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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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진출
형진이 꺼내놓은 무인기의 수는 모두 열. 그 중에 넷을 제외하고는 위성과 마찬가지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이 무인기는 운용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략의 행동 방침만 설정해 놓은 상태로 자율 비행을 유지하다가 요청이 들어오면 원거리에서 JDAM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지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직접 사용자가 조종하여 목표물 공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통 직접 조종 방식은 한 사람이 하나의 무인기를 조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형진의 경우에는 인형술이라든가 아바타 등을 활용하면서 익힌 방법으로 여러 대를 한꺼번에 조종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무기인지라 네 대 정도가 한계였지만.
적당한 고도에 자리를 잡은 형진은 직접 운용하는 네 대의 무인기를 통해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쾅쾅거리는 포성과 함께 무인기에 장착된 전열화학포가 불을 뿜기 시작한다. 구경은 기관포 수준이지만, 발생하는 포성과 반동은 전차포 수준. 이것은 무인기에 장착된 전열화학포가 일반적인 포와는 다른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화포의 구경이 증가한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자면 포를 발사했을 때 날아가는 탄자의 크기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날아가는 탄자의 크기가 크면 그만큼 운동에너지가 증가하기 때문에 파괴력도 커지는 식이다. 하지만 현대 기갑전에서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탄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총탄 모양의 뭉툭한 형태가 아닌, 얼핏 화살을 연상시키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다.
관통력은 동일한 운동 에너지를 가진 탄자이더라도 접촉면이 좁을수록 높아진다. 간단히 말해서 탄두의 끝이 가늘고 날카로울수록 높은 관통력을 지닌다는 의미다. 또한 운동에너지는 무게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같은 무게를 지닌 탄자라도 속도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 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게 된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바로 이런 개념을 극대화한 무기인 셈이다.
물론 탄자만 가늘고 길다고 해서 필요한 관통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차포탄에 사용되는 장약의 힘이 온전히 탄자에 집중되어야 하고, 길어진 탄자의 비행중 회전 안정성이라든가 뒤틀림 응력 같은 것도 고려를 해야 한다.
무인기에 장착된 전열화학포는 구경만으로 따지면 전차포는커녕 기관포에나 어울릴 법한 구경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탄환은 길고 가는 형상의 철갑탄으로서 얼핏 석궁의 화살을 연상시키는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구경이 작으면 그만큼 약실의 크기도 작아지고 장약의 양도 적어져서 포탄을 밀어내는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그러나 이 전열화학포는 이름과는 달리 장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력으로 조절되는 폭발력이 장약의 역할을 대신하고 약실과 포신에 부여된 전기력이 포탄의 속도를 추가로 가속시키는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인기에 탑재된 전열화학포는 마법으로 구현된 폭발과 전기의 힘으로 화살 형태의 철갑탄을 발사하는 무기 체계인 셈이다. 굳이 따지자면 장약이 없으니 전열화학포보다는 코일건이나 레일건에 가까운 무기라고 해야 하나.
카캉!
네 대의 무인기로부터 발사되는 철갑탄에 얻어맞은 생선대가리들이 마치 보이지 않은 거대한 손바닥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가 획 돌아가며 널브러진다. 날아든 철갑탄에 몸에 구멍이 뚫리는 충격 때문이다.
“흠…”
하지만 형진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형진이 무인기의 포화로 얻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생선대가리들의 돌진을 저지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점에 대한 관통력을 극대화시킨 이 무기라면, 원거리에서도 목표의 약점을 꿰뚫어 인스턴트 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의 기대였다. 하지만 역시 직접 손을 쓰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 신통치 않다.
“역시 좀 더 테스트를 거쳐야겠군.”
권능의 일종인 인스턴트 킬은 그렇다 쳐도 명중률 역시 그리 탐탁지 않다. 포좌 역할을 하는 무인기의 안정성 탓인지, 아니면 개발한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실전 투입이 되어 버린 무기 체계의 불완전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하는 위치를 타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다. 지금 상태라면 그저 저런 거대한 적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식의 용도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일반적인 생명체라든가 현대적인 기갑 장비를 상대하는 것이라면 관통 즉시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겠지만, 몸에 구멍 한두 군데 뚫린 정도로는 아픈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 언데드 상대라면 이 정도가 한계다.
형진은 직접 조종하던 무인기들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고는 다른 공격 수단을 선택했다. 공격 목표를 설정한 뒤 폭격을 실행한 것이다.
