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605
00605 137. 확대 =========================
렐그낙의 연락을 받은 형진은 생포된 자들의 인상착의를 사진으로 촬영하고는 지문 등의 생체 정보를 확인했다. 여기에 지니고 있는 무기나 각종 물품들의 내역을 확인하고는 그것들의 정보를 요안나에게 넘겼다.
사실 어떤 작전이든 간에 실행 부대원의 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일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인물들은 심문에 대한 대응요령 같은 것까지 훈련 받기 때문에 고문을 한다 해도 큰 성과를 보는 것 역시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신원이라든가, 지니고 있는 물품들을 추적하면 의외로 여러 가지 사항을 알 수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 일처럼 다소 급하게 발생한 사건의 경우라면 그런 흔적은 더 다양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일단 이번 일에 참가한 이들의 신분은 어렵지 않게 확인되었다. 별로 숨길 생각도 없었던 모양인지 사진과 지문을 몇 번 대조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되어 버렸다.
“북한인가.”
형진은 ‘하늘’호의 나포 시도 와중에 죽어버린 독재자의 일을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주변 4강이 일제히 등을 돌린 상황에서 그들의 발악은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혀 버리나 싶었다. 자기들 나름대로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식의 의사 표현 정도는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이래서야 고양이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모조리 쥐덫에 걸려버린 형국이다.
범인들의 정체는 드러났지만, 형진은 다 망해가는 오두막 아래 숨어있던 생쥐들이 이렇게 코앞까지 다가올 수 있었던 데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의 지금 상황으로는 부대원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무기나 기타 장비들을 현지 조달하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무기나 기타 장비들을 추적한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리인이나 차명 계좌 등을 이용해 거래한 탓에 꼬리를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배후를 추적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만, 이쪽에는 요안나라는 전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대리인이나 다른 여러 가지 수단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분할해서 관리해 오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을 살아야만 했던 그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적어도 그 경험과 방법에 있어서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요안나는 집요한 추격 끝에 무기를 조달해 이들에게 공급한 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중국이었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었다. 비록 지금은 등을 돌린 상황이지만, 중국은 오랜 시간동안 북한의 배후령으로 군림해왔으니까.
뭔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는데, 직접 건드리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존재. 마침 곁에 잔뜩 독이 오른 생쥐들이 꿈틀거리고 있으니, 그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리라.
“어떻게 할까요.”
“흠… 글쎄.”
증거를 찾아내긴 했지만, 막상 이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언론 등에 공개해서 여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몰아붙여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과격한 몇몇 극단주의자의 개인적인 일탈에 대한 유감 표명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문제가 될 소지는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꼬리 자르기가 한창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중국도 자동차 산업이 꽤 크지? 아마.”
“네.”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는 크게 상해, 동풍, 일기, 장안, 북경의 상위 5개 업체가 손꼽힌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 메이커들의 현지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합작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자 그대로 전 세계 자동차 업체의 생산 공장 대부분이 들어와 있다고나 할까.
사실 이건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기업과 합작해야만 하는 중국의 법규 때문이다. 얼핏 말이 안 되는 일 같지만, 연 이천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잘 됐군. 해당 업체의 리스트는?”
“여기요.”
“많기도 하군.”
합작 회사의 목록만으로도 서류 몇장을 가득 채울 정도다. 형진은 그것을 살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들도 미라지 코어와 협약을 맺은 상태인가?”
형진의 말에 요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그럼? 그래서는 부양 자동차의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텐데.”
“보시다시피 대부분 합작 회사라 해당하는 본래의 업체들로부터 구동 장치를 공급 받을 생각인가 봐요.”
형진은 혀를 차고 말았다.
“구차하게 머리 숙일 거 없이 알맹이만 빼먹겠다 이건가.”
“아마도요.”
“잘 됐군. 영원히 머리 숙일 일이 없도록 만들면 되겠어.”
“전부 빼나요?”
“그래. 전부.”
곧바로 미라지 코어는 업무 협약을 맺은 회사들에 통보했다. 중국내 합작 법인은 업무 협약의 대상이 아니므로 구동 장치 제공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원한다면 직접 협약을 체결해야만 한다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통보가 전해지자 중국내 증시는 격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구동 장치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중국내의 어떤 자동차 회사도 부양형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곧바로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의 주가는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합작 법인들 역시 마치 말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줄지어 합작을 취소하고 중국에서의 철수를 결의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금형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각종 산업들이 곧바로 후폭풍을 맞았다. 하청 물량이 순식간에 사라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쪽에 조선소도 꽤 많았지 아마?”
“네. 거의 연명치료 수준이긴 하지만요.”
