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75)
베이징에서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위한 회담이 열렸다. 각국 정상들이 속속들이 중국으로 입국했다.
북한 최고존엄이 직접 오지는 않았으나(건설현장을 둘러보시며 인민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주고 계신다), 리해룡 부위원장이 최고존엄의 여동생을 모시고 참석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장핑화 주석이 말했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를 부정하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부각되며, 회담장은 일본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피해국들은 모여서 일본의 평화헌법 폐기와 재무장을 우려하고,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베이징에서는 난징대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회가 열렸다. 일본은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으나, 중국은 개의치 않았다.
* * *
그동안의 양자간, 다자간 FTA를 아예 역내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으로 맺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각국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고, 약점이 있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은 개방을 원하는 반면, 농산물과 축산물에 대해서는 개방을 피하고 싶어 한다.
회담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난 베이징에서 리쑤웨이 상무부장을 만났다. 그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나를 맞이했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강 선생.”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말했다.
“연내에 반드시 판호가 나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맞춰서 준비를 해야겠네요.”
중국이 판호를 다시 재개한 것은 얼마 전. 그러나 이를 통과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당국의 입맛에 맞게 수정해 달라는 요구도 많고.
문제는 그렇게 하다보면, 게임 내용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수정 요구가 심하다면, 이치카와 사장은 차라리 출시를 안 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별다른 수정 없이도 판호 발급이 확실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로스트 판타지가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기만 하면, OTK게임즈의 이익률은 단숨에 두 배로 치솟게 될 것이다.
다행히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현재 중국 역시 반일감정이 끓어오르는 중이어서 일본게임이 새로 판호를 발급받는단느 것은 불가능했다. 기존에서 서비스하던 게임들도 업데이트가 힘들 정도다.
로스트 판타지도 일본게임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OTK게임즈는 OTK컴퍼니 산하의 기업이고, 얼마 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게다가 현재 일본에서 불매의 대상이 된 덕분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일본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있었다.
판호 얘기가 끝나고 나자,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슬쩍 다른 주제를 꺼냈다.
“신장에 TWR을 건설예정인데…….”
어쩐지 판호를 쉽게 내준다 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한 나라가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다.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에너지다.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덕분에 에너지 자립을 이뤄낸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외부에서 에너지를 수급해야 한다.
때문에 중국은 원전 비중을 늘리고, 전기차 보급에도 앞장서왔다. 물론 많은 산업에서 석유는 여전히 중요하게 쓰이겠지만,발전소와 자동차의 석유 사용만 줄여도 에너지 대외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으니.
마찬가지로 TWR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원래 중국은 미국기업과 협력했으나 미중무역분쟁 이후 중단됐고, 그러는 사이 로사톰이 먼저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현재는 로사톰과 제휴를 맺고, 지분참여와 기술이전 등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 중국이 TWR을 건설하는 것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이 화력발전소를 늘리면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오고, 원전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방사능 직격타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새만금에서 미세먼지나 방사능을 뒤집어 마시며 살고 싶지 않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건설을 도와줘야 할 판이다.
“아시겠지만, 100퍼센트 외국자본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카로스가 중국진출을 해주기를 희망합니다.”
“그 부분은 상의 하에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중국시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기의 문제일뿐 카로스도 언젠가는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다음으로 앞서 있는 나라는 중국.
자율주행은 빅데이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5억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은 데이터를 수집하기에도 최적화 되어 있다. 선진국들은 개인정보수집에 각종 규제가 있지만, 중국은 그런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예 국가가 국민전체를 감시하는 CCTV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 정도니.
이는 반대로 자율주행 규제를 푸는 것에 있어서도 다른 세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중국은 자국기업들의 기술력이 쌓였다고 판단되면,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규제를 풀고 자율주행시대를 열 것이다.
실제로 저우차나 BID 등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상당한 기술력을 쌓았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부분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초기다 보니, 오작동이나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중. 언론에서 쉬쉬하고 있지만, 사망사고도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그럼 그렇지’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양적성장은 질적성장으로 이어지기 마련.
중국이 고속철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사고와 고장이 한두 건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세계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중국이 우리의 자율주행과 OTK배터리의 기술력을 따라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을까?
난 리쑤웨이 상무부장에게 말했다.
“말씀 잘 나눴습니다. 제안주을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빨리 정리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 * *
난 비소츠키 대통령, 베트남 총리, 태국 총리 등을 차례대로 만나, 향후 투자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다들 이번 남북경협과 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드디어 장핑화 주석을 만났다. 그는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붙잡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석님.”
“베이징에 잘 오셨습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는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었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했다.