명령을 실행하자 무인기들은 편대를 형성한 채 상공을 가로지르며 탑재중이던 폭탄을 떨어뜨렸다. 이 폭탄들은 미사일처럼 추진 장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정밀 타격이 가능한 유도 폭탄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철갑탄 세례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던 생선대가리들에게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꽝! 꽈과광!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생선대가리들은 이전에 철갑탄에 두들겨 맞은 것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폭발력은 물론이고 부차적으로 발생한 화염이 불에 약한 언데드의 신체에 치명적인 타격으로 연결된 것이다.
몇 번 더 정밀 폭격을 가하면 몇 놈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형진은 일단 신무기의 운용 시험은 그 정도로 해두고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였다.
쐐애액!
순간적으로 호버 보드를 가속하자 그의 몸은 폭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생선대가리들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철갑탄 세례와 정밀 폭격을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두들겨 맞아 머리 반쪽이 날아가 버린 생선대가리 하나가 경황 중에도 그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지느러미를 휘두른다.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이미 죽어 넘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건만, 놈의 공격은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그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형진은 슬쩍 몸을 숙여 그 공격을 피하고는 생선대가리의 머리 아래 자리 잡은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곳으로 진입하기 전 상대했던 생선대가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단숨에 약점을 찔러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생선대가리의 찢겨진 몸으로부터 창자인지 기생충인지 모를 무언가가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윽.”
괴기스럽다는 말 정도로는 그 역겨움을 감당하기 어려운 의외의 일격. 형진은 인상을 찡그린 채 단검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그것들을 찌르고 잘라내야만 했다.
부우욱!
천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다시금 지느러미가 날아든다. 창자인지 기생충인지 모를 것들로 인해 품으로 뛰어들 기회를 놓친 형진은 환영의 반딧불로 일단 몸을 피해야만 했다. 그러자 폭격으로 인해 얼이 빠져 있던 다른 생선대가리들 역시 아우성치며 형진을 향해 달려든다.
“꼭 피라냐떼 같군.”
이놈들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먹이일지도. 형진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전신에 불의 속성력을 일으켰다.
화르륵!
그의 몸이 불길에 휩싸이자, 아우성치며 달려들던 생선대가리들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회색의 먼지 같은 것들 역시 그의 몸에서 일어난 불길이 두려운지 사방으로 밀려난다.
“이것 봐라?”
의외의 상황에서 회색 안개의 특성인지 약점인지 모를 것을 하나 발견한 형진은 힘을 모은 뒤 불끈 쥔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아아!
그러자 그의 눈앞에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거대한 불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용오름과 불의 속성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이 거대한 이적은 방금 전 형진을 향해 보는 것만으로도 메스꺼운 공격을 가했던 생선대가리를 순식간에 감싸버렸다.
생선대가리는 전신을 감싼 불길에 놀라 몸부림쳤지만, 강대한 불의 속성력과 접하는 순간 놈의 몸은 마치 폭죽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에 이르자 거대한 굉음과 함께 전신이 찢겨지는 대폭발을 일으켜 버렸다.
“와우.”
형진이 그렇게 탄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리자 생선대가리들은 본능적으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미처 다른 반응을 보일 틈조차 없이, 놈들은 다시금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철갑탄의 비를 두들겨 맞으며 휘청거려야만 했다.
놈들이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린 철갑탄에 휘청거리며 주의가 분산된 순간 형진의 모습이 다시금 시야에서 사라졌다.
[인스턴트 킬! ‘썩은 생선대가리’가 죽었습니다!]앞서와는 달리 이번에는 확실하게 약점을 찔렀다. 형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들의 품으로 파고들어 한 번에 하나씩 확실하게 타격을 성공시켰다.
가아아악!
겨우 정신을 차린 생선 대가리 하나가 그의 뒤를 노렸지만, 곧바로 철갑탄이 놈의 썩어문드러진 눈동자를 꿰뚫어 버린다. 인스턴트 킬은 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이 거대한 괴물들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저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형진에게는 무척이나마 큰 도움이 된다.
동료들이 하나씩 죽어 넘어지자 생선대가리들의 반응 역시 기민해지기 시작했다. 놈들은 이제야 이 작은 크기의 존재가 만만한 먹이감이 아니라 자신들을 노리는 포식자임을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지.”
형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생선대가리를 향해 다가섰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가아아아아악!
