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53)
날이 갈수록 탈원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격화되자, 허창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입장을 밝혔다.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나온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는 공약대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해 나가되,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기술개발과 해외수출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국회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산적한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그러나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커졌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자유국민당은 또 다시 비난을 퍼부었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탈원전 정책 폐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야! 이제는 쓰리트랙 전략이네!
-그래서 저게 탈원전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과기정통부에서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 예산 다 삭감하지 않았나? 그걸 이제 다시 추진하겠다고?
-탈원전할 건데 기술을 왜 개발해? 이 말을 나만 이해 못해?
-오카자키 총리가 지금 러시아로 달려가서 비소츠키 대통령과 만난다잖냐? 그런데 한국은 대체 뭐하고 있냐? 강진후가 있는데 왜 써먹지를 못하니?
-한국은 강진후 보유국이다!
-그런데 허창민 보유국이기도 하잖아. 아마 우린 안 될 거야…….
-원전을 계속 쓸 거면 탈원전이라는 말을 하지 말고, 탈원전을 할 거면 수출과 기술개발도 다 금지시켜야지.
-ㅋㅋㅋ 한국을 원전 위험이 없는 나라로 만들고, 대신 외국에 잔뜩 지어드리겠습니다!
-무늬만 탈원전이네요. 정작 이번 정부에는 가동 원전이 늘어납니다.
-됐고, 그냥 강진후부터 구속시키자.
* * *
러시아에서는 TWR 실험을 위한 원자로 건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서방세계가 보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실험비용을 전부 우리가 내는 만큼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다.
택규는 혀를 내둘렀다
“무슨 천리마 속도전이야?”
“뭐 하나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진행하는 건 공산국가였던 나라들의 특징이지.”
러시아 정부와 로사톰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페트로프 교수 연구팀은 반드시 실험을 성공시키겠다고 자신했다.
난 워렌 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실 텐데, 통화 괜찮으세요?”
그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입니다.]우리는 먼저 안부 인사를 나눴다.
[이번에 페트로프 교수 연구에 투자한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메가파워에 추가투자를 결정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역시 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버크셔캐셔는 메가파워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2억 달러를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의 협력이 무산된 이후 투자를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강 대표님 투자를 보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도 아직은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이 나이에도 생각이 유연하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그는 원래 IT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엔플과 서성전자에 거액을 투자해오고 있다. 여러 보험회사를 가지고 있어서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으나, 지금은 가장 빠르게 자율주행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누군가는 말을 바꾼다며 비난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생각도 변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때는 옳았더라도 지금은 틀리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니.
추가 투자를 받은 메가파워는 미국 내에서 원자로 실험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고, 미국정부는 심사에 들어갔다. 중국은 장핑화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중국기술로 차세대 원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갑자기 기술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서로 경쟁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개발하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경쟁에서 빠져 있다.
TWR은 아니더라도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었지만, 탈원전 정책 이후 관련 예산은 전부 삭감되어 연구와 개발은 중단됐다.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말을 꺼내기로 했다.
“사실 요즘 고민이 하나 있는데요. 상담을 좀 드려도 될까요?”
[무슨 일입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난 며칠 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얘기했다.
지금이야 역전됐다지만, 그는 한때 세계 2위의 부자이자 가장 돈이 많은 투자자였다. 또한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과 연륜을 가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거대자본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미국은 기업의 정치기부금이 합법입니다. 때문에 기업의 후원을 받은 정치인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일도 흔합니다.]“슈퍼팩(Super PAC) 말이죠?”
미국선거는 돈으로 치러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돈이 없으면 아예 선거에 나설 수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소금 먹은 놈은 물을 켤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의 돈을 받아 당선됐으면, 자연히 그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아도 로날드 스탬퍼는 유일하게 슈퍼팩을 사용하지 않고 당선된 대통령입니다. 그 점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OTK컴퍼니가 도움을 주긴 했지만, 직접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 그저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이지.
그래서 로날드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기업들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빅원 발생 전 긴급조치를 선포하고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를 소개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모든 기업들이 반발했으나, 그는 무시했다. 만약 다이앤이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겠지.
