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30
분신으로 절대무신 30화
황보세가.
한때 초나라 정점에 올라섰던 가문이다.
초나라가 동 대륙의 패자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인 만큼, 그들의 역사 또한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상장군에 오른 자만 다섯이었을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군문제일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들은 혼란한 초나라를 바로잡으려 앞섰으나, 간신의 손에 휘둘리는 정권 앞에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이들의 멸문(滅門)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그 말이 나온 순간 황보세가는 빠르게 움직였다.
마지막 반격을 노렸던 것인데, 그와 별개로 이들은 후일을 도모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반격이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가문을 재건할 후손들을 살리려 한 것이다.
황보세가의 장로 황보고가 이 일에 나섰고, 그렇게 추려진 후손들은 다섯이었다.
거대한 세가의 규모에 비해 그 숫자가 너무도 적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적에게 주목받는 이상 그 숫자 이상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세가를 벗어났고, 이후 중앙과는 먼 곳에 자리를 잡고 귀를 열었다.
“……실패했구나.”
이미 황보세가의 반격을 눈치챘던 적들은 오히려 함정을 파 놓아 그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그 누구도 거론하기 힘든 명분 아래 황보세가를 끝내 멸문시켰고, 이 일로 초나라의 군은 크게 힘을 잃고 말았다.
가문이 무너졌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황보고는 다시 움직이기로 시작했다.
다행히 가문은 평소 덕을 베풀었던 터라, 그들이 신세를 질 만한 곳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승이 죽으면 조문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인심이란 게 자기에게 이로운 대로만 움직이게 마련이었다.
그 말처럼 과거 간이고 쓸개고 빼주려던 자들은 황보세가의 멸문이 들리자마자 그들을 천대하며 쫓아냈다.
자칫 그들에게 엮여 가문이 횡액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참으로 비정하다 싶겠지만, 이마저도 양심이 있는 자들의 태도였다.
정말 황보고 일행이 큰 횡액을 맞이한 것은 앞에서는 반기던 자들이 뒤에서는 관에 신고를 하였을 때였다.
만약 황보고와 그 일행들의 경지가 부족했다면 그들은 오래전에 잡혔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그들의 존재를 안 나라에서는 추적대를 만들어졌고, 이후 피 말리는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부탁이오. 저 산중에 마을에 그대만이 알고 있는 몸을 감출 곳이 있다고 들었소. 제발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해 주시고…….”
윤 씨는 밤늦게 자신을 찾아온 온몸에 피칠을 한 강호인들의 요청에 두려워하면서 반대했으나, 끝내 허락하고 말았다.
그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제 약관을 벗어난 듯한 한 여성의 상태가 너무도 좋지 않아 보여서다.
모르긴 몰라도 최소 한 달은 정양해야 할 모습이라, 그가 돕지 않으면 이 여성은 죽고 말 터였다.
“그럼 새벽녘이 보이면 그때 움직이도록 하지요.”
“고맙소. 정말, 정말 미안하오.”
윤 씨가 얼마나 큰 결정을 한 것인지 아는 황보고는 소태를 씹은 듯 입안이 썼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예와 법도를 말하며 그 자신의 고고함을 뽐냈던 자들은 어디 가고, 정작 촌부(村夫)에게 그 의로움을 보게 되었으니.’
모든 걸 잃게 된 직전에야 알게 된 세상의 진실 앞에 그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이런 황보고의 생각을 모르는 윤 씨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장일에게 물품을 보내는 마차에 그들을 숨겨 데려갈 생각이라, 그 위장에 성공하려면 공을 들여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새벽녘 때를 이야기한 것은 그가 가끔은 이 시간 때 마차를 몰기도 해서다.
과연 그가 이른 시간에 마차를 몰고 마을을 나서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마차 바퀴 흔적이 너무 깊다.”
황보가의 생존자들을 추적하는 추적대가 흔적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즉시 가까운 마을 사람 몇을 끌고 와 심문했고, 이내 확신을 가졌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았던 바로는 마차가 그렇게까지 무거웠던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휘이이잉!
효시(嚆矢 : 소리 나는 화살)를 날려 일대에 그들을 뒤쫓던 동료들을 모은 추적대는 본격적으로 그들을 추적해 나갔다.
