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81)
EP.2381 2381. 현대마도전
구서화가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카페에서 조윤하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이다. 그녀들의 앞에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 구서화는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반면 조윤하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을 통해 은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조윤하는 분명 구서화를 신경 쓰고 있다.
‘유혹에 성공했구나!’
구서화 정도의 미녀가 다가오는데 내치면 이상한 일이다. 하물며 조윤하는 레즈가 아닌가. 그녀들은 앞으로 급속도로 친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일이 터졌다.
구서화와 조윤하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전체에 테러가 일어났다. 광주, 부산, 대구, 제주도 등등 각 지역의 커다란 건물에서 폭탄이 터졌다. 해리어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소식을 접한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한국의 해리어 집단은 루미너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루미너스는 그저 한국에서 가장 큰 마법 범죄 조직일 뿐이다.
지방 곳곳에 작은 해리어 범죄 집단이 존재한다. 마치 지역구 조폭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온전히 무시할 수 없기에 질서국에서는 대마부대 대원들을 파견한다. 즉, 출장이다.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제주도 같은 경우는 대대 하나가 파견된다.
‘그래도 그놈들은 루미너스처럼 과격하지 않아. 루미너스 수준의 힘도 없고.’
지방의 작은 해리어 집단 정도는 대마부대 대원 2~3명이면 하루도 안 걸려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지금. 다 함께 테러를 일으킨다고? 이놈들이 미치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부추긴 게 확실해.’
부추긴 놈이 누구일지는 뻔하다.
루미너스.
이 일을 벌인 목적은? 어렵지 않게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선 끌기다. 일이 발생한 이상 대마부대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파견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전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지금 대마부대 대원들은 헬기 타고 날아다니고 있겠군.’
나는 느긋했다.
주인공으로서 해피엔딩을 노리고 있긴 하지만, 상대가 작정하고 테러를 저지르면 피해가 전혀 없을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피해를 빠르게 수습하는 것.
‘빠르게 수습될 거야. 그러라고 내가 그동안 고생한 거니까.’
원작과 달리 질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장들 전원 살아 있고, 대원들에게 포션이 주어졌기에 수준도 높아졌다.
‘밥값은 해라.’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한다. 여기저기서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박현웅: 한국에는 아무 문제 없네. 경거망동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게나. 지금 질서국 전체가 움직이고 있네.
국가질서국 국장의 메시지에 헛웃음을 흘렸다. 박현웅은 아마 청와대로 이동했을 거다. 국장의 주 임무 중 하나가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니까.
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한다. 레메게톤의 의해 전복된 국가인 독일과 핀란드는 총리가 먼저 암살당한 뒤에 일이 걷잡을 수 없게 번졌으니까.
루미너스같은 집단이라면 대통령을 노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였어도 대통령을 죽였지. 그래야 한국이 더 혼란스러워질 테니까.’
구서화: 조윤하야. 구서화는 잠시 내가 데려갈게. 이쪽 인력이 부족하거든.
조윤하는 이미 구서화에게 단단히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박손: 동생이 없어도 질서국은 강하다는 걸 증명하겠다! 믿고 지켜봐라!
4대대 대장 박손의 메시지였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시했다.
그 외에도 8대대 대원들이나 본부대대에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대부분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는 부탁에 가까웠다.
‘이렇게 말하니 지금 당장에라도 한국으로 가고 싶군.’
그들은 내가 공간 이동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메시지로 부탁하는 거지.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왔다.
오전일: 대장님. BK 방송국에 수상한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경비원의 제지도 받지 않고 위로 향합니다. 방송국 직원 같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드디어 루미너스 놈들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됐군.’
나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으려다가 멈췄다.
‘임현아의 메시지가 없어. 루미너스에게 배신 사실을 들켰나? 공간 이동 주문서를 줬을 테니 도망치는 건 어렵지 않을 텐데.’
임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전화한 거야? 이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임현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루미너스가 움직였어. 어디에 있지?”
-…뭐? 나한테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아하. 배신자로 의심받더니 결국 배제당했군.”
-나를 배신자로 여겼다면 가만히 둘 리 없어. 다른 범죄 조직이 그러하듯 루미너스도 배신자에게 관대하지 않아. 오히려 배신자를 고문하고 죽이는 게 루미너스야.
“확신에 가까운 의심이 가도 증거가 없었겠지. 배신의 대가가 강한 만큼 의심만으로 널 처단할 수 없었던 거다. 그게 아니면 네게 다른 동료. 예를 들면 내가 있다고 여겼거나. 어쨌든 무사하니 됐다. 당분간 잠수타고 있어. 그리고 일이 끝난 뒤에 8대대로 들어와라.”
전화를 끊었다. 임현아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으니 됐다. 임현아는 루미너스의 정보를 지속해서 내게 알려줬으니 질서국에 들어오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이 새끼들 방송국을 장악했다고 하니… 뭘 방송하는지 보고 움직일까.’
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미 여론에서 다루었던 내용이다. 방송국을 장악하고 방송으로 나를 비판한다? 그것만큼 멍청한 짓거리는 없다. 이제 여론은 나를 받아들이는 수준이니까.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려면 더 심각한 내용이어야 한다.
‘좀 기대되네.’
오전일에게 대기를 명령하고 방송을 기다렸다. 곧 BK 방송 채널이 끊기더니 뉴스 화면에서 한 남자가 나오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30대 남자로 제법 잘생겼다. 그는 가라앉은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등 뒤로 스튜디오가 보였다. 방송국 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은 밧줄에 묶여 강제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루미너스의 수장인 브라이트다. 본명은 배후광. 한국인이다. 현재 BK 방송국은 우리 루미너스가 장악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동시에 카리스마가 깃들어 있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너희는 우리를 해리어이자, 테러리스트라고 한다. 부정하지 않겠다. 우리는 마법 범죄자이고, 테러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보를 후회하지 않는다. 과격한 테러만이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이 굳어진 대한민국을 흔들 수 있으리라 믿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실패했다. 루미너스는 오늘부로 사라질 것이다.”
