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63)
EP.2363 2363. 광명승천도
“네 주인은 이제 나다. 네게 거부권은 없다. 받아들여라.”
전정이 죽어서 그런지 금강신뢰는 아까와 달리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금강신뢰의 소유권을 손에 넣었다. 나와 금강신리의 영성이 이어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금강신뢰의 힘을 알 수 있었다.
‘법패는 법패다. 지금의 나로선 금강신뢰의 힘을 완전히 끌어내고 사용할 수 없다. ’
금강신뢰를 사용하는 법 그 첫 번째. 뇌기를 담아 던져서 사용하는 것. 이름 그대로 벼락이니 절대고수라도 방심하면 당하는 빠르기를 자랑한다.
두 번째 능력인 술법 보조. 뇌속성 술법 한정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어떤 술법이라도 술법 발현에 도움을 준다.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술식을 대신 처리해 준다고 할까.
‘뇌쇄주박같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술법은 금강신뢰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술법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술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세 번째 능력인 술법 저장. 금강신뢰는 뇌속성 술법 3개를 저장해놓고 뇌기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다.
현재 금강신뢰에 저장된 술법 3개는 대금강호법술(大金剛護法術), 우장무결(雨裝無缺), 금강팔뇌옥(金剛八雷獄).
대금강호법술은 금강역사를 만들어내는 술법.
우장무결은 방어막을 펼치는 술법.
금강팔뇌옥은 뛰어난 결계술이자 봉인술이다. 대신 8명의 뇌속성 술법을 익힌 실력자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있다.
나는 술법들을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넣었다가 빼냈다.
‘소유권이 내게 있으니 인벤토리에도 넣어지는군. 그 외에도 능력이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내가 파악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검지를 세웠다. 금강신뢰가 그 위로 오더니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다른 능력이라고 한다면 금강신뢰를 이기어검처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물론 기운은 소모된다.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해. 전투에 써먹을 정도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제법 필요하겠어.’
살짝 천마신공을 운용해 봤다. 그러자 금강신뢰가 나와 거리를 벌리더니 빙글빙글 돌았다. 소유권이 내게 있음에도 반발하고 있었다.
‘살짝 운용했을 뿐인데 이리 격하게 반발하다니…. 천마신공과는 같이 못 쓰겠군.’
천마신공을 억누르고 뇌천류를 운용한다. 그러자 금강신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곁으로 다가왔다. 꽤 재밌는 놈이다.
저벅저벅.
엉망이 된 땅 위로 세 명의 남녀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팔악회의 회주인 파산악군과 그 오른팔 교악. 그리고 미독악비 유여려였다. 나는 유여려의 상태부터 살폈다.
‘긁힌 상처가 보이긴 하는데… 내상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파산악군은 나를 보며 감탄했다.
“대단하군. 그 땡중을 죽여버릴 줄이야. 그 업적을 찬탄하며 네게 기회를 주마.”
“기회? 무슨 기회?”
“그 법보를 내게 넘기고 대사팔악회로 들어와라. 지금 막 뇌음사의 장로들을 처치했다. 전원 내상을 입고 있는 상태라 비교적 손쉬웠지. 이제 이 도시는 우리 대사팔악회의 것이다.”
“지랄하는군. 난 나보다 약한 놈 밑으로 안 들어간다.”
“…못 들었나? 뇌음사를 정리했다고. 아무리 너라도 나를 비롯한 대사팔악회의 협공을 받고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너는 혼자다.”
“그래서 너의 그 잘난 부하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잠시 뒷정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부른다면 당장 달려올 거다.”
“아직 감지하지 못했나? 내상이 생각보다 깊은 모양이군.”
“뭐?”
파산악군이 놀라면서도 인상 쓰며 기감에 집중했다. 느껴질 것이다. 뇌음사로 몰려오는 무인들의 기척이.
“뇌음사 말고도 네놈들의 적은 더 있지 않나.”
“흑풍검협과 떨거지 문파들…!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거냐!!”
그럴 리가.
백무한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바로 이용했다. 하지만 백무한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니 일단 내버려 뒀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소를 내비쳤다. 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놈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우리 셋만으로도 네놈 따윈 죽여버릴 수 있다.”
“교악을 죽이고 여기서 벗어나라.”
뜬금없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여려의 손이 움직여 옆에 있던 교악의 후두부에 비수를 박았다. 완벽한 치명상에 독까지 묻어 있다. 교악은 즉사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파산악군이 유여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허나 유여려는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미독악비!! 배신이냐!! 이 은혜도 모르는 년이!!”
“은혜? 내가 대사팔악회에 들어온 건 거래였어요. 당신들에게 빚진 건 없죠. 그럼 이만.”
찌이익.
