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84
00784 179. 진행 =========================
형진을 만나고 물러난 이들은 숙소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앓아 누워버렸다. 면전에서 신의 존재감을, 그것도 은은한 노기가 서린 존재감을 그대로 감당해버린 탓에 몸살이 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숙소에서 꼼짝도 못한 채 끙끙 앓으면서 그들은 이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또한 상대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존재인지 깨달아 버렸다. 정말로 천사 지브릴이 맞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개중에는 자신들이 앓고 있는 몸살을 법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형진은 그들로 하여금 마음 편하게 앓고 있을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병을 핑계로 시간을 끌고 있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뒤통수를 후려갈길만한 뉴스를 터트려 버린 것이다.
-미라지 코어 산하의 7개 자원 연구소, 상업적 헬륨3 채취 기술 합동 개발.
-미라지 코어 산하의 12개 핵물리학 연구소, 헬륨3 기반의 핵융합로 개념연구 시작.
그들이 앓아 누운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세계의 언론들은 이런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헬륨3를 이용한 핵융합은 이론상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 100퍼센트에 이르며, 방사성 폐기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또한 핵융합은 핵분열과는 달리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것 같은 대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
실현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스스로의 손에 태양이라는 절대적인 에너지원을 거머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인간이 구현한 핵융합 기술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 방식으로서 핵융합 발전으로서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으며 그나마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활용한 방식보다 진보된 것이 중수소 두 개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훨씬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한다는 난점이 있다. 헬륨3와 중수소 융합은 이러한 두 가지 단계보다도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래에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회자 되었을 뿐 직접적인 개발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라지 코어에서 바로 그것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개발이 성공한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연구를 시작했다는 말에 이렇게 난리를 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대는 바로 미라지 코어다. 누구도 이번 세기 내에서는 가능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달 개발이나 초광속 추진마저 이뤄낸 장본인이, 대놓고 개발 시작을 알렸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기반 기술을 이미 갖추었다는 의미나 다름없는 것이다.
“관에 눕혀 놓고 아예 못질까지 해버리는 건가.”
만약 핵융합 기술, 그것도 원자력발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효율과 안전성을 갖춘 그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는 더 이상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석유의 가치라는 것이 단순히 에너지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탄에서의 채굴로 공급이 급증하고 에너지원으로서의 용도마저 제한된다면 그 가치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완전히 낫지 않아 쑤시고 결리며 삐거덕거리기까지 하는 몸을 억지로 끌고 형진 앞에 다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답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형진은 그렇게 질문했다. 자신의 뜻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나라와 함께 그대로 사막에 버려져 말라비틀어진 채 해골만 남게 된 불쌍한 가축같은 꼴이 될 것인지 결정하라는 뜻이다.
물론,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처음부터 하나 밖에 없었다.
“받아… 들이겠습니다.”
“흥.”
형진은 좋다 나쁘다 하는 식의 말조차도 없이 그렇게 콧방귀를 뀌더니, 그들을 향해 손을 한 번 내저었다.
“아…”
“이, 이건…”
몰래 포션까지 가져다 먹어봤지만, 형진과의 만남 이후 생겨난 몸살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겪고 있는 증상은 어딘가 상처가 났다든가 하는 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형진의 존재감에 짓눌려 균형을 잃어버린 탓에 생겨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진이 보호와 균형에게서 빌어온 권능을 그들에게 베풀자 그들의 몸을 괴롭히던 증상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간다. 마치 저혈당 증세가 일어난 것처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현기증을 느낌과 동시에, 몸 이곳저곳이 어떻게 아픈 건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삐거덕거리던 그 모든 증상들이 말끔하게 사라져간 것이다.
“그 꼴로는 자신의 말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을 테니 일단 조치를 취했다.”
“감사… 감사합니다.”
“시끄럽고. 결정이 내려졌으면 가서 자신이 말한 바를 실행하도록.”
“알겠습니다.”
형진은 그들에게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신이라는 사실을 알리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충격은 직접 말로 그런 내용을 들은 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때로, 한 번의 행동은 천 마디 말보다 무거울 때가 있는 법. 그들에게 비춰진 형진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그들은 곧바로 포고를 준비했다. 그 내용은 ‘선언’의 엄격한 준수와 더불어 기존에 법령으로 존재했던, 종교로부터 기인했던 모든 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다른 종교로 개종할 경우 자국민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던 법령이 철폐되고, 악명 높았던 종교 경찰들이 해체되었다.
그렇게 교조주의로 일관하던 국가들의 정책이 단숨에 세속주의로 돌아서자, 관계된 종교 지도자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의 나라는 새로운 법령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격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하며 혼란으로 치달아가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국가 전복이나 대규모 테러를 준비하는 자들까지 나타났으나, 그들은 모두 미리 형진의 명령을 받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주시자들의 손에 처단되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어디서 어떻게 발악을 하고 나설지 모르니 계속 지켜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힘으로 억눌러 두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오랜 세월 동안 지켜왔던 기득권을 포기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은 엄연히 형진의 편. 그들이 그렇게 과거의 것에 집착해 나아가지 못하는 동안, 세상은 한층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그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과거의 유물로서 지구상에 박제되어 남게 될 것이다. 형진은 굳이 그런 자들까지 억지로 끌고 우주로 나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일이 그렇게 마무리 수순으로 넘어가자, 형진은 금성의 테라포밍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온도를 낮추는 일이라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가까운 만큼 같은 시간 같은 면적에서 받아들이는 태양광의 양이 약 두 배 가량 더 높습니다. 이렇게 강하게 입사되는 태양광은 대기 중의 수증기를 증발시키고 상층부에 황산의 구름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최소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금성은 처음 생겨났을 때 지구와 매우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금성이 지구와 비슷한 위치에 놓여져 있었다면, 그곳 역시 푸른 바다로 뒤덮인 생명의 보고가 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성이 지금과 같은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은, 지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태양광 때문이다. 즉, 온실효과로 인해 뜨거워진 금성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선 금성에 내리쬐는 태양광을 차단해서 온도를 낮춰야만 한다는 모순 같은 상황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좋아. 구체적인 방안은?”
