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76)
를 보는 투자자 375 >
‘AMZ 당하다’라는 말이 있다.
온라인서점에서 출발한 AMZ는 온라인쇼핑몰, 클라우드, 뉴스, 콘텐츠제작, 스트리밍, AI스피커, 디바이스, 광고, 제약, 보험,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뻗어나갔다.
AMZ의 확장전략은 간단했다. 시장에 진입해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심지어는 대규모 적자를 내더라도 일단 규모를 최대한 키운다.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 이를 통해 더욱 비용을 낮추고, 낮은 비용으로 더욱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그렇게 치킨게임으로 경쟁업체를 무너뜨린 다음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AMZ 당하다’는 AMZ가 업종의 진출하면 경쟁 기업들은 망할 일만 남았다는 의미로 쓰였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에 빗대 ‘OTK 당하다’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강진후가 처음 카로스나 페이스잇, M피자 등에 투자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업들은 현재 경쟁자를 몰아내고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때문에 OTK컴퍼니가 동영상 제작과 공유를 하는 투고박스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자, 순식간에 업계 전체로 소문이 퍼졌다.
당장 뭔가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들 OTK컴퍼니가 무슨 목적으로 동영상 플랫폼을 인수했는지 대충 눈치 챘다.
“VRMMORPG가 출시된 뒤를 노리는 건가?”
최근 게임계의 최대 이슈는 현재 흥행 중인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과 개발계획이 발표된 VRMMORPG다.
OTK게임즈는 로스트 판타지와 관련해 여전히 모든 플랫폼에 인터넷방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VRMMORPG가 출시되면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게임방송을 자사 플랫폼에만 허용하고 다른 곳은 금지시키거나, 타 플랫폼에만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쪽이든 간에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벌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경우 아니야?”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거지.”
“그렇지 않고선 개발비로 100억 달러나 쏟아 붓지는 않을 테니.”
이번 일로 부대표인 오택규가 새삼 주목받았다. 부대표가 마스크를 쓰고 게임방송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방송에 출연한 임진용 회장을 통해 알려졌다.
“그게 기행이 아니라 게임방송의 시장성을 체크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건가?”
“설마 본인이 마스크를 쓰고 나서서 테스트를 할 줄이야.”
“웬만해서는 못할 짓인데.”
“혹시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건 디즈니에 대한 도발인가?”
강진후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워렌 보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자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동업자이자, 친구이자, 스승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부회장인 찰리 베인이다. 워렌 보트는 투자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항상 찰리 베인과 상의하고, 마지막에는 무릎을 치며 ‘자네 말이 맞아, 찰리 베인!’이라고 감탄한다는 일화가 있다.
어쩌면 강진후와 오택규도 그 둘과 같은 사이일지 모른다.
강진후에 비해 부대표인 오택규는 대중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금융계는 진작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강진후의 중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했다.
고졸이라고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바닥에서 학력만큼 무의미한 건 없다. 그렇지 않다면 하버드대, 예일대, MBA, CFA등 온갖 경력을 가진 온갖 천재들이 남의 밑에서 일하고 있겠는가?
“부대표가 실세라는 게 농담이 아닌 모양이야.”
“따지고 보면 처음에 OTK컴퍼니를 설립하고 강진후를 불러들인 게 바로 부대표지.”
“앞으로 부대표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는데.”
“어쩌면 강진후보다도 더 경계대상일지도…….”
* * *
한국전력은 사상최대의 적자를 공시했다. 주가는 반토막도 모자라 세 토막 났고, 투자자들은 정부를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올해 들어 원전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
한국전력은 상장회사라지만, 공기업이다. 때문에 정부의 각종 통제를 받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소는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따라 올린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한전이 아닌 정부가 정하기 때문에 한전은 전기 생산원가가 낮아지면 수익을 보고, 높아지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게 놔둘 수는 없다. 결국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원전가동률을 높여서 원가를 낮추거나, 전기료를 올리거나, 아니면 적자를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거나.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기료 인상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전기료는 물가와 직결되고, 올릴 경우 저소득층의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쉽게 손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특히나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 TWR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니콜라이 페트로프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앉았기 때문’이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새로운 사상과 기술은 기존에 인류가 쌓아놓은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같은 거인의 어깨에 앉아 있더라도 키가 크고 눈이 좋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멀리 볼 수 있기 마련.
이런 면에서 보자면 니콜라이 페트로프 교수는 확실히 천재였다.
TWR 실험을 성공시킨 그는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이제 상용화는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소형화와 모듈화가 가능한 만큼 아예 선박용으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만약 TWR을 연료로 탑재하면, 기존 선박유에 비해 엄청난 경제성을 갖게 된다.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가 장거리 항해에서도 중간에 주유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각종 해상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은 마련해야겠지만.
러시아 정부는 TWR 건설과 수출을 적극 지원했고, 원전 건설계획이 있는 모든 나라들이 큰 관심을 갖고 TWR 진영에 합류했다.여기에는 러시아를 경제 제재하던 NATO회원국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페트로프 교수와 일행들이 출국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핵물리학자는 어느 나라나 중요인사로 취급받지만, TWR 개발 이후 페트로프 교수는 아예 국가 경호대상으로 지정됐다.