황보고 또한 멀리서 효시 소리를 듣자 상황을 알아차렸다.
“도착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오?”
“지금 속도라면 반나절은 걸릴 것입니다.”
“반나절.”
황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과연 거기까지 도착한다고 해서 자신들이 무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를 이 지독한 운명에 끌고 오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후회가 담길 말을 꺼내려 하던 황보고에 윤 씨가 말했다.
“어르신이라면 분명 아씨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촌놈이 비록 배운 것 없다지만 어르신께서 세상에 둘도 없는 비범한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분위기가 싸하다는 것을 윤 씨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 불안함을 벗어나기 위해 장일에게 놀랐던 일들을 떠들어댔다.
특히나 그가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바로 눈앞에서 길을 지워내던 재주였다. 마차도 이동이 가능한 길이 한순간에 지워져 버리자 그는 한동안 장일이 산신령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검에 사람 몸통보다 두꺼운 나무를 베어버린 일 등에 대해 떠들어댔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황보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야기의 절반이라도 사실이라고 한다면 대단한 기인이다.’
이를 알게 되자 황보고는 결국 몇 번이고 꺼내려고 했던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 자신이야 살 만큼 살았으니 당장에라도 죽어도 상관없으나, 가문의 아이들은 너무도 어렸다.
그들이 세가를 새로 세우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간 세간의 인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고약한 것인지 아는바, 그저 이 아이들이 평범하게 살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아무래도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모양이었다.
어느새 그들을 향해 몰아치고 있는 적들의 말발굽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시간을 벌겠다.”
황보고는 담담히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에 황보세가의 사람들은 그를 말리려 했다. 본신의 무위를 다루고 있을 때도 살아 돌아오기 힘들 것인데, 현재 황보고는 작지 않은 내상마저 입고 있었다.
“걱정 말거라.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니.”
그러며 숨겨 두었던 칼을 꺼내는 그의 뒤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뭔지 몰라도 정말 고약한 일에 엮인 거 같구나. 이래서야 이런 곳에 자리 잡은 의미가 없어지건만.”
“!!!”
황보가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시선을 추적자들에게 빼앗겼다지만, 기척도 없이 이렇게까지 다가올 수 있는 이가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누, 누구시오!”
특히 절정 고수이던 황보고는 그 정도가 더했다.
그러나 황보가의 사람들과 달리 윤 씨는 대번에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어르신. 죄, 죄송합니다.”
“아!”
그제야 황보가의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 마차의 목적지의 주인이며 윤 씨가 어르신이라 불리는 자가 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황보가의 사람들의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자가 너무도 젊었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제한다면 이제 약관을 넘은 듯한 모습이다.
그는 황보가 사람들의 놀란 시선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 채 그들을 살피더니 이내 대략적인 상황을 알아차렸다.
“되었네. 대충 무슨 사정인지 알겠어. 자네 성정으로는 넘길 수 없었겠지.”
“…….”
“자책하지 마시게. 그런 자네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가까이하려 했던 것이었으니. 잘못을 한 것은 이들이지.”
장일은 이 사태를 만들어낸 황보 사람들을 마땅치 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상황을 보니 이제 그가 문제가 아니었다. 윤 씨는 이 일이 끝난 뒤 이제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 또한 적잖은 횡액을 맞이할 것이다.
“후우. 아니, 이 모든 게 나의 업보인가?”
그리 중얼거리던 장일은 긴장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던 황보고에게 물었다.
“가문이 어찌 됩니까?”
“……황보 세가라 하오.”
“……저자들은 초 왕실에서 보낸 자들이겠군요.”
“그렇소.”
“……강족과의 전쟁은 끝난 겁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소.”
“으음. 다행이군요.”
“???”
의문을 보이는 황보고를 뒤로한 채 장일은 내심 안도했다.
본래 장일은 십년전쟁이 끝난 뒤에야 오대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알고 있었다.
한데, 그가 알기로는 아직 전쟁은 십 년이 안되었다. 이런 상황에 황보세가가 멸문을 당한 것 같으니 그는 자신에 의해 미래가 바뀐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실 오대가문 중 하나인 황보세가는 십년전쟁 전에 무너진 것이었다.
