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9)
OTK컴퍼니 측이 언론사에 뿌린 사진 속 인물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은 시끌시끌했다.
-이 새끼들 또 민간인 불법사찰 했네.
-전에 걸려놓고 정신 못 차렸나?
-ㅋㅋ사찰하는 놈들이 사찰 당했다는 게 더 웃김.
-좀 안 걸리게 하던가. 국정원이 이래서 간첩 잡겠어?
-걱정 마세요. 아무나 붙잡아서 간첩 만들면 됩니다. 남의 나라 공문서 조작 인정? 어, 인정.
-어떻게 얘들은 변한 게 하나 없냐?
-변한 게 하나 있긴 합니다. 저번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었는데, 이번에는 국정원이잖아요.
-국정원이 빨갱이들 사찰하는 게 뭐가 문제냐?
-국정원 지지합니다! 멸공!
-위의 댓글 올린 놈들 100퍼 국정원 댓글부대.
-님 십알단 무시하시나요?
과연 누가 국정원 직원을 불법사찰에 동원했을까?
누구에게 보고하기 위해 일을 벌인 걸까?
-어느 선까지 보고가 흘러들어간 거야?
-보나마나 각하 아닌 가요?
-윤세원이 박시형 측근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슬슬 자기가 몸통이라고 주장할 만한 사람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번에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굴까?
-그래서 PAS는 누구 겁니까?
논란이 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국정원 2차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차장 이명호는 기자들 앞에 당당하게 섰다.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
기자들은 일제히 질문을 던졌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습니까?”
“청와대와 관련이 있습니까?”
“어째서 사찰한 겁니까?”
그는 결연한 자세로 소리쳤다.
“제가 지시를 내렸고, 제가 보고를 받았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보수언론사들은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검찰은 이명호와 불법사찰에 가담한 직원들만 기소하고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접기로 방침을 굳혔다.
* * *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이 끝나고 양진영의 후보가 정해진 것은 5월이었다. 그때부터 이어진 6개월 간의 대선 레이스가 슬슬 막을 내렸다.
유세 기간 내내 밀리기만 하던 로날드는 OTK컴퍼니가 미국 자동차산업 투자에 나서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 후, OTK컴퍼니는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자회사인 카로스와 합병시키고, 폐허가 된 러스트벨트에 공장을 지었다.
당장 자동차가 생산되지는 않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지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닫혀있던 상점은 문을 열었고,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덕분에 해당 지역에서 로날드의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CNN은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쓴 후보라며 비꼬았지만, 로날드는 오히려 ‘미국인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쓴 돈이니 자랑스럽다’며 받아쳤다.
다이앤이 마지막 유세 장소로 택한 곳은 플로리다였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다음으로 선거인단이 많은 주였다.(29명으로 뉴욕과 동일)
그리고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지역이다. 플로리다만 지켜내도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다.
다이앤은 유세장에서 OTK컴퍼니와 로날드를 집중 공격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미국을 위해 투자하는 미국기업이라던 OTK컴퍼니는 한국인들이 설립해서 운영하는 회사였고, OTK컴퍼니의 CEO는 현재 중요한 범죄혐
의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는 조세피난처에 있고, 설립 자금의 출처는 불분명합니다. 그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로날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저는 미국의 정의
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함께! 더 강하게!”
다이앤의 지지자들은 소리쳤다.
“함께, 더 강하게!(Stornger! Together!)
로날드가 마지막 유세 장소로 택한 곳은 펜실베이니아였다. 유세장에는 지지자들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로날드는 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
“OTK컴퍼니는 미국령 델라아일랜드에 설립된 미국기업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CEO가 한국인인 게 무슨 상관입니까? 오우! 설마 그들이 한국인이라서 마음에 안 드나요? 나보고 인종차별주의
자라고 욕하더니, 그녀에게는 동양인 혐오가 있나 봅니다.”
“푸하하하!”
지지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성차를 부당하게 지원하며 우리의 자동차산업을 유린했습니다. 민주당은 8년 동안 미국을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그녀가 말로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칠 때, 전 이미 미국인을
위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상관없습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인을 고용하기만 한다면 저는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그 자리에서 로날드는 강진후가 검찰에 들어가기 직전 승인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곳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짓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겠습니다! 땡큐, 카로스! 땡큐, OTK컴퍼니!”
“와아아아!”
“로날드! 로날드!”
지지자들은 함성이 유세장을 가득 메웠다. 로날드는 보란 듯이 손을 치켜들었다.
“이 자리 제가 여러분들께 드릴 수 있는 약속은 오직 하나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로날드의 선거구호를 외쳤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 * *
검찰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강진후의 기소여부였다.
OTK컴퍼니 CEO의 구속수사는 이미 전세계적 이슈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소에 실패하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검찰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기소에 성공해야 했다. 검찰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큰 혐의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OTK컴퍼니 설립자금 출처고, 둘째는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거래였다.