때문에 이번 한국행에도 러시아 정부 소속 경호원들이 따라붙었다. 검은양복을 입은 8등신의 남자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귀에 인이어를 낀 채 그의 양옆에 따라붙었다.
만에 하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이는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이 출국장 일부를 통제하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울였다.
난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한국에서 뵙게 되니 더 반갑네요.”
페트로프 교수는 밝은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내 옆에 서있던 중년의 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영어로 말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 김용준입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그와 악수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한국의 뛰어난 원전기술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페트로프 교수의 이번 한국행은 내 초청으로 인해 이뤄졌다.
먼저 한국대를 방문해 원자력공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만난 다음,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 원전시설을 둘러보고, 한수원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 * *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전 세계가 페트로프 교수의 한국방문을 주목했다. 특히 한국 원전업계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난 페트로프 교수와 함께 한국대로 향했다. 한국대 교수들은 이미 한 자리에 이미 모여 있었다.
김명준 교수님은 싱글벙글 웃었다.
“제자 덕분에 노벨상 수상자를 몇 명 째 만나는 건지 모르겠네.”
“페트로프 교수님은 아직 안 받으셨는데요.”
“올해는 몰래도 내년에는 물리학상 확실히 타지 않겠어?”
“그렇긴 하겠죠.”
확실히 안 주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한국 최고의 원전 공학자를 육성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은 페트로프 교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원로라 할 수 있는 명예교수들도 찾아왔다.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한국 원전기술을 일궈낸 이들로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한국이 자체기술로 원전을 건설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강의 참석자는 원자력학과와 핵물리학과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받았다. 먼저 한국대 학생들이 신청했고, 그다음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신청했다.
남은 자리는 한국대 공대생들 차지였다. 대강당 안에 공대생들이 빼곡하게 모였다. 창고에 있던 간이의자까지 동원했지만,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 일부는 계단까지 빼곡하게 앉았다.
세계적인 석학과의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법이지.
그중에는 놀랍게도 엔리케 공주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이제 한국대 공대생이니 놀랄 건 아닌가?
먼저 단상에 올라선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니콜라이 페트로프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 * *
국제금융계와 일본정치권을 뒤흔든 니시다증권 사태 이후, 오카자키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치렀다.
결과는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자민당의 승리였다.
전 세계가 일본 민주주의의 특이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자민당 재집권은 놀라운 일이었다.
대체 어느 정권이 국민노후자금 2조 엔을 날려먹고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재집권에 성공하긴 했어도 자민당의 의석수는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제 1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의석을 늘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의석은 누가 가져갔을까? 이번 총선에서 가장 약진한 것은 다름 아닌 일본혁신회였다.
자민당은 모두가 알다시피 보수우익정당. 그런데 일본혁신회는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극우정당이다.
이들에 비하면 자민당은 온건 중도세력으로 보일 정도였다.
“니시다증권 사태로 일본은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오카자키 총리가 약속했던 강한 일본, 과거의 일본을 되돌리겠다는 구호는 어떻게 된 겁니까? 정상국가로의 개헌은 대체 언제 이뤄지는 겁니까? 일본이 언제까지 주변국들 눈치만 보며 고개를 숙여야 합니까?”
일본혁신회 가토 나카무라 총재는 자신이 승리해 총리가 되면 전쟁을 해서라도 한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소리쳤다.
“일본은 한국을 서구열강들로부터 지켜주었고, 한국을 근대화의 길로 이끌어주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 은혜도 모르고 일본을 뜯어먹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자라는 것을 날조해 일본에 배상을 청구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기를 쳐서 일본국민들의 노후자금 2조 엔을 약탈해갔습니다! 대체 일본이 언제부터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되었습니까? 저와 일본혁신회 의원들은 반드시 한국정부에 책임을 묻고 이를 원래대로 돌리겠습니다!”
자민당 내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던 반 오카자키계파의 의원들이 대규모로 탈당해 일본혁신회로 이적했고, 극우 포퓰리즘이 제대로 막히며, 일본혁신회는 고작 11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무려 73석까지 늘리는 성공을 거뒀다.
니시다증권 사태는 총리의 개인비리와도 연관되어 있는 문제다. 따라서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가장 현명했다.
오카자키 총리와 자민당 의원은 가능한 언급을 피했지만, 일본혁신회에서는 계속 그 일을 물고 늘어졌다.
일본혁신회 의원들은 국회에서도 강경발언들을 쏟아냈다.
“강진후가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한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이대로라면 다케시마를 되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국과의 단교도 검토해야 한다!”
가토 나카무라 총재는 니시다증권 사태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위안부 문제와 엮어서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여럿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간단합니다. 바로 한국이 일본을 굴복시키고 돈을 뜯어내려는 겁니다. 해결책 역시 간단합니다. 일본정부가 단교와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한국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여기서 밀려나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겁니다.”
일본혁신회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오카자키 총리가 가만히 있으면 계속 비난을 퍼부으면 되고, 행동에 나서면 자신들 덕분이라고 자화자찬 하면 되니까.
자민당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으나,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강경노선을 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카자키 총리는 공식성명을 냈다.
“OTK컴퍼니의 배상과 사과, 위안부합의 이행,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기업 압류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합니다. 실제 일본기업의 피해가 발생시 일본정부는 관세 인상은 물론, 관련 기업들과의 거래제한, 송금제한 등 각종 제재조치로 대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