달려들던 놈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폭발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헉!”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 급히 몸을 피하자 그가 있던 장소에 썩어 문드러진 뼈와 살이 파편처럼 날아와 박힌다. 놀랍게도 그 살점에는 부식을 일으키는 성분이 섞여 있는지 근처의 바위가 빠른 속도로 녹아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폭발로부터 급히 몸을 피한 형진을 향해 뱀과 같은 무언가가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이미 환영의 반딧불을 사용해 버린 상황이라, 형진은 감히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단검을 들어 그 공격을 정면에서 맞부딪혀 갔다.
[인스턴트 킬! ‘숨어있던 기생체’가 죽었습니다!]이젠 별 게 다 나온다. 아마도 연가시 같은 종류의 생물이 아니었을까.
새삼스럽게 흑요호의 힘을 빌려 쓰던 때가 떠오른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꼬리라든가 브레스 같은 걸로 얼마든지 인스턴트 킬을 낼 수 있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까지 얼마나 편하게 싸웠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쳇. 그 미친놈만 아니었어도.”
파괴와 재생만 아니었어도 이런 구질구질한 동네에 기웃거릴 필요도 없고, 반신의 위계를 얻는 바람에 흑요호의 힘을 빌려 쓰지 못하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형진은 새삼스레 떠오르는 불만에 투덜거리며 눈앞에서 악에 받친 듯한 모습으로 덤벼드는 생선대가리들을 하나 둘 씩 쓰러뜨렸다.
“후우…”
지느러미 공격과 자폭 외에는 별다른 특수 공격이 없었던 터라 이후의 전투는 한결 수월하게 마무리 되었다. 서서히 풍화되어 사라져 가는 생선대가리들의 모습을 보며 떨어진 룻을 줍던 형진은 어느 새인가 많이 옅어진 회색 안개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상 현상인가 싶었는데, 아마도 이 행성 전체를 감싼 이 회색 안개 역시 언데드이거나 그것에 의해 발생한 무언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주변에 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형진은 천천히 분지의 중심 위치로 이동한 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지면에 내려 놓았다.
화악!
그것이 지면에 놓인 순간 주변을 감싸고 있던 회색 안개가 다시금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밀려나는 것처럼 사라진다. 형진이 꺼내놓은 물건은 다름 아닌 희망과 생명의 성물. 일반적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지만, 이렇게 언데드의 기운이 충만한 곳에서 사용하게 되면 그 모든 사기들을 밀어내는 효과를 지닌다.
회색 안개가 밀려나자 어두컴컴했던 지역에 빛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그래봐야 하늘 자체는 여전히 회색빛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밝아진 하늘을 보며 괜히 심호흡을 하려는 찰나, 형진은 발밑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지진?”
화들짝 놀라 곧바로 호버 보드를 꺼내 탑승했다. 그리고 혹시 몰라 고도를 높였다. 지진은 충분히 무서운 자연현상이지만, 하늘을 날고 있는 상태에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 잠시 기다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형진은 이내 이 지진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쩌저저적!
갑자기 땅 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떤 곳은 갑자기 푹 꺼져 버리고, 또 어떤 곳은 불퉁거리며 솟구쳐 버린다. 이 정도면 그냥 단순히 땅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지형 자체를 바꾸어 버릴 정도의 대지진이다.
공교롭다. 너무 공교롭다. 방금 전까지도 형진이 있던 분지에는 이런 식의 현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만한 전조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희망과 생명의 성물을 지면에 내려 놓아 생기를 퍼뜨리자 갑자기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와중에도 격심한 지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마침내 지표 일부가 그 격렬한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조각이. 그 뒤에는 조금 더 큰 조각이.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그렇게 지표가 무너져 내리다가, 어느 순간 분지 전체가 폭발하듯 터져 나간다.
“큭!”
갑작스런 폭발에 놀랄 틈도 없이 형진은 급히 보호의 권능을 둘러 그 폭발로 인해 자신의 몸이 우주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와 토사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그 격렬한 폭발을 견뎌낸 형진은 눈앞에 드러난 무언가를 보고 나서야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서져 나간 지표 아래로 드러난 그것은 다름 아닌 눈동자였다. 붉게 충혈된, 그 눈동자는 알껍질처럼 깨진 지표 아래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맙소사…”
형진은 그제서야 자신이 터무니없는 무언가를 깨웠음을 이해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행성이 아니었다. 행성의 형태를 한 채 잠들어 있던 무언가였다.
천체 스케일의 언데드.
형진은 언데드의 영역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무지막지한 존재와 마주쳐 버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그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