[모두가 돈으로 민주주의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권이 교체된 것 또한 강 대표님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겠죠.]“그렇긴 하죠.”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자유국민당 이정혜 후보의 지지율이 훨씬 앞서 있었다. 막판에 내가 PAS에어백 불량문제를 터트리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을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저는 계속 정치에 영향을 끼치게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도움을 받고 싶어 할 테고, 누군가는 견제를 하겠죠. 그에 대한 해결책은 자신이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난 택규와 함께 투자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저 투자를 성공하고 돈을 버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빅원을 예지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기고, 이렇게 많은 돈을 번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워렌 보트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강 대표님은 아직 젊고, 답을 찾을 시간은 충분합니다. 때로는 시간을 들여 고민해 나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얘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뭔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주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저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 *
은성차노조의 전면파업과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산에 전기차산업단지가 출범한 것은 작년.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동안 협력업체들은 속속들이 입주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지자체의 기대감은 대단히 컸다.
실제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GM공장 폐쇄 이후 줄어만 가던 군산에 순유입 인구가 늘어났다.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덕분이다.
이 단지에는 OTK컴퍼니, 은성차그룹, 서성그룹이 함께 투자했다. 매년 최저 30만 대 이상, 많게는5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원래 계획이었던 20만 대 규모에서 대폭 늘렸고, 지금도 공장이 증설 중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전기차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관련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도 없던 카로스가 세계최대 자동차기업으로 올라섰고, 한때 GM보다 시총이 높았던 니콜라는 몰락했다.
현재 자율주행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세 곳.
카로스, GM, 포드다. 이중 GM과 포드는 OTK컴퍼니와 기술제휴를 맺고 전기차를 생산한다.
이와 비슷하게 군산 전기차산업단지에서는 차는 은성차가, 배터리는 TS컴퍼니가, 전장부품은 서성전자가 생산한다. 그리고 여기에 카로스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자율주행과 관련한 규제도 풀렸고, 한국에서의 주행실험과 데이터수집도 다 끝마쳤다. 한국정부에서는 서버를 국내에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실적으로 무리라서 거절했다.
아직 산업단지 조성이 끝난 것도 아니고, 공장도 증설 중이지만, 기존 GM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내부설비를 교체하는 것인 만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1차로 월 5천 대씩 생산하고, 연말까지 1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공장증설이 끝나는 내년이면 예정대로 30만대씩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은성차노조는 또다시 임금하향평준화니, 노동탄압이니 주장하며 반발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지어는 은성차 내에서도 별 다른 호응이 없었다.
전기차산업단지 노동자는 은성차노조 소속이 아니다. 여기서 전기차가 생산되기 시작하면, 당장 기존 국내공장들은 생산성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할 판이다.
생산물량이 줄어도 기본급이 깎이거나 해고되는 일은 없겠지만, 잔업수당이 크게 줄게 된다. 당연히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측은 기존 공장들도 전기차공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나 그렇듯 노조는 일단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어쨌거나 전기차산업단지 가동은 실업률 증가로 고심하고 있던 정부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에서는 근 20년 만에 한국에 자동차공장이 들어섰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탈원전 논란으로 하락하던 청와대와 여당 지지율은 큰 폭으로 반등했다.
택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GM공장을 재활용한 거니, 새로 생긴 건 아니지 않나?”
“아주 정확한 지적이야.”
안 그래도 정부가 일자리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게 배알이 꼴렸는지, 보수언론에서는 간판만 바꿔단 것뿐이라며 애써 폄하했다.
뭐, 양쪽 다 맞는 말이다.
산업단지에서는 첫차 생산일에 맞춰,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전북도지사, 군산시장,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들도 다 참석하기로 했고, 대통령도 직접 내려오기로 했다.
“정치인들이 뭘 한 게 있다고?”
“자기들 생각은 다른가 보지.”
청와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애쓴 덕분이라며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 데릴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지금 그쪽은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없이 바쁘다. 그래서 내가 대신 가기로 했다.
난 회사 일은 택규에게 맡기고, 차를 타고 군산으로 내려갔다.
* * *
산업단지에는 이미 수많은 정치인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악수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
관종이야, 뭐야?
행사를 위해 모인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은 하나 같이 기뻐했다.
예전에 디트로이트를 갔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기업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걸 지원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내가 차에서 내리자 정치인들과 협력업체 사장들은 너도나도 악수를 건넸다.
“허허, 반갑습니다. 군산시장 구창민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희 회사에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인가?
행시 시작 전에 임진용 회장과 한찬영 회장이 왔고, 이어서 허창민 대통령이 도착했다.
일전에 청와대 간담회 이후로는 처음이다.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이 뵙습니다.”
허창민 대통령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강진후 대표님을 여기서 또 뵙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