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28
00728 164. 연수 =========================
잡신들을 인솔해서 바닷가로 나간 형진은 가장 먼저 갯벌로 데리고 갔다.
“보기엔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잘 뒤져보면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작은 손 갈퀴 하나를 집어 들고 모래를 몇 번 헤집자 찰랑거리는 흙탕물 안에서 제법 굵은 조개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개라는 겁니다. 얼핏 보기엔 자갈 같은 모습이죠. 하지만 잘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잡은 조개를 신들에게 보여준 형진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서 얕게 찰랑거리는 쪽으로 가며 발을 끌 듯 걸음을 옮겼다.
“이쪽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라 이런 정도의 움직임만으로도 조개가 꽤 많이 드러나죠.”
실제로 그의 발이 지나친 곳의 흙탕물이 사라지자 제법 씨알이 굵은 조개들이 몇 개나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도 먹을 수 있는 건가요?”
“겉껍질은 단단하지만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살이 들어있습니다. 다만 크기가 작으니 한두 개로는 배를 채우기 어렵겠지요.”
“아하.”
형진은 자신이 찾아낸 조개를 다른 이들이 살펴보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충고를 했다.
“조개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흙속에 들어있는 조개만 채취하세요. 개중에는 바위 같은 곳에 붙어있는 종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조개와는 모양이 좀 다른 소라 같은 것도 있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독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군요.”
먹고 죽기는 싫었던 모양인지 딴청을 피우던 신들도 이것만큼은 열심히 기억을 하는 모양새다. 사실 이곳 해안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은 이미 확인을 거쳤고, 시기적으로도 딱히 독을 가진 생물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 설령 독을 가지고 있더라도 식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정화를 거치면 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각 조에서 두 명씩 남으세요. 가급적이면 체력이 적은 분들이 남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체력이 적은 쪽이 남는 것이 좋다.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앞으로의 일들은 체력이 좋은 이들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아무리 아바타를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해도 개인 차라는 건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본래의 신체 성능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모인 신들의 경우에는 엘리시온에만 콕 처박혀 있던 방구석폐인에 가까운 이들이라 건장해 보이는 체구를 가졌어도 저질 체력인 경우가 많았다. 당장 오늘 아침의 조깅 때 일만 봐도 그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곧바로 각 조 안에서 자기가 남겠다는 식으로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자 결국 자기주장이 강하면서도 이기심 역시 강한 쪽이 대부분 조개 캐기의 일을 맡게 되었다. 물론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쪽도 있었지만.
“여신들이 남아. 힘쓰는 일은 남신이 해야 제격이지.”
“어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건 남녀 차별이라고요.”
“무슨 소리야. 기껏 편한 일 하라고 양보하는 거구만.”
“그런 양보 받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밤의 신이 다음에 뭘 가르쳐 줄지도 궁금하고.”
“끙… 우리 조의 여신들은 어떻게 자기들 좋으라고 양보해줘도 난리냐.”
결국 1조처럼 서로 남지 않겠다고 다투다가 제비뽑기로 결정해 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남을 조원이 정해졌다면, 지금부터 조개 캐는 일을 시작하십시오. 정직원 가운데 몇 분은 남아서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걱정마십시오. 잘 지켜보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분들은 저를 따라 오십시오.”
형진은 다시 신들을 이끌고 갯바위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 할 것은 통발을 치는 일입니다.”
절구 형태로 만들어진 어구 하나를 꺼낸 형진은 그 안에 떡밥을 넣고 적당한 위치에 던져 넣었다.
“이를테면, 물고기를 잡는 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던져 놓고 나중에 와서 확인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각 조별로 통발을 몇 개 드릴 테니 원하는 위치에 던져 넣으세요.”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나올 거라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던 잡신들은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 맡겨지자 안도하며 얼른 바다에 통발을 던지는 일을 시작했다.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통발이 놓여진 곳을 잊지 않도록 표시를 해두는 것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통발을 설치하는 일이 끝나자, 이번에는 방파제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는 낚시를 할 겁니다. 제가 하는 걸 잘 보세요.”