OTK컴퍼니는 L6 사태 때 처음으로 금융시장에 등장했다. L6 단종이 있기 전 종목과 지수 풋옵션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50배의 수익을 올렸다.
실패의 리스크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무모한 방식이었다. 미리 정보를 알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투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당시 금융사들이 금감원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보고를 받은 홍만호는 당황했다.
“뭐?”
“각 금융사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OTK컴퍼니가 옵션을 매입한 시점은 L6가 리콜되기도 전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서성전자도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성급하게 리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에 추가로 매입한 내역은?”
“없습니다.”
“혹시 내부관계자가 수익을 받기라고 하고 단종을 시켰을 가능성은?”
“단종 시킨 건 임진용 부회장 본인의 결정이라고 합니다. 설마 임진용 부회장이 강진후와 짜고 단종 시켰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OTK컴퍼니가 풋옵션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6천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서성전자가 리콜과 단종 비용으로 손해 본 비용은 그 열 배가 넘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뒷거래를 했을 리 없다.
“서성그룹 쪽에서도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어도 큰 문제다.
내부자거래에 가담했다는 게 밝혀지면, 서성전자는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불매운동은 기본이고 전세계에서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결국 검찰은 설립 자금의 출처를 캐는데 집중했다. 오택규와 강진후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만약 자금출처가 불법이거나,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보낸 방법이 불법이라는 것만 밝혀내면, 기소는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OTK컴퍼니 설립자금 반트코인으로 밝혀져!] [지금의 OTK컴퍼니를 있게 한 반트코인] [중학생 때 받은 11,000BNT로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 [암호화폐가 가져온 기적]검찰에서 조사받는 강진후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동안 OTK컴퍼니는 각 언론사에 자료를 보냈다.
“중학생 때 받은 반트코인을 팔아서 OTK컴퍼니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홍만호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대체 반트코인이 뭐야?”
“암호화폐입니다. 그 뭐더라······ 블록체인인가 뭔가로 운영된다는데. 아무튼 중학생 때 받은 반트코인을 외국 거래소에서 팔았다고 합니다.”
“외국 거래소?”
“마운틴힐이라고 현재는 해킹으로 파산했습니다만, 언론에 뿌린 자료를 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그럼 기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애초에 해외에 있던 자산을 팔아서 해외계좌에 입금한 것인 만큼 외환관리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른 혐의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미 설립자금과 관련해 불법행위가 포착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내세웠던 주요 혐의가 전부 물거품이 된다. 이는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홍만호는 털썩 주저앉았다.
‘망했네.’
* * *
강진후를 접견 갔던 변호사가 돌아왔다.
“뭐라고 하나요?”
박상엽의 물음에 변호사는 그의 말을 전해주었다.
“변동사항 없으니,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하십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세계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진후는 처음부터 로날드를 지지했다. 단지 후원금을 내는 것을 넘어 로날드와 손을 잡고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2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로날드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만큼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엄청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다이앤이 대통령이 되면 좋은 꼴 보기는 힘들겠지.
문제는 로날드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판세는 여전히 다이앤에게 우세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다이앤이 오차범위를 넘어섰고, 적게는 300명, 많게는 33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무난히 대통령이 될 것
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강진후는 여전히 로날드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약간 불안한 마음에 들긴 했지만, 이제까지 그의 말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단 한 명만은 그런 판단을 내린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진후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오택규의 말에 오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골든게이트도 보조를 맞출 거야.”
“골든게이트도?”
“본사 차원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지시를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CEO인 제임스 C. 골드맨.
골든게이트는 대선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 시나리오별로 내부 자료까지 만들어놓았다.
다이앤이 될 경우 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테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날드가 당선될 경우 브렉시트에 이어서 또 한 번 큰 충격이 닥칠 것이다.
로날드가 반이민,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신흥국 증시와 통화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는 한국시장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 금과 엔은 오르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반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도 추가되었다.
암호화폐는 글로벌 경기에 충격이 있을 때마다 큰 폭으로 뛰었다. 브렉시트 이후 K컴퍼니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늘려놓았다. 거래소를 통해 매입하고, 외국에 채굴장도 여러 곳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OTK컴퍼니와 K컴퍼니, 그리고 골든게이트는 신흥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숏 포지션을 구축했다.
* * *
미국 대선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벤트인 만큼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미국 시민들은 투표소로 몰려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투표가 마감되자, 즉시 개표가 시작되었다.
박시형 대통령은 현재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주류언론이 아무리 우호적으로 기사를 써줘도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어쨌거나 다이앤이 당선되기만 하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강진후와 OTK컴퍼니를 어떻게 할지는 천천히 생각하면 될 일이다.
박시형 대통령은 느긋하게 개표 방송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강진후는 로날드를 지지한 거지?’
처음부터 로날드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했다. 현재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다이앤의 승리를 예측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브렉시트 때도 그랬다. 모두가 잔류를 예측했지만, 강진후는 반대로 움직였다. 브렉시트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예측은 전부 맞아들었고, 덕분에 OTK컴퍼니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박시형은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이번에도 그럴 리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