유여려는 내가 준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현장에서 벗어났다. 파산악군이 고개를 두리번거렸으나, 소용없다. 지금 그녀는 무영신투와 함께 내가 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인 낙월산에 있을 테니까.
“빌어먹을, 혈광도!! 네놈이 모든 계획을 망쳤다!!”
“먼저 통수 친 건 너희였다. 꼬우면 계획대로 갔어야지.”
“네놈도 죽이고 미독악비도 죽여버리겠다!! 크아아아아아아!”
파산악군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교악의 죽음 때문인지 확 돌아버리며 심마까지 찾아온 것이다. 하필 그 심마는 폭주형태였고.
“마침 잘 됐군. 금강신뢰의 술법도 실험할 겸 적당한 상대가 필요했었는데… 네놈까지 죽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군. 대금강호법술(大金剛護法術).”
금강신뢰가 내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양이 무지막지하다. 대충 8할 정도를 한순간에 가져간 것이다.
파지지지지지직!
금강신뢰를 중심으로 반투명한 물질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크기를 점점 키워가며 인간의 형태를 취한다. 나는 그것의 머리 위로 올라타 형태를 지켜봤다.
“호오. 전정의 금강역사처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군.”
금강역사처럼 탄탄한 근육을 가지긴 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가벼운 도복을 입었다.
전정의 금강역사인 관철나한장(觀徹羅漢將)은 황금빛의 반투명한 몸체였는데 내 금강역사는 가슴이 집채만 하게 큰 푸른빛의 반투명한 여자였다. 머리카락도 있고 얼굴도 상당히 내 취향에 가까운 미녀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화련비도와 비슷한 외형의 거대한 칼을 쥐고 있다.
“좋다. 제법 마음에 드는군. 네게도 이름을 붙여주마. 지금부터 너는… 보지대장부(寶志大丈夫)다.”
보지대장부가 폭주하는 파산악군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놈은 빗살처럼 빠르게 떨어지는 거대한 칼을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칼날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허공을 밟으며 한순간에 내가 있는 곳까지 달려온다.
뇌천류(雷天流) 뇌술(雷術) 뇌쇄주박(雷鎖呪縛).
보지대장부의 가슴 속에 있는 금강신뢰에서 번개 사슬이 수십 개가 쇄도하여 파산악군을 구속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럽다. 소리 지르지 마라. …돌아버려서 안 들리나.”
쩌적!
번개 사슬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상관없었다. 놈에게 도약이란 스킬이 없는 이상 이미 충분히 묶어 뒀으니.
보지대장부가 놈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 거대한 손바닥 중심으로 붉은 번개와 푸른 번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며 공명해 합쳐진다.
뇌천류(雷天流) 이중공명(二重共鳴) 만뢰나선(卍雷螺旋).
거대한 보라색 레이저가 파산악군의 몸을 소멸시키며 하늘을 꿰뚫고 쭉쭉 뻗어 나가다 사라졌다.
‘벽력신장보다 위력이 몇 배는 더 강해 보이잖아. 지상에 떨어졌으면 대참사가 일어나겠군.’
그보다 놀라운 것은 화련비도를 거치지 않고 적뢰(赤雷)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시켜봤는데 정말 될 줄 몰랐지.’
나는 손바닥을 펼쳐 그 위로 뇌전을 일으켰다. 의지를 일으키는 순간 푸른 뇌전이 타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여기서 화련비도를 떠올리며 성질을 부여한다. 그러자 뇌전이 붉게 변하며 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하하. 이게 가능했었나? 한 번 해보니 다소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 말고는 별거 없군.’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뇌천류(雷天流) Lv.4가 뇌천류(雷天流) Lv.5로 상승합니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뇌전(雷電) Lv.12이 뇌전(雷電) Lv.13으로 상승합니다.]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갑작스러운 알림창에 깜짝 놀랐다. 대량의 포인트를 아꼈다는 뜻이지만, 대체 왜 레벨이 오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발.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고도 특성이나 스킬이 성장할 수 있었나?’
과거가 떠오른다. 좆밥 시절 신체 능력치도 단련하는 것에 따라 성장하기도 했다. 어느 수준이 되자 능력치가 오르지 않아서 육체 단련은 적당히 하고 있지만.
‘스킬과 특성도 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근데 왜 지금까지 안 됐지? 수련 존나 열심히 했잖아.’
한순간 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재능.
그리고 지금까지 수련은 제법 꾸준히 했지만… 목숨을 걸 정도로 처절하게 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유희 생활 어플이 있는데 뭐하러 수련을 치열하게 해? 목숨 걸고 수련하는 것보다 포인트 모으는 쪽이 재밌고 편하잖아. 그래도 능력을 능숙히 사용하려면 수련은 필요해.’
대충 결론을 내린 나는 보지대장부를 없애고 지상에 착지했다. 뇌음사와 대사팔악회가 사라졌으니 이제 뒷정리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