게임, 배터리, 자동차, TWR, 북한의 개혁개방, 일본의 개헌 등등.
난 아시아경제포럼에서 만난 위허베이 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말했던 대로 현재 중국경제는 여러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
중국은 북한과 교역량이 많은 나라인 만큼, 북한시장 개방에 있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과 상하이를 잇는 직항 항공과 페리 노선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두 도시가 함께 발전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새만금개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건가?
“이것도 일대일로의 일환인가요?”
“그렇게 생각해도 됩니다.”
이번 회의에서 장핑화 주석은 한반도 철도를 일대일로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대일로란 중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계획. 포함된 나라만 무려 60개국이 넘는다.
이전에도 북한과 어느 정도 얘기를 진행 중이었던 사안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자원과 시장에 관심이 많고, 북한은 항상 외화가 필요하니까.
사실 일대일로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세계를 하나의 길로 연결한다는 게 뭐가 나쁘겠는가? 문제는 이게 중국의 패권확대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대일로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기업과 자본은 중국정부의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외국에 진출했고, 그 나라의 경제권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약소국들 중에서는 중국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신음하거나, 자생력을 잃고 중국경제권으로 편입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G2인 미국은 당연히 이를 견제하고 있고, 일대일로에 포함된 유럽 역시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돈 앞에는 장사 없는 법.
중국이 뿌려대는 차이나머니 앞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찬성으로 돌아섰고, 영국도 재빨리 참가의사를 밝혔다.
어쨌거나 만약 한반도 철도가 일대일로와 합쳐지면, 서쪽으로는 유럽 끝까지, 동쪽으로는 한반도까지 확장된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일대일로를 잘만 이용하면, 우리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이라면, 중국자본에 쉽게 먹힐 리 없을 테고.
역시나 일본은 여기서도 제외된다. 일본 역시 다급하게 자신들도 일대일로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일단은 무시하는 중이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난 문득 의문이 생겼다.
저우차가 기술을 훔쳤을 때, 난 미국을 이용해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협상도 거부했고, 사과와 함께 거액의 합의금도 받아냈다.
그 일에 대해 화를 낼 법도 한데, 장핑화 주석은 그 뒤로 별다른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냐면 오히려 호감을 가진 것 같은 모습이다.
원래 그런 성격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정적들을 철저히 제거하기로 유명했으니까.
“주석님께서는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는지, 장핑화 주석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한참 후 입을 열었다.
“세상에는 어떠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는 황제로 태어나 나라를 몰락시키기도 하고, 누구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요.”
중국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한을 세운 유방이나, 명을 세운 주원장,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
그리고…….
“주석님 역시 그렇겠네요.”
그의 아버지는 마오쩌둥과 대장정을 함께 한 혁명원로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시절 실각했고, 그는 하방을 당해 가족과 함께 시골로 쫓겨났다.
그런 그가 중국의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
그러나 그는 연임을 금지시킨 헌법마저 고쳐가며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고,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의 지도자가 됐다.
내 말에 장핑화 주석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싸워서 쓰러트리지 못할 상대라면, 친구가 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건 친구가 되는 길을 택했다는 뜻이겠지?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면 손을 잡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린다.
그래서 한국 역시 한때 자신들을 침략했던 나라와도 교역을 하고, 공산국가와 교역을 하는 거겠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명세지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명에 순응하여 세상에 내려온 인재, 도는 한 시대를 바로잡을 인재를 일컫는 말이죠. 전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요.”
* * *
휠체어에 앉은 노인의 시선은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왜소한 체구와 뒤틀린 다리, 주름 가득하고 검버섯이 핀 얼굴.
겉모습은 볼품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 노인은 세계경제와 금융계를 좌지우지할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지니고 있어도 늙고 병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숨을 쉬고 있는 것도 현대의학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육체와는 달리 눈은 여전히 강한 빛을 발했다.
그 눈빛은 마치 할 일을 끝마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TV에는 한 동양인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로 인해 국제정세가 변했고, 수많은 예측들이 빗나갔다. 그리고 누군가는 큰 손실을 입었다.
그가 처음 금융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신경 쓸 것 없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후 5년도 안 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가 됐다.
그에게 대항한 이들은 몰락했고, 그를 믿고 따른 이들은 큰 수익을 거뒀다.
이제 누가 그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더 무서운 것은 그의 나이와 성장속도다. 자본의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절대금액은 증가한다.
이대로 수년만 더 지나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로스차일드조차 상대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랜드 데럴 로스차일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 앞에 서 있던 그의 손녀는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레이스 로스차일드는 옅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때가 되었다는 말씀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