형진은 먼저 주위에 떡밥을 적당히 뿌린 다음, 낚싯대 하나를 꺼내어 찌와 바늘을 걸고 미끼를 끼워서 바다 쪽으로 던져 넣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냥 바다에 던져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낚고자 하는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찌와 바늘의 조합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 온 잡신들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진이 신들을 데리고 온 것은 그냥 던져 넣기만 해도 미끼를 무는 바보 같은 물고기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 입질이 왔군요.”
형진은 반응이 오자 바로 낚싯대를 당겼고, 곧바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못생긴 물고기가 신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지구로 치면 망둥어 비슷한 놈인데, 환경이 다른 탓인지 망둥어보다 거의 두 배 정도는 큰 몸집을 지니고 있다.
“요령이 조금 필요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낚으시면 됩니다. 각 조에서 한두 분 정도 남아서 해보십시오. 다만 각조에서 한 분 정도는 저를 따라 오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직원 가운데 몇 분은 남아서 안전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긴장하고 있던 신들은 생각보다 쉬워 보이는 일이 떨어지자 서로 하겠다고 나섰다.
“이건 나한테 알맞은 일 같아. 내가 남을게.”
“정말? 어쩐 일이야?”
의외로 1번 여신이 스스로 남겠다고 자청하는 모습에 다른 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일이라는 것도 한 번 보고 싶기는 하지만, 역시 이게 가장 효율이 좋을 것 같아서.”
“호오, 어쩐지 낚시라는 일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다른 신들보다는 나을 걸.”
“그렇다면 한 번 기대해 보도록 하지.”
형진이 다른 신들을 데리고 부두로 향하자, 1번이라는 번호표를 가슴에 단 작은 체구의 여신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아까 본 대로 세심하게 찌와 낚시 바늘을 거는 일을 했다. 그리고 조금 징그러운 미끼를 바늘에 꿰는 일까지 마치자 조심스럽게 낚시를 시작했다.
“자아, 도와줘. 얘들아.”
형진이 다른 신들을 이끌고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왁자하게 떠드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여신은 가만히 낚싯대를 두 손으로 쥐고 마치 기도를 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물 위에 떠있던 찌고 쏙 하고 내려가며 손에 반응이 전해진다.
“왔다!”
그렇게 외치며 낚싯대를 당기자, 꽤 강한 힘이 전해져 온다. 갑작스런 그녀의 외침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다른 신들은, 이내 그녀의 낚싯대에 걸려 올라오는 커다란 물고기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정말로 낚았어!”
“아까 밤의 신이 낚은 것보다 더 크잖아!”
사실이었다. 지금 여신이 낚은 물고기는 아까 형진이 낚은 망둥어보다 거의 곱절은 큰 몸집을 지닌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지켜보던 정직원들조차도 허둥댈까.
뜰채로 받아 올려서 물을 받아둔 동이로 옮겨 놓자, 신들이 몰려와 그녀가 낚은 물고기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와… 정말 크다.”
“거의 팔뚝만한데.”
“먹을 수 있는 건가?”
“글쎄. 하지만 이 정도면 조원들이 전부 먹고도 남겠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직접 그 물고기를 낚아 올린 여신도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커다란 물고기를 낚아올린 것에 대한 기쁨이 아니었다. 권능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종류의 힘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힘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자아, 그럼 마구마구 낚아 볼까!”
여신은 그렇게 외치고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 미끼를 바늘에 꿰기 시작했다.
그렇게 1번이 예상외의 월척을 건져 올리고 있을 즈음, 형진은 나머지 신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나가 있었다.
“이번에 할 것은 물질입니다. 바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먹을거리들을 건져내는 방법이죠.”
“바다 속으로요?”
“하지만… 저는 수영을 못하는데요.”
