 싸우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왕성 라이언하트는 충분히 철옹성이라고 할 만한 장소지만,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심하세요.”
“걱정마.”
형진은 미엘의 품에 안긴 예린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급히 황혼의 권능을 사용해 헤르타 지부로 향했다.
“이런…”
공간을 넘어오기가 무섭게, 망자의 대지로부터 퍼져 나오는 강렬한 사기가 피부로 전해진다. 곧장 망자의 대지로 이동한 것도 아니고, 지부가 위치한 헤르타 상공으로 이동했음에도 이 정도다.
급히 흑요호의 기운을 일으진 형진은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검은 기운의 집합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에 나타난 언데드는 거대한 구름과도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기본적으로 비실체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넓은 지역에 안개처럼 퍼져서 생기를 빨아들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물러서요!”
마법사 하나가 그렇게 외치고는 화염구를 발사하자, 근처에 있던 집행자들이 즉시 물러나며 방어 태세를 취한다.
꽝!
아마도 불이 약점이었던 모양인지, 검은 구름 형태의 언데드는 일부가 폭발하며 움찔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물러섰던 것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다시 집행자들을 집어 삼키기 위해 몰려든다.
“젠장! 물리 면역이라니!”
“도시로 흘러 들어가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막아!”
원래부터 페스타로 유명한 곳이고, 망령 종류의 언데드는 물리 면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 모인 집행자들은 기본적으로 속성 공격이 가능한 스킬이나 무기 한두 가지 정도는 준비해 둔 상태였다. 정 없으면 기름 주머니 같은 것이라도 준비하고 나서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존재는 그런 식의 공격으로는 잠시 움찔거리는 정도의 타격밖에 주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우랴아아아아아!”
그때 커다란 괴성과 함께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누군가가 형진의 시선에 잡혔다. 사용하는 무기나 스킬은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지만, 형진은 멀리서도 그 괴성의 주인공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과연 그 오빠에 그 동생인가.”
오빠와는 비교도 안 될 가냘픈 몸집을 지녔지만, 괴력 자체는 집안 내력인지 힐 데 마그는 자기 몸집보다도 큰 망치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언데드를 밀어 붙이고 있었다. 불의 속성력까지 가미한 그녀의 공격은 다른 집행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데드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기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뜻인가.”
형진은 혀를 차고는 공격 준비를 했다. 날개처럼 펼치고 있던 검은 기운을 흑요호의 형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 하겠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메시지와 함께 타격 예상 지점이 집행자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이 엘리시온이었다면 유저들이 대뜸 장판이다라고 외쳤을 것 같은 모습이다.
“물러나!”
힐 데 마그는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흑요호를 발견하자 급히 지부에 속한 집행자들에게 그렇게 소리쳤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녀의 외침을 들은 집행자들은 일사분란하게 타격 범위로부터 몸을 피했다.
번쩍!
집행자들이 몸을 피했음을 확인한 형진은 힘을 모으는 기색도 없이 공격을 가했다.
한 줄기 빛이 언데드의 몸을 관통했다. 속성력이 가미된 그 공격에 직격당하는 순간 언데드의 몸은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크게 위축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이 공격의 진짜 무서운 점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확! 확! 화확!
쿨타임조차 없는, 한 번의 공격으로도 능히 산을 허물 수 있는 공격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집행자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존재의 이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혹시, 종결자 미엘님인가?”
“아무리 미엘님이라도 이 정도로 연이어 공격을 가하진 못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놀라는 와중에도 집행자들은 급히 비약과 음식, 포션 등을 섭취하며 고갈된 체력을 재충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조정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건가. 후우…”
힐 데 마그는 형진의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는 공격에 급속하게 쪼그라드는 언데드를 보며 그렇게 감탄했다.
주위의 사기를 끌어들여 끊임없이 확장되며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는 특성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 언데드인지라, 확장성을 압도하는 무지막지한 공격이 이어지자 언데드는 순식간에 쪼그라 들기 시작했고, 이내 몸집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약점이 형진의 시야에 노출되었다.
파창!
약점이 발견되기가 무섭게 핀포인트로 발사된 브레스에 핵이 부서지자 언데드는 지옥의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소멸되어 버렸다.
형진은 작은 한숨을 몰아쉬며 버릇처럼 문제의 언데드가 떨군 아이템을 습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망자의 대지는 다시금 부르르 떨리며 또다시 무언가가 등장할 것임을 사방에 알리기 시작한다.