중국은 조선업 세계 1위를 목표로 몸집을 불려왔지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심각한 공급 과잉이 초래되면서 6백여개의 조선소 가운데 5백여개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중국은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 조선소들을 합치는 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중이지만, 그나마도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한 부양형 함선의 수주를 받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의 얘기다.
“수주 들어간 곳 있나?”
“현재 11개 조선소에 스파이더 함선의 수주가 들어갔어요.”
“그래? 그것도 취소해.”
“위약금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줘버려. 그까짓거.”
형진의 의사에 따라 조선 업계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11개 조선소가 수주하여 건조를 시작한 스파이더 함선에 대한 수주 취소가 전격적으로 단행되자, 자동차 업계의 추락을 지켜보며 설마 하던 생각을 품던 사람들도 중국과 미라지 코어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대놓고 중국을 때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세계 다른 나라나 기업들은 중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이런 자금 흐름은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2015년과 2016년에 일어난 중국 증시의 대폭락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겹쳐지자 대규모 경제 위기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지금까지 똥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었다. 중국의 경제가 붕괴되면 문제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곧바로 각국 정부 수반들이 다시 미라지 코어의 본사를 찾는 사태가 벌어졌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별 거 아닙니다. 중국 쪽에서 좀 얕은 수를 썼더군요.”
“얕은 수라면…”
“에이, 이미 알만한 분들이.”
“…”
“확실하게 말씀드릴까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우리측 경영진의 납치 살해를 기도했습니다. 그 배후가 누구였을까요.”
“맙소사.”
미라지 코어 측의 경영진에게서 나온 정보에 각국 정부 수반들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그런데도 지금 여기에는 중국 측의 인사가 전혀 보이질 않는군요. 사실 뭐 인정하고 안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굳이 일을 복잡하게 할 이유도 없구요. 그저, 앞으로 미라지 코어가 밝혀갈 미래에 중국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건 사실상의 선전포고였고, 각국 수반들은 미라지 코어의 뜻이 확고한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중국내 자국 자산의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주춤하며 멈춰섰던 중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이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루만에 수백조에 달하는 자금이 중국 증시에서 빠져 나갔고, 위안화의 가치는 역대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하며 추락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경기 부양책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결국 견디다 못한 중국 외무부의 고위 관리가 미라지 코어의 본사를 찾았다.
“할 말 없습니다.”
“네?”
“당신이 들고 와야 할 말은 협상이 아니라 관련자 처벌과 공식적인 사과입니다. 보니까… 이번 일이 꽤 윗선까지 닿아 있더군요. 적절한 문제 해결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희 측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
외무부의 고위 관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쉬쉬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일에는 공산당에서도 최고 실세 파벌이 깊숙하게 관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다 마찬가지지.”
“하지만…”
“더 할 말이 없다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중국 외무부 관리가 그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당신은… 미라지 코어는… 중국에 선전포고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그 말을 들은 형진은 피식 웃어 버렸다.
“선전포고라고 했습니까?”
그렇게 반문하며 고개를 돌린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중국이 먼저 시작한 것 아니었습니까. 북한군 병사들에게 총을 쥐어서 제 별장에 들여보낸 시점에서.”
“그건 저희들이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설령 중국과 관련이 되었더라도, 그건 몇몇 과격분자들의 개인적인 일탈…”
어떻게 이렇게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지. 형진은 피식 웃으며 중국 외무부 관리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개인적인 일탈. 그러니까 그 개인적인 일탈을 저지른 자들을 모조리 내 앞에 끌고 와서 무릎을 꿇리라고!”
“…”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 면담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순식간에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미라지 코어 따위 없어도 중국은 충분히 강하다는 식으로 뻗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자칫 중국 혼자 세계 전부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고서도 정작 문제를 일으킨 고위층은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버티고만 있었다.
“어차피… 오래는 못 가. 중국의 경제가 무너지면 다른 나라들은 멀쩡할 것 같은가. 결국은 타협책을 찾게 되어 있어.”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그래.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야.”
결국 세계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은 채 그렇게 버티기에 들어가는 듯 싶었지만, 다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국 소유의 인공위성들로부터 하나둘씩 신호가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머리 위에 정체불명의 비행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지?”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앞서 달로의 항해를 선보였던 범선과 같은 거대한 규모를 지닌 물체에 이르기까지. 궤도 상에 수많은 물체들이 나타났다. 더구나 그것들은 하나 같이 중국 내의 중요한 군사시설들의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테면, 핵 미사일 저장고와 같은.
이쯤 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미라지 코어가 언급한 선전포고라는 말이 그냥 되는 대로 나온 수준의 발언이 아님을 이해했다.
“자, 얼마나 더 버티는지 볼까.”
형진은 모처럼 새로 제작한 각종 무기들이 중국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은 모습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뭔가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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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