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34)
〈 134화 〉 13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덜커덩. 덜커덩.
휴즈 설산의 여행을 끝내고 프루커스 백작가로 돌아가는 길. 나는 마차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봤다. 획획 바뀌는 풍경은 처음에는 좀 신기했는데 지금은 지겹기 짝이 없었다.
‘이 세계의 최대 단점은 유희거리가 별로 없다는 거지.’
나는 마차 안을 둘러봤다.
내 옆에 앉은 유리아는 가만히 정자세로 앉아 있다. 루시는 마차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고 카일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카일을 괜히 불렀어. 유리아랑 단둘이 올걸.’
그랬다면 마차 안에서 유리아를 희롱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응. 정했어.”
돌연 카일이 말했다. 내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일 형. 갑자기 무슨 말이야? 뭘 정해?”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게 있어. 나는 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어. 여러 가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여행가가 되겠다고?”
“응. …유진은 내 말을 듣고 당황하지 않네. 이 말을 들으면 엄청 당황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나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였다.
“예상하고 있었어. 카일 형이라면 왠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단순히 원작대로 흘러갔을 뿐이다. 카일이 마음먹는 게 조금 더 내 생각보다 빨랐을 뿐이다. 이번 휴즈 설산 여행이 계기가 된 모양이다.
“계획은 있어?”
“…일단은 모험가로서 생활하려고. 여행을 하는 모험가는 비교적 흔한 편이잖아?”
카일은 대륙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미궁 도시 라비트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히로인 중 한명인 클로디아와 재회하고 동료로서 활동하며 함께 프루커스 백작가로 돌아올 것이다.
‘한층 성숙해져서 말이야.’
카일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내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카일은 통제가 힘들 정도의 먼치킨이 될 것이다.
최소한 카일이 오러 마스터가 되는 것을 늦춰야 한다. 그가 원작처럼 오러 마스터가 되어 백작가에 귀환한다면 백작위는 그의 것이 된다.
‘원작에서 젠트는 오러 마스터가 된 카일에게서 후계자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다가 일이 꼬여 죽게 되지.’
카일이 오러 마스터가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오러 마스터는 내가 프루커스 백작이 된 뒤에 되라고.’
카일의 성격상 내게 반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나의 가신이 되어 내 뜻대로 움직이는 소중한 전술병기가 되어 줄 것이다.
“첫 번째 여행지는 커토 왕국이야. 그곳의 천공 평원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커토 왕국의 남쪽에 있는 왕국 중 하나다.
천공 평원은 이름 그대로 하늘만큼 드넓은 평원이다. 그 평원은 너무 넓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되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형의 여행이라…. 좋아. 다 좋은데 말이야. 어머니는 어떻게 설득할거야?”
“…….”
카일이 입을 다물었다.
엘라인은 합리적인 여자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카일의 여행도 허락할 것이다.
‘문제는 그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지.’
평범한 귀족의 자제였다면 엘라인이 그의 여행을 허락해주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일은 프루커스 가문의 차남이다. 대영주의 아들이다. 또한 가문의 후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가 이번 휴즈 설산 여행을 허락받을 수 있었던 건 테브라의 영주가 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일정과 엘라인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카일의 여행은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여행이다. 하물며 혼자서 모험가로서 활동하며 여행한다. 엘라인이 허락해줄 리가 만무했다.
“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카일이 당황하며 내게 물었다.
“몰라. 없어. 일단 확실한 건 어머니를 말로 설득할 수 없다는 거야.”
카일은 말주변이 뛰어나지 않았다. 반면에 엘라인은 중급 마법사이며 가문의 내정을 도맡아 해왔다. 어중간한 논리로는 도리어 논파 당할 뿐이다.
“어떻게든 없는 거야?”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어떻게든 없어.”
“끄응….”
결국 카일은 원작대로 몰래 가출 할 것이 뻔하다.
엘라인은 가출까지 감행한 카일을 잡기 위해 기사단이나 병사를 파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 가문의 명성에 금이 가니까. 다만 사람을 은밀히 붙여 지속적으로 감시 한다.
“어쨌든 나는 형의 의견을 존중해. 여행 도중에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말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게.”
“유진…! 고맙다.”
“뭘. 우린 둘도 없는 형제잖아. 비록 피는 반밖에 섞이지 않았지만.”