“비정상적인 빈도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
형진이 혀를 차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다시금 망자의 대지로부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쉴 틈도 주질 않는군.”
“어째 더 빨라진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집행자들은 투덜거리면서도 곧바로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때맞춰서 강력한 조력자가 등장했으니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어떤 임무보다도 페스타의 보상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위기만 잘 버티면 한동안 돈 걱정 할 필요가 없는 건 물론이고 승급까지도 기대해 볼만 하다.
그아아아아!
거대한 외침과 함께 망자의 대지 위로 불쑥 솟아난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손이었다. 크고 검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덧칠된 손.
“준비!”
“이번에도 덩치냐!”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손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는 집행자들과는 달리 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약점이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랏차!”
힐 데 마그는 거대한 망치를 휘둘러, 모습을 드러낸 손의 중심을 내리찍었다. 거대한 망치 만큼이나 위력 또한 유감없이 강력해서, 공격이 적중하는 순간 무언가 우지끈 부러지는 소음과 함께 거대한 괴성이 다시금 울려퍼진다.
하지만 공격이 성공한 바로 그 순간,
“헉!”
무언가가 덮쳐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힐 데 마그는 급히 망치로 몸을 가렸다. 하지만 모처럼의 방어 태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언가에 얻어맞아 그대로 하늘로 튕겨지고 말았다.
“이크.”
새롭게 나타난 또다른 손에 의해 힐 데 마그가 날아가 버리는 모습을 본 형진은 급히 몸을 움직여 그녀의 몸을 받아냈다.
“괜찮으십니까?”
“쿨럭… 감사합니다.”
받아내긴 했지만, 타격이 워낙 강했던 탓에 힐 데 마그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 하지만 그녀는 작은 신음을 내고는 이내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포션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으로 부상을 치료했다.
“으… 시집도 못 가보고 죽는 줄 알았네.”
“하하…”
어쩐지 지금 이 순간 탁스 두겐이 흠칫 몸을 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 마침내 놈의 머리가 불쑥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역시나 약점은 보이질 않는다.
“머리도 아니고… 곤란한데.”
형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차자, 힐 데 마그가 다시 말했다.
“이만 놔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아, 죄송합니다.”
형진이 얼른 손을 놓자, 힐 데 마그는 마치 고양이 같은 몸짓으로 허공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키며 착지하고는 다시 거대한 망치를 들고 슬슬 상반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탁스 두겐님도 보약이 필요하시겠어.”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형진은 어서 약점이 드러나기를 기다렸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인은 얼핏 지하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망자의 대지라는 공간의 지표를 통로로 삼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공격을 가해봐야 그 아래 숨겨진 몸에는 타격을 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인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자신을 공격하는 집행자들을 밀어내려 하더니 이내 입을 쩍 벌리고는 그곳으로부터 검은 곤충과 같은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건 곤란하지.”
앞서의 구름 형태의 언데드는 넓은 공간을 점유하기는 했어도 이동성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인이 내뱉는 무언가는 상당한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에 형진은 더 기다리지 않고 흑요호의 브레스를 다시 한 번 발사했다.
흑요호의 브레스는 여지없이 거인의 입을 관통하며 놈이 쏟아내려던 무언가를 소멸시키고 머리통을 박살내 버렸다. 하지만, 고통에 허우적거리면서도 놈의 머리는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곤란한데.”
형진은 혀를 차며 집행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공격해도 소용없습니다. 놈을 완전히 끌어내야 합니다.] [네? 그럼 어떻게…] [일단 물러나십시오. 제가 손을 써보겠습니다.]형진의 말을 들은 집행자들은 급히 놈에게서 물러났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던 무언가가 사라지자 놈은 허우적거리며 일단 머리의 재생을 완료하고자 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 거대한 흑요호의 형체가 뛰어들었다.
크와악!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몸집을 키운 흑요호는 놈의 목덜미를 콱 물더니 그대로 목을 젖혔고, 그 순간 땅에 박혀있던 거인의 몸이 거짓말처럼 지면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지금!”
형진의 손에 들려있던 단검이 빛을 발했다.
[인스턴트 킬! ‘심연의 거인’이 죽었습니다!]============================ 작품 후기 ============================
두편째.
이번에야 말로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