이는 그가 알던 역사 기록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하기야 충신 가문의 멸문은 부끄러운 일이니, 기록이 잘못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어찌 되었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개입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일단 저들부터 정리하고 난 뒤에 이야기를 마저 합시다.”
마치 마실을 갔다 오겠다는 듯 가볍게 말을 꺼내는 그에 황보고는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혹시 이자가 이런 곳에 숨어 사는 것이 광증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그의 생각이 대단히 큰 오해라는 것은 이내 밝혀졌다.
-탁…… 휘이이익!
장일이 가볍게 발을 굴리기 무섭게 십 장을 날아갔기 때문이다.
마치 등에 날개라도 단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인 황보고의 눈에도 장일이 보이지 않게 된 지 얼마 가지 않아, 저 너머에서 비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차아아앗!
엄청난 피가 하늘에서 후두둑 쏟아졌다.
그리고 이어 떨어진 끔찍한 동료의 모습에 추적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탁. 투욱.
그런 그들의 앞에 내려선 장일은 또 다른 추적대원의 머리를 그들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보내주지. 하지만 강행한다면 저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변수를 만들기 싫은 장일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나, 추적대의 수장은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
절정 고수인 그는 기감을 끌어 올려 주변을 살핀 끝에 자신들을 막은 이가 장일 혼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비웃었다.
“왕실의 일을 방해하다니 간이 배 밖에 나온 놈이군.”
그 말과 함께 그가 손짓하자, 추적대원 네 명이 그를 향해 돌격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하기야 애초 제대로 된 자라면 더러운 간신의 뒤처리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
장일은 담담한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적들을 향해 검을 뽑았고, 이후 펼쳐진 일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차아앗!
과연 검 한 자루로 이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 정도로 장일의 검은 패도적이었다. 내려치는 장일의 검을 막았다고 생각한 추적대원의 바람과 달리 무기와 함께 그는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서걱, 서걱…… 펑!
비현실적인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막아도 막히지 않는 그의 검에 허무하게 머리를 떨구는 이가 둘이었고, 두려움에 뒤늦게 물러서려던 이는 아예 머리가 터져 버렸다.
-쿵!
머리를 잃은 채 몇 걸음을 나아가다 무너지는 시신의 모습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제야 추적대의 수장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기회는 사라진 상태였다.
-타다닥…….
가벼운 몇 걸음 만에 수십 장의 거리를 좁혀낸 장일은 이후 학살이라는 말도 부족할정도로 그들을 찢어발겼다.
-퍼어엉! 퍼엉!
-끄아아악!
검에 깃든 힘이 얼마나 터무니없던지, 검을 막은 자는 검과 함께 팔이 터져 나갔다.
그것은 그의 검에 가볍게 스쳤다는 생각되는 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래라면 피륙이 갈라지는 정도였을 상처가 그 부위 자체를 날려 버린 것이다.
몇몇은 허리가 통째로 사라져 즉사하기도 했다.
“괴…… 괴물!”
민화(民話)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그들은 공황(恐惶)상태에 빠져 버렸다.
저항을 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상식의 선이어야지 할 것인데, 장일의 검은 그런 것을 아득히 초월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괴물의 장난질에 비참하게 짓눌려 죽는 꼴처럼 이들에게 들이 닫힌 죽음은 참으로 모질게 그들을 잠식해 갔다.
어느새 수하들 모두가 형체도 알 수 없이 다 터져 나가는 것을 보았던 수장에게 다가간 장일은 혀를 찼다.
이미 그가 두려움에 반쯤 미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쯧. 그러게 물러났으면 좋았을 것을.”
-퍼어어엉!
그를 흔적도 없이 터뜨리는 것을 끝으로 장일은 검을 거두었다.
무지막지한 일을 벌인 것치고는 그의 어디에도 피로한 기색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지난 5년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마저도 그가 되찾아야 할 본신의 무위의 7할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대로 다시 5년이 흐른다면 장일은 9할 가까이 전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배는 더 빠른 속도였는데,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역시나 그가 중시하고 있는 심법 덕분이었다.
장일이 그처럼 심법의 진보에 대해 눈독을 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