“유진. 그런 말을 하지 마. 피가 반밖에 섞인 게 아니라, 피가 섞인 형제야. 넌 하나 뿐인 내 동생이야.”
“형도 내가 위험하면 도와줄거지?”
“당연하지. 말만해. 바로 도와줄게!”
나는 웃었다.
머릿속으로는 눈앞에 있는 호구를 부려먹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
작위 수여식은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공후백자남의 오등작 중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위를 수여하는 일이다.
아무리 내가 대영주의 아들이라 해도 겨우 남작위를 받고 연회를 열수는 없다. 오히려 부끄럽다.
‘이번만큼은 엔티온이 고맙군.’
엘라인은 그래도 연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가주인 엔티온이 고작 이런 일에 연회를 여는 건 아니 될 일이라고 거부했다.
그렇기에 작위 수여식은 프루커스 가문의 직계 가족과 일부 가신들만 참석해 진행되었다.
의례복을 갖춰 입은 나는 엔티온의 앞에 무릎 꿇은 상태에서 고개만 들어 그를 쳐다봤다. 이미 귀찮은 의례는 전부 치렀다. 지금은 수여식의 마지막 부분이다.
“유진 프루커스. 너는 네 모든 것을 왕국에 바칠 준비가 되었나?”
“네. 저는 라펠리 왕국의 귀족으로서, 나의 모든 충성과 경의는 모두 라펠리 국왕 전하에게 바치겠습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의무를 등한시 하지 않을 것이며, 내 영혼은 기꺼이 라펠리 왕국을 위해 일할 것을 맹세합니다.”
내 진심이 0% 첨가된 말이었다.
나는 오늘 맹세만 5번을 했다. 이게 마지막 맹세고 지킬 생각 따윈 전혀 없다. 그저 맹세라는 이름의 의례일 뿐이다.
“유진 프루커스. 라펠리 국왕 전하를 대리하여, 프루커스 백작의 이름으로 네게 남작의 작위와 영지를 하사하겠다.”
엔티온은 내게 하나의 반지를 건넸다. 나는 그가 건네는 반지를 조심스럽게 받아 왼손 검지에 착용했다.
내가 테브라의 영주임을 뜻하는 반지다.
‘뭐, 이건 상징적인 거고 나중에 엘라인에게서 정식 서류를 챙겨야지.’
이 반지 따위보다 서류 쪽이 훨씬 중요했다.
“이것으로 수여식을 마치겠다.”
엔티온의 엄숙한 선언과 함께 가신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박수를 치는 가신들 사이에 서 있는 젠트가 보였다. 나를 비웃으며 설렁설렁 힘없이 박수를 치고 있다.
나는 저 재수 없는 낯짝에 죽빵을 갈겨버리고 싶은 걸 참아야 했다.
‘이 일은… 반드시 기억해둔다.’
왼손 검지에 낀 반지를 쓰다듬어마 되뇌었다.
나는 내일 이 저택을 떠난다.
•••
언제나처럼 개인 훈련장을 향해 걸어가던 카일은 복도에서 유리아와 마주쳤다.
카일은 자신의 몸이 긴장되는 것을 느끼고 당황스러웠다. 복도에서 단 둘이 마주친 것뿐이다. 그런데 왜 긴장하고 있는 건가.
‘내가 유리아를 이렇게 의식했었나?’
생각해보면 단 둘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유리아와 마주할 때면 거의 항상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
유리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녀는 하인에 불과하다. 여기서 대충 인사를 받고 지나가면 된다. 그러나 카일은 유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입을 열어 질문했다.
“유리아. 뭐하고 있어?”
뭐하고 있냐라니,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한심할 정도의 말이었다.
“마차에 실린 짐들을 점검하고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아. 내일 유진과 함께 테브라로 떠나지?”
“네. 아침 식사를 한 뒤에 바로 출발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유리아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아? 친척인 하센트 집사장도 저택에 남아 있잖아.”
카일은 자신이 말한 물음에 깜짝 놀랐다. 유리아는 동생의 전속 메이드다.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아니요. 저는 유진 공자님의 전속 메이드입니다. 유진 공자님이 테브라로 가시니 제가 함께 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
카일이 간신히 대답했다.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유진의 이름을 말하는 유리아의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순간 유진을 미워할 뻔했다. 이건… 질투? 내가 유리아를 좋아한다고?’