브라이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여. 나는 마지막으로 그대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것이다. 이 방송국을 장악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자, 보아라. 너희가 알고 싶지 않은, 외면하고 싶은, 숨기고 싶은 진실을.”
방송 화면이 바뀌었다.
그 시작은 간단한 것이었다.
부정 입학. 중년 남자 둘이 만나서 현금을 주고받는다. 이후에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떠벌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연예인의 성접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던 4선 의원의 비서를 상대로 한 폭력과 갑질.
마법사를 납치해 비밀스러운 곳에서 온갖 구역질 나는 실험을 한 기업인.
민간인을 실수로 죽이고 상황을 조작해 해리어가 민간인을 죽인 것처럼 조작한 대마부대 대원.
이 이외에도 온갖 추악한 범죄가 드러난다. 권력자들이 숨긴, 일반인들은 결코 알아서는 안 되는 추악한 진실들이 폭로되고 있었다.
“크크크. 현 대통령까지 엮여 있잖아? 이거 한국에 핵폭탄이 떨어졌군. 크크.”
나는 인벤토리에서 치킨과 콜라를 꺼내 마시며 방송을 지켜봤다. 마침 현 대통령이 저지른 추악한 짓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기업에 돈을 받는 건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정부와 뒷거래까지 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건 시간문제다.
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슥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010으로 시작되는 걸 보니 스팸은 아닌 것 같아 일단 받았다.
“누구지?”
-대통령 비서실장 노도현입니다. 당신은 공간 이동 마법도 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와 BK 방송국을 점거한 루미너스를 처리해 주십시오!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 일단 BK 방송국의 방송은 모두 볼 생각이었다.
우웅.
오전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전일: 언제까지 루미너스가 설치도록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움직이고 싶습니다.
성유진: 기다려. 비리 폭로 영상이 어디까지 가는지는 봐야지. 너도 궁금하잖아?
오전일: …방송을 계속 보고 있자니 조금 회의감이 드는군요. 대한민국이 이렇게나 썩어 있을 줄이야. 심지어 기업은 마법사로 인체 실험. 정부는 기업에 철퇴를 때리기는커녕 손을 잡고 은폐를 돕다니.
오전일: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성유진: 그러던가.
오전일: ……언제 오실 겁니까?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재생한다. 나는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 뒤에 소파에서 일어나 오전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성유진: 지금 간다.
찌이이익.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내가 나타난 곳은 BK 방송국 옥상이었다. 옥상의 천바람을 느끼며 정면을 쳐다본다. 로켓 런처를 든 뚱보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가죽옷을 입은 뚱보는 나를 보자마자 로켓 런처를 갈겼다.
대량의 물을 만들어 날아오는 로켓을 감쌌다. 로켓이 폭발을 일으켰으나, 폭발력 대부분이 물에 흡수되었다.
“8대대 대장, 성유진. 브라이트의 말대로 네놈이 왔구나.”
놈에게 대답하는 대신에 주변을 둘러봤다. 마력이 느껴진다. 허나 육안으로 봤을 땐 보이지 않는다.
[천안(天眼)을 개안합니다.]투명 카메라 3대가 허공에서 옥상을 찍고 있었다. 아마 저 카메라는 벽을 통과할 수도 있을 거다.
‘아까 본 영상을 어떻게 찍었는가 했더니… 저 마법으로 찍었군.’
인식했으니 없애는 건 쉽다. 해킹을 사용해 방송국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었다.
‘관종 노릇 좀 해볼까.’
다시 정면에 있는 놈을 바라본다. 뚱보는 바닥에 있던 가방에서 사탕을 꺼냈다. 작은 사탕은 커다란 기관총으로 변했다.
“나는 루미너스의 와일드다. 사탕을 총기로 바꾸는 마법. 위저드다.”
“별로 안 궁금하군.”
손날을 세웠다. 바람이 손날에 모여든다.
“아르스 마그나, 워필드!!”
와일드가 소리치며 허공에 가방을 던졌다. 가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탕이 사방에 흩뿌려진다. 사탕은 지상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떠올라 온갖 종류의 총기가 되었다. 수천 개의 총구가 나를 겨누었다.
‘이건… 바람만으로 안 되겠군. 바람의 장막을 쳐도 뚫린다.’
파지직.
바람이 사라지고 뇌전이 발치에서 꿈틀거렸다.
“워필드를 발동한 나는 1명인 동시에 1,000명의 병사다! 시체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갈아주마!”
와일드가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허공에 떠 있던 총기들의 방아쇠도 당연하다는 듯이 당겨진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막(電磁氣幕) 최대출력.
무수히 쏟아지는 총알은 내 몸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정지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광경에 놈이 방아쇠에서 손을 떼고 주춤거렸다.
“공간을 멈췄다고? 공간 이동을 한다더니 공간 자체를 다루는 마법이었나…?!”
“멍청한 놈. 이건 자기력이라는 거다. 이것들은 돌려주마.”
허공에 떠 있던 수 만발의 총알들이 방향을 바꿔 와일드를 향해 날아갔다. 와일드는 자기가 말했던 대로 총알에 갈려 시체 조각 하나 남기지 못했다.
나는 그 핏물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내 뒤를 따라 투명 카메라가 따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