형진의 물음에 프리츠는 거대한 구조물의 도안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솔라셰이드와 솔레타라고 불립니다. 솔라셰이드는 한 마디로 태양광을 차단하는 거대한 차광막이고, 솔레타는 그렇게 가려진 금성에 태양광을 공급하는 반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거울로 만들어진 인공태양 같은 개념이죠.”
“발상 자체는 간단하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들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규모가 너무 거대하다는 점과, 광자추진 같은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요건에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행성 전체를 가릴 만한 차광막을 만드는 것이 쉬울 턱이 없다. 위치는 라그랑주 포인트 가운데 태양과 금성 사이에 존재하는 L1 포인트 근처로 잡으면 된다지만, 행성 지름 내지는 그 이상의 규모를 가진 반사판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쉽지 않은 일이다.
“고작 반사판 하나로도 뒷골이 당기는데, 움리드들은 어떻게 링 월드 같은 무지막지한 걸 만들 생각을 한 걸까.”
“그러게 말입니다.”
형진도 프리츠도 쓴웃음을 짓긴 했지만, 지구의 과학자들은 이미 솔라셰이드의 기본적인 구조에 대한 설계를 마친 상태였다.
반사판이나 차광막이라고 해서 그냥 우주에 커다란 거울 하나를 가져다 놓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의 거대한 차광막이 태양을 바라보는 위치로 설치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솔라 셰일 같은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태양광을 막겠다고 설치한 차광막이 태양광 그 자체에 떠밀려 금성을 뒤덮어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개의 고리 형태로 거울을 배치해 적당히 태양광을 흘려내는 형태의 솔라셰이드를 설계했다. 태양광으로 인한 광자 추력의 문제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금성과의 상대 위치를 항상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원형의 우주 돛단배를 생각해 낸 것이다.
솔레타는 솔라셰이드에 의해 가려져 암흑천지가 되어 버린 금성에 적절한 수준의 빛을 전하기 위한 거대한 반사판이다. 이것 또한 솔라셰이드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최소한 금성과 동등한 수준의 크기가 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다시 말해 거울 형태의 인공 태양이 되는 셈이다.
“권능으로 해결하는 편이 훨씬 쉬울지도 모르겠어.”
태양광의 차단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형진이 밤의 권능을 동원해 행성을 뒤덮어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다. 물론 들어가는 공헌도의 양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나 할까. 인공 태양 같은 부분도 일부러 거대한 반사판 같은 걸 만들 것 없이 적당히 권능을 약화시켜 필요한 만큼의 태양광만 받아들이면 되는 문제다.
형진은 프리츠가 보여주는 설계도를 살펴보며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형진이 전부 다 알아서 할 것 같았으면, 굳이 세계 각국 정상들을 불러서 일을 맡기거나 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금성의 테라포밍 자체가 각국의 역량을 시험하고 이후 다른 항성계에서 독자적인 행성 개발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험 무대이기 때문이다.
“귀찮고,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런 건 직접 해야 의미가 있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사실 차광막이나 반사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든가 그곳까지 거울들을 실어 나를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행성 규모의 거울을 만든다고 해도 면적이 그렇다는 거지 행성의 부피를 지닌 무언가를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럼 온도는 이런 방법으로 낮춘다 치고, 대기는 어떻게 할 셈이지?”
“그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프리츠는 과학자들이 내놓은 방법 몇 가지를 다시 설명했다.
가장 간단한 것은 달에 그랬던 것처럼 얼음덩이를 가져다 투척하는 방법이다. 소행성 형태의 얼음 덩어리가 금성에 투하되면, 자전 속도 같은 문제도 부차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두꺼운 황산 구름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금성에 퍼부어야할 물의 양은 달의 그것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소행성이나 혜성을 붙잡아다 투척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엔셀라두스 같이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위성을 투척해야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 이건 티폰의 사체를 개조한 항성간 우주선을 이용해 끌어오거나, 해당 위성의 공전궤도 상에 황혼의 권능으로 경계를 열어 가져다 놓으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각국이 자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대안으로 나온 방법이 수소를 쏟아 넣는 것입니다.”
“수소?”
“보쉬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산화탄소와 두 개의 수소 분자가 결합하게 되면 탄소와 물로 변환이 됩니다.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섭씨 500도 근처인데, 당장의 금성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솔라셰이드등을 통해 온도를 조절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좋군. 수소라면 목성이나 토성 같은 곳에서 액체 수소 형태로 운송하면 되니까.”
“그렇습니다. 같은 양의 물을 실어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방법으로 금성에 물을 공급하게 될 경우, 지면의 80퍼센트 가량이 물에 잠기게 될 거란 점입니다.”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이 생기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물의 양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십분의 일 수준이지만, 금성은 지형 자체가 평탄화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죠.”
“재미있군.”
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중요한 건 지구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테라포밍을 수행할 수 있는가일 뿐, 그 결과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성 개발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워낙 체급이 커서 생각보다 육지의 크기가 작다는 점에 입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따져도 지구보다 바다가 좀 더 많은 것뿐이다.
권능을 쓰는 것보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런 식의 도전과 협력과 경험은 앞으로 우주로 뻗어나갈 인류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좋아. 실행하도록.”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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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밥 먹고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