그러나 카일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자신과 유리아는 그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가 전부다. 첫 눈에 반한다? 카일은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그 브로치…. 평소에도 생각했습니다만 굉장히 아름답군요. 자세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아. 이 브로치?”
언젠가 유진에게서 받은 매화 모양의 황금 브로치다. 매화를 좋아하는 카일은 거의 항상 이 브로치를 옷깃에 달고 있다.
“괜찮아. 자.”
카일은 브로치를 떼서 유리아에게 건네주었다. 그 과정에서 유리아와 손이 닿았다. 카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괜히 딴청을 부렸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더 아름답군요. 관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유진이 준 선물이기도 해서 애지중지 대하고 있어.”
“그렇습니까.”
유리아가 브로치를 이리저리 둘러볼 때였다. 그녀의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이 아래로 떨어졌다. 카일은 무심코 손수건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었다.
“아. 카일 공자님이 그러실 필요는….”
“아니. 괜찮아. 이 정도야 뭐.”
당황스러워 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유리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황금 브로치의 숨겨져 있는 뒷면을 열어 작은 건전지를 바꿔 끼운다.
카일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건전지를 완벽히 바꿔 끼운 상태였다.
“자. 여기 손수건.”
“……면목 없습니다. 카일 공자님을 숙이게 만들다니….”
“별일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이후에 할 일이 없으면 같이 차라도 마시지 않을래? 루시에게 들었는데 얼마 전에 좋은 차가 들어왔다고 하더라.”
“죄송합니다. 이후에는 유진 공자님의 티타임을 준비해야 해서….”
“일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
“여기 브로치는 돌려드리겠습니다.”
카일은 브로치를 건네받았다. 유리아는 그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카일은 차분히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차라도 마시자니…. 내가 왜 그런 거지?’
무심코 건넨 제안이었다. 카일은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개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아마 앞으로 유리아를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 일거야. 큰 의미는 없어.’
•••
남작이 되어 테브라로 온 나는 막막함을 느꼈다.
그동안 몇 번 테브라로 찾아왔다. 내 저택을 짓는 서리 망치 부족 드워프 노예들과 코리아 상단의 일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답 없는 영지가 내 영지라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프루커스 백작가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나는 엔티온과 가신들에게 최대한 유능함을 어필해야 한다.
그리고 유능함을 증명하는 방법은 결국 이 영지를 눈부시게 발전시키는 것뿐이다.
‘나라면 할 수 있다. 할 수 있고말고. 이딴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지.’
나는 현대의 물건들을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드워프 노예 88명도 있다.
‘좋게 생각하자. 여기선 내가 왕이야. 다른 놈들 눈치 볼 필요가 없어.’
그렇다고 망나니짓을 하진 못 한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엔티온이나 엘라인이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젠트 새끼라면 분명 사람을 심어 뒀겠지.’
그래도 내가 이곳의 대빵이라는 점은 큰 메리트다.
나는 유리아와 함께 내가 머물 저택으로 향했다.
근데 저택은 완성되지 못했다. 내가 무려 2주나 되는 시간을 줬음에도 아직 70%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이, 이 난쟁이 새끼들이…!”
장인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워프가 무려 88명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88명이 저택 하나에 달려들었으니 일주일 만에 뚝딱 만들어 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나는 사나운 눈초리로 드워프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페서스를 불렀다.
“페서스!”
“허억! 주인님!”
“주인님이라 부르지 마라. 네놈의 걸걸한 목소리에 귀가 썩는 것 같으니!”
“그, 그럼 뭐라 불러야 합니까?”
“유진 님이라 불러라.”
“네. 유진 님! 오셨습니까! 오늘 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벌써 오셨을 줄이야….”
나는 노예 난쟁이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똑바로 서라. 페서스.”
“…네. 유진 님.”
벌떡 일어난 페서스가 부동자세를 취했다.
“왜 아직 저택이 완성되지 않았지?”
“그, 그게. 지어야 되는 저택이 너무 큽니다. 5층에다가 지하 공간까지 만들어야 하고… 방이 총 100개가 넘으니 이건 어지간한 대저택보다 더 크고…. 거기다 콘크리트라는 물질도 생소한 탓에….”
나는 페서스를 발로 콱콱 밟기 시작했다. 이 새낀 노예 관리자라는 면목으로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놈이다.
“너희 드워프 놈들은 말이 많아! 네놈이 띵가띵가 놀지 않았다면 저택은 지금 보다 더 많이 완성되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