미리 말을 해줬으면 수영에 능한 자들이 남았을 것이다. 권능을 사용할 수도 없는 현재의 신들로서는 물속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신들에게 형진은 웃으며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수중형 퍼스널 모빌리티입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수영에 자신이 없는 분이라 해도 기본적인 수중 활동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정직원 여러분은 이것을 모두에게 나눠주세요.”
“네.”
남아있던 정직원들이 손목에 찰 수 있도록 만들어진 퍼스널 모빌리티를 나누어 주자, 형진은 간단하게 착용법을 시연하고는 앞장서서 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수중형 퍼스널 모빌리티는 우주 공간에서의 선외 활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물건이다. 단순히 이동만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퍼스널 모빌리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우주선 밖에서의 활동은 그보다 훨씬 정교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자세 제어로부터 시작해서 손발의 움직임에 따른 관성의 조절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우주 유영만이 아니라 지상에서 작업하는 것과 같은 효율을 우주선 밖에서도 얻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물 안에서도 물 밖과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면 적당하겠죠. 모두 착용이 끝났다면 물로 들어오십시오.”
“네…”
살짝 겁에 질린듯한 목소리였지만, 형진의 말에 따라 신들은 하나둘씩 물속으로 들어왔고, 곧이어 크게 놀랐다.
“어? 이건…”
“와, 그냥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주위에서 물이 흘러들어와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지만, 두 발은 마치 땅을 딛고 선 것처럼 견고하게 자신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지조차 신들로서는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필요하다면 결계를 확장해서 물의 흐름 같은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그래서는 물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죠. 다만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면 기능을 조절해서 결계의 범위를 확장시키셔도 좋습니다.”
“아하, 이런 것도 가능하군요.”
인턴이 되면 이런 신기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건가. 아직 권능을 사용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능해지면 자신들도 이런 것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럼 아래로 내려가 볼까요.”
갯벌도 그랬지만, 바다 속은 그보다도 훨씬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형진은 그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어떤 것을 어떻게 채취해야 하는지 역시 시연해 보였다.
“작은 것은 제외하고 적어도 주먹 크기 이상 되는 녀석들만 캐십시오.”
“네!”
역시 가장 만만한 것은 전복이나 성게 같은 종류의 해산물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들이다. 물고기 같은 것이 떼지어 다니긴 했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수중형 퍼스널 모빌리티는 빠른 움직임보다는 자유로운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서 물속을 빠르게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기능성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점심은 간단하게 뱃전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정도로 끝내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도착해서 보니 졸려서 움직이기조차 싫어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서로 자신들이 잡은 수확물들을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낚시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우와… 이걸 혼자서 잡았다고?”
“말도 안 돼. 이게 가능한 일이야?”
그도 그럴 것이, 그녀 혼자서 무려 십여 마리나 되는 커다란 생선을 잡아 올렸다. 사실 그녀가 잡은 고기는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작은 녀석들을 제외하고 큰 녀석만 남긴 것이 이 정도였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대단합니다.”
“벼,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하하…”
형진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여신은 부끄러움이 역력한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세상엔 여러 가지 우연이 있게 마련이고, 초보자의 행운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건 그런 식의 우연이나 행운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결과다. 뭔가 다른 힘의 작용이 있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랄까.
하지만 신입들은 당장 권능을 발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것은 이 작은 여신 역시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수호신.
특정 생물의 이름을 신격으로 가진 수호신이라면, 딱히 권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격에 속한 권속들을 어느 정도 부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의문이 남는다. 그녀가 낚아 올린 생선들은 어느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수호신이 자신의 권속들을 이렇게 한 끼 식량으로 삼기 위해 잡아올린 다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모처럼 월척이 낚였으니,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제가 솜씨를 좀 보여드려야겠군요.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부끄러워하던 여신은 얼른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정말요? 당연히 괜찮죠. 부탁드려요!”
그녀만이 아니라 다른 신들 역시 형진이 직접 요리를 한다는 말에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도 이제는 형진의 요리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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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깨보니 새벽 한시더군요; 킁;
그래서 늦는다는 덧글도 못달고 바로 글부터 쓰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